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혁이 말을 마치자 박연희가 얼굴을 붉혔다.매번 조은혁이 보상을 해주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게다가 임신한 몸일지라도... 조은혁에게는 그녀를 괴롭힐 방법이 항상 있었다.그러나 박연희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책을 주워 읽으며 시치미를 뗐다.“당신의 보상 따위는 필요 없어요.”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고귀해 보여 원래 조은혁은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어느덧 또 그녀를 품속으로 끌어들여 계획을 말하도록 협박했다.조은혁의 품에 안겨 얇은 어깨에 느슨하게 걸쳐진 검은색 실크 잠옷 아래 훤히 드러난 투명한 피부는 마치 아름다운 유리 조각 같이 고혹적이었다.그녀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계획을 말해주었다.박연희의 스킨쉽에 끔뻑 넘어가 버린 조은혁은 지금이라도 당장 그녀에게 보상을 주고 싶었다.이윽고 그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넌 얼마든지 가서 판을 벌여. 내가 너의 든든한 방패가 돼줄게. 때가 되면 나도 너를 도울게.”...3일 후.B시의 김씨 가문에서 연회를 열었다.김씨 집안은 비록 전성기는 아니지만 김씨 집안의 인척은 대단했다. B시, 이곳에서는 설령 심지철일지라도 조금의 체면을 팔아야 했다.하여 김씨네 가문이 연회를 열게 되자 심씨 집안 전원이 연회에 참석하며 그들의 체면을 세워주었다.물론 심경서는 참석하지 않았다.저녁 8시.김씨 별장, 연회가 한창 무르익고 은은하고 감동적인 바이올린 음악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유명인사들은 귀부인들의 가는 허리를 잡고 무도장에서 춤을 추며 한 곡이 끝나면 미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물론 심지철의 지위는 초연했다.심씨네 가족은 김씨 가문의 주인과 함께 앉아서 다과를 먹으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심경서에 관한 일에서는 김씨 가문을 이용할 수 있기에 심지철은 계속하여 그들의 곁에서 바람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김씨 가문의 태도는 모호하기만 했다.뜻대로 풀리지 않자 심지철도 점점 힘에 부쳤다.그때, 마당에서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고요한 밤.심씨 저택은 적막하기만 했다.2층의 메인 침실, 최민정은 드레스룸에서 옷을 정리하며 그녀가 평소에 입던 옷과 액세서리는 모두 두 개의 큰 상자 안에 넣어두었다...그리고 심철산은 밖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열 개 정도 담겨 있었다.최민정은 짐 정리를 끝내고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며 물었다.“철산 씨, 저와 함께 가지 않겠어요? 만약 당신이 나와 함께 간다면 우리는 여전히 금실 좋은 부부겠죠... 하지만 당신이 이곳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면 저도 당신의 선택을 존중할 거예요. 하지만 우리 부부의 인연도 여기까지죠. 이 집은 더 이상 있을 수 없어요.”그녀는 심지철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진심으로 그를 아버지처럼 대했다.하지만 운명은 그녀를 조롱하기라도 하듯 이상하게 흘러갔다.최민정은 그 현명한 어르신이 사실은 이렇게까지 우매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의 건강을 해칠까 봐 목숨보다 더 아낀다던 친손자에게 골수를 이식해주지 않고 그를 죽게 내버려 두었다.심철산은 담배를 뻑뻑 피워댈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최민정도 그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곧이어 고용인을 불러 분부했다.“아주머니, 제 짐을 차에 올려놓으세요.”그 말에 깜짝 놀란 임씨 아주머니가 다급히 물었다.“사모님, 어디 가십니까?”최민정은 수중에 재산이 있는 데다 친정집도 굴할 것 없는 가문이라 갈 곳이 없을까 봐 걱정할 일은 없었다.“먼저 호텔에서 지내고 추후의 일은 천천히 계획해 보려고요.”임씨 아주머니가 조마조마한 마음을 무릅쓰고 막 짐을 들려고 하자 그때 현관에서 심지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어디로 갈 건데? 왜, 이 집을 버리려고?”최민정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고는 곧이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여기가 집이라고 할 수 있나요? 모든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저는 이제 잘 모르겠어요. 어르신은 우매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경서는 밖에서 바람이나 피우고, 김이서 씨도 여자로
박연희가 담담히 웃었다.둘이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잠에 들려고 했을 때 침대맡에 놓인 조은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 온 사람은... 조은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철이 몰래 박연희의 혈액형 검사를 했고 박연희와 심윤은 혈액형이 일치했습니다. 심지철은 아마 조만간 행동을 취할 겁니다. 지금 조 대표님이 H 시에서 세력이 있는 걸로 압니다. 빨리 박연희 씨를 H 시로 보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두 아이들도 함께요. 지금 B 시는 너무 위험합니다." "심경서 부인이 지금 저택에 갇혀 있습니다." "심윤은 거의 미쳐 날뛰고 있는 중입니다." ... "알겠습니다." 조은혁은 아무런 표정 없이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박연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모든 내용을 들었음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었다. 조은혁은 그런 그녀를 안고 그녀가 기댈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지금 H 시에서 정연호 대신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은 내 사람이야. 심지철이 B 시에서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H시까지 관여할 수 없을 거야. 연희야, 나는 네가 두 아이와 장씨 주머니와 함께 그쪽으로 가서 지냈으면 좋겠어." 그도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게다가 그녀는 임신 중이었기에 지금 남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조은혁은 매우 망설였지만 오늘 밤 전화를 받은 후 그는 H 시로 가족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조은혁은 박연희의 입술을 탐하며 끊임없이 입맞춤했다. "어쩌면 1-2년 많게는 3-4년이 걸릴지도 몰라. 심지철 그 독종을 해결할 때까지. 하지만 그래야만 우리 가족이 무탈할 수 있을 거야." 박연희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와 조은혁이 이제야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고 깨를 볶을 때 떠나야 한다니. 박연희는 그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며 속삭였다. "은혁 씨, 나랑 아이들은 H 시에 있지만 당신이 많이 그리울 거예요." 그
주차장에서 서 비서가 운전을 하려고 할 때 심씨 어르신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 비서, 이제부터는 가족 내 일이니 더 이상 따라올 필요 없어."서 비서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르신의 일은 제 일입니다."심씨 어르신이 그런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네."심씨 어르신의 말에 서 비서는 더 이상 질문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검은 차량이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차량이 대문을 나서자 그는 재빨리 핸드폰을 열고 전화번호를 눌렀다."조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심씨 어르신이 저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병원인지 저도 알 수 없습니다."...JH 그룹 대표실. 조은혁이 전화를 끊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김비서 사무실을 지나치면서 그는 낮게 말했다. "지금 부를 수 있는 모든 보디가드들을 불러요. 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금 아주 큰 일이 발생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비서도 이를 직감했는지 빠르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조은혁은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1층 버튼을 눌렀다.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박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핸드폰은 이미 꺼져 있었다. 조은혁은 더 이상 전화를 걸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 속의 그의 얼굴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조은혁이 차 안으로 들어가자 메세지를 받았다.그는 메세지를 보저마자 엑셀을 밟았다. 10 여 분이 흐른 뒤. 조은혁은 6성급 호텔에 도착했다. 스위트룸에 들어가자 한 남녀가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여자는 바로 김이서였다. 남자는 그녀의 새 내연남이었다. 그를 통해 김이서는 여자로서의 행복을 느껴가고 있었다. 오늘은 심윤의 수술 날이었지만 심씨 어르신이 그녀가 나타나길 원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이 남자에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아직 한 번 밖에 관계를 맺지 않았지만 조은혁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김이서는 옷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려 했다. 하지
눈치 없는 의사가 마취제를 들고 들어왔다. "지금 골수를 빼내야 하니 보호자께선 나가주시죠." "빼긴 뭘 빼." 조은혁이 남의사를 향해 발길질했다. 그러자 남의사는 곡 소리를 내며 바닥에 뒹굴었다. 이윽고 수백 명의 JH 그룹 보디가드들이 병원을 둘러쌌다. 심씨 어르신이 데려온 보디가드의 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장씨 아주머니는 밧줄에서 풀려나자마자 사모님에게로 달려갔다. 장씨 아주머니가 통곡했다. "대표님이 빨리 왔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큰일 날 뻔했어요." 박연희의 눈에도 눈물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조은혁과 사흘 뒤에 H 시로 가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심지철이 이렇게까지 미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은혁은 더 이상 화를 감추지 못하고 천천히 외투를 벗어 던졌다. 그의 몸에 맞게 제작한 셔츠 안으로 그의 근육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먼저 의사를 반쯤 죽여놓았다. 그리고 심씨 어르신을 향해 다가갔다. 심씨 어르신의 옆에 사람들은 그런 조은혁을 말렸다. "조 대표님, 진정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조은혁은 차갑게 말했다. "뭔 진정? 내 아내를 이런 곳으로 데려와 골수를 빼내고 내 아이를 죽이려고 했는데, 내가 어떻게 진정해?" 힘이 넘치는 조은혁은 쉽게 심씨 어르신을 제압하고 그의 팔 잡아당겼다. 진짜 남자는 주저앉지 않는 것이다. 팔을 힘껏 잡아당기자 심씨 어르신의 팔이 부러졌다. 팔 부러지는 소리가 공간에서 울려 퍼졌다.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그 누구도 조은혁이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명예가 드높은 어르신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심씨 어르신은 뒤로 주춤거리며 팔을 감싸고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 이길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때 장 씨 아주머니가 미친 사람처럼 심씨 어르신에게 달려갔다. 장씨 아주머니는 결코 사리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의리만 중요했다. 누가 자신의 사모님을 다치게 했다면 그 사람에게도 똑같이
홍일 병원은 전력을 다해 심윤을 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아이는 복이 넘쳐났는지 평생 불구로 될 위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몸은 많이 약해졌다. 김이서는 자신의 아들을 안고 통곡했다. 그녀는 이미 심씨 가문에서 영향력이 없었다. 지금 그녀는 심씨 어르신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김이서는 박연희가 가문을 생각한다면 심씨 어르신에게 엎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씨 어르신도 김이서를 믿지 않았기에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시간 있으면 아이랑 많은 시간을 보내. 밖에서 다른 남자들과 뒹굴지 말고. 네가 행동거지를 올바르게 했다면 조은혁에게 덜미를 붙잡힐 일이 없었겠지." 김이서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심씨 어르신에게 훈육을 듣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심 어르신에게 잘 보여야 했기에 모든 화를 참았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이미 심경서와 이 지경까지 되었기에 자신의 행복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심씨 가문은 정말 콩가루 집 안으로 되었다. ...조은혁은 박연희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 조은혁은 걱정되어 박연희를 유씨 가문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한 뒤 아무 일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야 별장으로 돌아왔다. 도착한 뒤 장씨 아주머니는 별장의 곳곳에 소금과 팥을 뿌리며 중얼중얼 기도했다. 조은혁은 그런 장씨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며 피식거렸다."이건 또 어디서 배우셨어요?" 장씨 아주머니는 그의 물음에 버럭 화를 냈다. "이 부적은 말하면 효력을 잃어요."조은혁은 더이상 말하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민희는 아직도 공포에 질려 박연희 품에 파고들었다. 아이들은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우유를 원한다. 조은혁은 민희에게 분유를 풀어주었다. 젖병을 가지자 민희는 힘껏 빨아당기며 조용희 눈을 감았다. 조은혁은 민희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 자신이 품으로 천천히 안았다. 딸아이는 아빠의 냄새를 맡으며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젖병을 입안에서 던져버렸다. 조은혁은 젖병을
장씨 아주머니가 떠나고 조은혁은 박연희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2층에 남아 있어. 민희를 깨우지 말고. 만약 아빠가 어딨냐고 물어보면 출장 갔다고 말해.”그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이 걱정되었는지 많은 부탁을 했다. 박연희는 눈물을 감추며 그의 말을 하나하나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점심에 조은혁은 경찰차와 함께 떠났고 박연희는 베란다에서 그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조은혁이 떠나고 그녀는 하루가 너무 늦게 흘러갔다. 그녀는 1년 같은 하루를 지내면서 7일을 기다렸지만 조은혁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가 구치소로 가서 만나고 싶었지만 결코 허락되지 않았다. “조 대표님은 중대한 안건과 관련 있습니다.”죄를 씌우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그 구실은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박연희는 심씨 어르신의 지시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심씨 어르신은 결코 조은혁을 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조은혁으로 심윤의 골수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연희는 결코 구걸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뱃속에 있는 자신과 조은혁의 사랑의 결실을 꼭 지켜내야 했다. 그녀는 회색빛 높은 벽 밖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벽 안에서 조은혁은 남루한 모습으로 나무판 침대에 기대어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의 몸은 상처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연희가 밖에서 아직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석양이 내려앉았다. 박연희는 비싼 차 안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그건 구치소 안의 조은혁의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석양이 차창 유리를 뚫고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빨갛게 수놓았다. 가녀린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했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온화한 성격으로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조은혁을 위해 그녀는 H 시로 다녀와야 했다. 하지만 H 시로 가기 전 그녀는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익숙한 그
야밤.심씨 어르신이 서재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옆의 서 비서에게 물었다. “아직도 자백하지 않았느냐.” 서 비서는 심씨 어르신에게 차를 부어주며 담담히 웃었다. “이렇게 큰 사건을 조 대표가 그렇게 쉽게 승인하겠습니까? 지금 제가 듣기론 한 글자도 승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씨 어르신이 냉담하게 웃었다. “그놈 참 똑똑하구나.” 어르신은 찻잔을 받아 들고 한입 마셨다. “이런 독한 놈에겐 특별한 방법을 써야 해. 그 사람들 이런 일 잘하잖아. 그 사람들을 불러서 본때를 보여달라고 해. 무슨 수를 쓰든 조은혁이 승인하게 만들어.” 서 비서는 낮게 웃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심씨 어르신이 손에 쥐었던 잔을 내려놓았다. “그놈이 신경 쓰이는 것인가.” 서 비서는 급히 부인했다. “저는 이렇게 하면 아가씨 마음을 다치게 할까 봐 두렵습니다. 지금 조 대표와 관계가 좋으니까 말이에요.” 심씨 어르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차갑게 웃었다. “걔가 저번 일 이후로 나에게 어떤 감정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심씨 가문에서 경서와 철산까지 포함한 모든 자식 중에서 연희가 나를 제일 닮았어. 독해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독해질 애야.” 서 비서는 옆에서 맞장구쳤다. “아가씨는 외유내강이에요.” “자네만 이렇게 걔를 칭찬할 거야.” 그때 사무실 안의 전화가 울렸다. 심씨 어르신은 가볍게 목을 풀고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한 병원 원장의 겁에 질린 채로 심씨 어르신에게 사실을 알렸다.“경서가...” 심씨 어르신의 손에서 전화기가 떨어졌다. ...새벽 응급실 안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락날락했다. 심씨 어르신은 굳은 표정이었다. 심철산 부부도 눈에 눈물을 머금었다. 김이서가 급히 달려와 캐물었다. “경서씨가 어떻게 자살해요? 임윤아를 위해서 자살한 거예요?” 한 장의 수표가 김이서 눈앞에 떨어졌다. 심씨 어르신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박연희가 66억을 들여 경서를 만났어.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