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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0화

희미한 불빛 아래 성현준의 얼굴이 더욱 창백하고 난처해 보였다. 물러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저 여자가 내 와이프였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랑 키스를 하고 있는 건지? 어떻게 저런 나른한 목소리로 다른 남자의 이름을 애타게 부를 수가 있는 건지? 저 여자는 내 여자였는데...

그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당장 달려들어 강원영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마지막 남은 이성이 그를 붙잡았다.

그래, 나랑 유이안은 이미 이혼했고 저 여자가 누구를 만나든 그건 그녀의 자유야.

이내 그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문이 천천히 닫혔고 방 안의 두 남녀는 아무 것도 모른 채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 강원영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녀를 놓아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게 파고들었다.

정신을 잃을 듯한 키스에 그녀가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성현준이 떠난 뒤에도 두 사람은 한참 동안 키스를 더 나누었다. 그는 여전히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고 그녀의 가는 허리를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 우리 집에 가서 자요. 강윤이랑 같이.”

진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았다.

이제 막 시작한 사이인데 그의 집에 가서 자는 건 경우가 아니었다. 아무리 강윤과 같이 잔다고 해도 그렇지 아주머니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러나 그녀와 헤어지기 싫었던 그는 집까지 그녀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의 기분이 상할까 봐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사무실을 나서면서 그가 그녀 대신 외투를 챙겨 살갑게 덮어주었다. 그의 자상함에 그녀는 어깨에 걸친 외투를 잡은 채 고개를 들어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

그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했다.

“서프라이즈 있어요.”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꽃을 선물해 줬는데 또 서프라이즈라니? 그녀는 꽃다발을 들고 그와 함께 아래층을 내려갔다.

트렁크를 열자 그 안에 빨간 장미가 가득했다.

가운데는 주얼리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고 그가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쳐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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