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는 갤러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그때, 문밖에서 비서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지난번에 찾아오셨던 김 여사님께서 대표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박연희는 잠깐 멈칫하더니 밖을 내다보았다.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확실히 김이서가 맞지만 지난번보다 많이 수척해졌고 미간에는 풀리지 않는 애수가 서려 있는데 삶이 정말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박연희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만나주지 않으면 김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결국 박연희는 커피숍에서 김이서와 만나게 되었다.핸드드립 커피 두 잔으로 자리에는 커피의 향기가 가득했다.똑같이 우아한 두 여인이 마주 앉아 있는데 심경서 때문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평생 교접할 수 없었을 것이다.결국, 김이서가 먼저 말을 꺼냈다.“얼굴이 좋아 보이시는 걸 보니 잘 지냈나 봐.”박연희도 담담하게 답했다.“네, 나쁘진 않아요.”박연희의 말투는 한없이 냉랭했고 분위기도 한동안 딱딱하게 경색되었다.김이서는 고개를 숙인 채 커피를 부드럽게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으나 그녀의 말투는 타협한 듯 무력하게 들렸다.“이제 알겠어. 당신이 심씨 가문에 돌아가야만 경서 씨가 정말로 마음을 다잡고 가정으로 돌아갈 것 같아. 그러면 경서 씨도 이제는 밖으로 가지 않을 거고 진이와 윤이의 어린 시절에나 아버지가 있을 거야...”그녀는 다시 박연희의 손을 꼭 잡으며 말을 이었다.“진이와 윤이 모두 엄청 사랑스러워. 연희 너도 보면 분명 좋아할 거야. 진이와 윤이는 당신과도 혈연관계가 있잖아.”김이서는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이며 가족애 패를 꺼냈다.그녀는 박연희가 집에 돌아온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저울질했지만 심경서는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이다. 심경서도 그저 박연희를 곁에서 바라볼 뿐 정말로 무언가를 할 순 없을 것이고 박연희도 허락해주지 않을 것이다.심경서가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김이서는 이런 것들을 따지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박연희는 동의하지 않았다.그녀가 막
하지만 검은색의 롤스로이스는 별장에 들어간 뒤, 야외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 아닌 지하로 내려갔다. 갑작스러운 내리막길에 박연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지하실 문은 잠겨버렸고 고용인들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그러나 박연희는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조은혁이 박연희의 가는 허리를 잡더니 바로 그의 몸 위에 앉히고는... 좌석을 평평하게 놓았다.누운 조은혁의 허리 위에 앉아 있다 보니 화면이 조금 야하게 느껴지긴 했다.어두운 차 안, 조은혁은 그녀의 연약한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잔뜩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방금 내 팔다리가 발달했다고 했었지? 어떻게 발달했는데? 이렇게?”그러자 박연희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이 사람은 진짜 마흔도 넘었는데 아직도 언제 어디서든 그녀를 갈망하고 있다.짙은 색 정장 바지는 남자의 흥분으로 자랑스러운 볼륨감을 자랑했고 이는 여자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유혹이었다... 더군다나 조은혁은 박연희의 작은 손을 잡고 그녀에게 남자의 좋은 점을 체험하게 해주었다.그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물고 그녀와 진득한 키스를 하며 목소리는 더욱 깊어졌다.“연희야, 난 지금 팔다리를 좀 발달시키고 싶은데 네가 해주지 않을래?”조은혁은 취미가 있다.그는 이런 일을 하면서도 수치스러운 말을 하는 것을 즐겼지만 여자로서 박연희는 거부감이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빨리 흥분하기도 했다.지금 그들은 외로운 남자와 여자이다.공간은 완전히 폐쇄되었고 하물며 이렇게 자극적인 곳인데 박연희처럼 수줍은 사람도 결국은 모든 걸 다 내려놓게 된다...새까만 긴 머리카락이 희고 얇은 등에 흩어져 살랑살랑 흔들렸다...그 매혹적인 기복 속에서 박연희는 고개를 들어 붉은 입술을 깨물었지만 여전히 연인 사이의 신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가는 땀이 그녀의 머리칼을 적시고 어둠 속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다.조은혁은 목이 메 괜히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그는 황홀하게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그녀의 향
귀를 찌르는 큰 소리가 울려 퍼지고 검은색 벤틀리 쪽 차 문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체에서 떨어져 나가며 도로에 부딪혔다... 이어 차는 비스듬히 앞의 벽에 들이박았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 보닛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에어백이 터지면서 운전석의 남자를 보호했지만 그런데도 날아온 깨진 유리 조각이 조은혁의 오른팔에 약 4cm 깊이 박히며 피가 하얀 셔츠를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조은혁은 차 안에 앉아 심하게 숨을 헐떡였다.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의 자식은 아버지가 없고 박연희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잃고... 괴롭힘을 당할까 두려웠다.조은혁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팔뚝 살에 박힌 깨진 유리 조각을 힘껏 뽑았다.눈앞이 뿌옇게 흐려졌지만 그래도 억지로 이를 악물고 버티며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세게 내리쳤다. 차 문이 열리고 그는 비틀거리며 가까스로 차에서 내렸다. 뒤에 있는 차는 이미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검은색 엔진오일이 방울방울 떨어져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이 있었다.그리고 주위에는 잘생긴 부자 남자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조은혁은 재빨리 두 손을 휘저으며 사람들을 해산시켰다.“몰려있지 마세요! 빨리 피해요! 차가 폭발할 수도 있어요.”그의 외침에 군중들도 서서히 사방으로 흩어졌고 조은혁은 계속하여 10여 미터를 달려나가 머리를 돌려 박살이 난 그 차를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옷 주머니에서 새하얀 담배 한 대를 꺼내더니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불을 붙였다.다행히 휴대폰은 아직 연락할 수 있었고 그는 다급히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곧이어 119 사이렌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B시의 가장 번화한 거리는 꽉 막혀버렸고 바람과 구름이 몰려온 B시의 하늘 아래, 그 소용돌이 속에 서 있는 조은혁은... 마치 하나의 산봉우리처럼 의젓했다....오전 10시, 심지철은 회의하고 있었다.서 비서의 말솜씨에 현장의 분위기는 매우 화기
그러나 그는 여전히 심지철을 가리키며 독설을 퍼부었다.“어르신께 한 마디만 남길게요. 휘황찬란한 시기도 결국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영원이란 존재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약간의 여지는 남겼어야죠.”그제야 심지철도 조용히 입을 열었다.“조 대표도 참으로 굳센 인간일세. 하지만 사고를 당했다면 경찰에 신고해야지 왜 나한테 와서 소란을 피우나?”심지철은 그동안 산전수전을 전부 겪으며 심리적인 소질이 매우 강한 편이었다.그러자 조은혁이 냉소를 터뜨렸다.“제가 먼저 경찰서에 가면 어르신께서 바로 청심환 한 병을 삼켜야 할까 봐 두려워서요.”조은혁은 이제는 싸움을 걸지 않고 곧바로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떠났다.이제 그는 심지철과 공개적으로 사이가 틀어졌으니 이제는 만회할 여지도 없다.겨우 두 발자국 걸었는데 그는 박연희가 초라한 몰골에 실내화까지 신은 채 바깥에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차림새로 보아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초조했는지 알 수 있었다.두 시선이 마주치고 그렇게 그들은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조은혁이 먼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난 괜찮아.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김 비서가 알려줬어?”그러나 박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쏜살같이 달려와 조은혁의 몸을 힘껏 껴안고는 작은 얼굴을 그의 가슴 깊숙이 파묻었다. 피투성이가 된 조은혁의 몸은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발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슬리퍼도 개의치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더더욱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그저 지금, 이 순간, 눈앞의 남자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혹여나 그를 잃을까 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조은혁도 덩달아 가슴이 촉촉해져 고개를 숙이고 품 안의 어린아이를 바라보았다.그렇다. 박연희도 이제 곧 서른이 다 되어가지만 그의 품에서는 여전히 어린 아이일 뿐이다. 너무 얇고 작아 조은혁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위로해주었다.“울지 마. 네가 눌러서 팔이 아픈걸.”조은혁은 박연희더러 울지
문이 삐걱하고 열렸다. 침실은 불을 켜지 않아 어두컴컴했다.박연희는 침대 옆으로 가서야 조은혁이 깨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쩐지 약간 섬뜩했다. 박연희는 그의 곁에 앉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뭐 좀 먹어요. 약을 바꿔줄게요.”탁! 불이 켜지고 조은혁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애들은?”박연희가 나지막이 대답했다.“다 데려왔어요.”조은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오늘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아? 내 차에 몰래 손쓴 건 문제 없지만 오늘 조금만 더 일찍 사고가 났다면... 진범과 민희도 차에 있었을 거야.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도 싫어.”그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박연희를 바라보았다.“그 사람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으면, 앞으로 내가 심씨 가문에 안 좋은 일을 할 거야. 어쩌면 연희 너도 불쾌할 수 있어.”“네.”박연희는 외마디 대답을 하고는 아무 말 없이 그에게 음식을 먹였다.그가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한 일이 그녀도 두려웠다.박연희의 마음속에서 진범과 민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이 시각 그들 부부는 마음이 같았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온순한 눈매를 보니 분명 그와 같은 편이다.조은혁은 마음이 뭉클했다. 흥분된 그는 또 주책을 떨며 그 일을 하자고 졸랐다.박연희는 어쩔 수 없이 상처가 다 나으면 그때 하자고 달랬다. 결국 조은혁은 손으로 만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만족하지 못하고 한 손으로 그녀를 안아 자기 무릎에 앉혔다.대추는 한쪽에 내팽개쳤다.그녀는 긴 치마를 입고 있어서 아주 편리했다.사실 실제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즐겁지 않았다. 하지만 그저 이렇게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고 그녀가 만족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가슴이 벅찼다.조은혁은 그녀를 만지면서 19금 토크를 했다.“내가 이렇게 다쳤는데도 너의 생리적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어. 감동스럽지 않아?”정말 얄밉다. 백연희의 가늘고 긴 다리는 양쪽
민희는 뛰어오다가 멈춰 섰다. 엄마가 울었던 것 같다...새까만 머리카락은 땀이 나서 등 뒤에 달라붙었고, 아빠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 민희가 응석 부리며 안아달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민희는 머리를 쥐어뜯었다.‘엄마도 응석 부리기 좋아하는구나.’박연희는 지금 꼴이 말이 아니고 조금만 움직여도 들통나기 때문에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민희가 다가오려고 하자,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은혁 씨, 빨리 애를 안고 나가요.”조은혁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그럼 넌 어떡해? 아이가 보면 안 좋을 텐데.”박연희에게 한 대 얻어맞은 조은혁은 더 이상 놀리지 않고 민희를 달래서 내보냈다.침실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조은혁은 또 천천히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고, 시선을 그녀의 얼굴에 고정해 어떤 표정도 놓치지 않았다. 남녀 간의 욕정이 담기지 않은 순수한 애무는 한참 동안 지속됐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연희야, 넌 내 거야.”박연희는 느낌이 오는 듯 몸을 가볍게 떨었다....밤이 되어 박연희와 아이들은 잠들고, 조은혁은 아래층 거실에 앉아 있었다.희미한 불빛 아래서 졸고 있던 장숙자는 마당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자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다.“이 시간에 누구죠? 대표님을 해치러 온 건 아니겠죠?”조은혁은 어이없이 웃었다.이때 밖에서 누군가가 급히 들어왔다. 다름이 아니라 심경서의 비서 이지안이었다.이 밤중에 찾아온 걸 오니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다.장숙자는 차를 끓이러 갔다.이지안은 조은혁 옆에 와서 앉더니 부상당한 그의 한쪽 팔을 보며 설득했다.“심지철이 정말 잔인한 수단을 썼네요. 대표님, 우리 심씨 집안과 협상하는 건 어때요? 우리가 심경서의 약점을 쥐고 있잖아요?”“협상?”조은혁은 코웃음을 치더니 팔을 들어 보였다.“나를 죽이려 하는 걸 못 봤어? 이때 협상하는 것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것과 같잖아?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누구를 두려워한 적이 있어? 참, 심경서 쪽은 어
그 소리에 심지철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그는 차에서 내려 아이에게 용돈을 주려 했지만 박연희가 직접 아이를 안았다. 옆에 있던 경호원이 차 문을 열자 그녀는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검은색의 차 문이 닫히면서 시선을 가렸다.심지철은 못내 서운했다.“내가 그렇게도 밉고, 조은혁이 그렇게 중요한가? 조은혁이 상처를 준 것은 잊었나? 연희도 이서랑 똑같이 연애에 올인할 줄은 몰랐어.”서지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 안에서 조민희가 엄마의 얼굴을 만지며 달랬다.“엄마, 울지 마.”박연희는 아이가 걱정할까 봐 억지로 웃으며 껴안고 뽀뽀했다.“엄마가 울지 않았어. 바람 때문에 눈물이 난 거야.”조민희는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집에 돌아간 후 아빠한테 엄마가 울었다고 말했다.밤이 깊어지자 박연희는 아이들을 재운 후 예전과 마찬가지로 조은혁의 약을 갈아주었다. 주치의는 며칠 뒤면 실밥을 제거할 수 있지만 상처가 깊어서 보름 정도는 더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샹들리에 아래서 그녀의 눈매는 부드러웠다.조은혁은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오늘 그 사람을 봤어?”박연희는 흠칫하더니 낮은 소리로 물었다.“민희가 알려줬어?”조은혁이 부인하지 않자, 박연희는 담담하게 웃었다.“고자질쟁이! 민희는 은혁 씨와 친해.”사실 좀 아쉽다.조민희는 하인우의 아이니까 그녀와 더 친해야 맞지만 조은혁이 몇 년 키우더니 친부녀와 다를 바 없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서글펐지만 후에는 민희가 친아빠로 여기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약을 발랐다...조은혁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속삭였다.“그 사람이 나를 죽이려 하는 이유는 네가 고분고분 집에 돌아가길 바라서야. 하지만 연희야, 그 사람은 네가 고집스러운 아이라는 것을 몰라.”어릴 때는 순진하고 얌전했지만 나이가 든 후에는 줏대가 있었다.조은혁은 그녀가 어떤 모습이든 다 좋았다.이 시각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렜다.그들은
전화선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기운이 감돌았다.약 1분이 지난 후 심지철은 전화를 끊었다. 도도하기 짝이 없는 그는 부탁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이쪽의 조은혁은 휴대폰을 내던졌고 술이 거의 다 깼다.옆의 박연희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심경서가 400억 횡령 혐의를 받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조은혁이 이 모든 일을 꾸몄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지만 결국 묻지는 않았다.하지만 조은혁이 스스로 인정했다.“내가 한 거야.”“그의 내연녀는 임윤아이고 그가 뇌물로 받은 돈은 모두 내가 배치한 거야... 심경서가 죽을지, 무죄로 풀려날지는 사실 내 한마디면 되는데, 그걸 알면서도 심지철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어.”조은혁은 멍하니 있는 그녀를 품에 껴안았다.“내가 무서워?”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조은혁은 그녀의 머리를 가슴팍으로 끌어다 안고, 낮은 소리로 설명했다.“심지철은 권세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쉽게 움직일 수 없지만 심경서는 인품과 덕성이 지위와 어울리지 않아 가장 빠른 돌파구였어. 연희야, 날 믿어. 내가 끌어내리려는 건 절대 심경서가 아니라 심지철이야.”박연희는 한참 후에야 알았다고 대답했다.다시 취기가 올라온 조은혁은 그녀의 보드라운 얼굴을 만지며 소곤거렸다.“나는 모든 걸 너에게 말하고 아무것도 숨기지 않을 거야. 연희야, 우리 부부가 마음을 합치는 게 어때?”그가 너무 꽉 껴안고 있어서 박연희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우리는 아직 부부가 아니에요.”“부부가 아닌데, 어젯밤에 왜 내 밑에서 여보 여보 하면서 놓아달라고 했어? 응?”그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 없다. 박연희는 그를 상대하기도 싫었다.하지만 술을 마신 남자는 정말 다루기 어렵다....심씨 집안의 하늘이 무너졌다. 심철산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최민정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고 김이서는 집에서 미친 듯이 그릇을 부수면서 고용인을 욕했다.밤이 되자 차 한 대가 저택을 빠져나오더니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