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는 뛰어오다가 멈춰 섰다. 엄마가 울었던 것 같다...새까만 머리카락은 땀이 나서 등 뒤에 달라붙었고, 아빠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 민희가 응석 부리며 안아달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민희는 머리를 쥐어뜯었다.‘엄마도 응석 부리기 좋아하는구나.’박연희는 지금 꼴이 말이 아니고 조금만 움직여도 들통나기 때문에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민희가 다가오려고 하자,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은혁 씨, 빨리 애를 안고 나가요.”조은혁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그럼 넌 어떡해? 아이가 보면 안 좋을 텐데.”박연희에게 한 대 얻어맞은 조은혁은 더 이상 놀리지 않고 민희를 달래서 내보냈다.침실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조은혁은 또 천천히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고, 시선을 그녀의 얼굴에 고정해 어떤 표정도 놓치지 않았다. 남녀 간의 욕정이 담기지 않은 순수한 애무는 한참 동안 지속됐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연희야, 넌 내 거야.”박연희는 느낌이 오는 듯 몸을 가볍게 떨었다....밤이 되어 박연희와 아이들은 잠들고, 조은혁은 아래층 거실에 앉아 있었다.희미한 불빛 아래서 졸고 있던 장숙자는 마당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자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다.“이 시간에 누구죠? 대표님을 해치러 온 건 아니겠죠?”조은혁은 어이없이 웃었다.이때 밖에서 누군가가 급히 들어왔다. 다름이 아니라 심경서의 비서 이지안이었다.이 밤중에 찾아온 걸 오니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다.장숙자는 차를 끓이러 갔다.이지안은 조은혁 옆에 와서 앉더니 부상당한 그의 한쪽 팔을 보며 설득했다.“심지철이 정말 잔인한 수단을 썼네요. 대표님, 우리 심씨 집안과 협상하는 건 어때요? 우리가 심경서의 약점을 쥐고 있잖아요?”“협상?”조은혁은 코웃음을 치더니 팔을 들어 보였다.“나를 죽이려 하는 걸 못 봤어? 이때 협상하는 것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것과 같잖아?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누구를 두려워한 적이 있어? 참, 심경서 쪽은 어
그 소리에 심지철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그는 차에서 내려 아이에게 용돈을 주려 했지만 박연희가 직접 아이를 안았다. 옆에 있던 경호원이 차 문을 열자 그녀는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검은색의 차 문이 닫히면서 시선을 가렸다.심지철은 못내 서운했다.“내가 그렇게도 밉고, 조은혁이 그렇게 중요한가? 조은혁이 상처를 준 것은 잊었나? 연희도 이서랑 똑같이 연애에 올인할 줄은 몰랐어.”서지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 안에서 조민희가 엄마의 얼굴을 만지며 달랬다.“엄마, 울지 마.”박연희는 아이가 걱정할까 봐 억지로 웃으며 껴안고 뽀뽀했다.“엄마가 울지 않았어. 바람 때문에 눈물이 난 거야.”조민희는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집에 돌아간 후 아빠한테 엄마가 울었다고 말했다.밤이 깊어지자 박연희는 아이들을 재운 후 예전과 마찬가지로 조은혁의 약을 갈아주었다. 주치의는 며칠 뒤면 실밥을 제거할 수 있지만 상처가 깊어서 보름 정도는 더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샹들리에 아래서 그녀의 눈매는 부드러웠다.조은혁은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오늘 그 사람을 봤어?”박연희는 흠칫하더니 낮은 소리로 물었다.“민희가 알려줬어?”조은혁이 부인하지 않자, 박연희는 담담하게 웃었다.“고자질쟁이! 민희는 은혁 씨와 친해.”사실 좀 아쉽다.조민희는 하인우의 아이니까 그녀와 더 친해야 맞지만 조은혁이 몇 년 키우더니 친부녀와 다를 바 없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서글펐지만 후에는 민희가 친아빠로 여기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약을 발랐다...조은혁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속삭였다.“그 사람이 나를 죽이려 하는 이유는 네가 고분고분 집에 돌아가길 바라서야. 하지만 연희야, 그 사람은 네가 고집스러운 아이라는 것을 몰라.”어릴 때는 순진하고 얌전했지만 나이가 든 후에는 줏대가 있었다.조은혁은 그녀가 어떤 모습이든 다 좋았다.이 시각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렜다.그들은
전화선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기운이 감돌았다.약 1분이 지난 후 심지철은 전화를 끊었다. 도도하기 짝이 없는 그는 부탁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이쪽의 조은혁은 휴대폰을 내던졌고 술이 거의 다 깼다.옆의 박연희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심경서가 400억 횡령 혐의를 받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조은혁이 이 모든 일을 꾸몄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지만 결국 묻지는 않았다.하지만 조은혁이 스스로 인정했다.“내가 한 거야.”“그의 내연녀는 임윤아이고 그가 뇌물로 받은 돈은 모두 내가 배치한 거야... 심경서가 죽을지, 무죄로 풀려날지는 사실 내 한마디면 되는데, 그걸 알면서도 심지철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어.”조은혁은 멍하니 있는 그녀를 품에 껴안았다.“내가 무서워?”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조은혁은 그녀의 머리를 가슴팍으로 끌어다 안고, 낮은 소리로 설명했다.“심지철은 권세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쉽게 움직일 수 없지만 심경서는 인품과 덕성이 지위와 어울리지 않아 가장 빠른 돌파구였어. 연희야, 날 믿어. 내가 끌어내리려는 건 절대 심경서가 아니라 심지철이야.”박연희는 한참 후에야 알았다고 대답했다.다시 취기가 올라온 조은혁은 그녀의 보드라운 얼굴을 만지며 소곤거렸다.“나는 모든 걸 너에게 말하고 아무것도 숨기지 않을 거야. 연희야, 우리 부부가 마음을 합치는 게 어때?”그가 너무 꽉 껴안고 있어서 박연희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우리는 아직 부부가 아니에요.”“부부가 아닌데, 어젯밤에 왜 내 밑에서 여보 여보 하면서 놓아달라고 했어? 응?”그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 없다. 박연희는 그를 상대하기도 싫었다.하지만 술을 마신 남자는 정말 다루기 어렵다....심씨 집안의 하늘이 무너졌다. 심철산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최민정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고 김이서는 집에서 미친 듯이 그릇을 부수면서 고용인을 욕했다.밤이 되자 차 한 대가 저택을 빠져나오더니
이 말이 나오자 심씨 집안 사람들은 멍해졌고 심지철은 펄쩍 뛰었다.‘경서가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하다니. 윤락녀를 임신시켜 어쩌자는 거야? 이 여자와 배 속의 아이는 하나도 남길 수 없다.’심지철은 즉시 결단을 내리고 서지앙에게 눈짓을 햇다.서지앙은 속으로 탄식했다.김이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다.“밖에서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정신을 차린 최민정은 심지철의 뜻을 알아차리고 두려움에 떨며 사정했다.“아버님, 이 아이를 놓아주십시오. 살아 있는 두 목숨이에요. 경서를 위해 덕을 쌓는다고 생각하세요. 그때 아버님 고집대로 연희를 내쫓지 않았으면... 경서가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을 겁니다.”“두 목숨, 덕을 쌓아? 내가 고집을 부렸다고?”...심지철은 차갑게 웃었다.“나를 탓하는 거야? 나는 지금 네 아들을 구원하고 있어. 이 여자와 배 속의 사생아를 남겨두면 결국 화근이 될 거야.”최민정은 감히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애처롭게 심지철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녀는 어쩐지 임윤아를 죽이면 심씨 가문이 영원히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김이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어머니, 이 사생아를 남기면 어떡해요!”최민정은 얼굴이 눈물범벅이 됐다.“이서야, 너도 엄마잖아. 심진과 심윤이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하고 병이 많았는데... 두 아이를 위해 덕을 쌓는다고 생각해.”정말 좋지 않은 예감이 든 그녀는 심지어 무릎을 꿇고 심지철에게 빌었다.“아버님, 제가 이렇게 빌게요. 경서를 봐서라도 저 여자를 놓아주세요. 배 속의 아이도 놔주세요. B시에서 쫓아내서 다시는 경서의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하면 돼요... 아버님, 제발 부탁이에요. 사람을 죽이면 심씨 가문이 망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경서도 없고 이서도 없고, 진이와 윤이도 사고가 나고. 그렇게 되면 저와 철산 씨는 어떻게 살아요? 우리는 어떡해요?”...심지철은 고개를 숙이고 며느리를 내려다보았다.그동안 그는 최민정을 친딸처럼 대했다. 그녀가 이렇
30분쯤 지나 다시 열린 욕실 문으로 박연희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들어섰다.조은혁은 팔을 베고 누운 채 물었다.“무슨 일이야?”바로 침대로 돌진한 박연희는 한참동안이나 조은혁을 보고 서 있다가 입을 열었다.“임윤아 씨가 심경서 씨 아이를 임신했대요!”조은혁은 혀로 입안을 쓸더니 웃으며 말했다.“둘이 그런 사이였어?”“아이... 어떻게 할 건 아니죠?”조은혁은 실소를 터뜨리고는 걱정스레 묻는 박연희의 볼을 꼬집으며 다정히 말했다.“내 아이도 아닌데 내가 왜 아이를 지우겠어, 그리고 심경서 씨도 이미 다 용서했잖아.”“내일 김 비서한테 임윤아 씨 출국 준비하라고 할게. 여기 더 있으면 괜한 기대하게 되잖아.”조은혁은 자신의 말이 끝났음에도 계속 저를 주시하고 있는 박연희에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을 걸 알면서도 짓궂게 물었다.“하고 싶어?”하지만 조은혁의 예상과는 달리 박연희는 욕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은혁에게 매달리며 부탁을 했다.“임윤아 씨가 마지막으로 심경서 씨 만나보고 싶대요. 은혁 씨가 도와줄 수 있는 문제잖아요, 부탁해요...”조은혁은 검은 눈동자로 박연희를 응시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연희가 이렇게 마음이 여렸나, 근데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가 고작 이 정도야? 조금 더 진심을 담아봐.”평소 둘의 관계에 있어서 주동적인 건 항상 조은혁이었다. 하지만 지금 조은혁이 늘 누워서 즐기기만 했던 박연희에게 성의를 요구하는 상황이니 박연희는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조은혁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아직 갈아입지 못한 흰색 셔츠는 박연희의 손이 닿는 대로 자국이 남았다. 그게 조은혁 몸에 있으니 한결 더 섹시하게 느껴졌다.반쯤 취해있는 조은혁은 원래도 할 생각이 없었기에 이쯤하고 손가락으로 박연희의 빨간 입술을 짓누르며 놀리듯 말했다.“우리 연희 이제 어른이 다 됐네, 남자 바지도 막 벗기려고 하고.”박연희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안 했지만 조은혁이 제 부탁을 들어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이튿날 아침, 박연희는
이미 지난 일이라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끔 그 기억을 상기시킬 때는 마찬가지로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여기서 뭘 더 할 마음도 싹 사라져 버렸던 박연희는 조은혁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나지막하게 말했다.“난 내려가서 봐야겠어요!”처음에는 못 나가게 박연희의 허리를 잡고 있었던 조은혁도 결국 손을 풀고 그녀를 보내주었다.간단히 채비를 마친 박연희가 방을 나서자 장숙자가 옆에서 응원을 해주기 시작했다.“사모님, 무서워할 거 없어요. 그 여자는 이미 끈 떨어진 연이잖아요. 봐요, 대표님은 보러 나오시지도 않으시는데.”“대표님 보겠다는 말은 안 했잖아요.”“아, 그러네요...”웃으며 말하는 박연희에 장숙자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캐리어와 함께 거실에 서 있던 진시아는 2층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발그레한 볼과 이마에 맺힌 땀방울, 박연희가 뭘 하다 내려왔는지 성인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조은혁이 집에 있다는 생각에 잠시 놀랐던 진시아는 이내 웃음을 흘렸다.애초에 박연희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온 것이니 조은혁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진시아는 박연희가 1층에 내려온 걸 보고서도 앉을 생각을 않고 말했다.“나 이번엔 진짜 갈 거야, 그리고 다신 안 와. 고마워, 박연희. 그리고 전엔... 내가 미안했어.”진시아는 저를 살려준 박연희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었다.하지만 박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시아가 이렇게 떠나면 더 이상 조은혁도 진시아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아니, 감히 신경 쓰지 못 할 것이다.박연희에게 허리 굽혀 인사한 진시아는 고개를 들었다. 끝까지 듣지 못한 용서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애초에 박연희의 용서를 바라는 것 자체가 사치였기에 진시아는 체념하고 돌아서려 했다.그때 박연희가 용서 대신 다른 말을 했다.“이제 어디로 갈 거야?”진시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나지막하게 말했다.“벨린, 나는 벨린으로 갈 거야.”둘이 약속했던 그곳에 진시아는 홀로 가 다시는 돌아
“난 우리 엄마 그렇게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요!”...심경서는 무표정으로 물었다.“조은혁이 너한테 돈 줬어?”이 질문에 임윤아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이 모든 걸 설명해주고 있었다.그래서 더 묻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심경서가 물었다.“나랑 그렇게 오래 만나면서 한순간도 진심이었던 적은 없었어?”“없었어요.”이번에는 임윤아의 대답이 유독 빨랐다.“나한테 당신은 그냥 비즈니스일 뿐이에요. 사랑 같은 건 심경서 씨 같은 재벌한테나 어울리는 소리죠. 나한텐 그럴 여유가 없어요. 그래서 당신을 사랑한 적도 없어요, 1분 1초도 없다고요.”말을 마친 임윤아는 160억의 수표와 값비싼 물건들을 잔뜩 안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그녀가 내뱉은 모진 말과는 달리 임윤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귀를 간지럽히는 그 밤에 땀으로 범벅된 둘이 하나가 될 정도로 붙어있었는데, 임윤아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데 흔들리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되었다.하지만 떠나는 날까지도 임윤아는 제 마음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심경서는 제가 없어도 잘 살 거라 생각해서였다.그래서 아이를 가졌다는 말도 굳이 하지 않았다.임윤아는 그냥 이대로 조용히 떠나가고 싶었다.자신과 심경서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니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그리고 심경서가 사랑했던 임윤아는 조은혁이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다. 진짜 임윤아는 그렇게 빛이 나는 사람이 아니라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점점 멀어져 가는 임윤아를 보며 심경서는 자리에 한참 동안 앉아있었다.그리고 임윤아가 제 품 안에 안겨 하던 얘기를 떠올렸다.“좋아해요, 심경서 씨. 평생 당신 곁에 머물고 싶어요.”그때 그 말을 믿었던 제가 우스워 난 심경서는 헛웃음을 흘렸다.‘임윤아,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야.’구치소에서 나온 임윤아를 기다리고 있는 건 김 비서였다.김 비서는 그녀에게 여권을 건네주며 말했다.“유럽 모든 나라 5년 동안 무비자 출입
갑자기 표정을 굳히는 조은혁에 김진아가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왜 그러세요, 대표님?”조은혁은 서류를 김진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외교관이 뉴욕과 프로젝트 같이 하기로 했대. 반 고흐의 을 B 시에서 2주 동안 전시하기로 했다는데 그 보안을 우리 JH 그룹에서 맡는 걸로 결론이 났다네.”말을 마친 조은혁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그것을 입에 물었다.그걸 본 김진아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집에선 안 피신다면서요.”“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안 봐도 민지희 씨가 떠넘긴 거겠지. 만약 우리가 이번 일을 잘 못 해내면 그걸 빌미로 우리 책임을 물으려고. 저번처럼 특수전담팀을 끌고 회사로 쳐들어올지도 모르겠네.”조은혁의 말에 김진아가 잔뜩 긴장하며 물었다.“그럼 거절하실 거죠 대표님?”조은혁은 서류가 구겨지도록 힘을 주며 말했다.“이미 도장이 다 찍힌 일을 내가 무슨 수로 거절해, 이번엔 힘 좀 쓰셨나 보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김 비서. 그냥 내가 직접 24시간 감시할까?”그때 서재 문이 열리더니 박연희가 안으로 들어와 책상 위로 커피잔을 내려놓았다.괜히 박연희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던 조은혁은 그 커피를 받아 마시며 말했다.“JH 그룹 사모님이 직접 끓여서 그런지 향도 더 좋아진 것 같아.”소파에 앉아 책장을 넘기던 박연희가 그 말에 대답했다.“장 씨 아주머니가 끓인 건데, 당신이 좋아하면 매일 끓이라고 할게요.”소파에 기대앉은 박연희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아까 말했던 반 고흐 작품 전시 어차피 거절 못 하는 거 그냥 한다고 해요. 내가 작품에 아무 문제도 없게 할게요. 그리고... 당신한테 이딴 일 떠넘긴 사람한테도 제대로 보여줄게요.”박연희의 말에 조은혁이 소파로 한달음에 뛰어가 환한 얼굴로 물었다.“어떻게 아무 문제도 없게 할 거야?”“그림은 며칠 뒤에 도착해요?”“3일.”조은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답을 했지만 박연희는 의미심장한 미소만 남긴 채 두 아이들을 장숙자에게 맡기고 3층 화실로 들어가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