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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사실 조은혁은 원래 박연희가 싫다고 거절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성숙한 여인이라면 어찌 거절하겠는가? 게다가 오늘 밤 박연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부드럽고 온순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그에게 맡길 의향이 있었다... 뜨거운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물결이 밀물과 썰물처럼 출렁거렸다.

조은혁은 줄곧 그녀의 작은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다.

희고 앙증맞은 얼굴에 부드럽고 새까만 긴 머리카락이 어깨에 늘어져 있어 마치 맑은 물의 요괴와도 같았다. 게다가 그녀가 지금 그에게 하는 일은 지극히 방탕하며 반짝반짝 빛나던 눈동자가 살짝 감긴 모양은 즐거움에 익숙한 여인 같았다.

사치스러운 욕실 안은 어느새 봄처럼 따뜻하게 피어올랐다.

...

같은 시각, 차에 앉아 있는 심지철의 주위는 추운 섣달과도 같이 싸늘했다.

옆에는 서 비서가 계속 설득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후에야 심지철이 한마디 내뱉었다.

“조은혁 이놈은 가만히 놔두어서는 안 되겠군.”

서 비서는 마음속으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음이 급해진 서 비서가 막, 입을 열려고 했지만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심지철은 한창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상태인데 그가 무슨 수로 그들 사이에 끼어들겠는가?

검은색 세단이 천천히 심씨 저택으로 들어왔고 저택에 도착한 심지철은 그대로 지하실로 들어갔다.

심경서는 여전히 묶여 있고 물조차 마시지 못해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입구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눈을 들어 심지철의 삼엄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심경서 역시 심지철을 잘 알고 있기에 즉시 음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또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연희 씨에게 또 무슨 짓을 했냔 말입니까?”

그러나 심지철은 냉담한 눈빛으로 꼴이 말이 아닌 심경서를 바라보더니 이내 그의 잠자리 사진들을 심경서의 얼굴에 내동댕이쳤다.

“왜 이렇게 변한 것이냐?”

차마 뜬 눈으로 보기 어려운 사진들은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고 심경서는 보자마자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연신 마른 침을 삼켰다.

“이건 어디서 난 겁니까?”

“네가 물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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