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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그녀는 너무 아팠다.

욕실에서 나온 박태준은 침대에 누운 사람을 보고 얼굴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네가 여기 왜 있어?”

나유성은 어디에서 가져온지 모르는 고등학교 화학 교재를 보며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은지가 너랑 같은 방 쓰기 싫데.”

“나도 너랑 같이 자고 싶지 않은데 굳이 여기 계속 있겠다면 그냥 바닥에서 자.”

나유성은 이제야 책에서 눈을 떼, 박태준을 쳐다보고는 눈을 감고 바로 침대에 누워 잤다.

박태준은 사실 어디서나 잘 잔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잠이 안 와 베란다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바같만 쳐다보았다.

운성의 겨울은 경인 시보다 온도는 높았지만 습기가 차 뼈에 스며 드는 추움이었다. 베란다와 거실 사이는 미닫이문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문은 닫혀져 있어서 에어컨의 따뜻한 바람이 오지 않아 그의 손은 이미 얼어 아무 감각이 없는 거 같았다.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화장대에 놓인 드라이기를 보고 생각에 빠졌다.

새벽에 잠을 설친 박태준은 밖에 소리가 있어 일어나 보니 거실에서 누군가가 플래시를 쥐고 서랍장을 뒤지고 있었다. 지금 시간이 새벽 2시라 밖은 어두웠고 오직 가로등만 불빛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외삼촌 집은 고층이라 희미한 불빛이 비쳐 들어와 간신히 물건을 볼 수 있었다.

박태준은 실눈을 뜨고 자세히 보니 신은지였다. 그녀는 머리를 풀고 편한 잠옷을 입고 이 새벽에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박태준은 조용히 신은지 옆에 다가 갔지만 슬리퍼 소리 때문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새벽에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아......”

신은지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핸드폰도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식은땀이 나 안색이 너무 안 좋았다.

박태준도 걱정한 눈빛으로 그녀의 이마에 손을 놓고 물었다. “왜 그래?”

한겨울에 이렇게 식은땀이 나는 걸 보니 어디 아픈 거 같았다.

신은지는 주저앉은 채 일어나지도 못하고 목소리까지 떨면서 말했다. “배 아파, 그러니까 진통제 있는지 찾아봐줘.”

정말 너무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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