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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박연희는 갤러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때, 문밖에서 비서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지난번에 찾아오셨던 김 여사님께서 대표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박연희는 잠깐 멈칫하더니 밖을 내다보았다.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확실히 김이서가 맞지만 지난번보다 많이 수척해졌고 미간에는 풀리지 않는 애수가 서려 있는데 삶이 정말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박연희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만나주지 않으면 김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결국 박연희는 커피숍에서 김이서와 만나게 되었다.

핸드드립 커피 두 잔으로 자리에는 커피의 향기가 가득했다.

똑같이 우아한 두 여인이 마주 앉아 있는데 심경서 때문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평생 교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김이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얼굴이 좋아 보이시는 걸 보니 잘 지냈나 봐.”

박연희도 담담하게 답했다.

“네, 나쁘진 않아요.”

박연희의 말투는 한없이 냉랭했고 분위기도 한동안 딱딱하게 경색되었다.

김이서는 고개를 숙인 채 커피를 부드럽게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으나 그녀의 말투는 타협한 듯 무력하게 들렸다.

“이제 알겠어. 당신이 심씨 가문에 돌아가야만 경서 씨가 정말로 마음을 다잡고 가정으로 돌아갈 것 같아. 그러면 경서 씨도 이제는 밖으로 가지 않을 거고 진이와 윤이의 어린 시절에나 아버지가 있을 거야...”

그녀는 다시 박연희의 손을 꼭 잡으며 말을 이었다.

“진이와 윤이 모두 엄청 사랑스러워. 연희 너도 보면 분명 좋아할 거야. 진이와 윤이는 당신과도 혈연관계가 있잖아.”

김이서는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이며 가족애 패를 꺼냈다.

그녀는 박연희가 집에 돌아온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저울질했지만 심경서는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이다. 심경서도 그저 박연희를 곁에서 바라볼 뿐 정말로 무언가를 할 순 없을 것이고 박연희도 허락해주지 않을 것이다.

심경서가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김이서는 이런 것들을 따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박연희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녀가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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