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윤은 얼떨떨해하였다.오늘은 성현준과 함께 한 기쁜 날이기에 그녀는 이따가 신혼집을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현준이 갑자기 이렇게 다짜고짜 발작을 일으킬 줄은 전혀 몰랐다.결혼식을 올렸으면 권하윤은 바로 사모님이기에 바로 성현준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차 문을 밀었다.“현준아, 지금 너무 피곤하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어. 내가 네 와이프인데 어디로 꺼지라는 거야.”성현준은 움직이지도 않고 차 안에 앉아 있었다.치맛자락을 들고 계단을 올라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 권하윤의 모습은 마치 별장의 여주인처럼 보였다. 사실 하마터면 여주인이 될 뻔했다.그러자 고용인이 다가와 성현준을 바라보았다.“주인님, 정말 여기를 신혼집으로 하실 예정이나요?"성현준은 긴 다리로 차에서 내렸다.“아니.”고용인들은 안심했다. 그녀들은 모두 과거의 사모님을 좋아하고 새로 온 사모님을 좋아하지 않았다. 관상만 봐도 옹졸하고 까칠해 보여서 잘 지내지 못할 것 같았다.성현준은 어둠 속에서 가슴 앞의 부토니에를 잡아당겼다.겨울이라 바람이 매서웠다.성현준은 또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온몸에 어디 신랑으로서 기쁨이 가득한가. 이는 모두 대기실의 그 장면에 의해 사라져 버렸다...‘권하윤. 정말 잘하는 짓이야.‘성현준운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천천히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가 2층 방향으로 계단을 올라갔다.안방에는 기쁨이 넘쳐흘렀다.권하윤은 섹시한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고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품을 바르고 있었다. 그녀는 거울 속에서 성현준이 안색이 좋지 않게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이제 결혼 첫날인데 그렇게 눈치를 줘서 앞으로 어떻게 네 와이프를 하라고 해?“성현준은 문을 닫고 입을 열었다.”넌 안 해도 돼.“권하윤은 정말 약간 화가 났다.“성현준. 너 너무한 거 아니야?"성현준은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너무하다고? 내가 뭘 너무한데?"“하윤아, 난 너와 연우를 봐주느라고
권하윤은 갑자기 헛웃음을 지으며 미친 듯이 주체를 못하고 웃었다.“성현준,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하지만 너무 늦어서 아쉽게 됐네. 너의 고귀한 전 와이프 유선생님은 다시는 널 쳐다도 보지 않을 것이야. 새 남친을 찾아서 결혼하는 것 같은데 마음이 참 힘들지?""참, 깜빡하고 안 알려준 게 있어. 현준아, 어디 한번 끝까지 버텨 봐. 그 영상은 내가 내보낸 것인데 너는 유선생님을 오해하고 있었어. 성현준, 네가 매번 유선생님을 비난할 때마다 얼마나 바보 같은지 알아? 너처럼 이기적인 남자는 결혼 생활이 깨지는 건 싸지 않겠어? 이제 와서 억울하고 괴로워? 그렇다면 그 당시 네가 나한테 몰래 마음을 전했을 때는 왜 억울하고 괴로워하지 않았는데?"…성현준은 깊은 자극을 받았다.그의 눈 밑이 새빨개졌다. 원래 그는 그녀를 다시 때리고 싶었지만 그는 권하윤의 우쭐대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마음을 바꾸었다. 그는 다가와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다.“나의 와이프가 되고 싶다고? 너 따위도?"그날 밤 성현준은 권하윤을 수도 없이 짓밟았다.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을 때 그는 권하윤의 모든 것을 별장밖에 던져버렸다. 권하윤은 젖 먹던 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지만 성현준은 끄떡없었다.그는 여전히 어젯밤의 하얀 셔츠를 입고 검은 무늬의 대문을 사이에 두고 옛 연인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남자는 정말 현실적이었다. 예전엔 아무리 아끼는 사람이라고 해도 일단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즉시 태도가 180도로 변한다. 그는 권하윤에게 다시는 그녀를 위해 한 푼도 돈을 쓰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그렇게 그들 사이도 멀어지기 시작했다.겨울 날씨는 유독 스산했다.권하윤은 얼어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녀는 성현준의 무정한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우리 둘이 어떻게 관계가 없어? 성현준, 난 네 와이프라고!”성현준은 입을 열었다.“우린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잖아? 유 여사님.“권하윤의 얼굴은 삽시에 창백해졌다.알고 보니 성현준은 다 알고 있었다.그녀
성현준과 권하윤은 신혼 첫날밤 전쟁이 일어났지만 유이안과 강원영은 오히려 알콩달콩한 사랑을 나눴다. 강원영은 권하윤과 강윤을 데리고 별장으로 돌아갔다.밤이 되자 차가 천천히 멈추었다.현관 앞 불빛은 눈부시게 빛났고 흩날리는 눈은 먼지처럼 나부꼈다. 강원영이 차에서 내리자 이목구비는 화려한 불빛에 휩싸여 늠름하게 빛났다.그는 차 옆으로 가서 뒷좌석 문을 열고 살짝 몸을 숙여 안을 들여다보았다. 강윤은 권하윤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차 안은 따뜻했고 녀석의 볼은 엷은 홍조를 띠었다.”아직 안 깼어요?“강원영은 강윤의 상황을 묻고 있었지만 눈빛은 유이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유이안은 조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강원영은 손을 내밀어 강윤을 가볍게 앉았다. 꼬마는 잠이 덜 깬 채 아빠 어깨에 엎드려 순간 놀라서 깨어났지만 익숙한 향기를 맡으며 다시 안심하고 엎드렸다.유이안은 따라서 급히 차에서 내려 양모 담요를 가져와 강윤에게 덮어주었다. 이때 강윤은 웅얼거렸다.“이모.”권하윤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강윤을 토닥토닥 두드려 어린아이가 편히 잘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옆에서는 강원영의 그녀를 보는 시선이 뜨거워 났다.“선배, 윤이가 선배를 아주 좋아해요.”유이안은 강윤의 볼에 손끝을 대고 가볍게 두 번 문지른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얼른 돌아가. 아이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강원영은 다시 한번 그녀를 바라보았다.눈이 소리 없이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유이안은 강윤의 물건을 손에 들고 강원영의 훤칠한 뒷모습을 따라갔다. 불빛이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져 현관문 앞 계단에 비스듬히 비추었다. 그러자 고용인이 다가와 반갑게 맞이했다.“이안 씨가 올 것을 알고 부엌에서 이미 이안 씨가 가장 좋아하는 매화로 생강차를 일찍 끓여놓았어요. 지금은 마시기 딱 좋은 온도일 것이에요.”유이안은 강원영에게 눈길을 돌렸다.“네가 말한 거야?"강원영은 웃으면서 말했다."오늘 밤 최저 온도가 0도더라고요. 선배는 평소
유이안은 말을 더 이상 잇지 않았다.그녀는 한편으로 설레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강원영이 강윤을 달래는 것처럼 그녀를 달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유이안은 강원영보다 두 살 위다.강원영은 그녀의 마음을 짐작한 듯 몸을 돌려 그녀의 손을 잡더니 말했다.“윤이 이제 잠들었으니 제 방으로 가세요.”유이안도 결코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강원영과 아무래도 혼인을 결정한 셈이고 거기다가 부모님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성숙한 여자이기 때문에 오늘 밤 강원영을 따라 별장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다.1분 뒤 강원영을 따라 옆의 안방까지 갔다.강원영의 안방은 약 90㎡ 되어 보였다. 그리고 드레스룸과 서재가 딸려 있었고 욕실은 유이안이 좋아하는 복고풍이었다. 그는 담담하게 설명해 주었다.“가끔 자고 가는 것을 고려해서 선배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몄어요.”남자가 마음을 쓴다면 결국 여자에게도 기쁨이 된다.안방을 둘러보던 유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생강차를 마셔버리고 빈 잔을 든 채 강원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빈 그릇을 옆으로 내려놓고 유이안을 창문 옆으로 데리고 가서 품에 안았다.강원영은 186cm의 큰 키를 가지고 있었기에 유이안은 그의 품에서 아담한 모습을 보였다.그는 훤칠한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 옆에 기대고 있었다. 확 다가온 남성적인 향은 그녀의 귀를 타고 코를 간질거렸다."드디어 선배와 단둘이 지내게 되는군요. 방금 운전할 때 꼭 선배와 함께 눈을 감상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선배, 우리가 같이 보는 첫눈이에요.”…강원영은 말을 마치자 손을 뻗어 짙은 초록색의 커튼을 열었다.창문유리를 사이에 두고 유이안은 어둠 속에서 흩날리는 가루눈을 바라보았다. 마치 까만 밤 반짝이는 별처럼 선명하고 아름다웠다.눈이 내리는 밤, 혼자 보내면 서글프지만 애인과 함께라면 마음이 저도 모르게 따뜻해진다.거기다 상대는 강원영이다.언제부터 그들이 키스를 시작했는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이른 아침 강원영의 뽀뽀에 유이안이 잠에서 깼다.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산뜻한 모습을 한 강원영을 바라보았다. 그는 흰색 무지 티를 입고 있었고 선명한 티존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집 헬스장에서 운동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유이안은 그가 어젯밤에 땀을 비 오듯 몇 번이나 흘렸는데 피곤하지 않은지 의문이 들었다.이 생각에 그녀의 낯은 또 붉어졌다.강원영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한 듯 침대 머리맡에 기대 살짝 웃으며 말했다.“부족해?"유이안은 차마 더 들어줄 수 없었기에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이젠 일어나서 출근해야겠어.”그녀는 겨우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강원영에게 팔을 살짝 눌렸다.그는 힘이 세지 않았고 그 속에는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의 눈빛은 그토록 깊었고 그녀를 아끼는 눈빛이었다.“온 밤, 눈이 그치지 않아서 바깥에 얇은 눈이 한 층 덮였는데… 하루 쉬지 않을래요?"유이안은 밖을 바라보았다.밖은 온통 새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깨끗한 흰 눈은 마른 나뭇가지 위에 소복이 쌓여 있었는데 바람이 불자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유이안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곧 크리스마스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그녀도 쉬고 싶었지만 오늘 비서가 휴가를 내주지 않았기에 유이안은 자율적으로 강원영의 손을 잡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크리스마스 때 비서에게 닷새 휴가를 내달라고 할게. 윤이를 데리고 놀러 가자.“강원영은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유이안이 쉽게 휴가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5일간의 휴가를 낸다는 것은 그와 윤이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꽤 높은 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기울여 유이안에게 뽀뽀를 했다.“정말 기특하네.”유이안은 그의 품에 몸을 기대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달콤한 감정을 뒤로 하고 강원영은 다정하게 그녀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일어나라고 인사했다. 자신은 먼저 내려가 그녀를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유이안은 비웃으며 말했다.“성대표, 이건 당신이 스스로 선택한 거 아닌가요? 권하윤 때문에 우리가 몇 번이나 싸우고 몇 번이나 당신이 집에 안 들어왔는지 알아요? 이제 성대표가 원하던 대로 결혼까지 해놓고... 아직도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요?"게다가 그녀는 분명히 그에게 다시 생각해보고 결정하라고 충고했었다.하지만 성현준은 고집을 부렸다. 당시 그는 유이안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는 유이안에게 ‘왜 권하윤에게만 못되게 구는거야?’라고 되물었었다. 그러기에 유이안은 더는 할 말이 없었고 결국 모든 것은 성현준이 원하던 대로 흘러갔을 뿐이었다.유이안을 말을 마치자 성현준을 밀치고 가려고 했다.하지만 성현준은 손을 놓으려 하지 않고 그녀를 꼭 붙잡았다. 성현준의 눈빛은 처음엔 원망으로 가득했지만 이내 다정하게 변했다. 마치 가장 좋았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이안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유이안은 성현준을 정신병자 취급하며 노려보았다.한참 후에야 그녀는 한마디 내뱉었다.“성대표, 아프면 병원에 가요. 나한테 와서 이러지 말고! 우리는 이미 이혼했고 성대표도 권하윤과 결혼했잖아요. 그리고 어젯밤 그 결혼식은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했어요...“성현준은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했다.“권하윤과 나는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어.”유이안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서 서로 물고 뜯는다고요?"”권하윤과는 잘 정리하고 올게. 이안아, 나에게 시간을 좀 줘.“ …유이안은 고개를 들어 조용히 성현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얼굴은 그녀가 정말 사랑했던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미 2년 전에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무슨 자격으로, 어떻게 감히 그녀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었을까?정말 너무 웃겼다.과거를 생각하면 유이안은 눈물이 차올랐지만 그녀는 완강하게 고개를 돌려 성현준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어떻게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겠는가. 성현준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유이안의 눈물을 닦
9일 저녁 5시 유이안은 택배 하나를 받았다.비서가 건네주면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원장님, 강원영 씨가 보내신 택배예요. 제 생각에 안에는 매우 섹시한 잠옷일 것 같은데요?”유이안은 어이가 없었다.“너는 온종일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니?”그녀가 상자를 열어보자 안에는 섹시한 잠옷이 아니라 은행 계좌이체 기록이 있는 종이였다. 이체한 사람은 강원영이었고 이체 금액은 무려 1조 9천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옆에 있던 비서는 놀라서 멍해졌다.“유 원장님, 이게... 강원영 씨는 손이 너무 크네요.”...유이안은 미리 그 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보고 나니 멍해졌다. 유씨 가문 같은 부잣집에서는 1조 원을 내놓기도 쉽지 않은데 강원영은 이렇게 통 크게 선물을 안겨주었다.지난번에 강원영은 그것을‘봉채’라고 불렀다.‘봉채...’유이안은 자기가 성현준과 결혼했을 때 그가 준 봉채는 4억 1,600만 원이었음을 떠올랐다. 평범한 가정에는 큰돈이었지만 유씨 가문에게는 참 초라한 액수였다.당시 유이안은 성현준이 창업하느라 힘든 상황을 이해했고, 딱히 문제 삼지 않았다...그러나 나중에 이혼할 때 성현준은 그 특유의 짠돌이 기질을 여실히 보여줬다.유이안이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비서는 그 명세서를 들고 진하게 입술 도장을 찍었다.“강원영 씨는 정말 시원시원하네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남자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는 그가 얼마나 기꺼이 내놓는지에 따라 달려 있는 것 같아요... 원장님, 강원영 씨에게 아직 미혼인 동생은 없나요?”유이안은 강원영에게 형이 한 명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바로 강윤의 친부였지만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했었다. 하지만 강원영은 큰형수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혹시 함께 돌아가신 걸까?’유이안이 고개를 가볍게 흔드는 것을 보고 비서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그때 현관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강원영의 목소리였다.“선배, 준비는 끝났어요?”강원영은 문을 밀고 들어왔
유이안은 책상 옆에 기대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가볍게 그었다. 그리고 그녀는 살짝 웃었다.“40분 뒤에 갈 것 같아. 강원영과 강윤 다 같이 있어.”“그래요, 운전 조심해서 와요.”“알겠어.”...유이준 쪽에서 전화를 끊자 아버지가 기대에 잔뜩 찬 얼굴로 물었다.“너희 누나는 뭐래?”유이준은 휴대전화를 만지며 담담하게 말했다.“40분 후면 집에 도착한대요. 누나는 강원영 씨와 함께 있고 강원영 씨의 큰 형 아이도 있대요.”유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새엄마가 아니지. 하물며 그 아이는 너무 귀여워서 네 누나는 말할 것도 없고 네 엄마도 엄청나게 좋아하잖아. 딱 두 번 만나자마자 마음에 담아두고 언제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거냐고 물었잖아.”유이준은 서른이 넘었지만 유씨 가문은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비록 유선우와 조은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으나 거짓말이었다. 이전에 유이준과 진은영의 스캔들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스캔들은 나중에 흐지부지된 것 같았다.가끔 언급해보았지만 유이준은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유선우는 속으로 유이준의 어머니한테 부탁하여 맞선을 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이 나이에도 늘 혼자 있는 것은 별일이 아니지만 마흔이 되어서야 결혼은 너무 늦다. 그때가 되면 또래들은 벌써 손자를 볼 것이다.유이준은 소파에 앉아 계속 잡지를 뒤적거렸다.문득 그는 생각에 잠겼고 어젯밤에 본 한 소녀가 생각났다.‘진은영의 친척 집 아이였던가?’ ...YS 병원에서.유이안은 코트를 걸치고 강원영을 따라 내려왔다. 롤스로이스 한 대가 입구에 멈춰 섰다. 강원영은 강윤을 유이안에게 안기며 뒷좌석 문을 살짝 열고 말했다.“밖이 추우니 얼른 타세요.”유이안은 먼저 강윤을 차에 태웠다. 그리고 그녀가 차에 오르려고 하자 뒤에서 다급한 외침이 울렸다.“이안아.”목소리가 익숙했다.유이안은 추워서 굳은 몸을 뒤로 돌리자 역시나 성현준을 보았다.겨울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성현준의 얼굴은 기운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