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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그러나 그는 여전히 심지철을 가리키며 독설을 퍼부었다.

“어르신께 한 마디만 남길게요. 휘황찬란한 시기도 결국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영원이란 존재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약간의 여지는 남겼어야죠.”

그제야 심지철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조 대표도 참으로 굳센 인간일세. 하지만 사고를 당했다면 경찰에 신고해야지 왜 나한테 와서 소란을 피우나?”

심지철은 그동안 산전수전을 전부 겪으며 심리적인 소질이 매우 강한 편이었다.

그러자 조은혁이 냉소를 터뜨렸다.

“제가 먼저 경찰서에 가면 어르신께서 바로 청심환 한 병을 삼켜야 할까 봐 두려워서요.”

조은혁은 이제는 싸움을 걸지 않고 곧바로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떠났다.

이제 그는 심지철과 공개적으로 사이가 틀어졌으니 이제는 만회할 여지도 없다.

겨우 두 발자국 걸었는데 그는 박연희가 초라한 몰골에 실내화까지 신은 채 바깥에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차림새로 보아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초조했는지 알 수 있었다.

두 시선이 마주치고 그렇게 그들은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조은혁이 먼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 괜찮아.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김 비서가 알려줬어?”

그러나 박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쏜살같이 달려와 조은혁의 몸을 힘껏 껴안고는 작은 얼굴을 그의 가슴 깊숙이 파묻었다. 피투성이가 된 조은혁의 몸은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발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슬리퍼도 개의치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더더욱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그저 지금, 이 순간, 눈앞의 남자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혹여나 그를 잃을까 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조은혁도 덩달아 가슴이 촉촉해져 고개를 숙이고 품 안의 어린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렇다. 박연희도 이제 곧 서른이 다 되어가지만 그의 품에서는 여전히 어린 아이일 뿐이다. 너무 얇고 작아 조은혁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위로해주었다.

“울지 마. 네가 눌러서 팔이 아픈걸.”

조은혁은 박연희더러 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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