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가 담담히 웃었다.둘이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잠에 들려고 했을 때 침대맡에 놓인 조은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 온 사람은... 조은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철이 몰래 박연희의 혈액형 검사를 했고 박연희와 심윤은 혈액형이 일치했습니다. 심지철은 아마 조만간 행동을 취할 겁니다. 지금 조 대표님이 H 시에서 세력이 있는 걸로 압니다. 빨리 박연희 씨를 H 시로 보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두 아이들도 함께요. 지금 B 시는 너무 위험합니다." "심경서 부인이 지금 저택에 갇혀 있습니다." "심윤은 거의 미쳐 날뛰고 있는 중입니다." ... "알겠습니다." 조은혁은 아무런 표정 없이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박연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모든 내용을 들었음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었다. 조은혁은 그런 그녀를 안고 그녀가 기댈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지금 H 시에서 정연호 대신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은 내 사람이야. 심지철이 B 시에서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H시까지 관여할 수 없을 거야. 연희야, 나는 네가 두 아이와 장씨 주머니와 함께 그쪽으로 가서 지냈으면 좋겠어." 그도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게다가 그녀는 임신 중이었기에 지금 남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조은혁은 매우 망설였지만 오늘 밤 전화를 받은 후 그는 H 시로 가족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조은혁은 박연희의 입술을 탐하며 끊임없이 입맞춤했다. "어쩌면 1-2년 많게는 3-4년이 걸릴지도 몰라. 심지철 그 독종을 해결할 때까지. 하지만 그래야만 우리 가족이 무탈할 수 있을 거야." 박연희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와 조은혁이 이제야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고 깨를 볶을 때 떠나야 한다니. 박연희는 그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며 속삭였다. "은혁 씨, 나랑 아이들은 H 시에 있지만 당신이 많이 그리울 거예요." 그
주차장에서 서 비서가 운전을 하려고 할 때 심씨 어르신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 비서, 이제부터는 가족 내 일이니 더 이상 따라올 필요 없어."서 비서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르신의 일은 제 일입니다."심씨 어르신이 그런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네."심씨 어르신의 말에 서 비서는 더 이상 질문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검은 차량이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차량이 대문을 나서자 그는 재빨리 핸드폰을 열고 전화번호를 눌렀다."조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심씨 어르신이 저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병원인지 저도 알 수 없습니다."...JH 그룹 대표실. 조은혁이 전화를 끊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김비서 사무실을 지나치면서 그는 낮게 말했다. "지금 부를 수 있는 모든 보디가드들을 불러요. 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금 아주 큰 일이 발생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비서도 이를 직감했는지 빠르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조은혁은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1층 버튼을 눌렀다.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박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핸드폰은 이미 꺼져 있었다. 조은혁은 더 이상 전화를 걸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 속의 그의 얼굴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조은혁이 차 안으로 들어가자 메세지를 받았다.그는 메세지를 보저마자 엑셀을 밟았다. 10 여 분이 흐른 뒤. 조은혁은 6성급 호텔에 도착했다. 스위트룸에 들어가자 한 남녀가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여자는 바로 김이서였다. 남자는 그녀의 새 내연남이었다. 그를 통해 김이서는 여자로서의 행복을 느껴가고 있었다. 오늘은 심윤의 수술 날이었지만 심씨 어르신이 그녀가 나타나길 원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이 남자에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아직 한 번 밖에 관계를 맺지 않았지만 조은혁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김이서는 옷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려 했다. 하지
눈치 없는 의사가 마취제를 들고 들어왔다. "지금 골수를 빼내야 하니 보호자께선 나가주시죠." "빼긴 뭘 빼." 조은혁이 남의사를 향해 발길질했다. 그러자 남의사는 곡 소리를 내며 바닥에 뒹굴었다. 이윽고 수백 명의 JH 그룹 보디가드들이 병원을 둘러쌌다. 심씨 어르신이 데려온 보디가드의 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장씨 아주머니는 밧줄에서 풀려나자마자 사모님에게로 달려갔다. 장씨 아주머니가 통곡했다. "대표님이 빨리 왔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큰일 날 뻔했어요." 박연희의 눈에도 눈물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조은혁과 사흘 뒤에 H 시로 가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심지철이 이렇게까지 미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은혁은 더 이상 화를 감추지 못하고 천천히 외투를 벗어 던졌다. 그의 몸에 맞게 제작한 셔츠 안으로 그의 근육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먼저 의사를 반쯤 죽여놓았다. 그리고 심씨 어르신을 향해 다가갔다. 심씨 어르신의 옆에 사람들은 그런 조은혁을 말렸다. "조 대표님, 진정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조은혁은 차갑게 말했다. "뭔 진정? 내 아내를 이런 곳으로 데려와 골수를 빼내고 내 아이를 죽이려고 했는데, 내가 어떻게 진정해?" 힘이 넘치는 조은혁은 쉽게 심씨 어르신을 제압하고 그의 팔 잡아당겼다. 진짜 남자는 주저앉지 않는 것이다. 팔을 힘껏 잡아당기자 심씨 어르신의 팔이 부러졌다. 팔 부러지는 소리가 공간에서 울려 퍼졌다.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그 누구도 조은혁이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명예가 드높은 어르신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심씨 어르신은 뒤로 주춤거리며 팔을 감싸고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 이길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때 장 씨 아주머니가 미친 사람처럼 심씨 어르신에게 달려갔다. 장씨 아주머니는 결코 사리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의리만 중요했다. 누가 자신의 사모님을 다치게 했다면 그 사람에게도 똑같이
홍일 병원은 전력을 다해 심윤을 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아이는 복이 넘쳐났는지 평생 불구로 될 위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몸은 많이 약해졌다. 김이서는 자신의 아들을 안고 통곡했다. 그녀는 이미 심씨 가문에서 영향력이 없었다. 지금 그녀는 심씨 어르신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김이서는 박연희가 가문을 생각한다면 심씨 어르신에게 엎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씨 어르신도 김이서를 믿지 않았기에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시간 있으면 아이랑 많은 시간을 보내. 밖에서 다른 남자들과 뒹굴지 말고. 네가 행동거지를 올바르게 했다면 조은혁에게 덜미를 붙잡힐 일이 없었겠지." 김이서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심씨 어르신에게 훈육을 듣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심 어르신에게 잘 보여야 했기에 모든 화를 참았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이미 심경서와 이 지경까지 되었기에 자신의 행복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심씨 가문은 정말 콩가루 집 안으로 되었다. ...조은혁은 박연희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 조은혁은 걱정되어 박연희를 유씨 가문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한 뒤 아무 일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야 별장으로 돌아왔다. 도착한 뒤 장씨 아주머니는 별장의 곳곳에 소금과 팥을 뿌리며 중얼중얼 기도했다. 조은혁은 그런 장씨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며 피식거렸다."이건 또 어디서 배우셨어요?" 장씨 아주머니는 그의 물음에 버럭 화를 냈다. "이 부적은 말하면 효력을 잃어요."조은혁은 더이상 말하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민희는 아직도 공포에 질려 박연희 품에 파고들었다. 아이들은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우유를 원한다. 조은혁은 민희에게 분유를 풀어주었다. 젖병을 가지자 민희는 힘껏 빨아당기며 조용희 눈을 감았다. 조은혁은 민희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 자신이 품으로 천천히 안았다. 딸아이는 아빠의 냄새를 맡으며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젖병을 입안에서 던져버렸다. 조은혁은 젖병을
장씨 아주머니가 떠나고 조은혁은 박연희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2층에 남아 있어. 민희를 깨우지 말고. 만약 아빠가 어딨냐고 물어보면 출장 갔다고 말해.”그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이 걱정되었는지 많은 부탁을 했다. 박연희는 눈물을 감추며 그의 말을 하나하나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점심에 조은혁은 경찰차와 함께 떠났고 박연희는 베란다에서 그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조은혁이 떠나고 그녀는 하루가 너무 늦게 흘러갔다. 그녀는 1년 같은 하루를 지내면서 7일을 기다렸지만 조은혁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가 구치소로 가서 만나고 싶었지만 결코 허락되지 않았다. “조 대표님은 중대한 안건과 관련 있습니다.”죄를 씌우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그 구실은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박연희는 심씨 어르신의 지시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심씨 어르신은 결코 조은혁을 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조은혁으로 심윤의 골수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연희는 결코 구걸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뱃속에 있는 자신과 조은혁의 사랑의 결실을 꼭 지켜내야 했다. 그녀는 회색빛 높은 벽 밖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벽 안에서 조은혁은 남루한 모습으로 나무판 침대에 기대어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의 몸은 상처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연희가 밖에서 아직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석양이 내려앉았다. 박연희는 비싼 차 안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그건 구치소 안의 조은혁의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석양이 차창 유리를 뚫고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빨갛게 수놓았다. 가녀린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했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온화한 성격으로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조은혁을 위해 그녀는 H 시로 다녀와야 했다. 하지만 H 시로 가기 전 그녀는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익숙한 그
야밤.심씨 어르신이 서재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옆의 서 비서에게 물었다. “아직도 자백하지 않았느냐.” 서 비서는 심씨 어르신에게 차를 부어주며 담담히 웃었다. “이렇게 큰 사건을 조 대표가 그렇게 쉽게 승인하겠습니까? 지금 제가 듣기론 한 글자도 승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씨 어르신이 냉담하게 웃었다. “그놈 참 똑똑하구나.” 어르신은 찻잔을 받아 들고 한입 마셨다. “이런 독한 놈에겐 특별한 방법을 써야 해. 그 사람들 이런 일 잘하잖아. 그 사람들을 불러서 본때를 보여달라고 해. 무슨 수를 쓰든 조은혁이 승인하게 만들어.” 서 비서는 낮게 웃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심씨 어르신이 손에 쥐었던 잔을 내려놓았다. “그놈이 신경 쓰이는 것인가.” 서 비서는 급히 부인했다. “저는 이렇게 하면 아가씨 마음을 다치게 할까 봐 두렵습니다. 지금 조 대표와 관계가 좋으니까 말이에요.” 심씨 어르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차갑게 웃었다. “걔가 저번 일 이후로 나에게 어떤 감정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심씨 가문에서 경서와 철산까지 포함한 모든 자식 중에서 연희가 나를 제일 닮았어. 독해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독해질 애야.” 서 비서는 옆에서 맞장구쳤다. “아가씨는 외유내강이에요.” “자네만 이렇게 걔를 칭찬할 거야.” 그때 사무실 안의 전화가 울렸다. 심씨 어르신은 가볍게 목을 풀고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한 병원 원장의 겁에 질린 채로 심씨 어르신에게 사실을 알렸다.“경서가...” 심씨 어르신의 손에서 전화기가 떨어졌다. ...새벽 응급실 안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락날락했다. 심씨 어르신은 굳은 표정이었다. 심철산 부부도 눈에 눈물을 머금었다. 김이서가 급히 달려와 캐물었다. “경서씨가 어떻게 자살해요? 임윤아를 위해서 자살한 거예요?” 한 장의 수표가 김이서 눈앞에 떨어졌다. 심씨 어르신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박연희가 66억을 들여 경서를 만났어.
겨울밤의 바람이 뼈를 쑤셨다. 심씨 어르신이 복도에 섰다. 그가 느껴본 적 없는 무력함에 빠져 있었을 때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철 어르신 맞습니까?” “누구죠?” 심씨 어르신이 경계 가득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려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택배원이었고 그의 손에 꽃다발이 들려져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심씨 어르신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이건 박연희 씨가 보낸 꽃입니다. 삼가 거인이 명복을 비는 꽃입니다.” 꽃다발을 받은 심씨 어르신의 눈에 분노가 일렁거렸다. 그는 그 꽃을 바닥에 내던지고 정신을 잃은 듯 발길질했다. 박연희가 지금 자신에게 경고를 주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다시 조은혁에게 손을 댄다면 박연희는 다시 심경서에게 손을 댈 것이다. 이번엔 진짜로 심경서를 죽일 것이다. 서 비서는 빨리 달려와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심씨 어르신이 고개를 들었다. “조은혁의 심문을 멈춰라. 하지만 결코 그를 밖으로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JH 그룹의 문제를 찾아내라.” 서 비서는 단번에 알아차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가족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심씨 어르신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이렇게까지? 걔가 경서에게 자살해라고 했을 때 박연희는 주저하지 않았지. 걔는 지금 나한테 선전포고를 하는 거야. 나도 두고 볼 거야. 조은혁이 곁에 없는데 걔가 뭘 할 수 있겠어.” 서 비서는 한숨을 쉬었다. 그가 병원에서 나와 차에 올랐을 때 뒷자리에 누군가가 타 있었다. 박연희였다. 서 비서가 아무런 표정 변화 없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은혁의 사람으로 된 것이다. 서 비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아까 사모님의 행동에 어르신이 크게 노하셨습니다.” 박연희가 담담히 웃었다. 그녀는 자신의 지갑에서 한 장의 수표를 꺼내 서 비서에게 건네주었다. 서 비서가 선뜻 받지 않자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2시간 자고 나서 박연희는 깼다. 그녀는 평상시와 같게 범진과 민희를 돌보았다. 옷을 입을 때 민희는 아빠가 보고 싶다며 엄마의 어깨에 기대며 애교를 부렸다. "민희는 아빠가 보고 싶어요."박연희는 코가 찡했다. 그녀는 부드럽게 민희를 안았다. "아빠는 출장하러 갔어. 아빠도 우리 민희가 보고 싶을 거야."범진은 그들의 대화를 들었는지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빠는 언제 오는 거야?" 박연희는 조금 주춤거렸다.이윽고 그녀는 손을 뻗어 범진을 쓰다듬으며 조금은 목멘 목소리로 말했다."올해 연말 전에는 올 거야. 범진아, 해가 가기 전에 아빠는 꼭 돌아올 거야." 범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혼자 있을 때 범진은 방에서 홀로 눈물을 훔쳤다. 침실 문 앞에서 박연희는 한 참이나 서 있다가 결국 들어갔다. 범진은 그녀를 본 고집스럽게 물었다. "아빠 안 오는 거 아니야? 아빠 죽었어?" 남자아이는 이 나이대에 자존심을 부린다. 하지만 범진의 눈에서 진주알마냥 큰 눈물이 주룩주룩 떨어졌다. 범진은 눈물을 닦았다. 범진이 이렇게 운 건 처음이었다. "아빠 안 돌아오는 거야?" 박연희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범진에게 일부 사실을 말해주었다. "아빠는 엄마랑 동생을 구하기 위해 구치소에 들어갔어. 아빠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아빠는 엄마의 영웅이야. 범진아, 엄마는 아빠를 새해가 오기 전에 데리고 올 거야." 범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범진이 청량한 눈망울로 박연희를 올려다보았다. "진짜지?" 박연희는 글썽거리며 말했다. "그럼 진짜지. 범진아, 엄마가 H 시에 다녀올게. 적게 걸리면 2-3일, 많으면 일주일이 걸릴 거야. 엄마가 너랑 동생을 고모에게 맡길 거야. 고모한테 가면 동생 잘보살펴줘야 돼, 알았지?" 범진은 아무런 말 없이 엄마를 끌어안았다. ...겨울 아침 온 세상은 하얗게 변했다. 햇살이 창문 유리를 뚫고 들어와 주방을 환히 비추었다. 박연희는 주방에서 정성스럽게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