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복도.시끄럽게 울려대던 핸드폰 벨 소리는 어느 순간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끝인가 싶을 때 다시 한번 울리기 시작했다.얼마 후 통화가 드디어 연결되고 전화 건너편에서는 바로 고함이 들려왔다.“연유성!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너 지금 어디 있어? 전화는 왜 또 안 받아?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야. 네가 날 데리고 나와놓고 가게에 혼자 내버려두면 어떡해? 난 몰라, 결제는 네 VIP 카드로 했으니까 당장 데리러 와. 나 차도 없다고!”목소리만으로도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지승우는 언성을 높였다
이번에는 지승우가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한참 머뭇거린 다음에야 말했다.“그게 아니라면 네가 왜 이러는 것 같은데? 사랑 씨만 보면 장난치고 싶다고? 네가 주인 기다리는 댕댕이냐?”“나도 모르니까 너한테 묻는 거 아니야. 넌 여자를 많이 만나봤잖아. 그 많은 경험 다 어디 갔어?”연유성은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지승우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그건...”연유성의 말대로 지승우는 수많은 여자를 만나왔었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범주에 있는 남자였기에 연유성의 속사정에 의견을 내기는 어려웠다.지승우가 마침
“누구?”핸드폰에 빠져있던 진정훈은 한참 후에야 그가 누굴 찾는지 알아차렸다.“아, 하랑 씨? 벌써 갔지. 주사 맞고 바로 갔어. 네가 강세미 보러 온 거라면서 나 대신 간다고 말을 전해달라고 했어.”“갔다고?”연유성의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다리를 다쳤는데 그냥 보냈다고?”진정훈은 연유성이 이렇게까지 화내는 모습을 본 적 없었다. 그게 설령 강세미의 이마에 구멍이 났다고 하더라도 연유성은 이런 표정을 지은 적 없었다.복잡한 얼굴로 연유성을 본 진정훈이 말했다.“하랑 씨 다리인데 내가 막을 수 있겠냐? 그리고 너도
“급한 건 아니에요. 그냥 여기 혼자 있으려니 심심해서요. 제가 사랑 씨 차를 몰고 가면 사랑 씨는 이따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시려고요? 차 키는 또 어떻게 돌려드리죠?”“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절 데리러 와주는 사람이 있거든요.”강하랑은 고민하는 그이 모습을 보며 핸드백을 들었다.“그리고 차 키는 말이죠. 혹시 귀찮으시면 퀵으로 보내주셔도 돼요. 제 연락처는 있으시니까요. 만약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여기로 몰고 오셔서 아무 곳에 주차해도 돼요. 다만 주차 딱지만 안 붙게 해주세요!”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차 키를
“네? 사진이요?”강하랑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방금... 실검까지 올라온 건데, 선배님은 모르고 있었어요?”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강하랑의 모습에 박재인은 직접 핸드폰을 그녀에게 건네 보였다.현재 실검 순위 2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누군가가 돈을 써서 올라온 순위가 아닌 사람들의 열띤 반응으로 올라온 순위임이 확실했다.그리고 첨부된 사진은 그녀와 연유성이 사람들을 지나쳐 병원으로 가는 모습이었다.아마도 병원에 사람이 많았던 터라 두 사람의 모습을 선명하게 찍지는 못한 것 같았다.하지만 아무리 사진이 흐릿하다고 해도
깜짝 놀란 단이혁은 그 누군가가 강하랑이라는 것을 확인하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깜짝이야. 난 또 누군가 했네. 왜 옷을 안 갈아입었어? 많이 바빴어?”강하랑은 고개를 저었다.“난 여기서 진짜로 일하는 직원도 아니잖아. 그러니 당연히 바쁠게 뭐가 있겠어. 그냥 갈아입기 귀찮을 뿐이야.”단이혁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씩씩대는 그녀의 얼굴을 보곤 다시 시선을 떨구고 메뉴판을 보았다.“뭐 먹고 싶어?”그는 연예 기획사의 대표님이었다. 그랬기에 평소에도 포털 사이트를 계속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고 강하랑의 기사도 봤었다.
“아니야. 난 걔랑 같은 곳에 있지 않았어. 이혁 오빠, 이상한 소리 하지 마.”강하랑은 눈 깜박하지도 않은 채 뻔뻔하게 말했다.“단사랑.”단이혁은 테이블을 툭툭 두드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하랑을 보았다.“그동안 누가 네게 말해준 적 없지? 넌 거짓말을 하면 엄청 티가 난다고 말이야. 네가 그런 얼굴로 밖에 나가 단이혁의 동생이라고 말하고 다니면 이 오빠 너무 창피하다?”자본가들은 다들 천년 묵은 여우와 같았다. 거짓말을 뻔뻔하고도 능청스럽게 하는 건 기본이었기에 강하랑처럼 티가 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강하랑은 입술을
“이혁 오빠, 지금 나 쫓아내는 거야?”강하랑은 단이혁의 냉정한 목소리에 당연한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울적했다.더군다나 단이혁은 그녀와 함께 본가로 돌아가기 싫다고 했고 그 이유도 그녀 때문인 것 같았다.그리고 지금, 냉정하게 말하는 단이혁에 더욱 슬펐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이 그릇에 있는 음식만 집어 먹었고 단이혁이 집어다 준 음식엔 손을 대지 않았다. 괜히 음식에 화풀이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눈치채지 못한 단이혁은 강하랑에게 장난을 치며 말했다.“흥, 당연하지. 매일 집에서 먹고 자고 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