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29화 천천히 다듬어야 해

정민아는 고연우의 얼굴에 남아 있는 선명한 손자국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아픈 손바닥을 문질렀다. 정민아는 전화기 너머에서 여전히 걱정하며 장민아의 상태를 묻는 서은혁에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끊을게요.”

“그런데 방금...”

서은혁이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정민아는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고연우의 얼굴은 어두웠지만, 정민아가 아파 보이는 모습에 화를 내기보다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정민아가 전화를 끊자 고연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가 왜 너에게 전화했어?”

정민아는 고연우의 불쾌한 표정을 무시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내가 전화했어.”

“...”

정민아의 시선이 고연우가 맞은 쪽 얼굴에 머물며,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고연우가 정민아가 무슨 말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 때, 정민아는 조용히 시선을 돌려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침묵한 채로 돌아섰다.

고연우는 재빨리 정민아를 붙잡았다. 정민아의 목을 조르고 싶을 정도로 극도의 분노를 느꼈지만, 그 감정을 억누르고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고연우는 이를 악물고 한참을 참고 겨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무작위로 사람을 때리고 사과 한마디 없이 가는 게 맞나?”

“미안해.”

형식적인 사과에 고연우는 더욱 화가 났다. 그런데도 정민아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싫어도 여자를 상대하는 것은 매너가 아니다.

정민아는 고연우가 잡고 있는 손을 뺐다. 원래라면 고연우는 손을 놓고 싶지 않았겠지만, 정민아의 얼굴에서 불쾌감을 느낀 고연우가 잠시 멍하니 서 있는 사이 정민아는 그의 손길에서 벗어났다.

정민아는 원래 약속했던 사람과의 만남을 가지려 했으나 지금은 기분이 내키지 않았고 그 사람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쇼핑몰을 나와서 차를 몰고 거리를 조용히 드라이브했다. 이 도시에서 10년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10년이 지나도 이 도시에 애착을 느끼지 못했다.

정민아는 무심코 차를 저택으로 몰고 들어가 서씨 가문 본가 앞에 주차했다. 차가운 바람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