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아주머니가 떠나고 조은혁은 박연희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2층에 남아 있어. 민희를 깨우지 말고. 만약 아빠가 어딨냐고 물어보면 출장 갔다고 말해.”그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이 걱정되었는지 많은 부탁을 했다. 박연희는 눈물을 감추며 그의 말을 하나하나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점심에 조은혁은 경찰차와 함께 떠났고 박연희는 베란다에서 그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조은혁이 떠나고 그녀는 하루가 너무 늦게 흘러갔다. 그녀는 1년 같은 하루를 지내면서 7일을 기다렸지만 조은혁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가 구치소로 가서 만나고 싶었지만 결코 허락되지 않았다. “조 대표님은 중대한 안건과 관련 있습니다.”죄를 씌우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그 구실은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박연희는 심씨 어르신의 지시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심씨 어르신은 결코 조은혁을 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조은혁으로 심윤의 골수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연희는 결코 구걸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뱃속에 있는 자신과 조은혁의 사랑의 결실을 꼭 지켜내야 했다. 그녀는 회색빛 높은 벽 밖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벽 안에서 조은혁은 남루한 모습으로 나무판 침대에 기대어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의 몸은 상처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연희가 밖에서 아직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석양이 내려앉았다. 박연희는 비싼 차 안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그건 구치소 안의 조은혁의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석양이 차창 유리를 뚫고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빨갛게 수놓았다. 가녀린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했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온화한 성격으로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조은혁을 위해 그녀는 H 시로 다녀와야 했다. 하지만 H 시로 가기 전 그녀는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익숙한 그
야밤.심씨 어르신이 서재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옆의 서 비서에게 물었다. “아직도 자백하지 않았느냐.” 서 비서는 심씨 어르신에게 차를 부어주며 담담히 웃었다. “이렇게 큰 사건을 조 대표가 그렇게 쉽게 승인하겠습니까? 지금 제가 듣기론 한 글자도 승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씨 어르신이 냉담하게 웃었다. “그놈 참 똑똑하구나.” 어르신은 찻잔을 받아 들고 한입 마셨다. “이런 독한 놈에겐 특별한 방법을 써야 해. 그 사람들 이런 일 잘하잖아. 그 사람들을 불러서 본때를 보여달라고 해. 무슨 수를 쓰든 조은혁이 승인하게 만들어.” 서 비서는 낮게 웃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심씨 어르신이 손에 쥐었던 잔을 내려놓았다. “그놈이 신경 쓰이는 것인가.” 서 비서는 급히 부인했다. “저는 이렇게 하면 아가씨 마음을 다치게 할까 봐 두렵습니다. 지금 조 대표와 관계가 좋으니까 말이에요.” 심씨 어르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차갑게 웃었다. “걔가 저번 일 이후로 나에게 어떤 감정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심씨 가문에서 경서와 철산까지 포함한 모든 자식 중에서 연희가 나를 제일 닮았어. 독해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독해질 애야.” 서 비서는 옆에서 맞장구쳤다. “아가씨는 외유내강이에요.” “자네만 이렇게 걔를 칭찬할 거야.” 그때 사무실 안의 전화가 울렸다. 심씨 어르신은 가볍게 목을 풀고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한 병원 원장의 겁에 질린 채로 심씨 어르신에게 사실을 알렸다.“경서가...” 심씨 어르신의 손에서 전화기가 떨어졌다. ...새벽 응급실 안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락날락했다. 심씨 어르신은 굳은 표정이었다. 심철산 부부도 눈에 눈물을 머금었다. 김이서가 급히 달려와 캐물었다. “경서씨가 어떻게 자살해요? 임윤아를 위해서 자살한 거예요?” 한 장의 수표가 김이서 눈앞에 떨어졌다. 심씨 어르신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박연희가 66억을 들여 경서를 만났어.
겨울밤의 바람이 뼈를 쑤셨다. 심씨 어르신이 복도에 섰다. 그가 느껴본 적 없는 무력함에 빠져 있었을 때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철 어르신 맞습니까?” “누구죠?” 심씨 어르신이 경계 가득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려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택배원이었고 그의 손에 꽃다발이 들려져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심씨 어르신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이건 박연희 씨가 보낸 꽃입니다. 삼가 거인이 명복을 비는 꽃입니다.” 꽃다발을 받은 심씨 어르신의 눈에 분노가 일렁거렸다. 그는 그 꽃을 바닥에 내던지고 정신을 잃은 듯 발길질했다. 박연희가 지금 자신에게 경고를 주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다시 조은혁에게 손을 댄다면 박연희는 다시 심경서에게 손을 댈 것이다. 이번엔 진짜로 심경서를 죽일 것이다. 서 비서는 빨리 달려와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심씨 어르신이 고개를 들었다. “조은혁의 심문을 멈춰라. 하지만 결코 그를 밖으로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JH 그룹의 문제를 찾아내라.” 서 비서는 단번에 알아차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가족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심씨 어르신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이렇게까지? 걔가 경서에게 자살해라고 했을 때 박연희는 주저하지 않았지. 걔는 지금 나한테 선전포고를 하는 거야. 나도 두고 볼 거야. 조은혁이 곁에 없는데 걔가 뭘 할 수 있겠어.” 서 비서는 한숨을 쉬었다. 그가 병원에서 나와 차에 올랐을 때 뒷자리에 누군가가 타 있었다. 박연희였다. 서 비서가 아무런 표정 변화 없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은혁의 사람으로 된 것이다. 서 비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아까 사모님의 행동에 어르신이 크게 노하셨습니다.” 박연희가 담담히 웃었다. 그녀는 자신의 지갑에서 한 장의 수표를 꺼내 서 비서에게 건네주었다. 서 비서가 선뜻 받지 않자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2시간 자고 나서 박연희는 깼다. 그녀는 평상시와 같게 범진과 민희를 돌보았다. 옷을 입을 때 민희는 아빠가 보고 싶다며 엄마의 어깨에 기대며 애교를 부렸다. "민희는 아빠가 보고 싶어요."박연희는 코가 찡했다. 그녀는 부드럽게 민희를 안았다. "아빠는 출장하러 갔어. 아빠도 우리 민희가 보고 싶을 거야."범진은 그들의 대화를 들었는지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빠는 언제 오는 거야?" 박연희는 조금 주춤거렸다.이윽고 그녀는 손을 뻗어 범진을 쓰다듬으며 조금은 목멘 목소리로 말했다."올해 연말 전에는 올 거야. 범진아, 해가 가기 전에 아빠는 꼭 돌아올 거야." 범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혼자 있을 때 범진은 방에서 홀로 눈물을 훔쳤다. 침실 문 앞에서 박연희는 한 참이나 서 있다가 결국 들어갔다. 범진은 그녀를 본 고집스럽게 물었다. "아빠 안 오는 거 아니야? 아빠 죽었어?" 남자아이는 이 나이대에 자존심을 부린다. 하지만 범진의 눈에서 진주알마냥 큰 눈물이 주룩주룩 떨어졌다. 범진은 눈물을 닦았다. 범진이 이렇게 운 건 처음이었다. "아빠 안 돌아오는 거야?" 박연희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범진에게 일부 사실을 말해주었다. "아빠는 엄마랑 동생을 구하기 위해 구치소에 들어갔어. 아빠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아빠는 엄마의 영웅이야. 범진아, 엄마는 아빠를 새해가 오기 전에 데리고 올 거야." 범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범진이 청량한 눈망울로 박연희를 올려다보았다. "진짜지?" 박연희는 글썽거리며 말했다. "그럼 진짜지. 범진아, 엄마가 H 시에 다녀올게. 적게 걸리면 2-3일, 많으면 일주일이 걸릴 거야. 엄마가 너랑 동생을 고모에게 맡길 거야. 고모한테 가면 동생 잘보살펴줘야 돼, 알았지?" 범진은 아무런 말 없이 엄마를 끌어안았다. ...겨울 아침 온 세상은 하얗게 변했다. 햇살이 창문 유리를 뚫고 들어와 주방을 환히 비추었다. 박연희는 주방에서 정성스럽게 만
"적군과 아군 정도는 제가 분별할 수 있습니다." 조은혁이 담담히 말했다. 그제야 그 문지기는 걱정을 내려놓고 조은혁에게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갑자기 조은혁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 사람이 울었나요?" "뭐라고요?" 그 사람이 순간 얼어붙었다. 조은혁의 뜻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조은혁의 아내 같은 사람이 왜 남편을 위해 운단 말인가.중년 나이에 남편을 잃는 건 좋은 일이 아닌가.조은혁은 그 누구도 두 사람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오후 2시.박연희는 범진과 민희를 유선우 집에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조은서에게 자신이 H 시에 간다고 얘기했다. 조은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이 박연희 대신에 가겠다고 말했다. "유선우도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혼자 H 시에 가는 건 너무 위험해요. 우리 오빠도 많이 걱정할 거예요." "이건 당신 오빠의 뜻이에요." 조은서는 그래도 역시 동의하지 않았다. 박연희는 두 아들딸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내가 만약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조은혁도 나오지 못할 거예요. 그때 당신이 나 대신에 JH 그룹 재무 문제를 해결해 주세요. 그리고 이 서류도 위에 보고해 주세요." 말을 마치고 박연희는 두 서류를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조은서는 서류를 꺼내 들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자신이 오빠의 대담함에 놀랐고 박연희 무덤덤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예전에 박연희는 순진무구한 소녀였다. 이런 음산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는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 만약 그녀와 조은혁이 실패한다면 그녀는 심씨 어르신과 정은호를 함께 묻을 생각이었다. 심씨 가문을 파멸시킬 작정인 것이다. 조은서가 경악하고 있을 때 박연희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은서 씨, 나와 은혁 씨 운명을 당신에게 맡길게요. 만약 우리 부부가 실패한다면 우리를 대신해서 범진과 민희를 성인 될 때까
H 시의 힐튼 호텔 2층 옥상. 김 비서의 지시 속에서 수백 명의 보디가드들이 박연희를 치밀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출입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스위트룸 안.김 비서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박현희에게 보고 올렸다.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어떠한 리스크도 없게 했습니다. 내일 아침 정씨 저택으로 가 명함을 드릴 예정입니다. 조 대표님의 얼굴을 봐서라도 거절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불빛 아래에서 박연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많은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온 건 내가 결코 무섭기 때문이 아니에요."김 비서는 단번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박연희는 그녀의 모습에 담담히 웃었다. "은혁 씨가 구치소에 들어간 지금, 정은호 씨는 누구도 만나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심지철도 저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 그에게 애걸복걸하기를 원할 . 이렇게 많은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온 건 체면 때문이에요. 내일 명함을 건네줄 때 기세를 장악하기 위한 거죠."김 비서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 비서는 박연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결코 얕볼 여자가 아니었다. .... 야밤.박연희가 창가에 서서 H 시의 화려한 밤거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남편을 걱정했다. 그녀가 이번에 H 시에서 성공해야만 했다. 성공과 실패는 한순간에 달려 있다. 영광스럽게 복귀할지 아니면 모든 것을 잃고 실패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한참이나 창가에 서서 고개를 살짝 젖혔다. 그녀의 눈은 열정으로 가득 찼다. 박연희의 예상과 같이 정은호는 조은혁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김 비서는 그에게 명함을 건네주지 못한 채 조금 실망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예상했었던 일이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만약 앞으로 3일이나 더 갔는데도 명함을 받지 않는 거라면 다른 방법을 쓰면 되죠."박연희의 이렇듯 태연한 모습에 김 비서는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호화스러운 홀에 엄수지가 중심에, 옆에는 두 귀부인이 있었는데 서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마침 조은혁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조 대표는 나올 수 없나 봐요.”“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정 대표님은 이제야 숨통이 트였어요. 조 대표가 H 시에 올 때마다 정은호가 옆에서 아부해야 했는데 이젠 속 시원하겠어요. 사모님, 축하드려요.”...엄수지는 이런 불미스러운 과거를 다시 들춰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기분이 언짢아진 엄수지가 막 화를 내려던 참에 박연희가 들어왔다. 값비싼 옷에 하이힐을 받쳐 신었고 몸에는 몇십억에 달하는 보석이 있었다... 심지어 예쁜 비서와 4명의 검은 옷을 차려입은 경호원이 동행했다.조은혁이 권세를 잃은 탓에 엄수지는 박연희를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엄수지는 우아하게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며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조 대표님이 잡혔는데도 사모님은 놀 마음이 있어요?”옆에서 시중을 들던 앞잡이들도 덩달아 비웃었다.박연희는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카드놀이를 하는 테이블에 앉아 핸드백을 열었다. 핸드백에서 사진 한 장이 떨어졌고 이것을 본 엄수지는 표정이 대뜸 변했다. 사진 속의 여자가 바로 엄수지였다.젊은 시절 엄수지는 이름난 마담이었는데 이 사진이 바로 그녀가 부자의 다리에 앉아 술을 대접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도 몰랐던... 예전의 창피스러운 시절이다.이 사진이 나온 후 분위기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엄수지는 쌀쌀하게 웃었다.“사모님은 말썽을 일으키러 왔어요?”손을 뻗어 카드를 집어 드는 박연희의 손은 보드라웠고 아름다웠는데 게다가 10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있어 더욱 눈부셨다. 그녀는 개의치 않는 듯 담담하게 웃었다.“난 그저 사모님과 카드 놀이하러 왔어요. 환영하지 않으세요?”엄수지는 몸이 굳어졌다.한참 후에야 엄수지는 천천히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박연희는 사진을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넘겨주며 분부했다.“나와 사모님의 첫 만남 선물로 이 사진을 태워버려요.”경호원은 지시에 따라 이 사진을 불
밤이 되었다.검은 캠핑카 몇 대가 어두운 밤을 달리고 있었다.차 안은 어두웠고 정수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 사진은, 내가 은호 씨와 결혼하기 전의 일이예요. 은호 씨는 줄곧 내가 명문 후손이라고 생각했지 나에게 그런 끔찍한 과거가 있을 줄 몰랐어요. 사모님...”엄수지는 고개를 돌려 박연희를 바라보았다.“이 일을 덮어줄 수 있어요?”“난처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박연희는 담담하게 웃었다.“내가 H 시에 온 것은 정 대표님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지 당신 부부 사이를 이간질하러 온 것이 아니에요.”엄수지는 잠시 시름을 놓았지만 그래도 비아냥거렸다.“사모님의 부탁하는 태도는 어이가 없네요.”차가 흔들거리며 달렸고 박연희는 여전히 침착했다.“사모님, 은혁 씨가 없었다면 당신 부부는 어찌 호화로운 삶을 살 수 있겠어요? 나는 부탁하러 온 게 아니라 은혁 씨를 대표해 협상하러 왔어요. 협상이 잘 진행되면 우리한테 다 좋지만 아닐 경우 함께 죽을 수 있어요.”엄수지는 키득거리며 조소했다.30분 후, 차는 천천히 정씨 저택으로 들어갔다. 깊은 밤이었지만 저택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엄수지는 차에서 내려 서둘러 대청을 지나 2층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저택의 하인이 그녀를 보고 깍듯이 인사했다.“사모님, 돌아오셨어요.”엄수지는 고개만 끄덕이며 재빨리 서재로 올라갔다. 서재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조은혁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었다.엄수지는 감히 방해하지 못하고 문밖에서 10분 동안 서 있었다.서재 문이 열리자 청년 비서가 걸어 나왔다.문밖에서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본 추 비서는 어리둥절해서 하다가 공손히 인사했다.“사모님.”정수지가 물었다.“안에 아무도 없어요?”추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엄수지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서재에 담배 연기가 자옥했고 정은호는 소파에 기대어 미간을 가볍게 비비고 있었는데 아마 어려운 일을 만난 것 같았다.엄수지는 다가가서 그를 도와 마사지를 해주었다.잠시 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