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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화가 치밀어오른 심지철은 다시 매를 들고 싶었으나 중재자가 된 서 비서가 온갖 말들로 설득해서야 그를 끌고 나갈 수 있었다.

밤이 되자 서재의 불빛이 어둑어둑 방을 비춰주었다.

같은 시각, 심지철은 짙은 색의 책상 뒤에 앉아 있었고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불어 들어오는 밤바람에 책상 위에 놓인 유리 등이 딸랑딸랑 부딪치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다...

심지철이 그 작은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날 밤 박연희를 보러 갔던 그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되돌릴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눈을 번쩍 뜬 심지철이 서 비서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건 다 연희가 잘못한 거다. 연희는 영원히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고 다시는 경서의 마음에 파란을 일으키지 말았어야 했어.”

그 말에 서 비서가 깜짝 놀라 답했다.

“어르신, 이건 연희 아가씨와 무관한 일입니다.”

그러나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심지철의 눈빛은 무정하기만 했다.

“무관하여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지금 박연희에게 부녀의 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긴 해? 경서를 위해, 그리고 심씨 집안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때로는 희생이 필요할 때도 있어.”

이윽고 그는 서 비서를 불러 낮은 소리로 당부했다.

그의 수법이 못마땅한 서 비서가 몇 마디 권하려는데 심지철이 손에 들고 있던 유리 등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산산조각이 난 유리 등과 함께 부녀의 인연도 끝을 향해 달려갔다.

...

화요일 밤.

박연희는 바쁜 일을 마치고 갤러리에서 나와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려던 참이었다.

“아가씨.”

누군가의 부름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서 비서였다.

서 비서는 박연희를 보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건넸다.

“어르신께서 아가씨를 뵙고 싶어 하십니다.”

이번 일만큼은 서 비서도 사심을 품고 있었기에 목소리를 낮추어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어르신께서도 정말 손을 쓰실 모양입니다, 그러니 진범 도련님을 위해서라도 적당히 장단을 맞추어 주십시오.”

“전 아가씨도 아니고 어르신이라는 분은 더더욱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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