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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그녀의 말에 조은혁이 경악했다.

조은혁에게는 확실히 수술 후의 안정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방면의 수술을 했기 때문에 여자를 임신시키는 것은 의학적인 기적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 기적이 일어났다.

그와 박연희 사이에 또 아이가 생긴 것이다.

조은혁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불만스러운 박연희가 그를 가볍게 밀쳐내며 차가운 말투로 투덜거렸다.

“설마 이 아이가 정말 당신 아이가 맞는지 의심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만약 의심스럽다면 우리의 약혼도 없던 일로 하고요... 당신도 억지로 이 아이를 인정할 필요는 없어요.”

“아니야. 절대 의심하지 않아. 난 믿어.”

조은혁은 연거푸 해명을 늘어놓으며 보배처럼 그녀의 배를 움켜쥐고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남자아이야, 여자아이야?”

그러자 박연희가 그의 손바닥을 치워버렸다.

“이제 겨우 한 달 됐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조은혁은 그러한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침실로 향했고 박연희는 조은혁이 혹여나 또 그녀에게 보답이라도 해줄까 두려웠다.

하여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발버둥 쳤다.

“내려줘요.”

그러자 뜻밖에도 조은혁은 곧장 그녀를 침대 곁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그는 그녀의 발을 어루만지고 또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며 정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고 그의 무한한 기쁨은 결국 말 한마디로 박연희에게 전해졌다.

“연희야, 우리의 은희가 돌아왔어.”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그들의 몸을 감싸주었다.

박연희는 조은혁을 내려다보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

“이 아이는 은희가 아니에요. 은혁 씨, 앞으로 우리가 아무리 많은 아이를 가져도 그 아이는 영원히 은희가 될 수 없어요.”

그 아이를 잃으며 그들은 단 한 번도 벨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분명 그렇게 뼈에 사무치는 고통이었지만 그 누구도 이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은희는 그들의 마음속 공통의 상처이니까.

조은혁은 박연희의 손을 살포시 잡았고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말로 이룰 수 없는 아픔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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