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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진시아는 그 카드를 손에 꼭 쥐었다.

그녀는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데 조은혁은 분명 그녀를 푸대접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시아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 났다.

그녀는 조은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절망과 아쉬움, 그리고 새롭게 피어나는 생기가 솟아올랐고 진시아는 갑자기 무너져내려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는 마침내 몇 년 동안 꾹꾹 숨겨왔던 말을 내뱉었다.

“은혁 씨,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연희 씨에게도 죄송하다고 전해줘요. 그때 진범이를 데리고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전 하마터면 진범이를 죽일 뻔했어요...”

그러나 조은혁은 아주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

그는 병실 문을 열어 조금의 미련도 없이 걸어 나왔고 그와 진시아의 지난 일들도 이제 과거가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같은 시각, 복도 끝에는 박연희가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은혁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거리를 사이에 두고 멈춰선 그의 검은 눈동자가 그윽하게 반짝거렸다.

“연희야, 이제 집으로 가자.”

차에 탄 뒤에야 차 안은 피비린내로 가득했고 그의 재킷에도 피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은혁은 외투를 벗어 차에 던지고는 박연희를 끌고 막차를 타러 갔다.

늦은 밤이었지만 버스 안에는 사람이 가득했고 조은혁은 손잡이를 잡은 채 버스에 서서 박연희를 내려다보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먹물처럼 까맣게 물든 밤.

하얀 셔츠에 밤바람은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고 가볍게 머리를 스쳤다.

게다가 그는 186cm의 큰 키에 군중들 사이에서 유독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여 차 안의 많은 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그의 눈에는 오직 박연희뿐이었다...

그의 눈빛은 부드러우며 아름다웠다.

당시 조은혁은 5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하며 몇 년 동안 분노에 지배되어 살아왔지만 오늘 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큼 그는 자신이 하늘의 축복을 받았다고 느꼈다.

박연희가 그의 구원이었다.

그들은 인파 속에서 서로 껴안은 채 서로를 응시하며 서서히 흐트러진 심장 박동을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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