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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문제의 비석

그림 속 여자는 갸름한 턱선에 얇은 눈썹, 입꼬리가 올라간 웃상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 속에 담긴 강력한 야망이 인상을 어둡게 만들었다.

신은지가 그려낸 초상화는 작은 반점까지 보일 정도로 매우 생동감이 넘쳤다.

강태민이 미간을 찌푸린 채, 유심히 그림 속 여자를 바라봤다.

“이건 젊었을 적 모습이지만, 오관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 나이 오십 좀 넘었으니까, 여기서 주름만 좀 더 늘었다고 보면 돼요.”

신은지는 남포시에서 스치듯 한미나의 옆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면은 아니었기에,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두려워 젊었을 적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초상화를 받아들인 강태민이 말했다.

“딱히 인상이 없네요.”

아직 조사가 덜 된 상태였기 때문에, 강태민은 당장 답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엄마한테 그림 복원을 의뢰했던 사람도 이 사람이고, 절 만나겠다고 했던 사람도 이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신은지가 남포시에 있을 때 알아본 바를 강태민에게 말했다.

“전에 그 두 남자가 절 찾으러 왔을 때도 이 여자 이름을 댔었어요.”

“그래서 따라 차에 탔던 거예요? 모르는 사람을 그렇게 막 따라가다니, 목숨이 몇 개라도 되는 줄 아세요? 만약….”

강태민이 잠지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앞으론 그러지 마세요. 아무리 복수가 중요하다고 해도, 자기 목숨보단 더 값질 순 없어요.”

“좀 전에 하시려던 말씀, 뭐였어요?”

신은지는 그가 머뭇거렸던 이유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강태민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에 이질적인 장면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것도 적혀 있지 않은 공백의 비석이었다. 신은지도 강태민을 따라 그 묘비를 살펴보았다.

“뭔가 신분을 밝히기에 떳떳하지 못했던 걸까요?”

신은지가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정보가 적혀 있어야 할 자리가 공백이라는 것 빼고는 특별할 게 없는 비석이었다.

하지만 신은지는 왠지 모를 호기심이 생겨 더 가까이에 비석을 들여다보았다.

“음? 비석에 뭔가 붙어 있어요.”

“붙어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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