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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8화

성현준은 말을 마치고 바로 자리를 떴다.

평생 고귀하게 살아왔던 성현준이 싸움에 패배한 수탉처럼 형편없이 퇴폐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고 유이안과의 혼인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는 어딘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유이안과 무려 7년 동안 결혼생활을 했는데 어떻게 아무런 감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 지경까지 끌고 왔는가?

성현준은 이 감정을 이대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한편, 유이안은 멀어져가는 성현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홀로 복잡한 심경을 곱씹었다. 결혼생활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괴롭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때, 강윤이 살며시 다가와 그녀를 불렀다.

“이모.”

강윤의 귀여운 목소리에 유이안은 천천히 자리에 주저앉아 강윤을 품에 끌어안았다.

그녀는 말없이 얼굴을 어린아이의 부드러운 배에 파묻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두 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감돌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쏟아지지 않아 그저 괴로울 나름이었다. 그렇게 유이안은 한참 동안 강윤을 품에 끌어안은 채 묵묵히 뜨거운 감정을 가라앉혔다...

강윤은 어른들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들어 강원영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어리둥절한 딸아이를 바라보며 강원영은 싱긋 웃어 보이고는 천천히 다가가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침묵을 지켰다. 유이안을 바라보는 강원영의 눈빛에는 동정 어린 사랑이 가득했다. 강윤을 바라보는 듯, 그리고 그해의 아름다웠던 여고생을 바라보는 듯...

강원영은 마음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가능하다면 그는 진심으로 유이안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

병원에 왔다면 아무리 유이안과의 협상이 물거품으로 돌아갔어도 성현준은 연우를 보러 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권하윤이 있는 곳에서만 성현준은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따뜻한 가을 햇살이 마침 VIP 병실을 환히 비춰주었다.

연우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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