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안이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넌 내 아내잖아.”그러나 유이안은 그를 노려보기만 할 뿐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한편, 성현준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뚫어지라 유이안을 바라보았다. 현재 그의 모습은 정말 낭패의 극치에 달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유이안에게 집착하는지는 성현준조차 알 수 없었다.이혼 후, 각자 새로운 애인을 찾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한참 동안 침묵이 흐르고 유이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만 돌아가요. 그리고 오늘 일은 없던 일로 치고 둘 다 본적 없는 거로 해요.”그러나 성현준은 발로 문틈을 막으며 쉽게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남녀의 힘은 너무나도 분명했고 성현준은 결국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집안에 발을 들여도 결국 상처받는 사람은 성현준일 뿐이었다.조금 전, 유이안이 강원영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비록 돌아가기 전, 강원영이 깨끗하게 관계의 흔적을 수습했지만 남녀 사이의 뜨거운 열기가 뒤섞인 공기는 쉽사리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 흐트러진 소파 자리는 성숙한 남녀라면 그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잠시 말문이 막힌 성현준이 눈시울을 붉히며 물었다.“유이안, 뭐가 그렇게도 급했어?”그러자 유이안은 성현준을 지나쳐 창가로 걸어가며 몸에 걸친 잠옷을 다시 한번 조였다. 금방 잠에서 깨어난 탓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피곤해 보였다.“성현준 씨, 우린 이미 이혼한 사이에요. 게다가 헤어질 때 당신은 이미 권하윤과 몰래 사귀고 있었잖아. 이혼 후에도 전 당신에게서 한 푼도 받지 않았고 그중에는 심지어 마땅히 받아야 할 결혼 재산까지 있었어요... 충분히 체면을 세워줬는데 거절한 건 당신이었어요. 그런데 왜 집까지 찾아와서 제 한계를 건드리는 겁니까?”“널 좋아했어.”“그래요. 하지만 그것 역시 과거의 성현준이지 지금 같이 술과 재물에 흠뻑 젖어 있는 성현준이 할 말은 아니에요. 우리의 결혼은
성현준은 손에 쥐어진 작은 물건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그는 도무지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답답하고 숨통이 꽉 막히는 기분에 술을 빌려 애써 마음을 달래는 수 밖에 없었다. 이대로 밑바닥까지 추락해도 상관없었다.‘어차피 유이안도 떠나간 마당에 이제 누구와 사귀든 상관없지 않은가?’그렇게 성현준은 술집으로 향했다.한밤중의 술집은 아늑한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었고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여가수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쓸쓸한 영혼을 치유해 주었다...성현준은 가장 독한 술을 주문했지만 마음속의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그때, 구석에서 뜨겁게 키스하고 있는 한 쌍의 남녀가 눈에 들어왔다.그런데 그중 여자의 옆모습이 특히 유이안과 닮았다. 검정 스웨터 치마를 입고 남자의 목을 껴안고 몰입하여 키스하는 여인의 모습...이미 술에 취한 성현준은 몽롱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다 연이어 마른 침을 삼켰다. 그렇게 성현준은 그 여인을 유이안으로, 옆의 남자는 바람남 강원영으로 착각하게 되었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른 성현준은 다짜고짜 여자를 끌고 가더니 남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강원영, 그 손 치워. 내 아내에게서 떨어지란 말이야.”이윽고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술집에 울려 퍼졌다.“당신 누구야? 미쳤어요?”그녀는 다급히 손발을 휘저으며 남자를 구하려 했지만 성현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눈에 불을 켜고 계속하여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상대도 마냥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 주먹이 오가며 두 사람은 점점 짐승처럼 상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당신이 못 지킨 아내를 왜 여기에서 찾아?”남자의 주먹을 받고 성현준은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순식간에 술집은 술병이 깨지는 소리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이성을 잃은 두 남자의 쌈박질에 도무지 말릴 수 없었던 옆 사람은 결국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경찰들은 불과 10분도 안 돼 술집에 도착했고 성현준과 그 남녀는 순순히 경찰을 따라 경찰서로
어쩌면 이것 또한 유이안에게 복수하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다.그렇게 성현준은 권하윤을 데리고 별장에서 밤을 보냈다. 과거 일찍이 사랑한 적이 있었기에 두 사람 모두 안방에 들어간 후에도 딱히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곧바로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상대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성현준은 술을 마신 상태였기에 관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무하게 끝나버렸다.하지만 그런데도 권하윤은 전에 느껴본 적 없는 만족감으로 황홀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드디어 이곳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드디어 유이안을 대체하고 이 별장의 사모님이 되었다.소원이 이루어지자 권하윤의 마음은 말로 이룰 수 없이 부드러워졌고 성현준이 자리에 눕자마자 코 박고 잠이 들었음에도 화 한번 내지 않았다. 곧이어 그녀는 또 욕실에 가서 따뜻한 물수건을 짜서 남자의 시중을 들기 시작했다.권하윤은 성현준의 곁에 반쯤 꿇어앉아 다정하고 세심하게 남자의 몸을 닦아주었고 그의 팔을 들어 올리려던 찰나, 성현준의 손바닥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물건이 방바닥에 떨어졌다.눈부시게 반짝이는 작은 다이아몬드 반지.유이안의 결혼반지였다.그러나 유이안은 외과 의사로서 자주 수술에 들어가기 때문에 결혼반지를 거의 착용하지 않았고 반지는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하여 권하윤은 너무나도 큰 오해를 하고 말았다. 그녀는 성현준이 그녀를 위해 산 반지라고 생각하여 뛸 듯이 기뻐하며 자신의 약지에 반지를 주워 끼었다.조명 아래 반짝이는 반지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로 이룰 수 없는 기쁨에 입꼬리를 잔뜩 끌어올렸다.그러나 기쁨도 잠시, 성현준의 잠꼬대가 권하윤의 꿈을 산산조각내고 말았다.“이안아.”뺨을 한 대 세게 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지만 괜찮다. 권하윤은 이제 곧 성씨 가문의 사모님이 될 테니까. 성현준이 누굴 생각하고 있는지는 이제 상관없었다.권하윤은 손가락을 펴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손가락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라보았다.마음속에 품어도 아프지 않
절정에 다다르고 성현준은 저도 모르게 유이안의 이름을 내뱉었다.“이안아.”...보름 후.가을의 향기가 물씬 풍기고 겨울이 찾아오기 시작했다.유이안은 소파에 앉아 논문을 읽고 있었다. 밝은 사무실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 따뜻한 온기가 몸을 감싸주었다. 책상 위에는 크리스털 꽃병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강원영이 선물한 꽃이 꽂혀있었다.요즘 강원영은 하루걸러 사무실에 찾아와 신선한 꽃으로 바꿔주곤 하는데 강원영의 말로는 한가해질 때마다 강원영을 떠올리게끔 하는 그의 수법이라고 한다.정말 유치하기 그지없군.하지만 강원영을 떠올릴 때마다 유이안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최근 연우의 병세 연구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이대로라면 이식자가 나타난다는 전제에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유이안은 성모가 아니다. 그녀는 의사다.유이안이 한창 논문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때, 비서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원장님, 연우의 어머니가 원장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권하윤?”의도치 않은 불청객의 등장에 유이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솔직히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권하윤은 환자의 가족이기에 그녀 역시 거절하기 어려웠다.조금 머뭇거리고 나서 유이안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권하윤은 윤기 어린 얼굴을 하고 사무실에 들어섰다. 아픈 아이의 엄마라기에 권하윤의 옷차림은 확실히 필요 이상으로 화려했다.비서가 문을 닫자 유이안은 이내 서류를 닫으며 고개를 들어 물었다.“무슨 일이시죠?”“자리는 권해주지 않는 건가요, 원장님?”“죄송하지만 제 사무실에는 환자 가족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습니다.”...“저와 성현준의 관계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는 궁금하지 않나요?”“안 궁금해요.”이윽고 권하윤은 명품 가방에서 청첩장 한 장을 꺼내더니 유이안의 눈앞에 건네주었다.“저 현준이와 결혼합니다, 바로 3일 후에요.”“그... 정말 급하게도 하네요.”“유신 씨랑은 이혼했어요?”
성현준의 손에는 청첩장이 쥐어져 있었다.보아하니 권하윤과 같은 목적인듯싶었다.불청객들의 연이은 등장에 유이안은 머리가 아픈 듯 소파에 기대어 이마를 짚었다.“성현준 씨, 청첩장을 주러 찾아온 거라면 한발 늦었어요. 당신 미래의 아내가 이미 줬으니까요. 왜, 권하윤 씨가 당신에게 말하지 않던가요?”그녀의 말에 잠깐 멈칫한 성현준은 그제야 비로소 권하윤을 발견했다.권하윤은 마음이 찔린 것인지 우물쭈물하며 성현준의 눈치를 봤다. 방금 이성준을 차단했는데 성현준이 튀어나오다니...유이안은 권하윤과 성현준을 번갈아 보더니 곧바로 그들의 상황을 훤히 꿰뚫어 보았다.권하윤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성현준은 권하윤이 부드럽고 자상한 여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권하윤은 정말 보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유신과 정식으로 이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성현준 몰래 또 다른 남자와 사귀고 있다. 그러나 유이안은 권하윤의 비밀을 폭로하지 않았다. 경찰도 아니고... 애초에 이건 성현준 본인이 선택한 길이다.성현준은 권하윤을 보면서 내심 불만이 쌓였지만 체면이 있으니 티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는 일부로 유이안의 앞에서 권하윤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입을 열었다.“하윤이가 청첩장을 줬다고 하니 난 그냥 말만 하도록 하지. 나와 하윤이가 결혼하는 날, 축하주라도 한잔하고 가. 잊지 말고.”“참, 새로 사귄 남자 친구도 데려올 수 있어.”그러자 유이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그럼요.”성현준은 무어라 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유이안은 두 사람의 악취미에 가담할 생각이 없었다. 하여 그녀는 비서를 불러 이제 그만 손님을 배웅해드리라며 당부했고 얼굴도 늘 냉랭하기만 할 뿐이었다.성현준은 유이안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며 마치 이혼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유이안은 줄곧 냉담한 얼굴을 하고 있어 성현준은 그녀와 함께하며 단 한 번도 집안의 온기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사무실을 나설 때, 성현준은 권하윤의 다정함과 부드러움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문
성현준이 몇 마디 말을 내뱉고 이 일은 얼렁뚱땅 넘어간 셈이다....저녁 7시.성현준은 아직 병원에서 떠나지 않았고 약속한 시각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보며 혹여나 그 남자가 다시 전화할까 두려웠던 권하윤은 계속하여 성현준을 재촉했다.7시 반, 성현준은 마침내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병원을 돌아보며 떠날 준비를 했다. 떠날 때 그의 마음속은 온통 권하윤의 다정한 배려심이 가득했다.성현준이 떠나고 권하윤은 곧바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연우는 다급히 움직이는 권하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깡마른 몸에서 가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엄마 또 나가세요?”그러자 권하윤은 몇 마디 대충 얼버무리며 상황을 모면했다.연우는 아픈 아이였다. 게다가 장기간 권하윤의 협박과 폭력 속에서 살다 보니 마음도 극도로 불안한 상태였다. 하여 엄마의 호된 꾸지람을 듣고도 연우는 그저 소파에 앉아 묵묵히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옆에 있던 간호사는 연우를 매우 동정했지만 그 누구도 권하윤을 뭐라 할 수는 없었다.이런 어머니를 만나다니, 불쌍하기도 하지....저녁 8시 정각.권하윤은 제시간에 호텔에 도착했다. 이성준은 문을 열고 권하윤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겉은 베이지색 코트를 걸치고 있었는데 이성준은 알고 있다. 코트를 벗기면 그녀의 섹시한 옷차림이 드러난다는 것을. 이성준의 눈에는 남자의 매서운 눈길이 담겨있었고 그는 몸을 조금 기울이더니 이내 권하윤을 호텔에 들여보냈다...이윽고 두 사람은 말없이 일을 치기 시작했다.몇 번의 관계를 거친 후, 권하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이성준의 품에 쓰러졌고 슬픈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 이제 당신과 못 만나. 나 곧 결혼할 거야.”협탁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인 이성준은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신 뒤,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성현준이랑?”그 순간, 권하윤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권하윤은 결코 멍청한 여자가 아니다. 그녀는 곧바로 이성준이 그녀와 몸을 섞는 건 전부 성현준 때문이라는 것을
하여 유이안은 강원영에게 다시 한번 물어본 것이었다....그러나 강원영은 이 일을 섣불리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강원영의 시선이 다시 유이안에게 향했다. 조명 아래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특히 윤택하고 아름다워 보였다.비록 소원대로 유이안을 손에 얻었지만 보름 동안 유이안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왔다. 하루 한두 번의 수술은 기본으로 오늘에서야 조금 한가해진 것이다.강원영은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의 일을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항상 유이안의 퇴근 시간에 맞춰 그녀를 데리러 병원까지 찾아왔고 가기 전에는 그녀에게 야식을 끓여주곤 했다. 게다가 아침에는 강윤까지 데려와 유이안의 출근을 배웅해주곤 했다. 강원영 같은 성숙한 남자를 만나니 유이안의 마음은 정말 전례 없이 편했다.그때, 강원영이 천천히 다가가 유이안을 가볍게 끌어안았다.방금 밖에서 들어왔는지라 얇은 모직 외투에는 아직 한기가 남아 있었다. 유이안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차가운 기운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묵묵히 서로를 부둥켜안고 시간을 보냈다. 유이안은 왠지 모르게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원영은 오랫동안 그 상태로 멈추어 있었다.그러자 유이안이 고개를 쳐들고 물었다.“왜 그래?”그녀의 말에 강원영은 고개를 숙여 유이안을 바라보았다.그윽한 눈빛 속에는 남자의 부드러움과 다정함이 물씬 풍겼고 강원영은 유이안을 살포시 놓아주더니 주머니에서 벨벳 상자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니 강원영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한참이 지나, 강원영은 상자를 열어보도록 유이안을 격려해주었지만 유이안은 여전히 강원영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거의 느껴본 적이 없는 기대감과 안전감이 부풀어 올랐다. 이 마음은 강원영의 곁에서만이 비로소 나타났는데 이는 강원영이 줄곧 그녀에 대한 마음을 아낌없이 열렬히 바쳤기 때문이다.한참이 지나 유이안은 천천히 손에 쥐어진 그 벨벳 상자를 살짝 열어보았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입술뿐만 아니라 강원영은 온몸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유이안을 품에 끌어안고 한번 또 한 번 입을 맞추며 그녀의 몸이 완전히 녹아버릴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그날 밤, 유이안은 강원영의 집에서 밤을 지새웠다....3일 후, 성현준의 결혼식.시간이 촉박하지만 성현준은 그래도 권하윤에게 가장 성대한 결혼식을 마련해주었다. 하얏트 호텔에 99개의 술자리를 마련하고 B시의 유명 인사들을 전부 초대했는데 구경하러 온 것인지 어쨌든 정말 많은 사람이 자리에 참석했다.오늘의 권하윤은 더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했다.성현준은 권하윤을 위해 특별히 1억 원이 훌쩍 넘는 웨딩드레스를 준비했고 그녀를 백조처럼 돋보이게 해주었다. 온몸에 달린 보석을 합치면 족히 몇십억은 될 것이다. 권하윤이야말로 오늘 결혼식의 절대적인 주인공이다. 오늘부터 이제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성씨 가문의 사모님이라고 부를 것이다.소원을 이루었으니 과거 했던 고생도 헛되지 않았다....이윽고 유이안과 강원영도 강윤을 데리고 결혼식에 참석했다.유이안은 별다른 차림 없이 얇은 캐시미어 스커트에 검은색 코트를 걸쳐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함께 온 강원영과도 매우 잘 어울렸다.남자는 새하얀 셔츠에 겉은 미디엄 기장의 블랙 트위드 코트를 걸치고 흑발 단발머리에 헤어스프레이를 살짝 발라 이목구비가 더욱 잘 돋보였다...오늘의 주인공인 신랑보다 더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정말 결혼식에 참석한 강원영을 비웃으려 입을 열려던 찰나, 성현준은 문득 유이안의 하얀 손가락에 시선이 뺏겼다. 약지에 눈부신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반지를 뚫어지라 쳐다보던 성현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한참이 지나 성현준은 비로소 힘겹게 한마디 내뱉었다.“당신 결혼해?”유이안은 부인하지 않았다.오히려 강원영을 올려다보며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었다.“그래요. 하지만 결혼 날짜는 아마 내년으로 정해야 할 것 같아요.”그 말에 성현준의 안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