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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1화

한참 후에야 김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았다.

“절 사랑하지 않는다고요? 이혼? 심경서 씨, 당신 저와 처음에 결혼했을 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당신은 내가 온화하고 다정하다고 했고, 당신은 내가 당신의 이상적인 아내라고 말했잖아요.”

“그건 옛날이고. 김이서, 네 모습을 봐봐. 아직도 온화라는 두 글자와 어울린다고 생각해?”

...

김이서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버렸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누가 날 이렇게 몰아붙인 건데요? 심경서, 당신이 말해보라고!”

심경서는 대답해줄 수 없었다.

차가운 밤바람이 스치고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마당에 남은 등들이 내는 소리인 모양이다. 심지철은 순간 발끈하여 고용인들에게 분부하였다.

“저 등들을 모두 부숴라.”

“아버님!”

최민정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깜짝 놀라 외쳤다.

“아버님은 연희 씨에게 마지막 체면조차 남겨주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날 밤 연희 씨를 딸로 맞이한 날 준비하신 거잖아요.”

하지만 심지철은 결코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그 분홍색 유리 등들은 심지철이 박연희를 사랑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마지막 흔적들이지만 결국 그의 손에 의해 모조리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심경서는 곧 사당 안으로 끌려들어 갔고 심지철은 계자를 들고 호되게 내리쳤다.

심철산 부부는 마음이 아팠지만 끽소리도 못했다.

한편, 김이서는 계속 입술을 틀어막고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남편이 죽을 만큼 미웠지만 그의 피부가 찢기고 살이 터지는 것을 보며 그녀도 마음이 아파 났고 결국 김이서가 심지철을 가로막고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이제는 때리면... 정말 인명피해가 날지도 몰라요.”

그러자 심지철은 화에 못 이겨 계자를 힘껏 내동댕이쳤다.

밤바람이 거세서 불어 헤치며 심씨 가문의 조상들을 스치고 심경서의 몸에 남은 상처도 스쳐 지났다.

최민정이 심경서에게 애원했다.

“경서야, 뭐라도 말 좀 해봐.”

“저놈은 지금 귀신에게 홀렸는데 마음속에 어디 제 어미가 있겠어? 이 불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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