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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같은 시각, 호텔 복도에는 또 한 쌍의 옛정이 맺힌 커플이 있다.

임지혜와 차준호는 호텔 안뜰의 협로에서 만나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난 그는 예전보다 훨씬 성숙해졌고 온몸에는 단호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오직 임지혜를 볼 때만은 약간의 진심을 드러내곤 한다.

“지혜야, 오랜만이다.”

차준호는 평소에 이런 인사치레를 하지 않지만 그들 사이에는 인사 치렛말 외에는 선을 넘지 않는 말이 없었다.

반성훈이 세상을 떠난 지도 몇 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도 아내와 이혼한 지 오래되어 그의 신변에 더 이상 장애가 될만한 것이 없었다. 하여 차씨 집안의 모든 것들이 이제 그의 손아귀에 들어와 있다... 그녀가 B시에 돌아온 후, 그는 의도적으로 그녀 곁에 나타나지 않았고 또한 조은서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며 매년 임지혜의 생일 때가 되면 정성껏 선물을 준비하여 그녀에게 보내곤 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응답을 받지 못했다.

오늘 밤, 차준호는 더 이상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들도 이제 젊은 나이가 아니었고 더 이상 허송세월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특별히 여기에서 임지혜를 기다렸던 것이다.

늦가을, 임지혜는 또다시 차준호와 마주 보고 있다.

한참 만에야 임지혜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

“오랜만이네.”

그녀의 담담한 미소는 너무나도 평화로워 옛날의 불행 따위 보이지 않았고 단지 눈꼬리 한 군데의 가느다란 주름이 그녀가 더 이상 젊지 않음을 상징하고 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생기가 넘쳤던 것 같은데 말이다.

차준호는 임지혜의 등 뒤에서 저도 모르게 마음속의 그 말을 내뱉었다.

“만약 결혼하는 사람이 너였다면 난 분명 엄청 기뻤을 거야.”

오랜 세월이 흐르며 두 사람 모두 셀 수 없이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짧은 몇 초와 몇 마디 말.

차준호는 사실 그녀의 냉담함과 거절을 느낄 수 있었다. 똑똑한 남자라면 진즉 그만두고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겠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바랬던 순간인데 차준호가 어떻게 이렇게 얻기 힘든 기회를 놓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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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s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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