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에 다다르고 성현준은 저도 모르게 유이안의 이름을 내뱉었다.“이안아.”...보름 후.가을의 향기가 물씬 풍기고 겨울이 찾아오기 시작했다.유이안은 소파에 앉아 논문을 읽고 있었다. 밝은 사무실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 따뜻한 온기가 몸을 감싸주었다. 책상 위에는 크리스털 꽃병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강원영이 선물한 꽃이 꽂혀있었다.요즘 강원영은 하루걸러 사무실에 찾아와 신선한 꽃으로 바꿔주곤 하는데 강원영의 말로는 한가해질 때마다 강원영을 떠올리게끔 하는 그의 수법이라고 한다.정말 유치하기 그지없군.하지만 강원영을 떠올릴 때마다 유이안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최근 연우의 병세 연구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이대로라면 이식자가 나타난다는 전제에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유이안은 성모가 아니다. 그녀는 의사다.유이안이 한창 논문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때, 비서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원장님, 연우의 어머니가 원장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권하윤?”의도치 않은 불청객의 등장에 유이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솔직히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권하윤은 환자의 가족이기에 그녀 역시 거절하기 어려웠다.조금 머뭇거리고 나서 유이안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권하윤은 윤기 어린 얼굴을 하고 사무실에 들어섰다. 아픈 아이의 엄마라기에 권하윤의 옷차림은 확실히 필요 이상으로 화려했다.비서가 문을 닫자 유이안은 이내 서류를 닫으며 고개를 들어 물었다.“무슨 일이시죠?”“자리는 권해주지 않는 건가요, 원장님?”“죄송하지만 제 사무실에는 환자 가족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습니다.”...“저와 성현준의 관계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는 궁금하지 않나요?”“안 궁금해요.”이윽고 권하윤은 명품 가방에서 청첩장 한 장을 꺼내더니 유이안의 눈앞에 건네주었다.“저 현준이와 결혼합니다, 바로 3일 후에요.”“그... 정말 급하게도 하네요.”“유신 씨랑은 이혼했어요?”
성현준의 손에는 청첩장이 쥐어져 있었다.보아하니 권하윤과 같은 목적인듯싶었다.불청객들의 연이은 등장에 유이안은 머리가 아픈 듯 소파에 기대어 이마를 짚었다.“성현준 씨, 청첩장을 주러 찾아온 거라면 한발 늦었어요. 당신 미래의 아내가 이미 줬으니까요. 왜, 권하윤 씨가 당신에게 말하지 않던가요?”그녀의 말에 잠깐 멈칫한 성현준은 그제야 비로소 권하윤을 발견했다.권하윤은 마음이 찔린 것인지 우물쭈물하며 성현준의 눈치를 봤다. 방금 이성준을 차단했는데 성현준이 튀어나오다니...유이안은 권하윤과 성현준을 번갈아 보더니 곧바로 그들의 상황을 훤히 꿰뚫어 보았다.권하윤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성현준은 권하윤이 부드럽고 자상한 여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권하윤은 정말 보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유신과 정식으로 이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성현준 몰래 또 다른 남자와 사귀고 있다. 그러나 유이안은 권하윤의 비밀을 폭로하지 않았다. 경찰도 아니고... 애초에 이건 성현준 본인이 선택한 길이다.성현준은 권하윤을 보면서 내심 불만이 쌓였지만 체면이 있으니 티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는 일부로 유이안의 앞에서 권하윤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입을 열었다.“하윤이가 청첩장을 줬다고 하니 난 그냥 말만 하도록 하지. 나와 하윤이가 결혼하는 날, 축하주라도 한잔하고 가. 잊지 말고.”“참, 새로 사귄 남자 친구도 데려올 수 있어.”그러자 유이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그럼요.”성현준은 무어라 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유이안은 두 사람의 악취미에 가담할 생각이 없었다. 하여 그녀는 비서를 불러 이제 그만 손님을 배웅해드리라며 당부했고 얼굴도 늘 냉랭하기만 할 뿐이었다.성현준은 유이안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며 마치 이혼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유이안은 줄곧 냉담한 얼굴을 하고 있어 성현준은 그녀와 함께하며 단 한 번도 집안의 온기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사무실을 나설 때, 성현준은 권하윤의 다정함과 부드러움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문
성현준이 몇 마디 말을 내뱉고 이 일은 얼렁뚱땅 넘어간 셈이다....저녁 7시.성현준은 아직 병원에서 떠나지 않았고 약속한 시각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보며 혹여나 그 남자가 다시 전화할까 두려웠던 권하윤은 계속하여 성현준을 재촉했다.7시 반, 성현준은 마침내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병원을 돌아보며 떠날 준비를 했다. 떠날 때 그의 마음속은 온통 권하윤의 다정한 배려심이 가득했다.성현준이 떠나고 권하윤은 곧바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연우는 다급히 움직이는 권하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깡마른 몸에서 가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엄마 또 나가세요?”그러자 권하윤은 몇 마디 대충 얼버무리며 상황을 모면했다.연우는 아픈 아이였다. 게다가 장기간 권하윤의 협박과 폭력 속에서 살다 보니 마음도 극도로 불안한 상태였다. 하여 엄마의 호된 꾸지람을 듣고도 연우는 그저 소파에 앉아 묵묵히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옆에 있던 간호사는 연우를 매우 동정했지만 그 누구도 권하윤을 뭐라 할 수는 없었다.이런 어머니를 만나다니, 불쌍하기도 하지....저녁 8시 정각.권하윤은 제시간에 호텔에 도착했다. 이성준은 문을 열고 권하윤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겉은 베이지색 코트를 걸치고 있었는데 이성준은 알고 있다. 코트를 벗기면 그녀의 섹시한 옷차림이 드러난다는 것을. 이성준의 눈에는 남자의 매서운 눈길이 담겨있었고 그는 몸을 조금 기울이더니 이내 권하윤을 호텔에 들여보냈다...이윽고 두 사람은 말없이 일을 치기 시작했다.몇 번의 관계를 거친 후, 권하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이성준의 품에 쓰러졌고 슬픈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 이제 당신과 못 만나. 나 곧 결혼할 거야.”협탁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인 이성준은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신 뒤,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성현준이랑?”그 순간, 권하윤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권하윤은 결코 멍청한 여자가 아니다. 그녀는 곧바로 이성준이 그녀와 몸을 섞는 건 전부 성현준 때문이라는 것을
하여 유이안은 강원영에게 다시 한번 물어본 것이었다....그러나 강원영은 이 일을 섣불리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강원영의 시선이 다시 유이안에게 향했다. 조명 아래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특히 윤택하고 아름다워 보였다.비록 소원대로 유이안을 손에 얻었지만 보름 동안 유이안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왔다. 하루 한두 번의 수술은 기본으로 오늘에서야 조금 한가해진 것이다.강원영은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의 일을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항상 유이안의 퇴근 시간에 맞춰 그녀를 데리러 병원까지 찾아왔고 가기 전에는 그녀에게 야식을 끓여주곤 했다. 게다가 아침에는 강윤까지 데려와 유이안의 출근을 배웅해주곤 했다. 강원영 같은 성숙한 남자를 만나니 유이안의 마음은 정말 전례 없이 편했다.그때, 강원영이 천천히 다가가 유이안을 가볍게 끌어안았다.방금 밖에서 들어왔는지라 얇은 모직 외투에는 아직 한기가 남아 있었다. 유이안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차가운 기운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묵묵히 서로를 부둥켜안고 시간을 보냈다. 유이안은 왠지 모르게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원영은 오랫동안 그 상태로 멈추어 있었다.그러자 유이안이 고개를 쳐들고 물었다.“왜 그래?”그녀의 말에 강원영은 고개를 숙여 유이안을 바라보았다.그윽한 눈빛 속에는 남자의 부드러움과 다정함이 물씬 풍겼고 강원영은 유이안을 살포시 놓아주더니 주머니에서 벨벳 상자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니 강원영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한참이 지나, 강원영은 상자를 열어보도록 유이안을 격려해주었지만 유이안은 여전히 강원영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거의 느껴본 적이 없는 기대감과 안전감이 부풀어 올랐다. 이 마음은 강원영의 곁에서만이 비로소 나타났는데 이는 강원영이 줄곧 그녀에 대한 마음을 아낌없이 열렬히 바쳤기 때문이다.한참이 지나 유이안은 천천히 손에 쥐어진 그 벨벳 상자를 살짝 열어보았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입술뿐만 아니라 강원영은 온몸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유이안을 품에 끌어안고 한번 또 한 번 입을 맞추며 그녀의 몸이 완전히 녹아버릴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그날 밤, 유이안은 강원영의 집에서 밤을 지새웠다....3일 후, 성현준의 결혼식.시간이 촉박하지만 성현준은 그래도 권하윤에게 가장 성대한 결혼식을 마련해주었다. 하얏트 호텔에 99개의 술자리를 마련하고 B시의 유명 인사들을 전부 초대했는데 구경하러 온 것인지 어쨌든 정말 많은 사람이 자리에 참석했다.오늘의 권하윤은 더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했다.성현준은 권하윤을 위해 특별히 1억 원이 훌쩍 넘는 웨딩드레스를 준비했고 그녀를 백조처럼 돋보이게 해주었다. 온몸에 달린 보석을 합치면 족히 몇십억은 될 것이다. 권하윤이야말로 오늘 결혼식의 절대적인 주인공이다. 오늘부터 이제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성씨 가문의 사모님이라고 부를 것이다.소원을 이루었으니 과거 했던 고생도 헛되지 않았다....이윽고 유이안과 강원영도 강윤을 데리고 결혼식에 참석했다.유이안은 별다른 차림 없이 얇은 캐시미어 스커트에 검은색 코트를 걸쳐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함께 온 강원영과도 매우 잘 어울렸다.남자는 새하얀 셔츠에 겉은 미디엄 기장의 블랙 트위드 코트를 걸치고 흑발 단발머리에 헤어스프레이를 살짝 발라 이목구비가 더욱 잘 돋보였다...오늘의 주인공인 신랑보다 더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정말 결혼식에 참석한 강원영을 비웃으려 입을 열려던 찰나, 성현준은 문득 유이안의 하얀 손가락에 시선이 뺏겼다. 약지에 눈부신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반지를 뚫어지라 쳐다보던 성현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한참이 지나 성현준은 비로소 힘겹게 한마디 내뱉었다.“당신 결혼해?”유이안은 부인하지 않았다.오히려 강원영을 올려다보며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었다.“그래요. 하지만 결혼 날짜는 아마 내년으로 정해야 할 것 같아요.”그 말에 성현준의 안색은
그 화면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보기 힘들었다.적어도 성현준은 단 한 번도 권하윤이 이렇게 방탕하게 몸을 흔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권하윤과 이성준은 관계의 짜릿함에 흠뻑 젖어 그야말로 자아를 잃을 지경에 이르렀다. 절정에 이르렀을 땐 낯부끄러운 말도 서슴없이 내뱉곤 했다.성현준은 룸 입구에 서서 문틈을 사이에 두고 그 부끄러움을 모르는 남녀를 바라보았다. 방탕하게 몸을 흔들어대는 두 사람을 보다 보니 정말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었다. 논리대로라면 이성준이 그의 아내에게 손을 댔으니 성현준은 당장 문을 따고 들어가 죽을힘을 다해 싸워야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성현준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냉정했다.오늘은 발작을 일으킬 수 없다.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연회장에는 수백 명의 손님이 와있었고 모두가 손에 꼽히는 유명 인사들이니 성현준은 오늘 체면을 구기는 일을 만들 수 없었다. 단지 여자 한 명 때문에 그동안 이룬 업적을 망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다.이성으로는 자신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성과는 달리 답답한 마음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하여 성현준은 복도 끝 창가로 걸어가 담배를 물고 희미한 연기를 뿜어냈다. 이제 권하윤과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밤바람이 쌩쌩 불어 헤치며 한기가 감돌았다.뒤편의 연회장은 시끌벅적하게 들끓어 올랐고 같은 시각, 대기실에서는 그의 부인과 다른 남자가 뜨겁게 몸을 뒤섞고 있다... 그렇게 성현준은 그곳에서 그들의 전투가 끝나기를 묵묵히 기다렸다.정말 아이러니하지.유리창 너머로 아름답게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지만 반면 유리창에는 성현준의 어두운 얼굴이 비쳐 있었다.문득 등 뒤에서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아, 천천히 걸어. 넘어지겠다.”성현준의 몸이 움찔거렸다.유이안의 목소리였다.옆으로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유이안이 한 소녀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고 있었다.그 소녀가 강원영의 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녀는 유이안과
남자는 방정맞게 웃었다.“오늘 무슨 날인지 알면서 나한테 함부로 굴어?”권하윤은 침대에서 내려와서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개의치 않아 했다."그냥 형식적인 절차를 밟을 뿐이야. 성현준 그 바보를 속이는 셈이지.”이성철은 옷을 잘 차려입고 그녀한테로 다가갔다. 그리고 권하윤의 가는 허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목에 입을 맞췄다.“언제 또 볼까?”사실 권하윤의 나이, 외모와 몸매로는 그를 끌리게 하지 않지만 성현준의 아내라면 또 말이 달라진다.권하윤은 거울에 비친 사람을 바라보며 생각했다.“며칠 뒤에.”이성철은 피식 웃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권하윤도 화장을 고치고 문을 나섰다. 그런데 문을 열자 성현준이 문 앞에 서 있었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권하윤은 깜짝 놀라 멍하니 서 있었다.“현준아, 네가 왜 여기 있어?”현관의 등불이 찬란하게 그를 비추자 성현준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는 권하윤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그녀가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고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화장실 갔다 오는데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많은 유명한 손님이 너 한 사람만을 기다리고 있어.”권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구나.’권하윤은 바로 시름을 놓았다. 그리고 대담하게 성현준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며 불평했다.“현준아, 나 너무 힘들어. 재벌들의 세상에서 결혼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과거에 성현준은 이런 말을 듣기 좋아했고 그가 남자로서 허영심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이런 말을 들으면 역겹다.성현준은 평생 권하윤과 이성철이 몸을 얽힌 사이라는 것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치욕을 가져다준 그녀도 잊지 않을 것이다.성현준은 속으로 역겨웠지만 겉으로는 권하윤에게 다정했다. 거기다가 그는 권하윤의 볼에 입을 맞췄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천천히 적응되면 괜찮을 거야.”권하윤은 그의 어깨에 기대어 가볍게 입을 열었다.“역시 현준이야. 네
오자마자 유이안과 강원영이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았다. 거기다가 강윤까지 데려왔다.유이준이 늠름하게 다가와 강윤을 훑어보았다. 강윤은 그도 다가가기 쉬운 줄 알고 큰 눈으로 유이준을 똘망똘망하게 바라보며 삼촌이라고 다정하게 불렀다.유이준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지금 유이준은 사실 그에게도 딸이 있다는 사실을 죽어도 모를 것이다.진은영이 몰래 낳은 자식이었다.그 당시 그들이 거래할 때보다 2, 3년 더 일찍 했다. 유이준은 그들이 처음 사랑을 나눴다고 생각했을 때 사실 진은영은 이미 그를 위해 어린 여자아이를 낳았었다.이름은 진별이었고 하와이에서 길러졌다.유이안은 유이준을 보고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유이준은 계속 성현준을 싫어했었다. 하지만 유이준은 그녀의 마음을 짐작하고 강원영에게 눈빛을 주며 섭섭해서 말했다.“아빠가 오라고 하셨어요. 시간 나면 밥 먹으러 오래요. 그리고 사적으로 혼인을 결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유이안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강원영은 빙그레 웃었다.“미안하지만 이안이는 이미 저의 프러포즈를 받아줬어요.”유이준은 와인잔을 들며 말했다.“손발이 빠르네요.”그는 당연히 유이안의 사생활에 관해 묻지 않을 것이다. 이미 할 말은 다 전했으니 이만 떠나려고 했다. 그는 정말 더는 성현준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는 얼마나 슬픈 일인가.유이준은 연회가 끝나기도 전에 먼저 자리를 떴다.그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검은 롤스로이스 팬텀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진은영의 차가 보였다.진은영의 차는 몇 걸음 밖에 주차되어 있었다. 차 안에는 그녀 대신 웬 아주머니가 되어 보이는 사람이 4, 5세 되어 보이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 아이는 이쁘게 생겼고 두 가닥의 땋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유이준은 이 사람이 진안영과 조진범의 딸이 아니라고 확신했다.진아현은 아직 한 살도 안 되었기에 이는 진씨 가문의 친척의 아이일 것이다. 그래서 유이준은 더 생각하지 않고 바로 차에 직접 시동을 걸고 지하 차고에서 차를 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