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을 아주 들었다 놨다 그는 그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단도직입적인 그의 대시가 솔직히 무서웠다. 어떤 남자가 1조 6천억이나 되는 주식을 내놓는단 말인가? 유이준의 말에 의하면 이런 공격적인 남자를 바보 같은 누나가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누구를 정복할 마음은 없다. 강원영이라는 남자는 온통 수수께끼뿐이었다. 다른 여자를 꼬실 때도 이러는 건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이 있는 건지 한번 보고 싶었다.솔직히 말해 이 남자한테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 강윤이 이곳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지 않으면 선을 넘을지도 모른다. 욕정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수치심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관계를 가지는 건 너무 성급한 일인 것 같다. 그날 밤, 강윤은 그곳에 남았고 강원영은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갔다.한밤중에 잠에서 깬 그녀는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고 품에 안겨있는 강윤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말랑말랑한 아이가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으니 왠지 모르게 행복했다. 새벽 3시쯤,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심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창문 쪽으로 다가가 한쪽 귀퉁이의 커튼을 젖히고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빗속에서 강원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운전석 창문을 반쯤 내린 채 완벽한 옆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잘생긴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도 지금처럼 충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비 내리는 밤에 그려진 한 폭의 유화처럼 또렷한 이목구비가 그녀의 눈에 오롯이 담겼다. 그는 조용히 앉아서 가끔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담배를 피웠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바람에 더 이상 볼 엄두가 나지 않아 급히 커튼을 닫았다. 다음 날 아침, 아침 먹거리와 함께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강원영이 보낸 것이었다.[꽃미남의 서비스입니다.]문자를 보며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강원영 때문에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전에 수술을 마치고 병원을 돌아다니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원동의
그리 오만한 태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YS 의약의 미움을 살 수 없고 유이준은 더더욱 건드리기 어려운 상대이며 자신이 성현준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유이안이 먼저 손을 놓았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랑 유신 씨도 처음에는 행복했어요.”“부자는 아니지만 나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었어요.”“근데 결혼하고 보니 내가 말하는 행복이 얼마나 보잘것없었는지 알게 되었죠. 유신 씨의 월급은 진짜 부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어느 날, 유신 씨를 데리러 갔는데 업무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술을 마시고 돈다발에 머리를 맞는 그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유신 씨의 아내로서 슬펐어요. 그걸 보면서 부자들의 뒤틀린 쾌락 또한 느끼게 되었죠.”권하윤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 사람은 현지에서 엄청난 재벌 2세였어요. 어마어마한 부자였죠.”“그 사람이 날 눈여겨본 거예요.”“그날 밤, 난 돈 때문에 그 사람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어요. 내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나한테 2천만 원을 주더라고요. 그게 유신 씨의 일 년 치 월급이었어요.”“내가 그 사람과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유신 씨는 아무렇지 않은 척 날 대했어요. 쥐꼬리만 월급 가지고 이제는 나한테 립스틱을 사줄 수 있다고 기뻐하더라고요. 누가 그딴 걸 원한다고... 내 힘으로도 충분히 벌 수 있는데...”말을 하면서 권하윤은 피식 웃었다. “나같이 배경이 없는 여자는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그리고 유신 씨는 내가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이고요.”유이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듣기만 했다. 그녀는 권하윤에게 따지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니까. 다만 유신이 안타깝고 연우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때, 유이안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연우에게 적합한 심장을 찾았다며 한 달 후면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술을 받고 나면 연우는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그 소식에 권하윤은 기쁜
분명 일부러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 남자한테 자신이 그 키스를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얼마나 느끼고 있었는지 알려주기 싫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말했다.“강윤이는 착했어.”남자는 또 피식 웃었다.“선배도 착했어요.”“키스할 때 내 셔츠를 꽉 잡고 있던데요. 내 목을 감싸면서 내 이름 부르는 거 나 다 들었어요.”...그녀가 화를 내려던 찰나, 그가 말길을 돌렸다.“사실은 선배와 함께 파티에 참석하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요? 시에서 주최하는 파티라 꽤 크다고 들었어요.”같이 파티에 참석하자고?망설이고 있는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동문회 사람들도 몇 명 갈 거예요. 아마도 선배가 아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고민 끝에 그녀는 함께 가기고 약속했다. ...같은 시간, 호텔 스위트룸. 절정을 맞은 두 남녀가 침대 위에 흐트러져 있었고 권하윤은 땀범벅이 된 채 성현준의 품에 안겨 그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성현준은 기분이 안 좋았다. 사실 유이안과 이혼한 이후로 그는 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유이준 이 처남 자식은 노골적으로 빈정거리고 뒤에서 그의 일을 자꾸만 훼방 놓고 있었다 .어디 가서 얘기도 못 하고 정말 죽을 맛이다.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그는 늘 권하윤을 찾았고 그녀에게 쏟아부었다. 다행히 그녀는 다 받아주었고 그가 어떻게 괴롭혀도 끝까지 다 받아주었다. 게다가 새로운 모습도 많이 보여주어 솔직히 조금은 놀랐다. 두 사람은 최근 들어 호텔에 들락거리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집에 데리고 가서 이 짓거리를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다 알고 있었다. 성현준이 아직 유이안에 대해 미련이 남았다는 것을. 그러나 상관없었다. 다른 방식으로 그가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라고 압박할 테니까.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하자 그녀가 남자의 허리를 가볍게 눌렀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여자는 간드러진 얼굴로 모든 재주를 부리기 시작했고 남자는 또
주말, 하얏트 호텔 파티장. 성현준은 그곳에서 유이안을 만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와인을 들고 어른들과 한창 얘기 중이었다. 좋은 집안과 뛰어난 실력으로 인해 이런 파티 자리에서 그녀는 늘 주목받는 대상이었다. 다만 사람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얘기를 나누려고 할 때면 그녀는 매번 거절했었다.물론 오늘 밤도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다. 하얀 실크 롱드레스가 굴곡적인 몸매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고 귀에 걸린 4캐럿짜리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화려한 그녀의 이목구비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그녀에게 반한 그가 저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유이안...”한편, 옆에 있던 권하윤은 그 모습을 보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성현준, 내 앞에서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야?그러나 별로 개의치 않았다. 어찌 됐든 성현준과 유이안은 이미 이혼한 사이였고 그가 다시 되돌리고 싶어도 유이안이 절대 받아주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일부러 남자의 팔짱을 낀 채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현준아, 유이안 씨한테 가서 인사할래?”유이안과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권하윤이 있는 자리에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옆에 서 있는 자신의 파트너를 쳐다보았다. 빨간 민소매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늘씬한 몸매를 드러냈고 몇십억짜리 보석이 곁들여져 더 빛나 보였다. 그러나 아름답지만 왠지 뭔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유이안만큼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질 때, 때마침 유이안이 고개를 돌렸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한때 부부 사이였던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아무 말이 없었다. 유이안도 그의 옆에 있는 여자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두 사람은 신혼부부처럼 다정하게 붙어있었다.유이안을 발견한 권하윤은 일부러 남자의 팔짱을 꼭 껴안으며 불안한 마음을 숨겼다. 그녀는 이런 자리가 처음이었다. 머릿속이 멍해진 그가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권하윤의 팔을 뿌리치려고 했고 권하윤은 더 단단히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유이안의 관심 오직 하나, 바로 연우였다. 유신의 행방에 대해 물어보려던 찰나 강원영이 앞으로 다가왔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는 그는 사람들 중에서 빛이 났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서는 그녀의 어깨에 숄을 걸쳐주며 다정하게 물었다. “아저씨랑은 얘기 끝났어요?”유이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가볍게 숄을 움켜쥐는데 마침 손끝이 그의 손바닥에 닿았다. 그 순간, 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차 안에서의 뜨거운 키스가 떠올랐다. 고개를 살짝 젖힌 그녀는 갈피를 잡지 못하던 손끝을 결국 남자의 어깨에 내려놓았다. 이내 그가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빼어난 이목구비가 점점 앞으로 다가오더니 오뚝한 콧날이 그녀의 볼을 살짝 건드렸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를 보고 그가 이마를 맞닿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좋아요?”그 기억이 떠올라 그녀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이런 자리에서 추태를 부릴 수는 없는 일. 그의 손끝을 건드리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스치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이런 연인 사이의 애정행각을 사람들은 이내 눈치챘다. 권하윤은 훤칠한 강원영이 유이안에 대해 한없이 다정한 걸 지켜보며 마음이 불편해졌고 질투심까지 느꼈다. 강원영을 쳐다보며 그녀가 자신을 소개했다.“안녕하세요. 현준의 여자 친구예요.”유이안을 물리치고 성현준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여자로서 그녀의 매력은 유이안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했다. 강원영도 자신에 대해 마음이 흔들릴 거라고 믿었다. 게다가 오늘은 이렇게 드레스까지 갖춰 입은 아름다운 모습이니...그러나 이건 그녀만의 착각이었다.강원영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죄송한데 난 성현준이란 사람 잘 모릅니다.”순식간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강원영으로 인해 곤경에 처했을 때 성현준이 접대를 마치고 돌아왔다. 새로운 사업이 성사되어 그는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유이안 옆
성현준의 목소리가 떨렸다.“예단? 유이안, 두 사람 무슨 사이야?”“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그리고 성현준 씨, 앞으로 유 원장이라고 불러요.”그는 충격에 빠졌다.“뭐야? 그러니까 앞으로 너한테 이안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소리야? 그래?”“맞아요.”그녀는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는 파티에 참석할 마음이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자신의 기분이 왜 이리 나쁜지 왜 이리 혼란스러운지는 끝내 알지 못하였다. 그와 유이안은 이미 끝난 사이인데.그러나 유이안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돌아버릴 것 같고 마음이 아팠다. 그의 아픔을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강원영과 춤을 추었고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그는 질투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치밀어 올라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의 주가가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고 더 이상 다른 일이 생겨서는 안 되었다. 게다가 무정한 저 여자 때문에 회사를 내팽개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대를 빤히 쳐다보던 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가자.”권하윤은 내키지 않았다. 어렵게 이런 상류사회의 파티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아직 부잣집 사모님들에게 눈도장도 제대로 찍지 못했는데 이대로 간다니?그녀는 그의 팔을 꼭 잡으며 애교를 부렸다.“현준아, 우리도 가서 춤추자.”그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추고 싶으면 너 혼자 남아서 춰.”지금껏 그녀가 하자는 대로 다 들어주었다. 내키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냥 꾹 참았다. 지금 이 순간,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이 제대로 터져버렸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눈물을 흘리기도 전에 그는 이미 빠른 걸음으로 파티장을 나섰고 조금도 그녀에게 여지를 주지 않았다.짜증을 낼 자격조차 없었던 그녀는 빨간 드레스 자락을 들고 그의 뒤를 쫓아갔고 주차장까지 달려와서야 겨우 그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양복 차림을 한 그가 차 안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걱정이 많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한편, 조
그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그녀는 계속해서 결혼을 강요하려고 했다. 안색이 어두워진 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내려.”그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과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한테 회사는 전부였다. 만약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수년간의 심혈이 모두 수포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의 그는 사사로운 정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제야 알아차린 그녀는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앞날을 위해 꾹 참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고는 다정하게 한마디 내뱉었다.“회사에 무슨 일 있어? 진짜 일이 생긴 거라면 내가 같이 있어 줄게.”마음이 복잡해진 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네가 있다고 뭐가 해결되는데?”그 말에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끝까지 눈물을 참으며 치맛자락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녀가 내린 뒤, 그는 바로 시동을 걸고 빠르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텅 빈 주차장 안, 그 자리에 서 있는 그녀의 표정이 미묘했다.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성현준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조금도 미련이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어쩌면 한때는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또한 어린 시절의 감정일 뿐. 지금 성현준의 마음에는 부귀영화와 유이안 그 여자밖에 남지 않았다. 그 사실을 그 자신만 모르고 있을 뿐. 그러나 상관없다. 성현준이 그녀를 사랑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그가 그녀를 위해 애쓰고 있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꾹 참기로 했다. 그러나 자신을 천박하게 여기는 그가 불만스러웠다.바로 이때, 한 고급 차의 유리창이 내려지고 그 안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 그녀는 그 남자를 향해 간드러지게 웃더니 서슴없이 다가가 능숙하게 차에 올라탔다.얼마 후, 검은색 랜드로버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차창유리에 두 남녀의 모습이 어렴풋이 비쳤다. 그 남자와의 섹스에 그녀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남자와
성현준은 밤늦게까지 회의를 했다. 회사를 나올 때, 다리가 약간 후들거렸다. 힘들었고 또 한편으로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일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이 회사 주식을 얼마나 더 팔지, 회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이 얼마를 팔든 모조리 사들이기로 했다. 어찌 됐든 회사 주식은 다시 하한가로 떨어질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의 체면이 말이 아닐뿐더러 투자자들도 그에 대해 불만을 품을 것이다.차에 올라탄 그는 담배 반 갑을 피우고 나서야 시동을 걸고 회사를 떠났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고 권하윤이 보낸 문자를 확인할 시간조차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가 미간을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미안. 요즘 너무 바빠서 연우랑 너한테 갈 시간이 없어. 이따가 돈 보내줄 테니까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 연우 옷도 좀 사주고. 저번에 보니까 애 옷이 좀 작더라. 아이들은 빨리 크니까 옷 자주 사다입혀.”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던 그는 그 아쉬움을 연우한테 보상해 주고 싶었다.아무리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아도 아이에 대해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권하윤은 짧게 대답하고는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다정하게 타일렀다. 마음이 조금 편해진 그는 그녀에게 2억을 송금했다. 회사에 위기가 있지만 그한테 2억은 별거 아니었다. 핸드폰 소리에 확인해 보니 2억이 입금되었다는 알림이었다. 그걸 보면서 그녀는 경멸에 찬 미소를 지었다.성현준 이 인간 진짜 짠돌이네. 돈이 그렇게 많으면서 고작 2억이야? 이 돈으로는 보석도 하나 제대로 못 사겠어.에너지도 많고 욕정도 많은 여자는 돈을 받고 난 뒤, 이내 어젯밤 그 중년 남자와 약속을 잡았다. 그 남자도 이 바닥에서 유명한 인사였다. 권하윤과는 그저 한번 놀 생각이었다. 아이까지 낳은 여자는 젊지도 풋풋하지도 않으니까. 그러나 그녀가 성현준의 파트너라는 사실을 알고 흥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