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클럽의 룸 안에서, 진은영과 성현준이 공적인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진은영은 몇 번이나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서 성현준의 말을 듣지 못했다. 분명 유이준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성현준이 가볍게 기침을 하며 말했다.“왜요? 아직도 저희 전 처남이 잊혀지지 않나요?”진은영이 부인할 틈도 없이 성현준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도 좋았을 때가 있었으니 처남 생각이 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어요. 부끄러운 일도 아니니까요. 물론 처남 성격이 좀 고약하긴 하지만 집안도 좋고 잘생겼잖아요. 처남과 결혼하게 되는 사람은 자다가도 웃으면서 깰지도 모르죠.”“하지만 오늘 같이 오신 분이랑 잘 되진 않을 거예요. 처남은 좀 취향이 독특한 것 같거든요.”성현준은 유이준의 전 처남이었고 전에도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한때 가족이었던 만큼 유이준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래도 잘 아는 편이었다. 결론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성현준의 말을 듣고 진은영은 웃음을 지었다.“생각보다 이준 씨를 잘 아시나 보네요. 예전에 이안 씨가 이준 씨 얘기를 많이 했었나 보죠?”유지언을 언급하자 성현준은 잠시 슬픔 속에 잠겨있었고 진은영을 위로할 힘조차 사라진 듯했다.진은영이 그를 놀리려던 찰나, 식탁 위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아보니 하와이 쪽에 있는 아줌마한테서 급하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은영 씨, 여기로 와줄 수 있을까요? 진별이가 갑자기 열이 심하게 나서요. 병원에 데려갔는데도 무슨 문제인지 찾지 못했어요... 의사선생님께서 부모님을 불러야 한다고 하셨어요.”아줌마는 돌려서 말하려고 했지만 진은영은 의사가 급성 백혈병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아줌마에게 바로 하와이로 가겠다고 말하며 일단 당황하지 말라고 했다.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진은영이 되려 당황하게 되었다. 비행기 티켓을 사라고 비서에게 전하는 개 아니라 본인이 직접 예약해 버렸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는 모두 만석이었다
유이준은 또 무심코 물었다.“같이 가셨어요?”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이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매니저는 자신이 말을 잘못한 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뭐라 말을 보탤까 고민했지만 유이준은 이미 벤틀리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버렸다.초봄인지라 날씨는 추웠다. 차 안은 얼음 동굴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유이준은 차를 운전하지 않고 그저 무표정으로 천천히 담배를 꺼내 피울 뿐이었다.담배 연기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하자 그는 손을 들어 창문을 조금 내렸다. 차가운 바람과 연기 속에서 그는 진은영과 보냈던 나날들을 기억했다.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으며 달달했을 때, 화가 났을 때도 있었다.유이준은 자신에게 여자라고는 진은영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마음에 들었던 여자도 진은영뿐이었고 몸을 섞은 여자도 진은영뿐이었다. 하지만 진은영은 그걸 모르는 듯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세상은 유이준이 살고 있는 세상보다 큰 것 같았다.그는 다시 한번 화가 치밀어 올랐다.유이준은 자신이 진은영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유는 몰랐다.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때문에 진은영을 미워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한편, 하와이에서.진은영과 성현준은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여자의 가정사에 개입하는 건 너무 선을 넘는 것 같았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진은영은 진심으로 그에게 감사를 전했다.“정말 감사합니다, 성 대표님. B시로 돌아가면 제가 밥을 사겠습니다.”성현준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작별 인사를 했다.하지만 그가 돌아서려던 순간,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이 떨어졌다. 강한 햇빛 아래에서 진은영은 그 사진에 있는 사람이 유이안임을 똑똑하게 볼 수 있었다.순간 분위기가 미묘해졌다.진은영은 사진을 주워서 성현준에게 건넸다.“아직도 이안 씨를 사랑하고 있으세요?”성현준은 사진을 받아 들고 한참을 바라보더니 조용하게 말했다.“네. 아직 사랑하고 있지만 제가 사랑하고 있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사람은
병실 문이 살짝 열렸고 아줌마가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은영 씨, 여동생이라고 하시는 분이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진은영이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진안영이?’진은영이 병실 문 앞으로 나가자 지친 모습을 하고 있는 진안영이 밖에 서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진은영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진별이 말이야. 누구 아이야?”진은영은 숨기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혈육인 여동생에게는 숨길 수 없는 법이었다.진안영은 천천히 병실로 들어가더니 병상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잠든 진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아이의 얼굴은 새하얗고 갸름했으며 진은영의 어린 시절과 많이 닮아 보였다. 다섯 살 정도는 돼 보였다.진안영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진별이의 얼굴을 만졌다. 자신과 혈연관계가 있는 그 아이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학 때 생긴 아이야?”아무래도 언니 쪽이 포스가 더 있을 수밖에 없었기에 평소에는 진은영이 진안영 앞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가졌다. 하지만 지금, 진은영은 그녀의 질문에 반박할 자신이 없었다.한참 후에 진은영이 인정했다.“응, 사고였어.”진안영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유이준 씨 아이야?”진은영은 약간 화를 내며 말했다.“진안영!”진안영은 가장 차분한 목소리로 가장 충격적인 말을 했다.“이마 쪽이 유이준이랑 똑같아.”진은영은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그녀도 병상 옆으로 가서 잠든 진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진은영의 과거의 기억에 잠긴 채 입을 열었다.“그해 나는 아직 공부를 하고 있었고 이준 씨는 이미 졸업한 선배님이었어. 친구 덕분에 만나게 됐었고.”“그때 이준 씨는 아직 YS 그룹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여서 어리고 스트레스도 큰 상태였어. 그래서 술을 마실 때도 지금처럼 조심스럽지 않았지.”“그날 밤, 이준 씨는 술에 취했고 나도 취했어. 그러다 보니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거지.”이렇게 말하며 진은영은 씁쓸하게 웃었다.“다음 날 아침, 나는 바로
일주일 후, 진별이는 B시로 돌아왔다.원래는 진안영이 진별이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진은영은 여러 차례 고민한 끝에 딸을 자신의 곁에 두기로 했다. 그녀는 진안영에게 말했다.“진별이를 계속 다른 사람 집에 있게만 할 수는 없어.”전용기에서 진별이는 엄마의 품에 살짝 기대었고 진안영은 진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전용기가 착륙하고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갔다.진별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노란색 패딩을 입고 얼굴을 따뜻하게 감쌌다. 진별이는 별장에 있는 예쁜 작은 정원을 바라보았다. 겨울이지만 잔디는 여전히 푸르르고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었다.진별이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엄마, 저 앞으로 여기서 사는 거예요?”진은영은 약간 목이 메인 목소리로 대답했다.“응, 앞으로 엄마랑 같이 살 거야.”함께 간 아줌마는 작은 여행 가방을 들고 이 멋진 별장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은영 씨가 하고 있는 사업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집이 정말 비쌀 텐데 말이에요. 하와이에 있다면 80억에서 100억은 할 거예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B시에서도 그 정도 가격이에요. 일단 잠깐은 여기에서 사는 거로 하고요. 제가 비서한테 더 큰 집을 알아보라고 할게요. 나중에 도우미 아줌마를 몇 명 더 고용해서 진별이를 돌보게 할 생각이에요. 가을이 되면 진별이를 학교에 보내도 좋고요.”아줌마는 속으로 감탄했고 진별이는 아주 기뻐했다. 만약 날이 너무 춥지만 않았더라면 푸른 잔디 위에서 몇 바퀴 굴러다니고 싶을 정도였다.진안영은 그녀가 기뻐하는 것을 알고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가서 임시로 만든 진별이의 방을 보여주었다.진별이가 돌아와 살 수 있도록 유명한 디자이너를 고용해 최고급 친환경 자재로 이 방을 꾸몄던 것이다.방에는 진별이가 좋아하는 애니 캐릭터로 가득했다. 가구에도 인쇄되어 있었다. 부드러운 침대 옆에는 분홍색 고양이 집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3개월 된 하얗고 작은 고양이 새끼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진별이는
침묵이 흘렀다.사실 그들은 함께한 시간이 꽤 길었지만 유이준은 그녀에게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진은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항상 싸우지 못해서 안달이었고 서로를 곤란하게 만들기만 했다.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서야 두 사람이 사랑 얘기를 하게 되다니...하지만 그들이 헤어질 때 진은영이 뭐라고 말했던가...그녀는 유이준에게 잠자리를 갖는 것 외에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다.진은영은 이렇게 그가 듣기 싫어할 말을 해버렸고 그들 사이에는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잠시 후, 유이준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직도 사랑한다고요? 진은영 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죠. 저는 한 여자에게 매달릴 정도로 어리석지 않아요. 그쪽도 자기가 한 말을 잊지 않았겠죠?”“이번엔 또 뭘 꾸미는 거예요? 저한테서 뭐라도 이득을 보려고 그래요? 이용하고 나서 발로 차버리려는 거죠?”진은영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그녀는 유이준이 매정하고 듣기 힘든 말을 듣기만 했다.“선을 보는 것도 꽤 좋더라고요. 적어도 여자분이 깨끗하고 정직하니까요.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말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괜찮은 상대를 찾으면 바로 1년 안에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겁니다.”마지막 몇 마디는 유이준이 이를 악물고 내뱉은 말이었다.그는 전화 너머 진은영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온몸이 떨리고 있다는 걸 몰랐다. 하지만 그녀도 유이준 앞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며 조용히 말했다.“그래요? 미리 축하해요.”그 말을 들은 유이준은 잠시 멈칫했다.약 2초가 지나 진은영은 전화를 끊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유이준이 했던 말들이 계속 맴돌았다.‘적어도 깨끗하니까...’‘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휴대폰이 책상 위로 떨어졌다.진은영은 서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밖에 있는 정원에서 진별이의 기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진은영에게 큰 행복을 주었고 진은영
진은영도 손을 내밀며 말했다.“안녕하세요.”두 사람은 악수하며 잠깐 인사를 나누고는 바로 손을 놓아버렸다.그리고는 임하민이 유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들어가자. 아까 이안 언니가 우리 둘 어디 있냐고 물어봤대.”유이준은 임하민을 애지중지했다.그는 진은영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임하민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두 사람이 가버리자 진은영 홀로 남게 되었다.옆에 있는 큰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진은영은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았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안색이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있었다.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속으로 생각했다.‘분명 처음 선택한 건 난데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누구한테 보여주려고?’그녀는 5분 정도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의 감정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연회장에 들어섰다.그때, 진안영이 그녀를 가로막았다.방금 전 장면을 목격했던 그녀는 마음이 아파서 진은영을 화장실로 데려가 얘기를 나눴다.그녀는 문을 잠그고 진은영을 바라보았다.진은영이 웃으면서 말했다.“봤어?”그러자 진안영이 봤다고 대답하고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이준 씨가 선을 본 건 지난주 일이야. 갑자기 정해졌대. 곧 임하민 씨랑 약혼하고 연말에 결혼할 거래.”진안영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진별이는 어떻게 할 거야? 정말 이준 씨에게 아이의 존재를 알리지 않을 거야? 두 사람의 사이가 더 깊어지기 전에 진별이의 존재를 알려야 해. 그러면 이준 씨에게도 선택할 기회는 있겠지.”진은영은 세면대에 기대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파우치를 열어 담배 한 갑을 꺼내 들었다. 한 대 피워서 기분을 풀고 싶었지만 손이 너무 떨렸다.결국 갑안에 있던 담배가 바닥에 흩어졌다.진은영은 바닥을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눈물방울은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서 바닥에 있는 담배를 적셨다.“이준 씨가 그러더라.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을 찾고 싶다고 말이야. 안영아, 나는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이준 씨 앞에 서면 정말
결혼식이 거의 시작할 때야 유이준은 비로소 연회장으로 돌아왔다.강원영과 유이안은 결혼식에 100테이블을 초대했다. 이 연회장은 B시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홀이었는데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유이준은 여자 측 친척으로서 당연히 메인테이블에 앉았다.임하민은 그를 보고 말했다.“유이준, 여기야! ”유이준은 그곳을 향해 몇 발자국 걸어갔다.자리에 앉기도 전에 그는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진은영을 보았다. 그녀는 진안영과 함께 앉아 있었고 교진범과는 두 자리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고 자세히 보면 금방 울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진은영은 드레스 입지 않았고 아주 깔끔한 슈트 차림이었는데 포멀하면서도 섹시함을 잃지 않았다.그녀의 몸매가 좋다는 것은 유이준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그는 두 사람이 침대에서 밤새 뒹굴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것은 그의 첫 경험이자 진은영의 첫 경험이었다.여러 해가 지난 후, 진은영이 그를 찾아왔다.그녀는 그가 그해의 일을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유이준은 그저 몇 년 동안 어떻게 그녀에게 연락해야 할지 핑계를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 관계를 했을 때 두 사람은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단지 그날 밤의 분위기에 취했을 뿐이고 유이준은 또 진은영의 풋풋함과 그녀 눈가의 눈물, 그리고 가냘프지만 화끈한 몸매를 느꼈을 뿐이었다.그날 밤, 두 사람은 서로의 열기를 다시금 되새겼다.유이준은 한 번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에 물 만난 고기처럼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그녀를 원하기만 했다.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유이준의 목젖이 몇 번 움직였다.임하민은 유이준의 손을 잡아서 자리에 앉혔다. 그는 진은영을 노려보며 임히민의 손길을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자신에게 바싹 붙어도 그저 내버려두었다.한편, 유이안은 유이준이 수상하다고 느꼈다.사실 엊그제 갑자기 임하민을 결혼 상대로 정한 것도 수상했었다. 마치 누구한테 화풀이를 하는 것처럼 갑작스레 정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유이준이 지금 진은
두 사람이 술잔을 내려놓자 임하민은 더욱 수줍어하며 그에게 몸을 기댔다.두 사람은 금실이 좋아 보였다.찬란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유이준의 미모는 더욱 잘생겨 보여서 여인을 사로잡았지만 그의 시선은 줄곧 진은영을 주시하고 있었다.진은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이런 장면은 그녀에게 놓고 말해서 너무 잔인했다.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감정을 억눌렀고 그 덕에 이런 자리에서 추태를 부리지 않을 수 있었다.그러나 유이준은 여전히 진은영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마치 온 세상에 두 사람만 남은 것처럼 말이다.옆사람이 아무리 눈치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가 진은영을 쳐다보고 있다는 건 알아차릴 수 있었다.특히 임하민이 불안해하며 말했다.“이준아, 왜 그래?”유이준은 차분하게 술을 한 잔 권하고는 자리를 떴다.진안영은 한사코 진은영의 손목을 잡고 그녀에게 힘을 주었다.조진범은 그들과 두 자리를 사이에 두고 자신의 아내와 처제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매우 자상하게 고기 한 조각을 집어 진은영의 그릇에 담아주었다. 진안영은 화가 나기도 하고 웃음도 나서 그냥 코웃음을 쳤다. 진은영은 또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3번 테이블 쪽에서 유이준은 계속해서 몰래 진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조진범은 살며시 고개를 들어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유이준이 임하민과 결혼할 리 없지.’조진범뿐 아니라 유이준의 부모님도 알아챌 정도였다.유선우가 아내와 눈을 마주쳤다.‘이준이랑 진은영 아직 안 끝난 것 같은데? 그럼 임하민은 어떡하지? 임씨 가문에 어떻게 말해야 하지? 아들이 일편단심이라 아직도 진은영을 잊지 못한다고 말해야 하나?’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그녀의 자식이었기에 조은서는 그가 행복하고 즐겁길 바랐다. 동시에 그녀는 유이준을 믿었다. 마음속에 진은영이 있다고 해도 임하민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아닐 거라고 믿는 것이었다. 그는 일 처리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결혼식이 끝난 후, 진안영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진은영을 별장으로 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