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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1화

나무 밑에 훤칠한 모습의 남자가 우뚝 서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에는 연민이 가득했다.

그가 허리를 굽히고 유이안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유이안 씨.”

강원영이었다.

눈을 가늘게 뜬 채 앞에 있는 남자를 조용히 바라보던 그녀는 그가 강원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왜 시도 때도 없이 내 앞에 나타나는 걸까?

그녀는 많이 취한 상태였다.

술에 취한 사람은 아무 말이나 한다고 하더니 그를 빤히 바라보던 그녀가 직설적으로 입을 열었다.

“나 이혼 도장 찍었어. 현준 씨가 그러더라. 너랑 잤냐고... 죽을 만큼 좋았냐고?”

강원영은 화도 나고 우습기도 했다. 그러나 약간 설렜던 건 사실이다. 남자라면 그게 정상이니까.

그는 여자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느끼게 해줄게요.”

말을 마친 그가 그녀를 안아 올리고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다행히 그녀는 반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에 앉아 이내 잠이 들었다.

안전벨트를 매주면서 그녀의 손에 있던 이혼신고서도 살며시 내려놓았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 그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수한 여인 같았다. 그러나 이 순수함과 달리 사실 그녀는 B시에서 가장 큰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세계 최고의 외과 의사이기도 했다.

남자로서 성현준이 어떤 마음인지 모르는 건 아니다. 유이안이라는 여자와 7년을 살았는데 어떤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이혼 도장을 찍을 수 있겠는가? 성현준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다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맞지 않는 사람들일 뿐.

“강원영.”

갑자기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그의 귀에 정확하게 꽂혔다. 더 이상 참기 어려웠던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뜨거운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대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베어 물었다.

짧은 키스였다. 이혼을 했으니 더 이상 꺼릴 필요는 없지만 그는 유교적인 남자였다.

남녀 사이는 꽃다발과 선물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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