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하는 너무 격동되어 눈을 부릅뜨고 얼굴 표정까지 흉악스럽게 변했다.신은지도 그의 반응에 놀랐지만 바로 진정하고 말했다. “그냥 물어본 거니까 흥분하지 마세요.”신진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 표정은 여전히 굳어져있었다. “혹시 너네 외숙모가 뭐라고 한 거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 돈이라고 하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드는 사람인데 쓸데없는 말 믿으면 안 돼.”신은지는 소파에 앉았고, 그녀의 손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그럼 머리카락이라도 주세요. 검사해서 이런 쓸데없는 말 더는 못하게끔 해야죠.”신진하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여전히 긴장하고 화난 표정이었다. “넌 그 별 볼 거 없는 여자의 말을 믿고 싶니? 아니면 내 말을 믿는 거니?”신은지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신진하의 머리카락을 받고 싶었다. 이렇게 5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신진하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나가! 지금 당장 나가!”신은지도 기운이 빠져 온몸이 쑤씨듯 힘들고 피곤해했다. “이제 알겠네요.”신진하는 눈을 부릅 뜨고 말했다. “뭘 알겠다는 거야?”“저 아빠 딸이 아니네요. 그리고 우리 엄마의 죽음에 당신이 연루되지 않았으면 해요. 정말 뭔가 있다면 그때 당신 용서하지 않겠어.” 신은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신진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자기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기운을 뿜어 신진하도 무서울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밖으로 나왔다.신진하는 신은지의 마지막 눈빛을 잊을 수 없어 입술을 꾹 닫고 있었다. 별장에서 나온 신은지는 바로 떠나지 않고 집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약 10분 뒤 아주머니가 쓰레기 버리러 나왔는데 신은지를 보고 놀라워했다. “아가씨.”신은지는 아주머니를 향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혹시 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게 뭔데요?”아주머니는 방금 주방에 있었지만 두 사람의 말을 다 듣게 되었다. “아빠가 쓰고 있던 젓가락이나 그릇 하나만 가져다주세요. 제가 두둑히 챙겨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뒤에 운전하고 있던 사람도 구경하고 있었는지 바로 박태준의 벨틀리의 범퍼를 박았다.“이 사람,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갑자기 멈추면 어떡해? 제정신이야? 벨틀리가 뭐 대단한 거냐?” 뒤 차의 주인이 고개를 내밀며 큰소리로 말했다.박태준은 상대할 시간도 없이 사람 많은 쪽을 향해 달려갔다. 방금 그 사람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 찍었다. “이런 갑자기 멈추는 것도 모자라 슬리퍼 신고 운전하다니!”벨틀리를 박아 큰돈 내게 생겼는데 어쨌든 증거를 확보해 배상을 해도 적게 할 수 있게끔 하려고 했다.박태준은 힘겹게 앞에 다가가 호수에는 아무 사람이 보이지 않아 옆에 아주머니한테 물어보았다. “사람은요? 살렸어요?”“이렇게 추운 날씨에 누가 뛰어들어 가겠어? 이러다 구하려는 사람도 죽게 생겼네. 아이고 젊은 사람이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자살했는지 모르겠다.” 아주머니는 놀랐는지 가슴 쪽에 손을 대고 말했다.박태준은 겉옷을 벗고 뛰어들 생각이다. “어디서 뛰어내렸는지 알아요?”“저기, 저기 있잖아.” 아주머니가 사투리로 얘기해 박태준은 잘 알아듣지 못한 걸 보고 그냥 손짓으로 방향을 가리켰다.그리고 박태준은 그 방향을 향해 바로 뛰어내렸다. 차가운 호수가 그를 감쌌고 계속 찾다 보니 어렴풋이 뭔가가 보이게 되었다. 박태준은 평소에 꾸준히 운동해서 다행인 거지 아니면 이 추운 날씨에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거다. 겨울 수영은커녕 야외에서 수영한 적이 없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소독 된 수영장에서 운동을 했고 겨울에는 항온 수영장에서만 수영했다.그는 이를 악물고 힘 없이 처진 그 사람을 힘껏 위로 올려 냈다. 내려올 때는 쉬웠지만 물이 차고 한 사람을 끌어올려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 팔에 힘이 다 빠질 정도로 어렵게 호수면으로 올라왔다. 그들이 올라온 걸 보고 누군가가 튜브를 던졌다. 박태준은 한 손으로 튜브를 잡고 한 손으로 호수에 뛰어내린 사람의 손목을 잡고 힘겹게 앞으로 향했다.“살렸다. 살렸다. 빨리 여기로 당겨......” 호수
박태준의 몸은 플라스틱 트랙 때문에 빨갛게 물들었고 다리는 굽고 있어 바지에는 계속 물이 흐르고 있었다. 신은지는 입술을 꾹 닫고 그의 벨트를 풀려고 했다. 박태준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실눈을 떠 웃는 듯 안 웃는 듯 말했다. “내가 아까 부르지 않았으면 그냥 나 얼어 죽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을 거지?”박태준은 만약 경비원이 옷을 넘기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분명히 모르는 체하고 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신은지는 그의 벨트를 풀며 조용히 말했다. “여기 경비원도 있는데 얼어 죽을 일은 없어.”정말 사람이 얼어 죽는다면 장원동 경비원으로서 그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거다.박태준은 막물이 막혀 신은지가 그의 바지를 벗기려 하자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 혼자 바꿀게.”그의 목소리에는 또 열받은 기운이 가득했다.신은지는 그의 말에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박태준은 떨어진 쇼핑백을 그만두고 차에 가서 자기 옷으로 갈아입으려 했다.방금 사고 낸 사람도 박태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다시 돌아온 걸 보고 핸드폰에 찍힌 사진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슬리퍼 신고 운전하다니 내가 다 찍었어. 그리고 이번 사고에 당신 잘못도 있어요.”박태준은 기분이 안 좋은 데다 이 사람의 말을 듣게 되니 더 화가 나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운전할 때는 슬리퍼 신지 않았고 내가 급히 차를 멈췄든 안 멈췄든 충돌사고는 당신 잘못이니 보험회사에 연락이나 하세요.”남자는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박태준은 트렁크에 있던 자기 옷을 챙겨 갈아입었고 비서한테 전화해 뒷일을 처리하라고 시켰다.모든 걸 마무리하고 나니 구급차도 도착했다. 박태준은 보기에 아무 일 없었지만 이렇게 추운 날씨에 호수에 오래 있었으니 병원에 가서 검사받는 게 좋다고 했다. 신은지도 어쩔 수 없이 보호자로서 경비원이 억지로 구급차에 올렸다.신은지는 구급차에 앉았고 커튼이 다 있어 밖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누워있는 박태준을 보게 되었다. “난 네가 나서서 사람을
신은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이 그를 기분 나쁘게 할 줄 몰랐다. “아니.”진화영이 나오고 박태준 차례다. 검사 결과가 2시간 후에 나오는 거라 신은주는 나가 강혜정을 마중하러 했다.강혜정은 뉴스에서 이 사실을 알게 돼 신은주한테 전화해서 주소를 물어 보고 부랴부랴 찾아왔다.“어떻게 된 거야? 정말로 뛰어든 거야? 검사 결과 나왔어? 어때?” 강혜정은 신은지의 손을 잡고 물어보았고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는 박태준도 쳐다보며 걱정스레 물어보았다.“아직 안 나왔어요. 별문제 없을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신은지는 강혜정이 걱정할까 봐 위로해 줬다.“이게 다 내 입방정 때문이지, 이 좋은 날에 괜한 말을 해서 일이 이지경이 되나니. 은지 네가 호수 뛰어든다고 말하니까 태준이가 신발도 안 싣고 그냥 뛰쳐나가는 거야.” 강혜정은 자책한 듯 말했다.“엄마......” 침대에 누워있던 박태준은 다시 눈을 떠 자기 엄마가 그만 말했으면 좋다고 생각했다.“네가 한 짓을 말도 못 하니? 네가 나보고 은지한테 전화하라고 했잖아, 집에 와서 같이 설 쉬자고.” 강혜정은 지금 자기 아들이 병원이 있지 않은 이상 답답해서 정말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다.박태준은 운성 시에 있었던 일을 자기 엄마한테 얘기했고 티는 안 냈지만 신은지를 집으로 불러라는 뜻이 분명했다. 자기가 엄마인데 아들의 속마음을 모르겠는가.박태준은 강혜정이 말한 걸 인정하는 건지 아니면 더 이상 대꾸하고 싶지 않은지 고개를 들려 말을 하지 않았다.2시간 뒤 신은지는 검사 결과를 받으러 갔고 때마침 화장실에서 나온 진화영을 만나게 되었다. “저기요. 그쪽 남자친구 조심하세요, 그 남자 인성이 꽝인 거 같아요.” 진화영은 생뚱맞게 신은지한테 말했다.신은지는 다시 박태준과 재결합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의 인성을 알고 있기에 웃으며 말했다. “자기 살려준 사람을 원수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 목숨을 걸고 구해준 사람한테 이래도 되는 거예요? 그쪽 인성이 꽝인 거 같은데요.” “그 사
강혜정은 아침부터 기운이 없었고 박태준이 나가려는 걸 보고 물었다. “너 어디 가?”“회사요.” 재경그룹은 내일부터 공휴일이라 오늘은 중요한 미팅이 잡혀 꼭 가야 했다.강혜정은 심란한 듯 박태준을 째려보고 말했다. “그럼 퇴근하고 은지 데리고 와. 혼자 외롭게 설 보내게 하지 말고.”박태준은 어제 신은지가 자기 네 집으로 오지 않겠다는 걸 생각하니 얼굴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혼자 있겠다는데 엄마가 왜 걱정하고 있어요?”“넌...... 넌 어쩜 이 모양이니? 누가 좋다고 너한테 시집오겠니? 정말 운도 더럽게 없지. 너네 아버지 닮아서 무뚝뚝하니.” 강혜정은 박태준 때문에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옆에 앉아있던 박용선은 왜 불통이 자기한테 튀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박태준이 이 모양이니 강혜정은 자기가 직접 신은지한테 전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 지 생각했다.“은지야, 지금 어디야?”“뭐? 여행 갔다고? 누구랑? 어디로?”“유라랑 고등학교 친구? 그래, 오랜만에 쉬는 건데 잘 놀다 와. 그리고 거기 덕수절이라고 있는데 인연 거리가 있거든. 거기에서 빨간 끈으로 묶은 두 사람이 꼭 오래 행복하게 잘 살거라고 들었어.” 강혜정은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해 신은지한테 재미있게 놀라고 용돈 2억 원을 보냈다.전화를 끊고 나니 아직도 현관에 서 있는 박태준을 보게 되었다. “회사 간다며? 거기 왜 서 있어? 은지 여행 갔으니까 넌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어. 퇴근하고 일찍 들어와.”박태준은 고개를 숙이며 차가운 눈빛을 숨기고 물어보았다. “누구랑 여행 갔데요?”“유라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라던데? 왜?”“아니요.” 그리고 박태준은 바로 집을 나섰다.......경인 시에서 출발해 4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었는데 설 연휴라 차가 너무 막혀 7시간 넘게 운전해 도착했다.진유라는 미리 호텔 예약을 해놓았다. 그런데 진선호 때문에 가는 길에 방 하나를 더 추가해야 했다. 미리 예약했으니 다행이지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만석이라는
이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신은지는 아무 반응 없이 진선호가 칼에 스키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주변에서 구경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칼을 든 걸 보고 다들 쉽게 나서지 못했다.신은지는 옆 포장마차에서 방망이를 뽑아 재빨리 그 사람들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진선호는 마지막 사람까지 쓰러트리고 신은지를 자기 폼으로 안고 그녀의 손에 든 방망이를 잡았다. “됐어요. 다 도망갔어요. 이러다 다른 사람까지 다치게 생겼어요.”그 양아치들은 순찰하고 있던 경찰한테 다 잡혔다. 진선호는 검은색 옷을 입어 상처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고 핏물이 흘러나오는 걸 보고 신은지는 빨리 병원에 가자고 말했다. 신은지는 요즘 병원을 너무 많이 드나들어 자기가 정말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별 크게 단친것도 없으니까 내일이면 아물 거예요.” 진선호는 자기가 얼마만큼 다칠 거 까지 생각한 거다. 저 양아치 몇 명이 자기를 쉽게 건들 수 없었고 이렇게 다친 걸 갖고 병원까지 간다는 게 너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안돼요.” 신은지는 그래도 걱정돼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은지 씨가 대신 밴드만 붙여줘요. 호텔 밑에 약국 있는 거 봤어요.” 진선호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호텔로 돌아온 진선호는 먼저 씻고 다시 신은지 방으로 찾아갔다. 그는 티셔츠만 입고 있어 옷을 올려 바로 벗었다. 그러니 가슴 쪽에 있는 상처가 휜히 보였고 씻고 나니 하애진 데에 빨간색 핏물이 흘러나오니 더 안쓰러워 보였다.신은지는 면봉과 소독제로 상처를 닦고 있었고 옆에 있던 진유라는 영상을 찍어 오늘있었던 일들을 인스타에 올렸다.진선호가 군인 출신이라 몸매 하나는 정말 인정해야 했다. 매끈한 근육라인 그리고 섹시한 인어 라인이 바지 허리에 뻗어 그 어느 누가 봐도 섹시하다고 느낄 거다.신은지는 상처에 약을 바르고 있었고 남성미가 흐르는 몸에 가냘픈 여자의 손까지, 너무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진유라는 인스타에 두 사람의 영상 뿐만 아니라 제목까지 생각해 글을 올렸다.“이혼 축하
이미 닫힌 묘지를 본 신은지는 눈을 부릅 뜨고 박태준을 째려보았다. “박태준, 너 진짜 가관이고 진상인 거 알아? 네가 뭔데? 지랄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돼?”그녀의 말에 박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자기한테 이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됬다. “신은지, 진정 좀 하지.”“내가 지금 손 안 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내가 외할아버지 데리고 갈 테니까 묘지 다시 열어!” “이미 닫은 걸 다시 열어라고?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이게 너의 효도야? 대체 외할아버지를 몇 번이나 옮기고 귀찮게 해야겠니?”박태준은 다시 비웃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운성에 있을 때는 묘지 옮기겠다고 난리하더니 경인 시로 다시 돌아오니 아무 일 없는 듯 남자랑 여행이나 가고 참 잘하는 짓이다.”신은지는 그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는 절대 안 돼.”여긴 박태준 네 집안 묘지 인건 알고 있었다. 박태준이랑 재결합할 생각도 없어 외할아버지를 여기에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외할아버지는 다시 집으로 가고 싶어 했어.”“어르신은 여기서 20년 넘게 있었고 너네 엄마의 묘지도 경인 시에 있는데 여기가 집이 아니면 어디가 집이야? 아니면 다시 운성으로 보낼 거야? 네가 매일 지킬 건가? 너네 외삼촌은 네가 다시 묘지를 옮길 거라고 생각 안 해?”신은지는 말문이 막혔다.“아니면 너희 엄마 묘지도 여기로 옮겨야 집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신은지도 박태준의 말에 더는 화내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기 생각대로 외할아버지를 여기저기로 옮기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기는 경치도 좋고 풍수도 좋아 운성에 있는 묘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곳이었다. 신은지가 아무리 큰돈을 쓰더라도 이렇게 좋은 자리는 못 찾을 것이다.이때 고연우도 박태준을 도와 말했다. “은지 씨, 여긴 경인 시에서 제일 좋은 자리 좋은 자리예요. 게다가 외삼촌도 알고 있는 일이니 그냥 받으세요. 나중에 두 사람 부딪히는 일이 있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편
박태준의 입술에 닿으려 하자 그는 재빨리 손으로 전예은을 막았다.그러자 전예은은 더 이상 계속 안기지 않았고 그의 동작에 술이 확 깼다. 술김에 용기를 내서 평소에는 자존심 상해 절대 하지 않았던 일을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지 몰랐다.그녀는 박태준이 막고 있는 손을 보고 스스로를 비웃었다. “내가 아니더라도 두 사람 잘 되는 거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박태준은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전예은한테 던졌다. 냉수가 너무 차가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받은 걸 다시 던지게 되었다.“술 다 깬 거 같은니 얼른 들어가서 자.” 박태준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전예은은 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늦잠 자려고 했던 신은지는 박태준네 집에서 일하는 이모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이모님, 어쩐 일이세요?”“사모님이 갑자기 쓰러졌는데요. 지난번 약을 어디에 두셨는지?” 이모님의 목소리는 너무 다급해 보였다.강혜정은 지난번 건강검진에 심장이 안 좋다는 결과를 받았고 최근에는 아무렇지 않아서 집에 일하던 사람들도 음식에만 신경 썼지 약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이렇게 갑자기 쓰러진다는 걸 누가 상상이라도 했는가?신은지의 잠은 한순간 확 깼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옷 입으면서 말했다. “침대 옆 서랍 맨 밑에 칸에 있어요.”전에 신은지는 강혜정이 편하게 찾을 수 있게 침대 옆에 약을 넣었다.“전에는 괜찮았는데 왜 갑자기 쓰러진 거예요?”“이게......” 이모님은 말을 잇지 못하고 전화는 끊겼다.집에 가족들이 다 있고 개인 의사까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바로 박태준 네 본가로 향했다.신은지가 도착해 보니 강혜정은 이미 깨어있었고 얼굴에는 혈색 없이 창백해 보여 손에는 링거를 맞고 있었다.“아버님, 어머님 어떠세요?”“괜찮아졌어. 그게 갑자기 충격받아서 그런 거니 이젠 좋아질 거야.”신은지는 고개를 끄덕이었고 강혜정한테 더 충격 줄 가봐 뭐 때문에 쓰러졌는데 물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