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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1화

30분쯤 지나 다시 열린 욕실 문으로 박연희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들어섰다.

조은혁은 팔을 베고 누운 채 물었다.

“무슨 일이야?”

바로 침대로 돌진한 박연희는 한참동안이나 조은혁을 보고 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임윤아 씨가 심경서 씨 아이를 임신했대요!”

조은혁은 혀로 입안을 쓸더니 웃으며 말했다.

“둘이 그런 사이였어?”

“아이... 어떻게 할 건 아니죠?”

조은혁은 실소를 터뜨리고는 걱정스레 묻는 박연희의 볼을 꼬집으며 다정히 말했다.

“내 아이도 아닌데 내가 왜 아이를 지우겠어, 그리고 심경서 씨도 이미 다 용서했잖아.”

“내일 김 비서한테 임윤아 씨 출국 준비하라고 할게. 여기 더 있으면 괜한 기대하게 되잖아.”

조은혁은 자신의 말이 끝났음에도 계속 저를 주시하고 있는 박연희에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을 걸 알면서도 짓궂게 물었다.

“하고 싶어?”

하지만 조은혁의 예상과는 달리 박연희는 욕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은혁에게 매달리며 부탁을 했다.

“임윤아 씨가 마지막으로 심경서 씨 만나보고 싶대요. 은혁 씨가 도와줄 수 있는 문제잖아요, 부탁해요...”

조은혁은 검은 눈동자로 박연희를 응시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연희가 이렇게 마음이 여렸나, 근데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가 고작 이 정도야? 조금 더 진심을 담아봐.”

평소 둘의 관계에 있어서 주동적인 건 항상 조은혁이었다. 하지만 지금 조은혁이 늘 누워서 즐기기만 했던 박연희에게 성의를 요구하는 상황이니 박연희는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조은혁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직 갈아입지 못한 흰색 셔츠는 박연희의 손이 닿는 대로 자국이 남았다. 그게 조은혁 몸에 있으니 한결 더 섹시하게 느껴졌다.

반쯤 취해있는 조은혁은 원래도 할 생각이 없었기에 이쯤하고 손가락으로 박연희의 빨간 입술을 짓누르며 놀리듯 말했다.

“우리 연희 이제 어른이 다 됐네, 남자 바지도 막 벗기려고 하고.”

박연희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안 했지만 조은혁이 제 부탁을 들어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

이튿날 아침, 박연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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