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그룹 대표, 프러포즈에 성공하여 조만간 결혼하다.]위에는 글과 사진도 게재되어 있었다.시간이 촉박해서인지 기사에는 예전 사진을 사용했는데 사진 속의 조은혁과 박연희는 지금보다 몇 살이나 젊었고 그때 박연희는 훨씬 파릇파릇한 얼굴을 하고 있어 지금과 차이가 상당히 커 보였다.심경서는 그렇게 한참 동안 멍하니 그 기사만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누군가가 그의 손에 들려있던 신문을 빼내었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김이서였다.“이제 결혼도 한다는데 아직도 미련이 남은 거예요? 심경서 씨, 당신은 이것도 아깝고, 저것도 아깝고... 당신은 도대체 누구를 사랑하는 거예요? 하긴, 당신도 선택하기 어렵겠죠. 하나는 당신 마음속의 여신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의 악종을 임신했고.”...심경서는 그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는 김이서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캐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그러자 김이서는 그의 손을 힘껏 뿌리쳐버렸다.이미 며칠을 참았지만 그녀는 끝내 이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이 순간 완전히 폭발하고 말았다.“뭐요? 당신과 잠자리를 가졌던 천한 년이 임신하고, 당신 잡종을 품고 꺼져버렸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해치고 심씨 가문을 해쳤는데 그 여자가 정말 온전히 물러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집안 어르신께서 정말 그녀의 목숨을 살려 주실까요? 이건 모두 심경서 당신이 정말 대단해서 그 여자 뱃속에 잡종을 심어놓은 거잖아요.”화가 치밀어 오른 김이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심경서 씨, 그리고 심 주임님... 당신 정말 대단한 인재네요. 바깥 여자랑도 정들면서 임신까지 시켰는데 진이와 윤이는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아빠가 밖에서 여자 놀이에 빠져 동생까지 낳아준 걸 알면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심경서는 애써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하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모두 내 자식들이야.”“하지만 유일한 것은 아니잖아요. 심경서 씨, 저도 이제 알겠어요. 제가 당신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니까 진이
차에 탄 후에도 박연희는 여전히 조금 전의 감정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그러자 조은혁은 그녀의 손바닥을 가볍게 잡고 몸을 옆으로 돌리며 부드럽게 물었다.“무슨 생각 하고 있어?”박연희는 그의 팔을 껴안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은혁 씨, 전 아직도 가끔 자정에 꿈을 꾸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생각해요... 경서 씨는 이미 결혼하고 아이도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분이 얽매여 선 넘는 일을 할 수 없어요. 하물며 아직 과거의 인연이 있는데. 전 이해할 수 없어요. 어르신은 왜 저를 용납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브레이크의 일은 아직도 마음에 걸려요.”...그녀의 말을 곰곰이 듣고 있던 조은혁이 약간 쉰 목소리로 답해주었다.“권세 때문이지. 심지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심경서를 일으켜 세워야 하니까.”“그럼 그의 마음속에서 전 경서 씨의 오점인가요?”박연희는 조금 슬펐다.그러자 조은혁은 몸을 숙여 그녀의 입가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내 마음속에서 넌 항상 1순위야.”확실히 위로가 되었다.모든 억울함이 지금, 이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많이 가벼워졌다.박연희의 마음도 좀 가라앉았다.그녀는 손을 뻗어 자신의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조은혁을 향해 빙긋이 웃어 보였다.“저, 당신, 우리 오빠, 그리고 장씨 어머니와 아이들까지... 은혁 씨, 남은 생 동안은 저한테 잘해주셔야 해요.”조은혁이 가볍게 응해주었다.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30분 후, 검은색 캠핑카가 별장으로 들어섰다.메인 저택 입구에는 장씨 아주머니가 많은 고용인을 거느리고 두 줄로 서 있었다. 조민희는 작은 손에 꽃다발을 든 채, 장씨 아주머니 앞에 서 있었고 아빠 엄마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자마자 쪼르르 달려가 조은혁에게 꽃을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어린 목소리로 장씨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가르친 말을 또박또박 내뱉었다.“이 꽃은 저의 영광스러운 아버지에게 바칩니다.”그
...결혼식 일은 대부분 조은서와 심정희가 도맡았고 박연희는 계속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 집중했다.사실 이번의 아이는 지난번과 달리 오히려 진범이를 임신했을 때와 반응이 비슷했다. 하여 박연희는 마음속으로 남자아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조은혁은 딸을 바라고 있었기에 차마 그에게 말해줄 수 없었다.괜히 말하면 잠도 못 자고 또 아이를 가지려 할까 봐 무서웠다.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의 향기가 점점 무르익어갈 때쯤.창밖의 파초 잎은 이미 노랗게 물들어 있었고 잎 가장자리는 점점 더 오그라들어 있었다. 그리고 밤이면 때때로 엷은 흰 서리를 한층 뒤집어쓰고 있기도 하다... 별장에도 난방이 시작되고 집안 곳곳은 참으로 따뜻하고 아늑했다.박연희는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저녁이 되어 조은혁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밖에서 저녁 식사 겸 수선을 맡겼던 드레스를 입어보자는 내용이었다. 박연희는 흔쾌히 동의했고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그때, 아래층 마당에서 승용차 소리가 들려왔고 박연희는 당연히 조은혁이 데리러 왔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잠시 후 장씨 아주머니가 위층으로 올라와 문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저... 심씨 댁 사노님께서 사모님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어떡할까요? 보시겠어요... 아니면 돌려보낼까요?”심씨 댁 사모님?당시 박연희가 심씨 저택에서 지낼 때, 최민정은 박연희에게 극도로 잘 대해주었기에 인정과 정을 따져서라도 박연희는 그녀를 거절할 수 없었다.잠시 후, 최민정은 2층 거실로 초대되었다.최민정은 선물을 가지고 왔는데 총 3가지 선물이었다.차 향기가 사방에 가득 퍼지고 두 사람은 그렇게 다시 얼굴을 마주하였다. 최민정의 얼굴은 예전보다 조금 더 수심에 잠긴 듯 했지만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매우 부드러웠다.“이 중에는 저와 연희 씨 오빠의 몫이 들어있어요. 그리고 경서가 부탁한 선물도 함께 넣어놨어요... 그리고 어르신이 연희 씨를 위해 준비한 것도 있어요. 연희 씨, 연희 씨가 우리 집에 크게 실망한 건 알지만 이 세
최민정이 떠나고 대략 5분 후, 조은혁이 돌아왔다.조은혁이 막, 별장 로비에 들어서자 장씨 아주머니가 살금살금 걸어와 그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방금 심씨 가문 사모님께서 다녀가셨는데 감정적인 말을 했는지 사모님께서 기분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장씨 아주머니의 말을 듣자 조은혁은 눈살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전했다.이윽고 그는 접대실에서 박연희를 찾았다.향명은 오래전에 식어버렸고 박연희는 영국식 비단 소파에 기대어 조용히 멍을 때리고 있었다. 조금 전, 최민정의 방문에 속상했던 것이다.그러자 조은혁은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물었다.“기분이 안 좋으면 드레스는 다음에 입어볼까?”그 말에 박연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보았다.노을 아래 그의 잘생긴 얼굴은 옅은 주황색으로 물들어 매우 따뜻하게 느껴졌다.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박연희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가고 싶어요... 저도 예쁜 모습으로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박연희를 바라보는 조은혁의 눈빛이 그윽하게 빛났다.이윽고 그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그들은 예정대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후 드레스를 입어보기 위해 웨딩숍으로 향했다.조은혁은 전에 옷을 입어봤기에 VIP룸에 앉아 잡지를 뒤적이며 차분히 박연희를 기다렸다.대략 30분 정도 지나고 박연희는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흰 빛깔의 아름다운 드레스에 투명한 베일을 머리 뒤로 걷어 올려 우아한 은빛 화관을 드러내었고 양쪽의 가는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늘어뜨려 그야말로 인간 세상의 비현실적인 미모를 자랑하였다.그 순간, 조은혁은 저도 모르게 넋을 잃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하염없이 그녀를 바라보는 조은혁의 눈빛 속에는 꿀이 뚝뚝 흘러내렸다.직원들은 그의 뜨거운 시선을 보고 곧바로 분위기를 눈치채고 자리를 비켜주었다.그렇게 큰 VIP룸에는 그들 둘만 남게 되었고 조은혁은 박연희를 가볍게 안아 거울 앞으로 데려오더니 그녀를 뒤에서 껴안은 채 거울 속의 박연희를
그러자 하서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정말요?”박연희는 아이를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물론이지.”“형수님 말을 따를게요.”바로 그때, 조은혁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그는 들어오자마자 울고 있는 하서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평소 같으면 진즉 한 대 쥐어박았겠지만 지금은 박연희도 곁에 있다. 조은혁은 줄곧 박연희의 마음속에서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기에 하서인에게도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왜 그래? 왜 울고 있어?”그러자 하서인은 난감해하며 등을 돌리고 눈물을 닦았다.박연희는 그녀더러 먼저 나가라고 다독여주었고 그렇게 하서인이 대기실을 나섰다...조은혁은 문을 닫은 뒤 몸을 돌려 박연희에게 물었다.“서인이 도대체 왜 저래? 평소에는 얼마나 털털한 사람인데... 설마 연희 너와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저러는 건 아니지?”박연희는 상황이 우스워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주원 씨를 봤대요.”그 말에 조은혁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잠시 후, 그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대체 그 남자가 뭐가 좋다는 거야? 한없이 가벼운 사람인데 헤어져도 아까울 것 없다니까.”박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대표님 말이 맞아요.”그 말에 조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난 왜 네가 날 저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그러자 박연희는 몸을 돌려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보며 메이크업을 정리했다.“그래요? 느낌이 아니라 저격한 게 맞는데요.”“...”...하서인은 대기실에서 나온 뒤, 주원과 그의 아내와 마주치게 되었다.나란히 걸어가는 그들의 표정은 모두 담담했고 두 사람은 집안일을 이야기하고 있는듯했다... 그리고 하서인을 만난 순간, 주원의 시선이 조금 그윽해졌다.그는 하서인이 입고 있는 붉은빛의 드레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는데 그 영롱한 몸매가 매우 매력적이었다.지금까지도 주원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 시절을 잊을 수가 없다.하서인의 희고 고운 몸은 그의 몸 아래에서 거의 녹아내리듯 싶었
사회자가 멘트를 마치자 심정희와 장씨 아주머니가 나란히 무대에 올라섰다.오늘, 심정희는 며느리를 얻게 되고 장씨 아주머니는 딸을 시집보내게 된다... 양가 어머니는 모두 환한 옷차림에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심정희는 일찍이 과거를 떨쳐냈고 이젠 그저 조은혁이 행복하기만을 바랐다.장씨 아주머니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줄곧 대표님과 사모님이 화목하기만을 간절히 바랐는데 지금 그들은 화목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까지 진행하게 되었다...그리고 뱃속에는 사랑의 결실이 들어있었다.장씨 아주머니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렇게 그녀는 심정희와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결혼식장 직원이 차 두 잔을 가져다 놓았고 그들은 자단이 그려진 받침을 정성스럽게 내려놓고 오늘의 새사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래 하객들도 모두 숨을 죽이고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그리고 심지철도 멀리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원래 그의 것이어야 하는 자리에 웬 엉뚱한 늙은 고용인이 앉아 부부의 인사를 받게 되는 것은 심지철에게 있어 말로 이룰 수 없는 큰 수치였다.박연희는 이제 정말 자신의 아버지와 인연을 끊은 것이다.도무지 견딜 수 없어 식장에서 나가려던 그때, 음악이 울려 퍼지고 심지철은 발걸음을 멈추고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한 쌍의 아름다운 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남자는 말끔한 슈트를 차려입고 여자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어 그들의 모습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심정희와 장씨 아주머니는 너무 기뻐 인사를 받기도 전에 그들에게 돈 봉투를 건네주었다.그 모습에 박연희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혔고 조은혁은 좌우에 각각 찻물을 한 잔씩 따른 뒤 그녀에게 건네주고는 양가의 어머니께 큰절을 올리며 인사를 드렸다... 심정희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고 장씨 아주머니도 조용히 눈물을 훔치며 연신 입을 열었다.“그만 일어나세요.”사모님의 뱃속에는 아직 아이가 있는데 그녀가 어떻게
박연희의 눈가가 더욱 촉촉해지고 그녀는 그의 손바닥을 맞잡았다.이 길을 걸어오면서 그들은 마침내 진정으로 결합하게 되었다.그리고 이날, 하늘과 땅이 그들 사랑의 증인이 되었다.조은혁과 박연희는 영원히 동고동락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살아갈 것이다....밤이 되고 조은혁은 하객들에게 찾아가 인사를 건네며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다. 마지막엔 소꿉친구들이 직접 나서서 겨우 뜯어말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거의 반쯤 안은 상태에서 가까스로 부축해 6성급 호텔의 프레지던트 허니문 스위트룸으로 데려다주었다.스위트룸 문이 닫히자 조은혁의 취기는 순식간에 말끔히 사라져버렸고 그의 눈빛은 전례 없이 맑았다.같은 시각, 박연희는 거실에서 선물을 뜯고 있었다.마침 이지훈이 선물한 값비싼 금장 세트를 뜯고 있었는데... 비싼 것 말고는 다른 뜻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선물이었지만 조은혁은 질투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그는 그 물건을 들고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정말 할 말이 없었다.마지막으로 그는 소파에 앉아 매우 시큰둥하게 말했다.“이지훈은 예전에 조은서도 좋아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은서는 여전히 유선우의 아내였어. 그리고 또 얼마 전에 또 날 좋아했잖아... 그 사람은 뭐 다른 사람 아내를 좋아하는 게 취미래?”일부러 더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은 그저 아내가 그를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그러자 박연희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반박했다.“이지훈 씨가 저를 좋아할 때 저는 당신의 아내가 아니라 솔로였는데요.”“그럼 후회돼?”조은혁은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박연희를 가볍게 품 안으로 끌어안더니 그녀의 뒷덜미를 잡은 채 그녀에게 매달려 키스를 퍼부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키스한 후에야 조은혁은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후회해도 늦었어. 넌 이미 조은혁의 아내가 되어버렸어.”박연희는 그의 유치한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리고 박연희는 원래 남은 선물은 내일 뜯어보고 오늘은 먼저 샤워를 하고 화장을 지우려 했지만 그때, 손에 있던 상자에서 귀한
같은 시각, 호텔 복도에는 또 한 쌍의 옛정이 맺힌 커플이 있다.임지혜와 차준호는 호텔 안뜰의 협로에서 만나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난 그는 예전보다 훨씬 성숙해졌고 온몸에는 단호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오직 임지혜를 볼 때만은 약간의 진심을 드러내곤 한다.“지혜야, 오랜만이다.”차준호는 평소에 이런 인사치레를 하지 않지만 그들 사이에는 인사 치렛말 외에는 선을 넘지 않는 말이 없었다.반성훈이 세상을 떠난 지도 몇 년이 되었다.그리고 그도 아내와 이혼한 지 오래되어 그의 신변에 더 이상 장애가 될만한 것이 없었다. 하여 차씨 집안의 모든 것들이 이제 그의 손아귀에 들어와 있다... 그녀가 B시에 돌아온 후, 그는 의도적으로 그녀 곁에 나타나지 않았고 또한 조은서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며 매년 임지혜의 생일 때가 되면 정성껏 선물을 준비하여 그녀에게 보내곤 했다.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응답을 받지 못했다.오늘 밤, 차준호는 더 이상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들도 이제 젊은 나이가 아니었고 더 이상 허송세월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특별히 여기에서 임지혜를 기다렸던 것이다.늦가을, 임지혜는 또다시 차준호와 마주 보고 있다.한참 만에야 임지혜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오랜만이네.”그녀의 담담한 미소는 너무나도 평화로워 옛날의 불행 따위 보이지 않았고 단지 눈꼬리 한 군데의 가느다란 주름이 그녀가 더 이상 젊지 않음을 상징하고 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생기가 넘쳤던 것 같은데 말이다.차준호는 임지혜의 등 뒤에서 저도 모르게 마음속의 그 말을 내뱉었다.“만약 결혼하는 사람이 너였다면 난 분명 엄청 기뻤을 거야.”오랜 세월이 흐르며 두 사람 모두 셀 수 없이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짧은 몇 초와 몇 마디 말.차준호는 사실 그녀의 냉담함과 거절을 느낄 수 있었다. 똑똑한 남자라면 진즉 그만두고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겠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바랬던 순간인데 차준호가 어떻게 이렇게 얻기 힘든 기회를 놓칠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