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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난 우리 엄마 그렇게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요!”

...

심경서는 무표정으로 물었다.

“조은혁이 너한테 돈 줬어?”

이 질문에 임윤아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이 모든 걸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더 묻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심경서가 물었다.

“나랑 그렇게 오래 만나면서 한순간도 진심이었던 적은 없었어?”

“없었어요.”

이번에는 임윤아의 대답이 유독 빨랐다.

“나한테 당신은 그냥 비즈니스일 뿐이에요. 사랑 같은 건 심경서 씨 같은 재벌한테나 어울리는 소리죠. 나한텐 그럴 여유가 없어요. 그래서 당신을 사랑한 적도 없어요, 1분 1초도 없다고요.”

말을 마친 임윤아는 160억의 수표와 값비싼 물건들을 잔뜩 안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내뱉은 모진 말과는 달리 임윤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귀를 간지럽히는 그 밤에 땀으로 범벅된 둘이 하나가 될 정도로 붙어있었는데, 임윤아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데 흔들리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되었다.

하지만 떠나는 날까지도 임윤아는 제 마음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심경서는 제가 없어도 잘 살 거라 생각해서였다.

그래서 아이를 가졌다는 말도 굳이 하지 않았다.

임윤아는 그냥 이대로 조용히 떠나가고 싶었다.

자신과 심경서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니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그리고 심경서가 사랑했던 임윤아는 조은혁이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다. 진짜 임윤아는 그렇게 빛이 나는 사람이 아니라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

점점 멀어져 가는 임윤아를 보며 심경서는 자리에 한참 동안 앉아있었다.

그리고 임윤아가 제 품 안에 안겨 하던 얘기를 떠올렸다.

“좋아해요, 심경서 씨. 평생 당신 곁에 머물고 싶어요.”

그때 그 말을 믿었던 제가 우스워 난 심경서는 헛웃음을 흘렸다.

‘임윤아,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구치소에서 나온 임윤아를 기다리고 있는 건 김 비서였다.

김 비서는 그녀에게 여권을 건네주며 말했다.

“유럽 모든 나라 5년 동안 무비자 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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