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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1화

조은혁과 통화를 마치고 박연희는 혼자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조 대표의 요청에 따라 셔츠와 넥타이를 골라주었다. 조은혁으로부터 블랙카드를 받았기에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블랙카드에는 소비 제한이 없으니까.

시간이 충분했기에 박연희는 또 진범이와 민희에게도 옷을 몇 가지 사주었다.

물론 장씨 아주머니도 빼놓지 않았다.

물건을 다 사고 나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곧바로 예약한 식당으로 가려던 중 박연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마침 익숙한 얼굴과 마주치게 되었다.

심경서가 웬 젊은 여자와 함께 있었는데 두 사람은 심지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여자가 다정하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들 사이의 관계를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설령 오랜 시간이 흘러 심경서가 일찍이 점잖은 모습을 잃었다지만 박연희는 심경서가 부인을 두고 바람을 피울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둘 사이의 관계도 꽤 오래된 모양이다.

박연희가 심경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심경서 역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점잖은 얼굴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조금 당황한듯한 그는 여자의 팔을 뿌리치기까지 했다.

“연희 씨, 연희 씨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곧 다시 이성을 되찾은 박연희는 싸늘하고도 매우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경서 씨가 해명해야 할 대상은 제가 아니라 경서 씨 부인이에요.”

그녀는 더 이상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박연희는 이미 심지철에게 앞으로는 볼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심씨 집안의 집안일은 박연희와 무관하다. 마음을 다잡은 박연희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고 심경서가 뒤늦게 그녀를 따라잡으러 주차장까지 쫓아갔지만 결국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그는 차가 떠난 방향을 보며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임윤아가 서 있었다.

마음이 상한 것인지 임윤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여자의 직감이 그녀에게 방금 그 예쁜 여자야말로 심경서가 그의 부인보다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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