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점점 지나 자 분위기도 싸해졌다.두 사람을 지켜본 신은지가 참다못해 말했다. “너희 둘 죽 뜨겁지도 않아? 내가 배 아픈 거지 어디 팔다리 부러진 것도 아니니까 죽 내려놔.”신은지는 옆 테이블을 보고는 "죽을 내려놔."라고 했다. 너무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신호연은 박태준과 나유성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둘 다 잘 생기고 재력 있고 따르는 여자도 많을 거 같은데 왜 자기 누나처럼 애교도 없는 여자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재별들은 색다른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는 건가?신은지는 의사 선생님한테 퇴원할 수 있는 시간을 물어보고 모든 사람을 집으로 보냈다. 이제야 다시 눈을 감고 쉬게 되었다. 이때 병실에는 시끌벅적했다. 수다 떠는 소리, 밥 먹는 소리 그리고 여러 사람 들락거리는 소리 때문에 더는 잠을 잘 수 없어 일어나 죽을 먹게 되었다.신은지는 병원에서 이틀 동안 입원했고 팽현희는 집에서 반찬을 만들어 보냈다.“외숙모, 병원에 식당도 있으니 힘들게 만들 필요 없어요. 날씨도 추운데 안 오셔도 돼요.”“집밥이 더 깨끗하고 맛있지. 이건 내가 아침에 시장 가서 산 거니까 싱싱하고 좋은 거야. 넌 지금 위장이 약하니까 기름진 거 먹으면 안 돼. 나중에 퇴원하면 내가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팽현희는 준비한 음식을 꺼내며 말했다. 팽현희가 자기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는 신호연 일자리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박태준이랑도 이혼한 사이인데 도와줄 수도 없는 상황이고 이혼 안 했어도 이런 일에 도와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외숙모, 부탁하신 거에 제가 도움이 안 될 거 같은데 만약 호연이가......”사실 신호연이가 정말 경인 시에 일자리 찾고 싶다면 먼저 자기 집에서 머물다가 천천히 찾은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팽현희는 그녀의 말을 끊고 말했다. “아이고, 아직 아픈데 나중에 얘기하자, 먼저 몸부터 챙겨야지.”외숙모의 표정과 말투는 정말 조카를 생각하고 아끼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신은
“제가 결정할 수 없으면 외삼촌한테 물어보죠. 자기 아버지를 귀신도 안 나올 거 같은 곳에 두겠는지?” 신은지는 옆에서 잡초를 뽑고 있는 외삼촌을 가리키며 말했다.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기한테 쏠리니 더는 모르는 척할 수 없이 외삼촌이 말했다. “은지야, 이번에는 외숙모 말 듣자. 우리가 풍수 보는 사람도 찾아서 여기를......”신은지는 실망한 듯 더 이상 외삼촌의 말을 듣지 않고 담배 세 대로 외할아버지한테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팽현희는 신은지가 받아들였다고 생각해 그녀한테 다가가 말했다. 병 주고 약 주는 거는 팽현희의 주특기다. 신은지의 옆에 앉아 뭐라고 말하려 했으나 그녀의 혼잣말을 듣게 되었다. “외할아버지, 제가 다시 묘지 찾아서 좋은 곳으로 모실 테니까 여기서 조금만 참아주세요.”팽현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외삼촌 말 듣겠다며? 외삼촌이 내말 들으라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절대 묘지 옮기면 안 돼.”신은지는 일어나 당당하게 말했다. “제가 결정하라고 했지 그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 안 했는데요. 저랑 의견이 같으면 듣는 거고 다르면 그냥 제 뜻대로 하면 돼요.”팽현희는 너무 화가 나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신은지를 한 대 치려 했다.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외할아버지가 어디에 있던 너랑 무슨 상관이냐고? 너네 엄마가 혼전임신해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년이 어디 감히 여기서 말대꾸야? 내가 네 엄마 대신 혼내줘야겠어.”너무 빨리 일어난 일이라 신은지는 아무 반응 없이 멍 때리고 있었다. 팽현희의 손이 신은지의 얼굴에 닿으려는 차에 박채준한테 잡혔다. 그러자 팽현희는 고통스러운 표정을지었고 팔목이 부러질 것만 같은 아픔이었다.“이 손 놓지 못해?”박태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팽현희를 쳐다보았다. “어디 감히 손을 데? 손목 부러지고 싶지?”팽현희는 너무 아파 주저앉았고 손목은 박태준한테 잡혀 보기 불편한 자세였다. “아니야, 손 안 델게.”팽현희도 너무 화가 나 정신을 잃은 채 신은지를 신호연으로 착각
며칠 전까지 신은지한테 살갑게 대해주는 팽현희는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완전히 사라져 어느덧 다른 모습을 드러내며 쉴 새 없이 말했다.외삼촌은 박태준의 표정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고 그의 눈빛에 소름 끼칠 정도 놀라워했다. “그만해 그만해.”“잘 생각해, 묘지를 여기로 옮기도 나서 당신 사업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아니면 트럭도 살 형편이 안되는데 벤츠까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해?”팽현희는 자기 남편이 맹꽁이처럼 행동하는 걸 보니 너무 화가 나 그의 손을 뿌리쳤다.평현희 말을 듣고 박태준은 마음속으로 참고 있었던 분노를 퍼붓기 시작했다. “당신들 얼마나 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잘 풀리지 못하게끔 해주죠.”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지만 살기가 가득해 팽현희는 이제야 정신 차린 듯 조용해졌다. “아버님도 여기서 2년 동안 조용하고 좋아했을 거야. 이렇게 너희들 마음대로 옮기면 오히려 싫어할 수도 있어.”팽현희는 박태준한테 뭐라고 할 수 없고 외할아버지 핑계를 댔다.박태준은 어이없다며 웃었다. “외숙모 말씀이 틀린 말이 아니네요. 그럼 외할아버지께 말씀드리세요. 혹시라고 싫어하시면 꿈에서 저한테 알려달라고 하세요.”꿈에서 말하라고? 팽현희는 이건 분명히 자기를 위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기가 신도 아니고 무슨 재주가 있어서 꿈에서 외할아버지를 모시겠는가?묘지에서 떠나 다시 외삼촌 집에 가 짐을 챙기러 갔다. 신호연은 게임을 하고 있었고 그들이 짐을 챙겨 나온 걸 보자 핸드폰을 옆에 던지고 말했다. “매형, 둘째 매...... 유성 형님, 경인 시로 돌아가는 거예요? 설 쉬고 간다고 했잖아요.”하마 터 면 다들 보는 데서 나유성을 둘째 매형이라고 부를 뻔했다.신호연도 그들이 떠나는 걸 보자 황급히 자기 짐을 정리하게 되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아직 짐 정리가 안돼서요. 이렇게 빨리 가다니, 설에 친구들이랑 게임 약속까지 잡았거든요.”짐 정리도 다 못했는데 밖에서는 다시 문 닫고 또 열리는 소리가 들려 나와보니 신은지는
신진하는 너무 격동되어 눈을 부릅뜨고 얼굴 표정까지 흉악스럽게 변했다.신은지도 그의 반응에 놀랐지만 바로 진정하고 말했다. “그냥 물어본 거니까 흥분하지 마세요.”신진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 표정은 여전히 굳어져있었다. “혹시 너네 외숙모가 뭐라고 한 거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 돈이라고 하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드는 사람인데 쓸데없는 말 믿으면 안 돼.”신은지는 소파에 앉았고, 그녀의 손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그럼 머리카락이라도 주세요. 검사해서 이런 쓸데없는 말 더는 못하게끔 해야죠.”신진하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여전히 긴장하고 화난 표정이었다. “넌 그 별 볼 거 없는 여자의 말을 믿고 싶니? 아니면 내 말을 믿는 거니?”신은지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신진하의 머리카락을 받고 싶었다. 이렇게 5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신진하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나가! 지금 당장 나가!”신은지도 기운이 빠져 온몸이 쑤씨듯 힘들고 피곤해했다. “이제 알겠네요.”신진하는 눈을 부릅 뜨고 말했다. “뭘 알겠다는 거야?”“저 아빠 딸이 아니네요. 그리고 우리 엄마의 죽음에 당신이 연루되지 않았으면 해요. 정말 뭔가 있다면 그때 당신 용서하지 않겠어.” 신은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신진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자기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기운을 뿜어 신진하도 무서울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밖으로 나왔다.신진하는 신은지의 마지막 눈빛을 잊을 수 없어 입술을 꾹 닫고 있었다. 별장에서 나온 신은지는 바로 떠나지 않고 집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약 10분 뒤 아주머니가 쓰레기 버리러 나왔는데 신은지를 보고 놀라워했다. “아가씨.”신은지는 아주머니를 향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혹시 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게 뭔데요?”아주머니는 방금 주방에 있었지만 두 사람의 말을 다 듣게 되었다. “아빠가 쓰고 있던 젓가락이나 그릇 하나만 가져다주세요. 제가 두둑히 챙겨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뒤에 운전하고 있던 사람도 구경하고 있었는지 바로 박태준의 벨틀리의 범퍼를 박았다.“이 사람,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갑자기 멈추면 어떡해? 제정신이야? 벨틀리가 뭐 대단한 거냐?” 뒤 차의 주인이 고개를 내밀며 큰소리로 말했다.박태준은 상대할 시간도 없이 사람 많은 쪽을 향해 달려갔다. 방금 그 사람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 찍었다. “이런 갑자기 멈추는 것도 모자라 슬리퍼 신고 운전하다니!”벨틀리를 박아 큰돈 내게 생겼는데 어쨌든 증거를 확보해 배상을 해도 적게 할 수 있게끔 하려고 했다.박태준은 힘겹게 앞에 다가가 호수에는 아무 사람이 보이지 않아 옆에 아주머니한테 물어보았다. “사람은요? 살렸어요?”“이렇게 추운 날씨에 누가 뛰어들어 가겠어? 이러다 구하려는 사람도 죽게 생겼네. 아이고 젊은 사람이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자살했는지 모르겠다.” 아주머니는 놀랐는지 가슴 쪽에 손을 대고 말했다.박태준은 겉옷을 벗고 뛰어들 생각이다. “어디서 뛰어내렸는지 알아요?”“저기, 저기 있잖아.” 아주머니가 사투리로 얘기해 박태준은 잘 알아듣지 못한 걸 보고 그냥 손짓으로 방향을 가리켰다.그리고 박태준은 그 방향을 향해 바로 뛰어내렸다. 차가운 호수가 그를 감쌌고 계속 찾다 보니 어렴풋이 뭔가가 보이게 되었다. 박태준은 평소에 꾸준히 운동해서 다행인 거지 아니면 이 추운 날씨에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거다. 겨울 수영은커녕 야외에서 수영한 적이 없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소독 된 수영장에서 운동을 했고 겨울에는 항온 수영장에서만 수영했다.그는 이를 악물고 힘 없이 처진 그 사람을 힘껏 위로 올려 냈다. 내려올 때는 쉬웠지만 물이 차고 한 사람을 끌어올려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 팔에 힘이 다 빠질 정도로 어렵게 호수면으로 올라왔다. 그들이 올라온 걸 보고 누군가가 튜브를 던졌다. 박태준은 한 손으로 튜브를 잡고 한 손으로 호수에 뛰어내린 사람의 손목을 잡고 힘겹게 앞으로 향했다.“살렸다. 살렸다. 빨리 여기로 당겨......” 호수
박태준의 몸은 플라스틱 트랙 때문에 빨갛게 물들었고 다리는 굽고 있어 바지에는 계속 물이 흐르고 있었다. 신은지는 입술을 꾹 닫고 그의 벨트를 풀려고 했다. 박태준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실눈을 떠 웃는 듯 안 웃는 듯 말했다. “내가 아까 부르지 않았으면 그냥 나 얼어 죽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을 거지?”박태준은 만약 경비원이 옷을 넘기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분명히 모르는 체하고 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신은지는 그의 벨트를 풀며 조용히 말했다. “여기 경비원도 있는데 얼어 죽을 일은 없어.”정말 사람이 얼어 죽는다면 장원동 경비원으로서 그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거다.박태준은 막물이 막혀 신은지가 그의 바지를 벗기려 하자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 혼자 바꿀게.”그의 목소리에는 또 열받은 기운이 가득했다.신은지는 그의 말에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박태준은 떨어진 쇼핑백을 그만두고 차에 가서 자기 옷으로 갈아입으려 했다.방금 사고 낸 사람도 박태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다시 돌아온 걸 보고 핸드폰에 찍힌 사진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슬리퍼 신고 운전하다니 내가 다 찍었어. 그리고 이번 사고에 당신 잘못도 있어요.”박태준은 기분이 안 좋은 데다 이 사람의 말을 듣게 되니 더 화가 나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운전할 때는 슬리퍼 신지 않았고 내가 급히 차를 멈췄든 안 멈췄든 충돌사고는 당신 잘못이니 보험회사에 연락이나 하세요.”남자는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박태준은 트렁크에 있던 자기 옷을 챙겨 갈아입었고 비서한테 전화해 뒷일을 처리하라고 시켰다.모든 걸 마무리하고 나니 구급차도 도착했다. 박태준은 보기에 아무 일 없었지만 이렇게 추운 날씨에 호수에 오래 있었으니 병원에 가서 검사받는 게 좋다고 했다. 신은지도 어쩔 수 없이 보호자로서 경비원이 억지로 구급차에 올렸다.신은지는 구급차에 앉았고 커튼이 다 있어 밖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누워있는 박태준을 보게 되었다. “난 네가 나서서 사람을
신은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이 그를 기분 나쁘게 할 줄 몰랐다. “아니.”진화영이 나오고 박태준 차례다. 검사 결과가 2시간 후에 나오는 거라 신은주는 나가 강혜정을 마중하러 했다.강혜정은 뉴스에서 이 사실을 알게 돼 신은주한테 전화해서 주소를 물어 보고 부랴부랴 찾아왔다.“어떻게 된 거야? 정말로 뛰어든 거야? 검사 결과 나왔어? 어때?” 강혜정은 신은지의 손을 잡고 물어보았고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는 박태준도 쳐다보며 걱정스레 물어보았다.“아직 안 나왔어요. 별문제 없을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신은지는 강혜정이 걱정할까 봐 위로해 줬다.“이게 다 내 입방정 때문이지, 이 좋은 날에 괜한 말을 해서 일이 이지경이 되나니. 은지 네가 호수 뛰어든다고 말하니까 태준이가 신발도 안 싣고 그냥 뛰쳐나가는 거야.” 강혜정은 자책한 듯 말했다.“엄마......” 침대에 누워있던 박태준은 다시 눈을 떠 자기 엄마가 그만 말했으면 좋다고 생각했다.“네가 한 짓을 말도 못 하니? 네가 나보고 은지한테 전화하라고 했잖아, 집에 와서 같이 설 쉬자고.” 강혜정은 지금 자기 아들이 병원이 있지 않은 이상 답답해서 정말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다.박태준은 운성 시에 있었던 일을 자기 엄마한테 얘기했고 티는 안 냈지만 신은지를 집으로 불러라는 뜻이 분명했다. 자기가 엄마인데 아들의 속마음을 모르겠는가.박태준은 강혜정이 말한 걸 인정하는 건지 아니면 더 이상 대꾸하고 싶지 않은지 고개를 들려 말을 하지 않았다.2시간 뒤 신은지는 검사 결과를 받으러 갔고 때마침 화장실에서 나온 진화영을 만나게 되었다. “저기요. 그쪽 남자친구 조심하세요, 그 남자 인성이 꽝인 거 같아요.” 진화영은 생뚱맞게 신은지한테 말했다.신은지는 다시 박태준과 재결합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의 인성을 알고 있기에 웃으며 말했다. “자기 살려준 사람을 원수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 목숨을 걸고 구해준 사람한테 이래도 되는 거예요? 그쪽 인성이 꽝인 거 같은데요.” “그 사
강혜정은 아침부터 기운이 없었고 박태준이 나가려는 걸 보고 물었다. “너 어디 가?”“회사요.” 재경그룹은 내일부터 공휴일이라 오늘은 중요한 미팅이 잡혀 꼭 가야 했다.강혜정은 심란한 듯 박태준을 째려보고 말했다. “그럼 퇴근하고 은지 데리고 와. 혼자 외롭게 설 보내게 하지 말고.”박태준은 어제 신은지가 자기 네 집으로 오지 않겠다는 걸 생각하니 얼굴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혼자 있겠다는데 엄마가 왜 걱정하고 있어요?”“넌...... 넌 어쩜 이 모양이니? 누가 좋다고 너한테 시집오겠니? 정말 운도 더럽게 없지. 너네 아버지 닮아서 무뚝뚝하니.” 강혜정은 박태준 때문에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옆에 앉아있던 박용선은 왜 불통이 자기한테 튀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박태준이 이 모양이니 강혜정은 자기가 직접 신은지한테 전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 지 생각했다.“은지야, 지금 어디야?”“뭐? 여행 갔다고? 누구랑? 어디로?”“유라랑 고등학교 친구? 그래, 오랜만에 쉬는 건데 잘 놀다 와. 그리고 거기 덕수절이라고 있는데 인연 거리가 있거든. 거기에서 빨간 끈으로 묶은 두 사람이 꼭 오래 행복하게 잘 살거라고 들었어.” 강혜정은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해 신은지한테 재미있게 놀라고 용돈 2억 원을 보냈다.전화를 끊고 나니 아직도 현관에 서 있는 박태준을 보게 되었다. “회사 간다며? 거기 왜 서 있어? 은지 여행 갔으니까 넌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어. 퇴근하고 일찍 들어와.”박태준은 고개를 숙이며 차가운 눈빛을 숨기고 물어보았다. “누구랑 여행 갔데요?”“유라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라던데? 왜?”“아니요.” 그리고 박태준은 바로 집을 나섰다.......경인 시에서 출발해 4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었는데 설 연휴라 차가 너무 막혀 7시간 넘게 운전해 도착했다.진유라는 미리 호텔 예약을 해놓았다. 그런데 진선호 때문에 가는 길에 방 하나를 더 추가해야 했다. 미리 예약했으니 다행이지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만석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