강하랑은 감히 그런 상상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조금 전 그녀는 아치 비참한 모습으로 훌쩍거리고 있었고 심지어 콧물도 흘리며 울었었다.그녀는 분명 그가 자세히 보지는 못했을 거로 생각했다.여하간에 만약 그녀와 단이혁의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부 두 사람이 남매 사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연유성의 모습은 그들이 했던 대화마저 듣지 못한 게 분명했다.멀리서 지켜본 것이니 분명 그녀의 콧물까지 보진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민망함이 밀려왔고 큰 눈을 부릅뜨며 연유성을 째려보았다.“꽃
지승우는 옆에서 차가운 시선을 느끼긴 했지만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아픈 건 사실이잖아.'매일 약을 챙겨 먹을 뿐만 아니라 며칠에 한 번씩 상담 선생님을 만나러 가기도 했고 혼자서 배운 모자란 이론으로 본인의 감정을 분석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승우는 이런 사람을 처음 보았다.“아 참, 사랑 씨 차 키.”한남정으로 온 이유가 떠오른 지승우는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강하랑에게 건넸다.“자요, 점심에 사랑 씨 덕분에 편하게 갔네요. 차는 신정동 근처 케이크 가게 옆 주차장에 세워뒀어요. 사랑 씨가 그 근처에서 지
지승우는 코를 쓱 만지더니 그래도 간질거리는 입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내 말은 굳이 커플 사이에 네가 나설 필요 없다는 거야. 커플끼리 싸우는 건 아주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너도 강세미 그 여자랑 많이 싸워봤을 거 아니야. 그렇지?”“지승우! 그 두 사람을 커플이라고 부르지 마!”하지만 지승우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내며 말했다.“뭐? 그럼 뭐라고 부르는데? 장미 꽃다발까지 주고받고 서로 포옹도 한 사이인데 말이야.”“닥쳐.”연유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버럭 소리를 질렀다.지승우는 그제야 조용해
똑같은 말 그대로 강하랑에게서 듣긴 해지만 지승우에게 다시 한번 들으니 연유성은 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난 강하랑은 내 동생처럼 여기고 관여한 거야. 그게 뭐가 문제가 될 거 있어?”그의 당당함에 지승우는 당황한 표정을 짓게 되었고 어처구니가 없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동생처럼 여겨?'‘지금 본인한테 그렇게 가스라이팅한 거야?'‘대체 어느 오빠가 동생한테 그런 적대감을 보이는 거야? 사위가 맘에 안 든 장인어른도 겉으로는 그렇게까지 표현 안 한다고.'‘아까 그 모습은 연적을 만나 싸우려는 기세였잖아!'
고개를 든 강세미는 침대에 놓았던 찜질 팩을 간호사에게 던지며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말했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어요! 당장 나가세요! 예의라는 거 있기나 해요? 남의 병실에 들어올 때 노크하는 법 모르냐고요! 당장 나가세요!”간호사는 아주 억울했다.“노크했었어요. 강세미 씨가 못 들은 거예요. 게다가 전 강세미 씨 약 바꿔주려고 온 거란 말이에요...”“제가 말했잖아요. 나가라고!”강세미는 다시 핸드폰을 들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그리곤 다시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에 빠져 간호사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간호사는 그간 환
강세미는 회사 직원의 연락을 받은 후에야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그녀는 공인이었기에 이미지에 주의를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대단한 홍보팀이라고 해도 얼마 가지 않아 그녀가 홍보팀마저 해산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 말이다.회사 직원뿐만 아니라 임서화마저 직접 병실로 찾아오며 그녀에게 주의하라고 하였다.남자라면 무릇 착하고 말 잘 듣는 여자를 좋아하기 마련이었다. 비록 아무리 연유성 앞에서 착한 척 연기를 한다 해도 다른 사람 앞에서 본색을 드러내면 언젠가 들키기 마련이었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이 폭로할 수도 있는 일
그리고 그가 정말로 바쁜지 아닌지는...아마도 바쁜 것은 사실일 것이다. 회사뿐만 아니라 HN 그룹을 향한 여론도 있었기에 처리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었다.‘하지만 유성이는 왜 강하랑을 안고 병원으로 왔던 것일까?'‘게다가 유성이는 병원으로 왔으면서도 병문안을 오지도 않았잖아. 대체 왜!'‘이건 다 강하랑 때문이야! 그 빌어먹을 년이 내 인생을 훔쳐서 그래! 내 남자도 훔쳐서 그렇다고!'임서화는 강세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그녀의 말을 믿어주었고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저 몇 마디 주의하라고 하였다.
“왜 아직도 네 사진이 떠도는 거야? 유혁이한테 처리해달라고 말 안 했어?”단이혁은 핸드폰에 켜진 강하랑과 낯선 여자의 사진을 보곤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이 여자는 또 누구야? 왜 이런 사진이 있는 건데? 나도 너랑 같이 찍은 사진이 없단 말이야!”강하랑은 묵묵히 핸드폰 화면을 끄곤 배시시 웃었다.“이혁 오빠가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찍어줄 수 있어.”단이혁은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그녀의 이마를 찰싹 때릴 뻔했다.“오빠한테 솔직히 말해봐. 어떻게 된 일이야.”강하랑은 오늘 낮에 병원에서 간호사와 사진을 찍은 얘기를 간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