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홀로 썰렁한 밤을 보내는가 하면 떠들썩한 밤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강 씨 댁에서.오늘은 강원영과 유이안의 신혼 첫날밤이었다. 강원영의 부모님은 1주일 뒤에 다시 강윤을 데리고 오겠다며 아이까지 데리고 가버렸다.강유철은 1주일 동안 강원영더러 유이안을 잘 돌보라고 했다. 의사는 쉴 날이 많지 않다면서 말이다.밤이 되자 강원영은 아래층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고 유이안은 위층에서 화장을 지우고 샤워를 했다. 온 하루 바빴음에도 지치지 않고 그녀는 집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유이안이 오자 방에는 금으로 장식된 화장대가 생겼고 가구와 커튼도 파스텔톤으로 바뀌었으며 침대도 더 크고 부드러운 것으로 바뀌었다. 강원영이 유이안의 취향대로 다시 인테리어한 것이었다.유이안은 피부관리를 끝내고 거실에 앉아 사람들이 준 신혼 선물을 뜯어보았다. 평소에는 물욕이 별로 없는 편이었지만 오늘 밤은 유난히 흥이 나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날이었기에 기뻐서 그런 것인 듯했다.그녀는 방에 가득 찬 선물을 30분 동안 뜯었지만 아직도 절반밖에 뜯지 못했다.침실 문이 열리고 강원영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여전히 하얀 셔츠에 검은 턱시도를 입고 있어서 아주 멋있었다.그는 천천히 문을 닫고 선물을 뜯는 유이안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전에는 호기심이 많은 타입이 아니지 않으셨나요?”유이안은 평소에 평범한 차림을 하고 다녔지만 결코 메이크업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귀한 액세서리는 파티 때에만 착용하는 편이었다. 평소 옷차림은 심플하지만 예쁜 외모 덕분에 무엇을 입어도 눈에 띄는 편이었다.강원영이 이렇게 말하자 유이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럼 이제부터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으로 될 거야.”그녀는 가운을 입고 카펫에 앉아 계속해서 선물을 뜯고 있었다.강원영은 유이안의 등 뒤로 와서 그녀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허리를 적당히 만지작거리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밤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
강원영의 테크닉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유이안은 저항할 틈도 없이 빠르게 강원영의 손길에 의해 카펫 위로 눕혀졌다.두 사람의 입술이 맞물렸다.옷이 하나씩 바닥에 떨어지더니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침대로 이동해 신혼의 달콤하고도 뜨거운 첫날 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강씨 가문의 저택 밖에는 검은색의 랜드로버가 주차되어 있었다.얇은 모직 코트 차림의 성현준은 밤바람을 맞으며 차 옆에 기대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역시 자신이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유이안은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있었고, 지금 자신이 이런 곳에 있는 것은 자학에 불과했다.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권하윤이라는 여자에게 호되게 당하고 나서야 그는 뒤늦게 유이안과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는 끝없는 후회에 매일 밤 편히 잠들지 못했고 나쁜 습관까지 새로 생겨버렸다.최근 들어 성현준은 온종일 유이안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는 곳이 어디든 성현준은 항상 유이안의 뒤를 몰래 따라갔다.그는 몰래 유이안이 병원에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잔뜩 지친 얼굴로 수술실을 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유이안은 힘들게 얻어낸 쉬는 날에 아이의 하굣길을 함께 했고 아이와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했으며 백화에서 쇼핑도 즐겼다. 그리고 성현준은 그런 유이안을 항상 지켜보면서 쇼핑 중이던 그녀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모습에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도 조금 뒤, 그는 유이안이 강원영을 위해 새로운 셔츠를 두 벌이나 샀다는 사실에 웃음을 잃었다.그날, 성현준은 강가에 차를 세워둔 채 그 옆에서 담배를 두 갑이나 피워댔다.그 후로 성현준도 더 이상 유이안의 뒤를 밟지 않았다.그제야 성현준은 유이안이 다른 사람의 아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성현준을 위해 셔츠와 넥타이를 사주지 않을 것이다.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버린 유이안은 성현준에게 해주던 모든
유이준은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아래층에서는 가정부가 집안일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품에 안긴 아이는 품을 벗어나기 위해 몸을 비틀어보았지만 너무 꽉 안긴 탓이었는지 벗어날 수 없었다. 아이는 조금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유이준에게 말했다.“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그 말에 유이준은 감고 있던 눈을 떠 자신의 품에 안겨있던 아이를 바라보았다. 귀까지 오는 검은 머리에서는 건강한 윤기가 흘렀고 매끈한 피부 역시 금방 깊은 잠에서 깨어난 덕에 평소보다 더 깨끗하고 따뜻했다.그냥 보아도 귀엽기 그지없는 다섯 살 난 아이의 작은 어깨와 체구인데, 아빠인 유이준의 눈에는 얼마나 사랑스러워 보일까.진별이는 이제 스스로 충분히 화장실을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유이준은 굴하지 않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이불 속에 있던 아이를 안아 들었다.화장실로 이동하는 내내 진별이는 어딘가 모르게 부끄러워졌지만 이미 유이준에게 단단히 홀려 벗어날 생각도 하지 못했다.아이는 작은 손으로 아빠의 목을 꼭 껴안고 코알라라도 된 듯 아빠에게 매달려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아이는 더없이 행복했다.드디어 진별이에게도 아빠가 생겼다.딸이라는 존재가 처음 생긴 유이준은 진별이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고 있었다.평소, 유이준은 다른 가족들의 꿀 떨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유치하고도 오글거린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자신에게도 딸이 생긴 지금, 그 역시 세 식구의 달콤한 생활을 상상하게 됐고 심지어는 나중에 진별이가 커서 나쁜 남자라도 만날까 벌써부터 걱정되기 시작했다.화장실에 도착하자 유이준은 아이를 변기 위에 앉혔다. 아이는 유이준이 화장실을 나가기까지 기다린 후에야 바지를 내리고 볼일을 봤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참지 못하고 활짝 웃었다.한참을 웃다가도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잠에서 깨보면 옷도 아빠가 입혀줬다.진별이는 키 크고 잘생긴 아빠를 바라보며 내심 아쉬움을 품고
옆에 있던 가정부의 눈에는 그저 세 식구가 서로를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만 보였다....아침 식사 도중, 진별이는 매쉬포테이토와 씨름 중이었다.진은영은 그런 딸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유이준을 보며 말했다.“할 얘기가 있어요.”진은영을 바라보는 유이준의 눈빛은 뭔가 다른 의도를 품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평소 아무리 불같은 성격의 진은영이라고 해도 그런 눈빛을 마주하니 그녀도 어딘가 불편해져 저도 모르게 뺨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곧이어 그녀는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별이 데려갈 거면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아이가 하와이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적응을 못 할까 봐 걱정이에요.”유이준의 어두운 눈빛은 감정을 읽어내기 힘들었지만 기분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유이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매쉬포테이토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던 진별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저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가 있을래요. 유치원도 가고 싶고요...”유이준은 아이의 대답에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진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유이준은 매사에 냉정하고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침대 위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는 지금 애정이 흘러넘치는 눈빛으로 진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YS 그룹 대표의 카리스마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진은영은 그 모습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은근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비록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어젯밤 두 사람이 관계를 갖게 된 것도 유이준이 먼저 다가오면서 생긴 일이었다. 그러니 진은영이 자꾸 망상에 빠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유이준은 진은영을 자신의 본가로 초대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만 데리고 본가를 찾을 생각이었다.어젯밤 일에 대해 굳이 묻지 않아도 진은영은 알 수 있었다... 어젯밤의 일은 남녀 사이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일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쪽이 지는 싸움이었다.
조은서가 대답했다.“그렇게 내성적인 이준이가 어젯밤에 그런 자리에서 어떻게 하민이랑 러브샷을 했겠어요? 분명 누군가를 자극하려는 의도였겠죠.”그 말을 들은 유선우는 단번에 깨달았다.“저놈, 생각보다 잘 숨겼네.”아마 유이준도 최근에서야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라고 조은서는 짐작했다. 그게 아니라면 유이준의 성격상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참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입을 더 열기도 전에 현관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유이준이 귀여운 여자아이를 품에 안고 들어왔다.하인들이 말했던 대로 아이는 딱 봐도 유씨 가문의 아이가 분명했다.아이를 마주한 유선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어젯밤만 해도 조씨 가문에서 새로 태어난 진아영을 부러워했었는데, 이제 유씨 가문에도 이렇게나 훌쩍 자라버린 아이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아이의 나이가 진아영보다 네 살이나 많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유선우는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유선우가 속으로 중얼거렸다.‘조진범이 사업을 아무리 크게 한다고 해도 자식 농사는 이준이가 훨씬 앞섰네. 이것 봐, 벌써 이준이 딸은 이렇게나 컸잖아.’유선우 부부는 다급히 유이준과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유이준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별이에요. 저랑 은영 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입니다.”조은서는 유이준의 품에서 진별이를 받아 안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결국 꾹 눌러 담고 조용히 아들에게 타이르는 듯한 말투로 말을 건넸다.“은영이는 왜 안 데리고 왔어? 너희 둘 사이가 아무리 나빴다고 해도 아이가 이렇게 클 때까지 잘 키워줬는데. 더는 은영이 힘들게 만들면 안 되지.”하지만 유이준은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침착하게 말했다.“다음에 데리고 올게요. 단지 아이 때문에 은영 씨랑 결혼하고 싶지는 않거든요.”그 말에 유선우가 비웃듯 말했다.“하하, 그 말만 들으면 네가 사랑꾼인 줄 알겠다.”하지만 곧이어 아이에게 시선을 돌린 유선우는 곧장 표정을 바꾸더니 따뜻하고도 자애로운
옆에 있던 유선우가 비웃으며 말했다.“지금은 이렇게 거들먹거릴 수 있을지 몰라도 나중에 가서는 고생 좀 할 거다. 은영이는 안영이랑 달라서 그렇게 순종적인 애가 아니거든. 틀림없이 네 앞길을 막을 거야. 그때 가서 뒤늦게 우리한테 찾아와서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우리는 못 도와주니까 알아서 해. 우리도 별이 유치원 데려다주고, 데리고 놀러 가고 그러면 바쁠 테니까!”유이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유선우도 더는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조은서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방을 살펴보았다. 남향 쪽에 있는 침실은 넓고 탁 트인 데다가 햇볕까지 잘 받아 아주 밝았다. 100평 정도나 되는 크기의 방을 보며 조은서는 이미 머릿속으로 방 구조를 어떻게 다시 꾸며야 할지 생각해두었다. 그녀의 의견에 유선우도 몇 마디 덧붙이며 아이의 방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다. 진별이와 두 사람은 금세 친해진 것처럼 보였다.집안의 어른인 두 명이 모든 준비를 마치자 유이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일단 별이는 여기서 두 달 동안 지낼 겁니다. 그다음엔 또 진은영 씨랑 지낼 거고요.”그 말에 유선우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뭐야, 결혼은 안 할 생각이야?”유이준이 대답했다.“저 나름대로 계획 있어요.”유선우가 비웃으며 말했다.“계획? 하하, 계획만 세우다가 벌써 서른이나 넘었잖아. 아마 넌 그때 사고만 아니었다면 아직도 아무 계획 없이 조진범처럼 그렇게 갔겠지.”조진범의 얘기가 나오자마자 유이준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유선우는 그런 아들을 보며 더는 말을 얹지 않다가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내일은 네 누나가 돌아오는 날이야. 크게 차리지는 않을 거고 집안 친척들만 부를 생각인데 그래도 별이는 소개해야 하지 않겠니? 사람들이 별이 엄마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네 계획을 얘기할 거야? 내일 은영이를 집으로 초대해. 다 같이 밥 한 끼나 하자. 그다음엔 너희끼리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으마.”...유이준의 눈빛이 진지해졌다.유선우는 아들의 그런 눈빛을 보며 무언
조은서는 그런 부자의 대화를 그저 수수방관하기로 했다.아버지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지만 유이준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이제 그에게는 진별이가 있었고, 당연히 아이의 엄마 역시 그의 것이 될 것은 시간문제였다....이른 아침 9시 반, 유이준은 잠깐 회사에 들렀다.회의를 마친 유이준은 사무실로 돌아와 쌓여 있던 업무를 마저 처리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다가 진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은영은 곧이어 전화를 받았지만 그 후로 둘의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유이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내일 점심에 데리러 갈게요. 집에 가서 밥이나 한 끼 먹죠.”진은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유이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집안 친척들이 전부 모일 예정입니다.”“...”진은영은 그녀가 어떤 신분으로 유씨 가문의 본가로 가는 것인지, 더 나아가 임하민도 있을지 너무 묻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유이준에게 여러 차례 실망을 겪으며 실망할 대로 실망한 탓에 입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진은영에게서 아무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유이준은 별다른 설명 없이 전화를 끊었다.어젯밤까지만 해도 둘은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며 서로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지금은 마치 낯선 사람이라도 된 듯 서먹하기 그지없었다.진은영이 전화를 끊자마자 비서 안네가 문을 두드리더니 들어왔다.그녀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대표님, 현대 쪽에서 아직도 우리 회사를 인수하려는 모양입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하더군요.”진은영은 사적인 일에서 잠시 손을 떼더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안네를 바라보며 말했다.“현대 박 대표님한테 연락하세요. 오늘 밤 7시에 저녁 식사 대접해드릴 테니까 만나자고.”그 말에 안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비서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진은영은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지난 몇 년간 그녀의 회사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방향을 틀어 여
유이준은 임하민에게 어느 정도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쭉 보며 지내왔던 여자를 철저히 외면할 수는 없었다.그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임하민의 어깨에 걸쳐주고는 미간을 옅게 찌푸리며 말했다.“집까지 데려다줄게.”임하민은 예상보다 더 집요하게 유이준을 붙잡더니 마치 거머리라도 된 듯 유이준에게 딱 달라붙어 그를 꼭 껴안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유이준을 바라보며 멍청한 미소를 짓더니 입술을 내밀어 그의 턱에 입을 맞추기 위해 까치발을 했다.유이준은 너무 갑작스러운 임하민의 행동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한 기색을 내비쳤다.그리고 애석하게도 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진은영이 보고야 말았다.진은영은 현대의 박 대표와 저녁 식사를 할 이동하던 중, 차에서 내려 맞은 편에 있던 상회 건물로 이동하다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던 유이준과 임하민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라도 된 연인처럼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유이준의 겉옷은 이미 임하민의 어깨 위에 걸쳐져 있었고 임하민은 그의 품 안에서 키스를 요구하고 있었다. 유이준의 얼굴에는 애정과 난감함으로 복잡한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진은영과 유이준과 보낸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는 단 한 번도 유이준이 자신을 향해 저렇게 다정한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다. 그녀를 바라보던 유이준의 눈빛에는 항상 경멸의 감정이 서려 있었고 표정에는 항상 짜증이 섞여 있었다.이래서 서로 집안끼리 맞는 관계여야 조화로울 수 있는 것이다.알고 보면 유이준은 임하민을 진심으로 좋아했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어젯밤에는 왜 진은영과 그런 육체적인 관계를 맺었던 걸까?차가운 달빛 아래, 진은영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더 이상 두 사람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던 진은영은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 환하게 켜진 네온사인 아래, 그녀의 뒷모습을 꼿꼿했지만 무척이나 외로워 보였다.불빛 아래에서 혼자 걷던 그녀는 마음속에서 활활 타오르던 불길을 서서히 꺼뜨렸다.진은영, 너도 알잖아. 애초에
순간 조은희의 생각이 멈추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조은희는 진석의 의도를 알 수 없었고 그가 굳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진석은 그녀를 차에서 이끌어 내리고 있었다.학교에서 준비한 식당은 학교 근처에 있었고 과거에 조은희가 진석과 함께 와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별도로 방을 예약하지 않았었다.익숙한 장소를 다시 찾으니 묘한 감회가 밀려왔다.진석과 조은희는 나란히 안으로 들어섰다. 키가 185cm인 남자와 170cm인 여자는 잘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의 조합으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들 사이의 과거를 아는 학교 관계자들은 자연스럽게 몇 마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다.조은희는 약간 불편한 기색을 띠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어린 시절엔 철이 없었죠.”반면 최근 몇 년간 사업을 통해 단련된 진석은 여유로운 미소로 담담하게 응대했다.“과거의 인연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것으로 보여요.”그 말이 나오자 학교 관계자들은 그 의미를 바로 알아챘다. 진석이 조은희 때문에 온 것임이 분명했다. 그 1억이 전부 조은희 덕분이었기에 학교 관계자들은 일부러 조은희를 진석의 옆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조은희에게 음료만 권하면서 농담을 건넸다. “잠시 후 진석이 취하시면 조은희가 집에 데려다줘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큰일 날 수도 있잖아.”조은희는 그들의 관계를 설명하려 했지만, 탁자 아래로 내려간 그녀의 손이 진석의 손에 잡혔다.진석의 손길은 매우 부드러웠고 남녀 간의 감정이 담긴 것 같지 않은 마치 어른이 아이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듯 따스한 느낌이었다.조은희의 붉은 입술이 약간 떨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후 손을 빼냈고 진석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는 학교 관계자들에게 술을 따라주며 먼저 한 잔을 마셨다.교장은 여전히 예전의 그 교장이었고 진석의 이런 모습을 보고 깊은 감회에 잠긴 듯 말했다.“많이 변했구나.”감상적인 분위
그날 밤 조은희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 후 며칠 동안 그녀는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 조은혁은 그 시간 동안 새로 들인 취미인 거북이들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박연희는 그 모습을 보며 농담을 던졌다. “늙으니까 이런 거나 만지고 있지.” 그날 밤 조은혁은 거북이들을 모두 방생하며 자신이 아직 늙지 않았음을 증명하려 들었다. 심지어 한 마리 거북이 등에 ‘진석’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으며 괜히 화풀이도 했다. 박연희는 그 모습을 보며 유치하다며 혀를 찼다. 조은희는 이 모든 일을 몰랐다. 그녀는 그저 아버지가 며칠째 자신에게 집에만 있지 말고 좀 나가보라며 걱정하고 있는 것만 알았다. 일주일이 지나며 휴가가 끝났고 조은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녀는 대학에서 미술학과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림 수업을 맡고 있었다. 가끔 그녀는 자신이 진석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었지만 딱히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일하는 게 나쁘지는 않았다. 저녁 해 질 녘이었다. 조은희는 차 열쇠를 챙겼다. 차를 몰고 가 간단한 간식을 사서 집에 돌아와 드라마를 보며 먹을 계획이었다. 그녀의 일상은 단순했고 굳이 그것을 깰 생각도 없었다. 며칠 전에 그 일은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저 진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조은희의 얼굴은 노을빛에 물들어 더욱 맑고 투명해 보였다. 그녀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차 문을 열려던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은희야.” 그 목소리는 진석이였다. 조은희는 천천히 돌아섰고 그곳에 서 있는 진석을 보았다. 그는 몇몇 교직원들과 함께 기부에 관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조은희는 학교의 오래된 도서관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한 기부를 논의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재회에 조은희는 순간적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진석의 눈빛은 깊고도 복잡했다. 이 학교는 그들이 과거에 함께 있었던 곳이었
휴게실에서 조은희는 진안영의 품에 안겨 억눌린 채로 울고 있었다. 진안영은 그녀의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정말 좋아한다면 내가 대신 가서 말해줄게요.” 조은희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빠가 언니를 대역죄인이라고 할 거예요.” 진안영은 잠시 멈칫한 뒤 부드럽게 말했다. “진범 씨가 도와줄 거예요.” 조은희는 진안영의 품에 더욱 몸을 기댄 채 계속 울었지만 오늘이 조우찬의 첫돌 날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조금만 울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누구나 젊은 시절에는 눈물을 흘리기 마련이니까. 그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이 온화하고 점잖은 사람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진안영은 그가 누군지는 몰라도 자기 남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문 열어볼게요.” 진안영이 문을 열었을 때 예상대로 문밖에는 진석이 서 있었다. 진안영은 그와 눈을 마주쳤지만 아무 감정 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가 조용히 말했다. “두 분이 얘기하세요.” 진석은 고개를 끄덕였고 진안영은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휴게실 안은 여전히 조은희의 울음소리만 가득했다. 그녀는 왜 이렇게 슬픈 걸까. 다시 그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 슬픈 일일까? 아니면 이 몇 년 동안 계속 슬픔에 잠겨 있었던 걸까? 진석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5년 동안 떨어져 지낸 그녀에게 다가갔다. 사실 그들이 처음 함께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첫 만남 이후 바로 헤어졌으니까. 조은희는 그때 겨우 18살의 어린 소녀였고 5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많이 성숙해졌지만 여전히 그때의 소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언니...” 조은희는 그를 품에 안으며 애교를 부렸다. 처음엔 진안영인 줄 알았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진안영의 허리는 이렇게 강건하지 않았다. 분명히 남자의 허리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름답고 온화한 듯하면서도 차가운 기운을 풍기
다음 해 8월. 조우현과 방유설의 아기가 첫돌을 맞았다. 방유설은 조우현에게 아들을 낳아주었고 그 아이의 이름은 조우찬으로 지어졌다. 이 이름은 큰아버지인 조진범이 지어준 것이었고 방유설은 이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편 조진범과 진안영의 막내아들의 이름은 조우진이었다. 조우찬과 조우진, 이 두 아이는 조씨 가문의 차세대 남자아이들이었다. 하지만 가문에서 첫 아이는 여전히 진아현이었다. 현재로서는 유일무이한 작은 공주님으로서 이 작은 소녀는 조은희 고모를 따라다니는 걸 좋아했다. 올해로 세 살 반이 된 진아현은 곧 유치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다. 조우찬의 돌잔치 날 조은희는 여전히 진아현을 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예상치 못한 옛사람을 마주쳤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해 그녀가 타국으로 떠난 이후로 가끔 스쳐 지나갈 뿐 이렇게 제대로 얼굴을 마주한 적은 없었다. 몇 년이 지났을까. 조은희는 차마 생각하기조차 두려웠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이 흐른 듯했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벌써 4, 5년이 된 것 같았다. 진석은 옆에 아무도 없이 홀로 서 있었다. 그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행사장의 중앙에서 다른 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조씨 가문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예전의 일은 잊은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조은희 진아현의 손을 잡고 있었고 저절로 눈물이 고였다. 진아현은 고개를 들어 고모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모, 저 사람 좋아해요?” “아니야.” 조은희는 순간 당황하며 빠르게 대답했다. 하지만 진아현은 그 말을 믿지 않는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럼 왜 자꾸 그 사람만 보고 있어요? 물론 잘생겼긴 하지만 여자애들은 좀 더 절제해야 해요.” 조은희는 잠시 놀라며 물었다. “어디서 그런 걸 배웠어?” 진아현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아빠가 그랬어요! 아빠가 항상 엄마한테 말했어요. 잘생겼어도 자기만 보면 안 된다고. 여
유이안의 말이 끝나자 조씨 가문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박연희였다. 그녀는 서둘러 유이안에 물었다. “유설이 상태는 괜찮아?” 유이안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외숙모, 걱정하지 마세요! 유설 씨 상태는 좋아요. 그냥 조금 놀란 것 같아요. 우현이가 안에서 곁에 있어 주고 있어요.” 박연희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서 조은혁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뜻밖에 아이라니. 그게 좋은 거지! 좋은 거야.” 두 사람의 부부 사이는 원래도 좋았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손주를 보고 싶어 하는 법이다. 게다가 조우현과 방유설의 외모가 워낙 출중하니 그 아이 역시 틀림없이 예쁠 거라는 생각에 조은혁은 그저 상상만으로도 격동되었다. 방유설을 닮은 귀여운 딸일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한참 지난 후 조우현이 방유설을 부축하며 나왔다. 방유설은 설탕물을 조금 마신 덕분에 정신을 차렸지만 집에 돌아가 며칠은 충분히 쉬어야 했다. 특히 임신 초기 3개월 동안은 모든 일을 미루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뜻밖에 찾아온 아이였지만 방유설은 그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아직 평평한 아랫배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조우현의 목을 끌어안으며 마음속 깊이 행복이 가득 차올랐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 방유설도 한 번쯤은 행복을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꿈에서조차 감히 바랄 수 없을 정도의 행복이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조우현이 깊은 애정을 담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목소리가 약간 잠긴 채 말했다. “유설아, 우리에게 아이가 생겼어.” 결혼한 지 오래됐지만 조우현은 가끔은 철없고 유치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성숙했고 갈수록 더욱 성숙해졌다. 가끔 방유설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우현은 젊은 나이에 결혼한 편이었고 자신의 가장 빛나는 시기를 모두 그녀에게 쏟아부은 것 같다고. 밤에 문득 잠에서 깨어날 때면 그는
몇 달 후 가을 10월쯤.방유설이 주연한 《청홍》이 대히트를 치며 영화 글러브 최우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시상식 당일 날 조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모여 방유설을 응원하고 있었다. 진안영은 그녀가 부담을 느낄까 봐 다음에 받으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의 말을 계속 전했다. 방유설은 매우 감동했다. 진안영이 갓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마친 후 이렇게 와서 자신을 응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방유설은 진안영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난 이미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상을 받았어요.” 진안영은 원래 차분한 성격인데 방유설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너는 우현이랑 있으면 사람이 이렇게 활발해져! 우현이가 사람을 잘 챙긴다고 네 아주버님이 자주 칭찬하셔.” 방유설은 조금 부끄러워하며 작은 목소리로 진안영과 얘기했다. 조은희는 사탕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평소에 연기하면서 다이어트해도 이럴 때는 사탕 하나 드세요. 나중에 여우주연상 받고 저혈당으로 쓰러지면 안 되잖아요.” 방유설은 사탕을 받아서 입에 넣었다. 우유사탕이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았다. 조은희는 살짝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딱 봐도 언니예요! 다른 여배우들보다 언니가 훨씬 이뻐요.” 조우현은 여동생을 흘깃 보며 말했다. “이건 외모로 결정되는 게 아니야. 외모만 보고 결정되면 긴장감이 없잖아.” 조은희는 달콤한 사랑을 떠먹은 기분에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이때 최우수 남자주연상이 발표되었고 다른 영화의 남자 주연이 받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박도원이었다. 그는 국내에 없어서 촬영 감독이 대신 상을 받으며 발언 중 여러 번 방유설을 언급했다. 갑자기 설원 커플 팬들이 들썩이며 이 장면을 모든 플랫폼에 퍼뜨렸다. 설원 커플 팬클럽에서 활동 중인 팬들은 102만 명에 달한다. 그렇게 인기 있는 커플이었다. 조우현은 아내의 직업을 존중하는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그저 코를 머쓱할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방유설은 가장 떠들썩한 설날을 보냈다. 3월쯤 그녀는 조우현과 결혼했다. 그녀의 웨딩드레스와 베일은 무려 3미터 길이였고 어르신들은 베일이 길수록 결혼이 오래 지속된다고 했기에 조우현은 3미터 길이의 베일을 디자인하게 했다. 그는 그녀에게 평생을 함께할 거라고 약속했다. 교회 종소리가 울리자 방유설은 조진범의 손에 이끌려 천천히 조우현에게 다가갔다. 이제부터 그들은 하나가 되었고 그의 가족도 그녀의 가족이 되어 함께 기쁨과 고난을 나누게 되었다. 10여 미터의 거리. 그 길은 마치 그들이 걸어온 4년과 닮아 있었다. 순백의 제단 앞에서 조진범은 방유설을 동생에게 넘기며 가볍게 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 대해라.” 조우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베일 너머로 방유설을 바라보았다. 오늘에 그녀는 순백의 모란꽃 같았다. 조우현은 부드럽게 방유설의 베일을 올리며 그녀에게 그의 눈을 바라보게 하며 결혼식을 마치려 했다. 그들은 이 감동적인 순간을 함께 목격할 것이고 잠시 후 서약을 마치면 그들은 진정한 부부가 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백발이 될 때까지 그것이 그가 그녀에게 약속한 평생의 로맨스였다.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그들의 감정은 깊었고 후회는 없었다! 방유설은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생중계가 이루어졌고 그녀는 생중계 수익은 모두 산간 지역의 아이들에게 기부했다. 네티즌들은 광고비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렸고 한 번의 생중계에서만 160억 정도의 이익을 얻었다. 네티즌들은 생중계를 보며 신나서 토론했다. [와! 조우현의 큰형도 잘생겼네.] [너무 아쉬워. 결혼을 너무 일찍 했어.] [여동생도 엄청 이쁘네! 이 가족은 다들 왜 이렇게 훈훈하지?] [저런 부모님이라니. 부러워!] 조씨 가문에 대한 댓글이 잠잠해지고 이번에는 유씨 가문으로 넘어갔다. [YS 그룹 대표도 너무 잘생겼잖아!] [영국에 모델 같아. 혼혈인가?] [100% 순수 본토! 얼굴이 완벽할 뿐!]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저택 앞 계단에서 조우현과 방유설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박도원이 차에서 내렸다. 오늘 밤 그는 유난히 단정하고 멋져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조우현은 곧바로 얼굴을 찌푸렸다. 박도원이 공작새처럼 너무 화려하게 꾸미고 왔기 때문이다. 조우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유설이에게 물어봐야겠다. 나랑 박도원중에 누가 더 잘생겼는지. 박도원은 저물어가는 노을 속을 걸어왔다. 방유설은 앞으로 나가 그를 꼭 안아주었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이제 그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조우현은 그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꼭 그렇게까지 친밀해야 해?” 방유설과 박도원의 포옹이 끝나자 조우현은 자신도 박도원과 포옹하겠다고 나섰다. 박도원은 당황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리고 순간 조우현의 힘에 거의 날아갈 뻔했다! 조우현은 다가가 박도원을 단단히 끌어안고 그의 등을 세차게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떠난다니 정말 많이 보고 싶을 거 같아.” 박도원은 말문이 막혔다. 방유설은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한숨을 쉬었다. 도저히 조우현이 자기 집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났는데 어쩜 아직도 저렇게 유치할까? 밥은 다 먹은 후에도 조우현은 여전히 소심하고 질투가 많았다. 그러나 박도원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조우현 같은 사람만이 방유설의 차가운 삶을 따뜻하게 채워줄 수 있었다. 박도원은 자신이 방유설을 온전히 채워줄 수 없음을 느꼈다. 박도원은 방유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부족했고 방유설에 대한 감정도 너무 단순했다. 하지만 조우현은 달랐다. 그에게는 든든한 형제자매와 부모님이 있었다. 박도원은 씁쓸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이번엔 질투 좀 해도 되겠지. 그날 밤은 박도원이 B시에 머무는 마지막 밤이었다. 다음 날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P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식사 중 몇 잔의 술이 오갔고 모두 조금씩 취기가 올라왔다. 두 남자는
조우현은 설날 전에 본가를 나와 방유설과 함께 살겠다고 했고 조은혁은 찬성하며 말했다.“그래. 서둘러서 나가거라. 나와 네 엄마가 좀 오붓하게 살아보자.”조우현은 큰 짐을 능숙하게 옮긴 후 동생을 내세우며 말했다“아버지, 그러게 왜 셋이나 낳았어요.”조은혁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네 여동생까지 데려가지 그러냐?”조우현은 큰 짐을 어깨에 메고 말했다“아버지도 참, 저랑 유설이도 신혼이라고요. 두 분이 좀 더 참으세요. 은희가 시집가고 나면 진짜 두 분만 오붓하게 보내실 수 있어요. 저희 애들도 나중에 두 분 게 맡기지 않을게요.”아들을 나무라던 조은혁은 서둘러 예비 며느리한테 달려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약간 감상에 젖었다. 조우현이 태어났을 때 집안은 꽤 어려웠고 그도 심지철이랑 싸우느라 아들을 많이 돌보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러던 그 작은 아들이 어느덧 결혼을 한다니.조은혁이 방유설에게 준 별장은 명의도 그녀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나중에 부부싸움 하더라도 집을 나가야 하는 사람은 조우현이었다. 가족이 없는 방유설을 조은혁 부부는 더 많이 아껴주고 싶었다.조은혁은 문득 생각에 잠겼다. 두 며느리는 모두 참 고생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도 자신의 아들들을 만났고 그 덕분에 며느리들은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생각하면서 그는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그런 조은혁의 생각을 박연희는 한눈에 알아챘다.…겨울 저녁, 조우현의 차가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별장은 이미 인테리어가 거의 끝났지만 아직 가정부를 들이지 않아 지금은 그와 방유설 두 사람만 살고 있었다. 가끔 조우현의 비서가 임시 가정부를 부르기도 했지만 그 외의 식사는 모두 방유설이 준비했고 조우현은 집안일을 도와주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맛있는 밥 냄새가 코를 찔렀다.조우현은 차에서 내린 후, 짐을 현관 쪽에 대충 던져두고 방유설한테 바로 다가갔다. 그녀는 앞치마를 두르고 긴 머리를 간단히 집게 핀으로 고정한 채 요리를 하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