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의 말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조용해져 그 누구도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박태준은 지금 싸늘해진 분위기에 눈치 못 챈 듯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신은지의 음식도 마침 나왔고 웨이터는 예쁘게 플레이팅이 된 스테이크를 그녀 앞에 놓았다. 웨이터는 깔끔한 슈트에 접시를 쥐고 있던 손도 길쭉하게 잘 생겨 모델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은지는 다시 웨이터를 쳐다보니 젊고 잘 생겼다.“손 이쁘시네요.”어제 나감독이 남자 손 모델 찾는다고 모멘트에 올린 글을 보게 되어 아직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추천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웨이터도 신은지의 말에 잠깐 의아했다가 쑥스러운지 얼굴이 빨개졌다. 사실 그도 손 이쁘다는 말을 처음 들은 게 아니지만 이쁜 여성이 대놓고 자기 앞에서 칭찬해 주는 거는 처음이었다. “고맙습니다.”“혹시 연락처 받을 수 있을까요?”아직 근무 시간이라 아르바이트할 생각 있는지 물어볼 수도 없었다. 매니저라도 알게 되면 가게 직원 스카우트하는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저희 근무시간에는 핸드폰 사용 금지고 손님이랑 연락처 주고받는 것도 안됩니다.” 가게 손님들한테 방해될까 봐 정한 규정인 거 같다.신은지는 스티커에 자기 전화번호를 적어 웨이터한테 건넸다. “네 알겠어요. 할 얘기 있으니까 퇴근하고 제 카톡 추가하세요. ”예쁜 글씨체를 보게 된 웨이터의 얼굴은 더 빨개졌다. 신은지의 연락처가 적힌 스티커를 받는 순간 옆 테이블에서 자기를 째려보는 듯한 눈빛을 느끼게 되었다. 고개를 들고 옆 테이블에 신은지를 마주 보며 앉은 남자를 보니 그는 자기한테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선한 눈매가 방금 전 차가운 눈빛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바로 사라졌다.젊은 웨이터는 신은지한테 식사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진화영의 시선은 온통 박태준한테 있어 이제야 옆 테이블에 앉은 신은지를 보게 되었다. 전에 병원에서 신은지 만났을 때는 어디서 많은 본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지는 자세히 몰랐다. 박태준
신은지는 고개를 돌려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화가 가득 난 박태준을 바라보았다. “내가 돈 안 벌면 너한데 빚진 돈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해?”박태준은 채한 듯 말문이 막혔다. “내가 언제 갚으라고 했어?”사실 그는 신은지가 이혼하려는 마음을 접기 위해 돈을 갚으라고 한 거지 나중에는 돈에 대해 아무 말도 없었다. 새로 준비한 이혼서류에도 돈 얘기도 없었고 박태준한테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에 신은지는 내용을 자세히 보지도 않고 사인했다.신은지는 그의 말에 의아해 잠깐 멍했지만 바로 정신 차리고 말했다. “갚겠다고 빌린 돈이니 똑 부러지게 계산해야지.”“그래서 나유성네 회사에 출근하기로 결심한 거야?”“응.”박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너 정말 돈 때문이야 아니면 나유성 때문이야?”이때 마침 엘리베이터가 내려와 사람들이 나오는 틈을 타 신은지는 박태준한테 벗어나 미꾸라지처럼 재빨리 뛰어 들어갔다.박태준은 그녀가 자기 눈앞에서 사라진 걸 지켜보고만 있었다.......오후 그 젊은 웨이터가 신은지의 카톡을 추가해 누나라고 부르며 귀여운 이모티콘까지 붙였다.신은지는 웨이터가 보낸 이모티콘을 보고 정말 쓰레기 같은 남자일 거라고는 상상도 안된다.“혹시 아르바이트할 생각 있어요? 손 모델로 촬영하는 건데 어때요?”그러자 웨이터는 바로 답장 왔다.“좋아요. 그럼 누나는 감독이에요 아니면 배우예요?”그가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 있다는 걸 알고 바로 나감독한테 소개해 주고 그의 카톡을 바로 차단했다. 신은지는 자기 고객이랑 지인 아니면 연락처를 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나감독은 오늘 방송이 저녁 8시니 혹시 괜찮으면 공식 인스타그램이 있으면 홍보 차 내용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사실 나감독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무리 신은지가 본인 업종에서 어느 정도 인기 있다고 하지만 그 쪽 업계에 관심있는 사람 통틀어서 5만 명도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번 다큐멘터리가 어느 정도 인기를
그 다음 날 정오.신은지가 식사를 마치고 다시 경원으로 들어갔다. 돌아가자마자 허 원장이 그녀를 불렀다.“실버, 가서 차라도 마시고 와. 어떤 분이 널 뵙자고 하셨어.”상대가 누구인 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차가 이환에 들어서자 대충 눈치를 챘다. 도착한 곳은 룸 앞이다. 안에는 방송에서나 볼 만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임 관장님.”그는 다름 아닌 국내 1순위 박물관을 책임지는 임관장이었다. 김관장은 따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실물이 방송보다 훨씬 아름다우십니다. 저희 업계에 유능한 젊은 분이 있다는 사실에 편히 눈 감을 수 있겠습니다.”“과찬이십니다. 저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제 외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저에게 관장님이 복원하신 문화재를 꼭 보라고 당부하신 적이 있어요. 직접 보아야 최정상이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있다고 말씀 해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임 관장은 크게 하하 웃더니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이제 곧 보실 수 있겠습니다.”30분 뒤, 대화가 끝났다. 신은지와 허 원장은 임 관장을 차실 문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궁금하시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세요. 저희 박물관은 높은 난이도의 복원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그 바람에 몇 년 동안 마땅한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임 관장이 자리를 뜨고, 허 원장도 일 때문에 먼저 일환으로 떠났다. 신은지가 나가려고 하자 진선호가 어디선가 불쑥 나타났다.그의 손에는 장소와 맞지 않는 장미 꽃다발을 쥐고 있었다. 곧이어 자신이 자랑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꽃다발을 그녀에게 들이밀었다.“축하해요.”신은지는 얼떨결에 꽃다발을 받고 말았다.“감사합니다.”“감사 인사말고 다른 거 해줬으면 좋겠어요. 뭐..”진선호가 일부러 뜸을 들였다. 신은지의 긴장한 표정을 보고 그녀를 확 잡아당겼다.“안아 줘요.”그는 임 관장과 신은지가 만나는 사실을 알고 특별히 찾아온 것이다. 신은지는 순식간에
박태준이 신은지가 나가려고 하자 그녀를 잡았다.“내가 바래다줄게.”신은지의 시선이 박태준의 얼굴을 훑고 전예은의 얼굴로 이동했다. 그녀의 눈살이 자동으로 찌푸려졌다.“진짜 쓰레기네. 하나로 부족해서 하나 더 준비한 거야?”그녀는 밖에서 박태준의 차 옆에 서있는 진화영을 발견했다. 동시에 전예은과 박태준의 대화까지 모두 듣고 있었다. 신은지는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 전예은과 마찬가지로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해주길 간절히 기다리지 않았는가.박태준은 인상을 썼다.“저 사람은 그냥 아버지 대신해서 기획안을 가져온 거뿐이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고!” 이어서 그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신경 쓰이면..”“아니, 신경 안 쓰여.”신은지는 박태준의 말을 끊었다.“나 잡지 마, 결혼했던 사실마저 싫어질 거 같으니까.”신은지의 말 때문인지 모르지만 박태준은 순순히 그녀를 놔주었다. 그가 손을 놓자마자 신은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뛰어나갔다.진선호는 차를 길 옆에 두었다. 마침 차실에서 나오는 신은지를 보고 창문을 내렸다. 이어서 그녀는 보조석의 문을 열었다.박태준은 시력이 좋아서 멀리 서도 그녀의 모습과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이를 갈면서 마음속 깊숙이 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전예은을 무시한 채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차실에서 나오는 그의 모습을 보고 진화영이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박 회장님, 바로 회사로 가시는 거예요?”진화영은 직접 재경그룹으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자신의 부친이 재경그룹과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그녀가 박태준을 찾아가려고 했지만 아무리 해도 만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하 1층에서 만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박태준은 시간이 촉박한 탓에 바로 거절했지만 계속 그의 뒤를 쫓아온 것이다.“아니요, 저는 귀사와 같이 할 의사가 없습니다.”“조금만 더 검토해 주세요. 진씨 집안이 가지고 있는 큰 프로젝트 중에서 마음대로...”박태준은 의미 없는 대화에 필요성을
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유성은 그녀가 말하기까지 계속 기다렸다. 나유성이 고집을 부리는 일은 극히 드물다. 초반에 그는 신은지가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면 천천히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계속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사실 그는 3년 전의 일이 반복될까 봐 두려 운 것이다.이어서 신은지의 목소리가 들렸다.“사양할게.”신은지는 전화를 끊고 앞 쪽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그리고 다시 물건을 정리했다.한편, 진선호는 경원에서 저택으로 향하는 길이다.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진은비였다. 그녀는 모친이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진선호가 유부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를 내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내가 무슨 유부녀를 좋아해? 엄마 앞에서 이상한 말 하지 마. 내가 다 설명할 거야.”그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다급하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진은비가 모친을 위로하는 소리가 들렸다.“엄마, 밖에서 누구한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빠 눈이 얼마나 높은지는 엄마도 잘 알잖아. 한번 이혼 한 여자라도 외모, 능력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을 거야. 만인의 이상형 일 수도 있잖아.”그녀도 자신의 오빠가 이혼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선호가 고집을 부린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진은비는 어쩔 수 없이 모친의 화를 풀어 주기 위해 아부를 떨었다. 이때, 진선호가 다가갔다.“진은비, 만인의 이상형이 대체 무슨 말이야? 말할 줄 모르면 그냥 조용히 해.”진은비는 볼이 빵빵 한 채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게 뭐가 어때서?”진선호를 바라보는 모친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담겼다.“다 조용히 해. 진선호, 그 여자랑 어디까지 갔는지 모르지만 당장 전화해서 인연 끊어. 네가 전화 안 하면 내가 직접 할 거야.”오늘 진선호는 상의는 바람막이, 하의는 카구 바지와 부츠를 신었다. 게다가 빡빡 민 머리 때문에 사람이 더욱 날카로워 보였다.그는 모친의 앞으로 다가갔다. 경직된 표정은 사라지고 순식
신은지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클럽 매니저가 그녀를 반겼다. 그리고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사모님, 박 회장님께서 큰일 날 것 같습니다.”“죽나요?”“...”그녀는 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매니저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박태준은 술병으로 가득 찬 테이블 위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로 쏟아진 술 때문에 방 안은 난장판이었다.하지만 그는 전혀 싫증 내지 않았다. 박태준은 외투를 소파에 두고 얇은 셔츠만 입고 있었다. 셔츠의 손목 부분은 팔꿈치까지 접혀 있고, 셔츠 앞 부분의 단추가 풀려서 가슴팍을 다 드러냈다.그는 무표정으로 술잔을 들고 있었다. 혼미한 와중에도 정신을 붙들어 잡기 바빴다.신은지는 술을 거의 먹지 않기 때문에 박태준의 행동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 비해서는 정상적 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진선호도 술잔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테이블 위로 다리 하나를 올린 채로 앉아 있었다. 가슴팍은 무릎에 붙어서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내가 이기면 나한테 형님이라고 불러! 내가 꼭 이겨서 개처럼 부려 먹을 거야. 내가 너한테 당할 줄 알았어? 내가 부대에서 일하고 있을 때, 너는 진흙탕에서 놀기만 했겠지! 말해, 오늘 일도 네가 한 짓이지?”경험이 많은 매니저가 신은지에게 설명해 주었다.“박 회장님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습니다. 더 드시다가 급성 췌장염에 걸릴지도 모릅니다!”신은지는 진선호를 바라보았다.“진선호 도련님은 괜찮으신 편입니다. 태도가 거만해지는 것뿐이니까요.”신은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박태준의 술잔을 빼앗았다. 술을 녹은 얼음 통에다가 붓고는 두 사람을 향해 뿌렸다. “..”박태준은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진선호는 달랐다. 물 벼락을 맞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떤 새끼가 물을 뿌리고 지랄이야!”이때, 얼음 통 안에 있던 얼음 하나가 그의 옷 안으로 들어갔다. 티셔
진선호는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눈치였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냥 피부 외상이라서 집에서 약만 발라도 괜찮아요. 병원 갈 필요 없어요.”두 사람이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 진화영 일행과 마주쳤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박태준을 부축했다. 진화영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이혼하자마자 다른 남자랑 같이 놀러 다녀? 박 회장님이 질투 하기를 바라는 거지?’신은지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다친 게 아닐까 생각했다. 두 일행은 동시에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신은지가 1층 버튼을 눌렀다.진화영은 당장이라도 호텔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남자는 마음대로 움직이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부친의 말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그녀는 신은지를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녀의 동행자 때문에 쉽게 행동할 수 없었다. 짧은 머리, 뚜렷한 이목구비와 날티나게 생긴 얼굴이 금방 출소한 범죄자를 연상케 했다.어느새 1층에 도착했다.진화영은 박태준을 부축하면서 한 발 먼저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고연우의 보디가드가 그녀의 앞을 막았다.박태준은 이미 만취한 상태라 혼자 몸을 가눌 수도 없었다. 진화영은 다른 사람의 도움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내려왔지만 저지를 당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신들 누군데 내 앞을 가로막아?!”보디가드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도련님께서 신은지 양을 제외한 다른 사람이 박 회장님을 데려가지 못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신은지는 말없이 지켜보았다.“...”진선호는 신은지를 이끌고 출구로 향했다.“얼른 가요, 우리한테 불똥 튀면 안 돼요.”진선호를 차를 가져왔지만 술을 마신 탓에 신은지가 운전을 해야 했다. 차에 올라타서 출발하려고 할 때, 차 뒷문이 열렸다.다름 아닌 보디가드가 박태준을 업고 뒷좌석에 태운 것이다. 그는 안전벨트도 빠지지 않고 해주었다.“박 회장님 잘 부탁드립니다.”그리고 문을 닫고 바로 자리를 떴다. 이어서 보디가
순식간에 일어난 탓에 신은지와 진선호 두 사람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박태준은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여자는 흠칫 놀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서 여자의 긴 속눈썹이 그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 바람에 박태준의 욕망이 점점 올라오기 시작했다.그는 힘을 주고 여자를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이어서 두 사람은 입맞춤을 나누기 시작했다. 병실의 차가웠던 공기는 집어삼킬 것 같은 열정적인 키스로 인해 달아올랐다. “시X!”진선호가 한 손으로 신은지의 어깨를 잡아당기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박태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진선호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하려던 욕을 멈추더니 무서운 눈빛으로 박태준을 노려 보았다. 잠시 뒤, 겨우 말 한마디를 꺼냈다.“혀 넣었어요?”한편, 박태준은 멱살을 잡힌 채로 반항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술에 취한 탓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진선호는 이를 갈면서 주먹을 더 세게 쥐었다.“제 물음에 대답해 주시죠?”흐리멍텅 했던 박태준의 눈빛이 또렷하게 변했다. 이어서 진선호를 바라보며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글쎄요.”“이 사람이...”진선호는 박태준이 취한 척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진화영이 부축만 하면 넘어지고 신은지가 가까이 가면 서슴지 않고 입술을 갖다 대지 않는가.“오늘 당신 내 손에 죽었어!”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박태준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신은지가 그를 말렸다.“숨 막혀서 죽겠어요!”“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하지만 진선호는 끝내 주먹을 내둘리지 못했다. 그저 높이 떠 있는 박태준을 노려 볼 뿐이다.박태준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서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또한 그의 셔츠는 이미 심각하게 쭈글쭈글해졌다.“이 사람 불쌍한 척하는 거 맞다니까요!”이때, 진선호가 손에 힘을 풀자 박태준은 몸이 45도로 비틀고는 침대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우웩!!”토에 섞여있던 술 냄새가 병실 안에 있던 소독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