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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고요한 밤.

심씨 저택은 적막하기만 했다.

2층의 메인 침실, 최민정은 드레스룸에서 옷을 정리하며 그녀가 평소에 입던 옷과 액세서리는 모두 두 개의 큰 상자 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심철산은 밖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열 개 정도 담겨 있었다.

최민정은 짐 정리를 끝내고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며 물었다.

“철산 씨, 저와 함께 가지 않겠어요? 만약 당신이 나와 함께 간다면 우리는 여전히 금실 좋은 부부겠죠... 하지만 당신이 이곳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면 저도 당신의 선택을 존중할 거예요. 하지만 우리 부부의 인연도 여기까지죠. 이 집은 더 이상 있을 수 없어요.”

그녀는 심지철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진심으로 그를 아버지처럼 대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를 조롱하기라도 하듯 이상하게 흘러갔다.

최민정은 그 현명한 어르신이 사실은 이렇게까지 우매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의 건강을 해칠까 봐 목숨보다 더 아낀다던 친손자에게 골수를 이식해주지 않고 그를 죽게 내버려 두었다.

심철산은 담배를 뻑뻑 피워댈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최민정도 그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곧이어 고용인을 불러 분부했다.

“아주머니, 제 짐을 차에 올려놓으세요.”

그 말에 깜짝 놀란 임씨 아주머니가 다급히 물었다.

“사모님, 어디 가십니까?”

최민정은 수중에 재산이 있는 데다 친정집도 굴할 것 없는 가문이라 갈 곳이 없을까 봐 걱정할 일은 없었다.

“먼저 호텔에서 지내고 추후의 일은 천천히 계획해 보려고요.”

임씨 아주머니가 조마조마한 마음을 무릅쓰고 막 짐을 들려고 하자 그때 현관에서 심지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디로 갈 건데? 왜, 이 집을 버리려고?”

최민정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고는 곧이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가 집이라고 할 수 있나요? 모든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저는 이제 잘 모르겠어요. 어르신은 우매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경서는 밖에서 바람이나 피우고, 김이서 씨도 여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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