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준의 목소리가 떨렸다.“예단? 유이안, 두 사람 무슨 사이야?”“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그리고 성현준 씨, 앞으로 유 원장이라고 불러요.”그는 충격에 빠졌다.“뭐야? 그러니까 앞으로 너한테 이안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소리야? 그래?”“맞아요.”그녀는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는 파티에 참석할 마음이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자신의 기분이 왜 이리 나쁜지 왜 이리 혼란스러운지는 끝내 알지 못하였다. 그와 유이안은 이미 끝난 사이인데.그러나 유이안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돌아버릴 것 같고 마음이 아팠다. 그의 아픔을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강원영과 춤을 추었고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그는 질투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치밀어 올라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의 주가가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고 더 이상 다른 일이 생겨서는 안 되었다. 게다가 무정한 저 여자 때문에 회사를 내팽개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대를 빤히 쳐다보던 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가자.”권하윤은 내키지 않았다. 어렵게 이런 상류사회의 파티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아직 부잣집 사모님들에게 눈도장도 제대로 찍지 못했는데 이대로 간다니?그녀는 그의 팔을 꼭 잡으며 애교를 부렸다.“현준아, 우리도 가서 춤추자.”그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추고 싶으면 너 혼자 남아서 춰.”지금껏 그녀가 하자는 대로 다 들어주었다. 내키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냥 꾹 참았다. 지금 이 순간,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이 제대로 터져버렸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눈물을 흘리기도 전에 그는 이미 빠른 걸음으로 파티장을 나섰고 조금도 그녀에게 여지를 주지 않았다.짜증을 낼 자격조차 없었던 그녀는 빨간 드레스 자락을 들고 그의 뒤를 쫓아갔고 주차장까지 달려와서야 겨우 그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양복 차림을 한 그가 차 안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걱정이 많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한편, 조
그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그녀는 계속해서 결혼을 강요하려고 했다. 안색이 어두워진 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내려.”그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과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한테 회사는 전부였다. 만약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수년간의 심혈이 모두 수포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의 그는 사사로운 정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제야 알아차린 그녀는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앞날을 위해 꾹 참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고는 다정하게 한마디 내뱉었다.“회사에 무슨 일 있어? 진짜 일이 생긴 거라면 내가 같이 있어 줄게.”마음이 복잡해진 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네가 있다고 뭐가 해결되는데?”그 말에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끝까지 눈물을 참으며 치맛자락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녀가 내린 뒤, 그는 바로 시동을 걸고 빠르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텅 빈 주차장 안, 그 자리에 서 있는 그녀의 표정이 미묘했다.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성현준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조금도 미련이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어쩌면 한때는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또한 어린 시절의 감정일 뿐. 지금 성현준의 마음에는 부귀영화와 유이안 그 여자밖에 남지 않았다. 그 사실을 그 자신만 모르고 있을 뿐. 그러나 상관없다. 성현준이 그녀를 사랑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그가 그녀를 위해 애쓰고 있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꾹 참기로 했다. 그러나 자신을 천박하게 여기는 그가 불만스러웠다.바로 이때, 한 고급 차의 유리창이 내려지고 그 안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 그녀는 그 남자를 향해 간드러지게 웃더니 서슴없이 다가가 능숙하게 차에 올라탔다.얼마 후, 검은색 랜드로버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차창유리에 두 남녀의 모습이 어렴풋이 비쳤다. 그 남자와의 섹스에 그녀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남자와
성현준은 밤늦게까지 회의를 했다. 회사를 나올 때, 다리가 약간 후들거렸다. 힘들었고 또 한편으로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일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이 회사 주식을 얼마나 더 팔지, 회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이 얼마를 팔든 모조리 사들이기로 했다. 어찌 됐든 회사 주식은 다시 하한가로 떨어질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의 체면이 말이 아닐뿐더러 투자자들도 그에 대해 불만을 품을 것이다.차에 올라탄 그는 담배 반 갑을 피우고 나서야 시동을 걸고 회사를 떠났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고 권하윤이 보낸 문자를 확인할 시간조차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가 미간을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미안. 요즘 너무 바빠서 연우랑 너한테 갈 시간이 없어. 이따가 돈 보내줄 테니까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 연우 옷도 좀 사주고. 저번에 보니까 애 옷이 좀 작더라. 아이들은 빨리 크니까 옷 자주 사다입혀.”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던 그는 그 아쉬움을 연우한테 보상해 주고 싶었다.아무리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아도 아이에 대해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권하윤은 짧게 대답하고는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다정하게 타일렀다. 마음이 조금 편해진 그는 그녀에게 2억을 송금했다. 회사에 위기가 있지만 그한테 2억은 별거 아니었다. 핸드폰 소리에 확인해 보니 2억이 입금되었다는 알림이었다. 그걸 보면서 그녀는 경멸에 찬 미소를 지었다.성현준 이 인간 진짜 짠돌이네. 돈이 그렇게 많으면서 고작 2억이야? 이 돈으로는 보석도 하나 제대로 못 사겠어.에너지도 많고 욕정도 많은 여자는 돈을 받고 난 뒤, 이내 어젯밤 그 중년 남자와 약속을 잡았다. 그 남자도 이 바닥에서 유명한 인사였다. 권하윤과는 그저 한번 놀 생각이었다. 아이까지 낳은 여자는 젊지도 풋풋하지도 않으니까. 그러나 그녀가 성현준의 파트너라는 사실을 알고 흥미가 생겼다
따스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느껴져 그가 얼굴을 가렸다....오전의 주식 시장이 열렸다. 아니나 다를까 상대는 또다시 대량으로 권성기술의 주식을 팔았고 회사의 주가는 끊임없이 내려갔다. 사무실에 앉아 있던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주 비서를 향해 입을 열었다. “개인 회계사에 연락해서 상대가 내놓은 만큼 전부 다 사들이라고 해.”주 비서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1조 6천억은 작은 돈이 아닙니다.”“일단 상황을 더 살펴보는 게 어떠합니까? 상대가 저희 회사를 노리는 게 아니라 정말 돈이 급해서일지도 모르잖아요.”그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그런 허황한 생각 따위는 버려. 1조 6천억을 내걸고 노는 사람이 돈이 급할 리가 있겠어? 이건 분명 날 건드리겠다는 뜻이야. 개인 계좌에 쓸 수 있는 현금이 얼마인지 알아보고 부족하면 부동산과 골동품 그리고 그림들 팔아서 자금 마련해. 이번 일은 절대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잠시 망설이던 주 비서가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현재 대표님의 개인 계좌에는 4천억 정도 됩니다. 팔 수 있는 것들을 다 합치면 6천5백억 정도는 될 거예요. 그리고 지금 회사 자금이 4천억 정도 됩니다. 하지만 이것들을 다 합쳐봐야 1조가 조금 넘습니다. 상대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자금이에요. 그쪽에서 세게 나오면 저희는 막을 길이 없습니다.”순간 멍해졌다.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그는 늘 순탄하기만 했고 회사가 이렇게 큰 위기에 빠졌던 적이 없었다. 누군가의 손바닥 안에 놀아나고 상대가 그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이 상황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은 다 똑같은 죽음이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일단 오늘을 넘겨야 해. 모자란 건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 이 성현준의 명성에 날 도와줄 사람은 많고 많을 거야.”똑바로 앉아서 얼굴을 비비더니 그가 비서를 향해 입을 열었다.“HL 그룹의 이 대표랑 QD 그룹의 김 대표한테 연락해. 오늘 저녁 8시, 골드 클럽에서 만나자고.”
그날 밤, 식사 자리에서 그는 결국 투자를 따내지 못하였다. 배후에 주식을 소유한 사람 또한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매일 대량의 주식을 내던졌고 성현준은 어쩔 수 없이 그 주식을 혼자 다 사들여야 했다.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회사 자금과 그의 개인 재산도 한계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누군가에 의해 바닥에 깔린 듯한 기분이다. 투자를 받고 대출을 받으려고 매일 밤 그는 사람들을 접대했다. 결국 이전보다 2%나 높은 금리로 일부 자금을 빌리게 되었다. 이것도 회사 건물을 담보로 잡아 겨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것이었다. 일주일 만에 그는 많이 야원 것 같았다. 그날 밤, 술에 취한 그가 화장실에서 토하고 난 뒤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문이 열렸고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를 쳐다보는 남자는 다름 아닌 유이준이었다. 세면대 앞으로 가서 금색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천천히 손을 씻으면서 조롱 섞인 말투가 물었다.“술 많이 마셨어요? 투자 유치가 잘 안되나 봐요? 나한테 말하지. 그래도 한때는 매형과 처남 사이였는데.”성현준은 벽에 기댄 채 검은 눈동자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달려들어 한바탕 싸웠을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 고되게 당하고 나니 알게 되었다. 그의 사업이 그렇게 순탄했던 건 결국 YS 그룹의 후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권성기술은 유씨 가문이라는 배경이 있어야 사람들이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지금 유이준이 한 몇 마디 각박한 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성현준이 아무런 대꾸가 없자 유이준은 조금 놀란 듯했다.손을 씻고 그가 몸을 돌려 성현준을 쳐다보는데 성현준이 이상한 소리를 했다.“강원영 그 사람이랑은 어떻게 됐어?”눈빛이 어두워진 유이준은 한참이 지나서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잘 지내고 있어요. 누나가 그 사람과 어떻게 되든 다시 성현준 씨한테 돌아갈 일은 없어요. 똑똑히 알아둬요. 우리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VIP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권하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연우만 혼자 침대 끝에 기대어 보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핼쑥해진 아이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그가 앞으로 다가가 장난감을 건네주며 물었다.“엄마는?”장난감을 받아 옆에 두고 아이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음료수 사러 간다고 했는데 몇 시간째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아저씨, 우리 엄마 언제 와요?”그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권하윤이 밖에서 무슨 일이 있는 줄로만 알았다. 게다가 간호사 두 명이 이리 지키고 있으니 무슨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엄마는 잠깐 볼일이 있어서 나간 거야. 곧 돌아올 거야.”아이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이때, 성현준이 아이가 입고 있는 바지에 시선을 돌렸다. 옅은 핑크색 바지는 편안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엄마가 사준 바지야?”연우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유 선생님이 간호사 언니들한테 사 오라고 한 거예요.”그 말에 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옆에 있던 간호사가 이내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원장님께서 진찰하러 오셨다가 연우의 바지가 짧은 걸 보고 두 벌 사 오라고 하신 거예요. 여자아이는 핑크색 좋아한다고 신신당부하셨거든요. 그래서 이걸 사 왔는데... 연우도 무척 마음에 들어 하더라고요.”연우가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마음에 들어요.”마음이 복잡해졌다. 연우에 대한 유이안의 마음에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쓸쓸하기도 했다. 이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그래서 권하윤의 아이한테도 이리 잘해주는 걸까?멍하니 서 있는데 연우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아저씨, 유 선생님 생각 하는 거예요? 유 선생님 좋아하죠?”아이의 천진난만한 물음에 그는 말문이 막혔다.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아저씨랑 유 선생님은 이미 이혼했어.”“그런데 아저씨는 아직 유 선생님 좋아하잖아요.”말을 마친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유신이 준 장난감을 가지고
희미한 불빛 아래 성현준의 얼굴이 더욱 창백하고 난처해 보였다. 물러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저 여자가 내 와이프였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랑 키스를 하고 있는 건지? 어떻게 저런 나른한 목소리로 다른 남자의 이름을 애타게 부를 수가 있는 건지? 저 여자는 내 여자였는데...그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당장 달려들어 강원영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마지막 남은 이성이 그를 붙잡았다.그래, 나랑 유이안은 이미 이혼했고 저 여자가 누구를 만나든 그건 그녀의 자유야.이내 그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문이 천천히 닫혔고 방 안의 두 남녀는 아무 것도 모른 채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사실 강원영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녀를 놓아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게 파고들었다. 정신을 잃을 듯한 키스에 그녀가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성현준이 떠난 뒤에도 두 사람은 한참 동안 키스를 더 나누었다. 그는 여전히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고 그녀의 가는 허리를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오늘은 우리 집에 가서 자요. 강윤이랑 같이.”진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았다.이제 막 시작한 사이인데 그의 집에 가서 자는 건 경우가 아니었다. 아무리 강윤과 같이 잔다고 해도 그렇지 아주머니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그러나 그녀와 헤어지기 싫었던 그는 집까지 그녀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의 기분이 상할까 봐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사무실을 나서면서 그가 그녀 대신 외투를 챙겨 살갑게 덮어주었다. 그의 자상함에 그녀는 어깨에 걸친 외투를 잡은 채 고개를 들어 환하게 웃었다.“고마워.”그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했다. “서프라이즈 있어요.”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꽃을 선물해 줬는데 또 서프라이즈라니? 그녀는 꽃다발을 들고 그와 함께 아래층을 내려갔다.트렁크를 열자 그 안에 빨간 장미가 가득했다.가운데는 주얼리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고 그가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쳐다보며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고 강원영은 여전히 다정한 모습으로 유이안의 외투를 건네받고 그녀의 실내화를 가져다주었다. 유이안이 신발을 갈아 신는 동안 그는 또 유이안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가볍게 입을 열었다.“대추차 끓여놓을 테니까 먼저 씻고 있어요. 그리고 사야 할 물건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그 순간, 유이안이 잠깐 멈칫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그가 사야 할 물건이 무엇인지 깨달은 유이안은 몸을 흠칫 떨었다. 여자로서의 체면이 있으니 대충 얼버무리며 직접 묻진 않았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양 볼이 모든 걸 설명해주고 있었다.옅은 홍조를 띤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이를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그윽한 눈빛으로 유이안을 바라보던 강원영은 갑자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대추차도, 피임 도구도, 원래의 계획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그 자리에 남은 건 남녀의 불타는 감정과 서로의 몸에 대한 갈망과 탐색뿐이었다...두 사람 사이의 첫 경험은 그렇게 침대 위에서 이루어졌다.강원영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했고 유이안은 그 열기를 온몸으로 감당하는 것이 너무나도 벅찼다. 다행히도 남자는 배려심이 많았고 끝마무리가 마냥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여자의 몸을 고려해 3라운드 만에 유이안을 순순히 놓아주었다...일이 끝난 후 그들은 함께 목욕하고 커피 한 잔을 나누었다.원래 강원영은 유이안의 집에 머무를 계획이었다.첫 경험이 끝나고 유이안을 쓸쓸한 집에 혼자 남겨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이안은 강원영의 생각처럼 나약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유카타 차림으로 강원영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며 담담히 속삭였다.“윤이가 잠에서 깨서 네가 보이지 않으면 겁을 먹을 거야. 그러니까 가봐.”강원영의 깊고 검은 눈동자가 은은한 조명 아래서 번뜩였다.그는 유이안의 손에 든 머그잔을 집어 들고 고개를 숙인 채 그녀에게 다시금 키스를 퍼부었다. 남자의 정력은 결코 바닥이 나지 않는 듯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거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