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방정맞게 웃었다.“오늘 무슨 날인지 알면서 나한테 함부로 굴어?”권하윤은 침대에서 내려와서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개의치 않아 했다."그냥 형식적인 절차를 밟을 뿐이야. 성현준 그 바보를 속이는 셈이지.”이성철은 옷을 잘 차려입고 그녀한테로 다가갔다. 그리고 권하윤의 가는 허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목에 입을 맞췄다.“언제 또 볼까?”사실 권하윤의 나이, 외모와 몸매로는 그를 끌리게 하지 않지만 성현준의 아내라면 또 말이 달라진다.권하윤은 거울에 비친 사람을 바라보며 생각했다.“며칠 뒤에.”이성철은 피식 웃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권하윤도 화장을 고치고 문을 나섰다. 그런데 문을 열자 성현준이 문 앞에 서 있었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권하윤은 깜짝 놀라 멍하니 서 있었다.“현준아, 네가 왜 여기 있어?”현관의 등불이 찬란하게 그를 비추자 성현준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는 권하윤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그녀가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고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화장실 갔다 오는데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많은 유명한 손님이 너 한 사람만을 기다리고 있어.”권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구나.’권하윤은 바로 시름을 놓았다. 그리고 대담하게 성현준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며 불평했다.“현준아, 나 너무 힘들어. 재벌들의 세상에서 결혼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과거에 성현준은 이런 말을 듣기 좋아했고 그가 남자로서 허영심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이런 말을 들으면 역겹다.성현준은 평생 권하윤과 이성철이 몸을 얽힌 사이라는 것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치욕을 가져다준 그녀도 잊지 않을 것이다.성현준은 속으로 역겨웠지만 겉으로는 권하윤에게 다정했다. 거기다가 그는 권하윤의 볼에 입을 맞췄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천천히 적응되면 괜찮을 거야.”권하윤은 그의 어깨에 기대어 가볍게 입을 열었다.“역시 현준이야. 네
오자마자 유이안과 강원영이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았다. 거기다가 강윤까지 데려왔다.유이준이 늠름하게 다가와 강윤을 훑어보았다. 강윤은 그도 다가가기 쉬운 줄 알고 큰 눈으로 유이준을 똘망똘망하게 바라보며 삼촌이라고 다정하게 불렀다.유이준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지금 유이준은 사실 그에게도 딸이 있다는 사실을 죽어도 모를 것이다.진은영이 몰래 낳은 자식이었다.그 당시 그들이 거래할 때보다 2, 3년 더 일찍 했다. 유이준은 그들이 처음 사랑을 나눴다고 생각했을 때 사실 진은영은 이미 그를 위해 어린 여자아이를 낳았었다.이름은 진별이었고 하와이에서 길러졌다.유이안은 유이준을 보고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유이준은 계속 성현준을 싫어했었다. 하지만 유이준은 그녀의 마음을 짐작하고 강원영에게 눈빛을 주며 섭섭해서 말했다.“아빠가 오라고 하셨어요. 시간 나면 밥 먹으러 오래요. 그리고 사적으로 혼인을 결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유이안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강원영은 빙그레 웃었다.“미안하지만 이안이는 이미 저의 프러포즈를 받아줬어요.”유이준은 와인잔을 들며 말했다.“손발이 빠르네요.”그는 당연히 유이안의 사생활에 관해 묻지 않을 것이다. 이미 할 말은 다 전했으니 이만 떠나려고 했다. 그는 정말 더는 성현준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는 얼마나 슬픈 일인가.유이준은 연회가 끝나기도 전에 먼저 자리를 떴다.그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검은 롤스로이스 팬텀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진은영의 차가 보였다.진은영의 차는 몇 걸음 밖에 주차되어 있었다. 차 안에는 그녀 대신 웬 아주머니가 되어 보이는 사람이 4, 5세 되어 보이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 아이는 이쁘게 생겼고 두 가닥의 땋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유이준은 이 사람이 진안영과 조진범의 딸이 아니라고 확신했다.진아현은 아직 한 살도 안 되었기에 이는 진씨 가문의 친척의 아이일 것이다. 그래서 유이준은 더 생각하지 않고 바로 차에 직접 시동을 걸고 지하 차고에서 차를 뺐
권하윤은 얼떨떨해하였다.오늘은 성현준과 함께 한 기쁜 날이기에 그녀는 이따가 신혼집을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현준이 갑자기 이렇게 다짜고짜 발작을 일으킬 줄은 전혀 몰랐다.결혼식을 올렸으면 권하윤은 바로 사모님이기에 바로 성현준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차 문을 밀었다.“현준아, 지금 너무 피곤하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어. 내가 네 와이프인데 어디로 꺼지라는 거야.”성현준은 움직이지도 않고 차 안에 앉아 있었다.치맛자락을 들고 계단을 올라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 권하윤의 모습은 마치 별장의 여주인처럼 보였다. 사실 하마터면 여주인이 될 뻔했다.그러자 고용인이 다가와 성현준을 바라보았다.“주인님, 정말 여기를 신혼집으로 하실 예정이나요?"성현준은 긴 다리로 차에서 내렸다.“아니.”고용인들은 안심했다. 그녀들은 모두 과거의 사모님을 좋아하고 새로 온 사모님을 좋아하지 않았다. 관상만 봐도 옹졸하고 까칠해 보여서 잘 지내지 못할 것 같았다.성현준은 어둠 속에서 가슴 앞의 부토니에를 잡아당겼다.겨울이라 바람이 매서웠다.성현준은 또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온몸에 어디 신랑으로서 기쁨이 가득한가. 이는 모두 대기실의 그 장면에 의해 사라져 버렸다...‘권하윤. 정말 잘하는 짓이야.‘성현준운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천천히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가 2층 방향으로 계단을 올라갔다.안방에는 기쁨이 넘쳐흘렀다.권하윤은 섹시한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고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품을 바르고 있었다. 그녀는 거울 속에서 성현준이 안색이 좋지 않게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이제 결혼 첫날인데 그렇게 눈치를 줘서 앞으로 어떻게 네 와이프를 하라고 해?“성현준은 문을 닫고 입을 열었다.”넌 안 해도 돼.“권하윤은 정말 약간 화가 났다.“성현준. 너 너무한 거 아니야?"성현준은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너무하다고? 내가 뭘 너무한데?"“하윤아, 난 너와 연우를 봐주느라고
권하윤은 갑자기 헛웃음을 지으며 미친 듯이 주체를 못하고 웃었다.“성현준,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하지만 너무 늦어서 아쉽게 됐네. 너의 고귀한 전 와이프 유선생님은 다시는 널 쳐다도 보지 않을 것이야. 새 남친을 찾아서 결혼하는 것 같은데 마음이 참 힘들지?""참, 깜빡하고 안 알려준 게 있어. 현준아, 어디 한번 끝까지 버텨 봐. 그 영상은 내가 내보낸 것인데 너는 유선생님을 오해하고 있었어. 성현준, 네가 매번 유선생님을 비난할 때마다 얼마나 바보 같은지 알아? 너처럼 이기적인 남자는 결혼 생활이 깨지는 건 싸지 않겠어? 이제 와서 억울하고 괴로워? 그렇다면 그 당시 네가 나한테 몰래 마음을 전했을 때는 왜 억울하고 괴로워하지 않았는데?"…성현준은 깊은 자극을 받았다.그의 눈 밑이 새빨개졌다. 원래 그는 그녀를 다시 때리고 싶었지만 그는 권하윤의 우쭐대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마음을 바꾸었다. 그는 다가와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다.“나의 와이프가 되고 싶다고? 너 따위도?"그날 밤 성현준은 권하윤을 수도 없이 짓밟았다.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을 때 그는 권하윤의 모든 것을 별장밖에 던져버렸다. 권하윤은 젖 먹던 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지만 성현준은 끄떡없었다.그는 여전히 어젯밤의 하얀 셔츠를 입고 검은 무늬의 대문을 사이에 두고 옛 연인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남자는 정말 현실적이었다. 예전엔 아무리 아끼는 사람이라고 해도 일단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즉시 태도가 180도로 변한다. 그는 권하윤에게 다시는 그녀를 위해 한 푼도 돈을 쓰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그렇게 그들 사이도 멀어지기 시작했다.겨울 날씨는 유독 스산했다.권하윤은 얼어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녀는 성현준의 무정한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우리 둘이 어떻게 관계가 없어? 성현준, 난 네 와이프라고!”성현준은 입을 열었다.“우린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잖아? 유 여사님.“권하윤의 얼굴은 삽시에 창백해졌다.알고 보니 성현준은 다 알고 있었다.그녀
성현준과 권하윤은 신혼 첫날밤 전쟁이 일어났지만 유이안과 강원영은 오히려 알콩달콩한 사랑을 나눴다. 강원영은 권하윤과 강윤을 데리고 별장으로 돌아갔다.밤이 되자 차가 천천히 멈추었다.현관 앞 불빛은 눈부시게 빛났고 흩날리는 눈은 먼지처럼 나부꼈다. 강원영이 차에서 내리자 이목구비는 화려한 불빛에 휩싸여 늠름하게 빛났다.그는 차 옆으로 가서 뒷좌석 문을 열고 살짝 몸을 숙여 안을 들여다보았다. 강윤은 권하윤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차 안은 따뜻했고 녀석의 볼은 엷은 홍조를 띠었다.”아직 안 깼어요?“강원영은 강윤의 상황을 묻고 있었지만 눈빛은 유이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유이안은 조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강원영은 손을 내밀어 강윤을 가볍게 앉았다. 꼬마는 잠이 덜 깬 채 아빠 어깨에 엎드려 순간 놀라서 깨어났지만 익숙한 향기를 맡으며 다시 안심하고 엎드렸다.유이안은 따라서 급히 차에서 내려 양모 담요를 가져와 강윤에게 덮어주었다. 이때 강윤은 웅얼거렸다.“이모.”권하윤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강윤을 토닥토닥 두드려 어린아이가 편히 잘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옆에서는 강원영의 그녀를 보는 시선이 뜨거워 났다.“선배, 윤이가 선배를 아주 좋아해요.”유이안은 강윤의 볼에 손끝을 대고 가볍게 두 번 문지른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얼른 돌아가. 아이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강원영은 다시 한번 그녀를 바라보았다.눈이 소리 없이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유이안은 강윤의 물건을 손에 들고 강원영의 훤칠한 뒷모습을 따라갔다. 불빛이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져 현관문 앞 계단에 비스듬히 비추었다. 그러자 고용인이 다가와 반갑게 맞이했다.“이안 씨가 올 것을 알고 부엌에서 이미 이안 씨가 가장 좋아하는 매화로 생강차를 일찍 끓여놓았어요. 지금은 마시기 딱 좋은 온도일 것이에요.”유이안은 강원영에게 눈길을 돌렸다.“네가 말한 거야?"강원영은 웃으면서 말했다."오늘 밤 최저 온도가 0도더라고요. 선배는 평소
유이안은 말을 더 이상 잇지 않았다.그녀는 한편으로 설레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강원영이 강윤을 달래는 것처럼 그녀를 달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유이안은 강원영보다 두 살 위다.강원영은 그녀의 마음을 짐작한 듯 몸을 돌려 그녀의 손을 잡더니 말했다.“윤이 이제 잠들었으니 제 방으로 가세요.”유이안도 결코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강원영과 아무래도 혼인을 결정한 셈이고 거기다가 부모님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성숙한 여자이기 때문에 오늘 밤 강원영을 따라 별장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다.1분 뒤 강원영을 따라 옆의 안방까지 갔다.강원영의 안방은 약 90㎡ 되어 보였다. 그리고 드레스룸과 서재가 딸려 있었고 욕실은 유이안이 좋아하는 복고풍이었다. 그는 담담하게 설명해 주었다.“가끔 자고 가는 것을 고려해서 선배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몄어요.”남자가 마음을 쓴다면 결국 여자에게도 기쁨이 된다.안방을 둘러보던 유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생강차를 마셔버리고 빈 잔을 든 채 강원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빈 그릇을 옆으로 내려놓고 유이안을 창문 옆으로 데리고 가서 품에 안았다.강원영은 186cm의 큰 키를 가지고 있었기에 유이안은 그의 품에서 아담한 모습을 보였다.그는 훤칠한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 옆에 기대고 있었다. 확 다가온 남성적인 향은 그녀의 귀를 타고 코를 간질거렸다."드디어 선배와 단둘이 지내게 되는군요. 방금 운전할 때 꼭 선배와 함께 눈을 감상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선배, 우리가 같이 보는 첫눈이에요.”…강원영은 말을 마치자 손을 뻗어 짙은 초록색의 커튼을 열었다.창문유리를 사이에 두고 유이안은 어둠 속에서 흩날리는 가루눈을 바라보았다. 마치 까만 밤 반짝이는 별처럼 선명하고 아름다웠다.눈이 내리는 밤, 혼자 보내면 서글프지만 애인과 함께라면 마음이 저도 모르게 따뜻해진다.거기다 상대는 강원영이다.언제부터 그들이 키스를 시작했는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이른 아침 강원영의 뽀뽀에 유이안이 잠에서 깼다.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산뜻한 모습을 한 강원영을 바라보았다. 그는 흰색 무지 티를 입고 있었고 선명한 티존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집 헬스장에서 운동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유이안은 그가 어젯밤에 땀을 비 오듯 몇 번이나 흘렸는데 피곤하지 않은지 의문이 들었다.이 생각에 그녀의 낯은 또 붉어졌다.강원영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한 듯 침대 머리맡에 기대 살짝 웃으며 말했다.“부족해?"유이안은 차마 더 들어줄 수 없었기에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이젠 일어나서 출근해야겠어.”그녀는 겨우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강원영에게 팔을 살짝 눌렸다.그는 힘이 세지 않았고 그 속에는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의 눈빛은 그토록 깊었고 그녀를 아끼는 눈빛이었다.“온 밤, 눈이 그치지 않아서 바깥에 얇은 눈이 한 층 덮였는데… 하루 쉬지 않을래요?"유이안은 밖을 바라보았다.밖은 온통 새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깨끗한 흰 눈은 마른 나뭇가지 위에 소복이 쌓여 있었는데 바람이 불자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유이안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곧 크리스마스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그녀도 쉬고 싶었지만 오늘 비서가 휴가를 내주지 않았기에 유이안은 자율적으로 강원영의 손을 잡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크리스마스 때 비서에게 닷새 휴가를 내달라고 할게. 윤이를 데리고 놀러 가자.“강원영은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유이안이 쉽게 휴가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5일간의 휴가를 낸다는 것은 그와 윤이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꽤 높은 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기울여 유이안에게 뽀뽀를 했다.“정말 기특하네.”유이안은 그의 품에 몸을 기대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달콤한 감정을 뒤로 하고 강원영은 다정하게 그녀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일어나라고 인사했다. 자신은 먼저 내려가 그녀를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유이안은 비웃으며 말했다.“성대표, 이건 당신이 스스로 선택한 거 아닌가요? 권하윤 때문에 우리가 몇 번이나 싸우고 몇 번이나 당신이 집에 안 들어왔는지 알아요? 이제 성대표가 원하던 대로 결혼까지 해놓고... 아직도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요?"게다가 그녀는 분명히 그에게 다시 생각해보고 결정하라고 충고했었다.하지만 성현준은 고집을 부렸다. 당시 그는 유이안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는 유이안에게 ‘왜 권하윤에게만 못되게 구는거야?’라고 되물었었다. 그러기에 유이안은 더는 할 말이 없었고 결국 모든 것은 성현준이 원하던 대로 흘러갔을 뿐이었다.유이안을 말을 마치자 성현준을 밀치고 가려고 했다.하지만 성현준은 손을 놓으려 하지 않고 그녀를 꼭 붙잡았다. 성현준의 눈빛은 처음엔 원망으로 가득했지만 이내 다정하게 변했다. 마치 가장 좋았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이안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유이안은 성현준을 정신병자 취급하며 노려보았다.한참 후에야 그녀는 한마디 내뱉었다.“성대표, 아프면 병원에 가요. 나한테 와서 이러지 말고! 우리는 이미 이혼했고 성대표도 권하윤과 결혼했잖아요. 그리고 어젯밤 그 결혼식은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했어요...“성현준은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했다.“권하윤과 나는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어.”유이안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서 서로 물고 뜯는다고요?"”권하윤과는 잘 정리하고 올게. 이안아, 나에게 시간을 좀 줘.“ …유이안은 고개를 들어 조용히 성현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얼굴은 그녀가 정말 사랑했던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미 2년 전에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무슨 자격으로, 어떻게 감히 그녀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었을까?정말 너무 웃겼다.과거를 생각하면 유이안은 눈물이 차올랐지만 그녀는 완강하게 고개를 돌려 성현준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어떻게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겠는가. 성현준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유이안의 눈물을 닦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