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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엄마를 만난다는 말에 기뻤는지 조민희는 조은혁의 볼에 뽀뽀까지 해주었다.

3층 화실 앞에 선 조은혁은 작은 문틈 사이로 노란빛이 감도는 화실 안의 박연희를 보여주었다. 비싼 명품이 아니라 평범한 옷을 입고 머리는 가슴께에 드리우게 땋은 그 모습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보였다.

조민희가 보고 싶다 칭얼거려서 올라온 건데 오히려 조은혁이 더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 보니 박연희가 자신의 아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연희는 조은혁의 아내였고 자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박연희의 검은 머리칼이 흩날리자 조은혁은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 걱정되어 그만 서재로 돌아왔다.

조은혁은 남은 업무를 마저 처리했고 조민희는 그런 조은혁의 다리 위에 얌전히 누워 있었다.

꼭 지난 4년 동안 매일 반복됐던 밤들처럼, 서로가 서로에 의지해 살아오던 그때처럼. 그때 조민희는 이미 조은혁에게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

3일 후의 아침, 8시 정각에 조은혁은 화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전히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니 아마 밤새 그림을 그린 것 같았다.

박연희는 들어오는 조은혁을 향해 웃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캔버스 위에 올려진 자신의 그림을 보았다.

조은혁의 눈 앞에 펼쳐진 건 또 한 폭의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절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똑같은 그림이었다.

어릴 때 그림을 배운 적이 있던 조은혁은 손을 들어 그림을 만져보았다.

붓 자국 그리고 그림의 질감까지 모든 게 놀라울 정도로 똑같았다.

조은혁의 반응에 박연희가 웃으며 말했다.

“작품의 7할은 장식이죠. 이제 액자에 넣기만 하면 끝이에요.”

그림을 받아든 조은혁은 눈을 빛내더니 박연희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며 말했다.

“일 잘 마무리되면 내가 제대로 감사 인사할게.”

조은혁의 감사야 뭐 침대에서의 일을 뜻할 테니 박연희는 미소를 짓고는 화장실로 들어가 손을 씻으며 말했다.

“다행히 비즈니스용이라서 일반 사람들은 못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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