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술잔을 내려놓자 임하민은 더욱 수줍어하며 그에게 몸을 기댔다.두 사람은 금실이 좋아 보였다.찬란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유이준의 미모는 더욱 잘생겨 보여서 여인을 사로잡았지만 그의 시선은 줄곧 진은영을 주시하고 있었다.진은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이런 장면은 그녀에게 놓고 말해서 너무 잔인했다.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감정을 억눌렀고 그 덕에 이런 자리에서 추태를 부리지 않을 수 있었다.그러나 유이준은 여전히 진은영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마치 온 세상에 두 사람만 남은 것처럼 말이다.옆사람이 아무리 눈치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가 진은영을 쳐다보고 있다는 건 알아차릴 수 있었다.특히 임하민이 불안해하며 말했다.“이준아, 왜 그래?”유이준은 차분하게 술을 한 잔 권하고는 자리를 떴다.진안영은 한사코 진은영의 손목을 잡고 그녀에게 힘을 주었다.조진범은 그들과 두 자리를 사이에 두고 자신의 아내와 처제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매우 자상하게 고기 한 조각을 집어 진은영의 그릇에 담아주었다. 진안영은 화가 나기도 하고 웃음도 나서 그냥 코웃음을 쳤다. 진은영은 또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3번 테이블 쪽에서 유이준은 계속해서 몰래 진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조진범은 살며시 고개를 들어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유이준이 임하민과 결혼할 리 없지.’조진범뿐 아니라 유이준의 부모님도 알아챌 정도였다.유선우가 아내와 눈을 마주쳤다.‘이준이랑 진은영 아직 안 끝난 것 같은데? 그럼 임하민은 어떡하지? 임씨 가문에 어떻게 말해야 하지? 아들이 일편단심이라 아직도 진은영을 잊지 못한다고 말해야 하나?’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그녀의 자식이었기에 조은서는 그가 행복하고 즐겁길 바랐다. 동시에 그녀는 유이준을 믿었다. 마음속에 진은영이 있다고 해도 임하민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아닐 거라고 믿는 것이었다. 그는 일 처리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결혼식이 끝난 후, 진안영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진은영을 별장으로 데려
주차장에서.진은영이 차 문을 열고 막 차에 타려는데 뒤에서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시려고요?”그 말을 들은 진은영의 몸이 그 자리에 굳었다.그 목소리의 주인은 유이준이었다.그녀는 천천히 뒤로 돌아섰고 차가운 등불 아래 비친 유이준의 잘생긴 얼굴을 보았다.유이준은 그녀에게서 서너 걸음 떨어져 있었는데 그의 눈동자를 보면 볼 수록 진은영은 그 속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그 깊은 눈동자는 그녀의 몸과 마음마저 모두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두 사람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한참 후에야 진은영은 비로소 미소를 지어 보였다.“네, 가려고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유 대표님?”유이준은 무표정이었지만 눈빛은 이글거렸다.“저한테 하실 말 없나요?”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유이준은 코트 주머니로 손을 뻗어 아직 열지 않은 담뱃갑을 손에 쥐었다.그는 포장을 뜯지 않은 채 손에 쥐고만 있었는데 시선은 여전히 진은영을 향했다.“예를 들어 지난번 전화에서 물어봤던 거라든가...”‘저번에 전화로 물어봤던 거?’진은영은 다시 기억을 짚어보았다. 그녀는 유이준에게 아직도 자기를 사랑하는지 물었었다.그날 충동적으로 그런 말을 내뱉았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그런 주제넘은 말을 하다니...지금은 생각만 해도 부끄러웠다.“지난번에 했던 말은 이미 잊어버렸어요. 그러니까 유 대표님도 잊어버리세요.”“그래요?”유이준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진은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뭐라 말하려 했지만 뒤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이준, 여기 있었어? 한참 찾았잖아!”임하민이 바로 뒤에 서 있는 것이었다.그녀는 막 피어나려는 꽃봉오리처럼 풋풋했고 아름다웠다. 진은영의 눈시울이 또다시 붉어졌고 시큰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진안영에게 한 번도 열등감을 가진 적이 없다고 말했었지만 사실 유이준 앞에서는 열등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젊고 청순한 여자,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여자, 어떤
유이준이 차 문을 열었다.차 안은 따뜻했지만 임하민의 표정은 불안했다. 임하민도 여자였기에 촉이 좋은 편이었다.그녀는 오늘 밤 유이준이 수상했던 건 다 진은영이라는 여자 때문이라는 걸 눈치챘던 것이다.임하민도 유이준과 진은영의 스캔들을 들은 적이 있지만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 젊고 예쁜 자신이 30대인 여자에게 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확신할 수 없었다. 유이준이 진은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뭔가 애증이 담긴 눈빛이었다....유이준은 차에 타서 임하민과 나란히 앉았다.두 사람은 약혼할 사이였는데 오늘 밤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겨버린 것이었다.유이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하민아, 미안해. 너랑 약혼할 수 없을 것 같아.”임하민은 이미 그 이유를 알아챘다.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살짝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진은영 씨 때문에 그래? 네가 은영 씨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 여자는 평판이 좋지 않아. 성현준이라는 사람이랑 하와이에서 스캔들도 나지 않았어?”유이준은 고개를 기울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싸늘한 눈빛에 임하민은 하려던 말을 삼켜 버렸다.“왜?”“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유이준이 조용하게 말했다.그는 진은영 앞에서 내려놓지 못했던 자존심을 임하민 앞에서 모두 내려놓았다.유이준은 그저 핑계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가 또다시 진은영이라는 여자한테 빠질 핑계 말이다. 설사 함정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기꺼이 빠지고 싶었다.임하민의 눈시울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빨갛게 되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그녀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려서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하마터면 유이준이랑 결혼할 뻔했는데...’그녀에게 유이준은 마치 백마 탄 왕자와도 같았고 그와의 결혼은 꿈만 같았다.하지만 이제 임하민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임하민은 어린 소녀였기에 심하게 울다가 금세 눈이 호두처럼 부어버렸다. 그녀를 울린 장본인인
차 안은 담배 냄새로 가득 찼다.유이준은 창문을 완전히 내리고 담배 냄새를 날려버린 후,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몇 번 쓰다듬더니 잠시 후 엑셀을 밟아 진은영의 별장으로 향했다.밤바람이 얼굴을 스쳐 유이준의 머릿속을 더욱 맑게 해주었다. 원래 차로 40분 거리였는데 그는 25분 사이에 도착했다. 그뿐만 아니라 진은영보다도 5분 더 일찍 도착해 버렸다.유이준은 차를 어두운 곳에 세우고 차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봄이라서 그런지 저녁이 되자 주위는 아주 조용했다.먼 곳에서 누군가가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너무 먼 탓인지 그 불꽃조차 적막해 보였다. 마치 그와 진은영 사이처럼 말이다. 항상 알 듯 말 듯한 감정 외에 불탈 만한 일은 없었다.사랑이라는 단어조차도 하지 않았었다.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다.‘맞겠지? 진별이...’‘아마 주차장에서 봤던 그 여자애일 거야. 앳된 얼굴에 짧은 머리... 약간 말랐지만 하얗고 귀여운 아이 말이야. 이목구비는 유씨 가문의 유전자를 더 많이 가져간 것 같았다. 진씨 집안 두 자매도 진별이만큼 예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뒤에서 승용차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진은영이 돌아온 것 같았다.하얀색 벤틀리가 별장 앞으로 다가왔고 문이 열리면서 어둠 속에서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입구에 있는 전등이 켜지고 하와이에서 온 아주머니가 진별이를 안고 빙그레 웃으며 벤틀리를 바라보았다.진은영은 차를 천천히 세우고 한쪽 문을 열더니 진별이더러 차에 앉으라고 했다. 진별이는 기뻐서 엄마 차 앞으로 달려갔다. 대문까지 몇십 미터밖에 남지 않은 거리였지만 그래도 엄마 차에 타고 싶었던 것이다.아줌마는 그 모녀를 위해 차 문을 닫아주었다.바로 그때, 갑자기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나서 차 문을 열고 안에 탔다.그러자 아줌마가 깜짝 놀라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누구세요? 누구시길래 마음대로 남의 차에 타시는 거죠?”차 안에 앉은 유이준은 고개를 들고 진지한 눈빛으로 아줌마를 쳐다보았는데 그 완벽한 미
조은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는 두 개의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건가?유선우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애인이 셀카 한 장을 보냈다.아주 젊은 여자였는데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비싼 옷들을 입고 있으니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선우 씨, 생일 선물 고마워요.」조은서는 눈이 아플 때까지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는 유선우 곁에 여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이런 여자일 줄은 몰랐다. 마음이 아픈 외에, 남편의 취향을 알게 되어 놀랐다.그녀는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유선우의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등 뒤에서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선우가 물기에 살짝 젖은 채로 나왔다. 새하얀 샤워 가운은 선이 분명한 복근과 가슴을 가려주고 있었는데 더욱 섹시해 보였다.“언제까지 볼 거야.”그는 조은서 손에서 핸드폰을 뺏고 그녀를 힐긋 보더니 옷을 입기 시작했다.유선우는 아내에게 불륜을 들켜서 미안하다거나, 마음이 찔린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조은서는 그런 유선우의 태도가 그의 경제 수입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조은서는 결혼 전에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지금은 그저 유선우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사는 가정주부니까.조은서는 그 사진으로 따지고 들지 않았다. 따지고 들 수 없었다.나가려는 유선우를 본 조은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선우 씨,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유선우는 천천히 벨트를 매고 조은서를 보며 작게 웃었다. 아마도 아까 침대에서 가냘픈 목소리로 반응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또 하려고?”이건 사랑이 아닌 그저 관계일 뿐이다.유선우는 조은서를 아내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실수였을 뿐이고, 어쩔 수 없이 한 결혼이니까.시선을 거둔 유선우는 침대맡에 놓인 파테크 필리프 시계를 손에 차며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오 분 정도밖에 없어. 운전기사가 밑에서 날 기다리고 있고.”조은
6년이다. 조은서는 유선우를 6년 동안 좋아했다.힘이 빠진 조은서는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았다....유선우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금요일 저녁, 조은서의 친정에는 큰일이 생겼다.조씨 가문의 장남인 조은혁이 JH 그룹의 경제 범죄 사건 때문에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10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 충분한 시간이다.그날 밤, 조은서의 아버지는 급성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 갔고 상황이 긴급해 수술이 필요했다.조은서는 병원 복도에 서서 계속 유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유선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은서가 포기하려고 할 때, 유선우가 문자를 보냈다.여전히 짧은 문자였다.「H시에 있어. 일이 있으면 진 비서에게 연락해.」조은서가 또 전화를 걸자 유선우는 전화를 받았다. 조은서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선우 씨, 지금 우리 아빠가...”유선우는 그런 조은서의 말을 끊었다. 귀찮아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얘기했다.“돈이 필요한 거잖아? 몇 번을 말해. 돈이 급한 거면 진 비서를 찾아가라고. 조은서, 듣고 있어?”...조은서는 고개를 들어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스크린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YS의약 그룹 대표 타워랜드 대절, 이성 친구를 위한 불꽃 축제」화면 속에는 불꽃이 예쁘게 터지고 있었다.젊은 여자가 휠체어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조은서의 남편인 유선우는 바로 그 휠체어 뒤에서 핸드폰을 쥔 채 그녀와 통화하고 있었다.조은서는 눈을 깜빡였다.그러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선우 씨, 지금 어디예요?”유선우는 잠시 멈칫했다. 조사받는 기분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저 대충 대답했다.“바빠. 별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 진 비서한테 연락해.”유선우는 울먹이는 조은서의 말투를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고개를 숙여 옆의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꽤 다정했다.조은서는 눈앞이 까매지는 기분이었다.아, 유선우에게도 부드러운 면이 있구나.등 뒤에서는 새엄마인 심
3일 후, 유선우는 B시로 돌아왔다.저녁, 어둠이 드리워진 별장에 검은색 차량이 들어와 시동을 껐다.운전기사가 내려서 차 문을 열었다.차에서 내린 유선우는 문을 닫았다. 물건을 들려고 하는 운전기사를 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내가 직접 올려갑니다.”거실에 들어서자 고용인들이 몰려왔다.“며칠 전, 장인어른께서 쓰러져서 사모님의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은 위층에 계십니다.”조씨 가문의 일은 유선우도 이미 알고 있었다.조금 무거운 심정으로 짐을 들고 올라와 침실 문을 여니 조은서는 화장대 앞에 앉아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짐을 내려놓은 유선우는 넥타이를 풀면서 침대 옆에 앉아 조은서를 쳐다보았다.결혼 후, 조은서는 항상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물건 정리라거나, 디저트 만들기라거나. 만약 그녀의 예쁜 외모와 몸매가 아니었다면 유선우에게는 진짜 가정부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한참이 지나도 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출장을 다녀온 유선우는 피곤했다. 조은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옷장에서 가운을 가진 후 샤워실로 들어갔다.샤워를 하면서 그는 생각했다. 조은서처럼 나약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유선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이미 그의 짐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원래의 부드러운 아내로 돌아올 것이라고.유선우는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다.하지만 샤워실에서 나온 그가 원래 자리에 있는 캐리어를 봤을 때, 유선우는 조은서와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유선우는 소파에 앉아서 아무 잡지나 들었다.한참 지나서야 시선을 들어 조은서에게 물었다.“아버님은 좀 어떠셔? 그날 밤은... 이미 진 비서를 혼냈어.”성의 한 톨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말투였다.조은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선을 들어 거울 속의 유선우와 시선을 맞추었다.거울 속의 유선우는 선명한 이목구비에 우아한 자태를 가진 남자였다.한참을 보던 조은서는 눈이 뻐근해질 때야 입을 열었다.“선우 씨, 우리 이혼해요.”유선우는 놀라서 굳어버렸
“그래요, 우리 집이 어려우니까 매달 2천만 원씩 주고 있죠. 하지만 그 수표를 받을 때마다 나는 내가 싸구려 여자로 느껴져요. 당신 욕구나 받아주고 받는 돈 같다고요!”...유선우는 차갑게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정말 그렇게 생각해?”유선우는 조은서의 턱을 잡고 물었다.“당신처럼 남자한테 못 맞춰주는 여자가, 신음도 낼 줄 몰라서 고양이처럼 소리 내는 여자가 본인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혼하고 싶다고? 당신이 날 떠나서 어떤 삶을 살 것 같아?”조은서는 그런 유선우의 손길이 아파서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하지만 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차갑게 조은서의 약지를 봤다.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약지를 본 그가 물었다.“결혼반지는?”“팔았어요.”조은서는 슬픈 말투로 얘기했다.“그러니까 선우 씨, 우리 이혼해요.”그말을 마친 조은서는 온몸에 힘이 빠졌다. 유선우는 그녀가 6년 동안 사랑한 남자다. 만약 그날 밤이 없었다면, 그날 화려한 불꽃을 보지 못했다면, 이곳에 남아서 사랑도 없는 혼인 생활을 이어 나갔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봐버린 이상, 조은서는 더는 유선우와 함께 지낼 수 없었다.이혼하면 이것보다 더욱 힘들지도 몰랐다. 유선우의 말처럼 상사의 눈치를 보며 몇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았다.말을 마친 조은서는 천천히 자기 손을 빼냈다.그리고 캐리어를 꺼내 자기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유선우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조은서의 여린 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는 조은서가 이렇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아무 예고도 없이 이혼하겠다니.유선우의 마음속에는 화가 피어올랐다.그리고 그는 바로 조은서를 안아 들어 침대로 던져버렸다.조은서 위에 유선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유선우는 조은서와 얼굴을 맞댔다. 눈과 눈, 코끝과 코끝이 닿았다. 뜨거운 기운이 둘 사이를 감쌌다.그러더니 유선우가 입술을 조은서의 귓가로 가져가더니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