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70화

그 화면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보기 힘들었다.

적어도 성현준은 단 한 번도 권하윤이 이렇게 방탕하게 몸을 흔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권하윤과 이성준은 관계의 짜릿함에 흠뻑 젖어 그야말로 자아를 잃을 지경에 이르렀다. 절정에 이르렀을 땐 낯부끄러운 말도 서슴없이 내뱉곤 했다.

성현준은 룸 입구에 서서 문틈을 사이에 두고 그 부끄러움을 모르는 남녀를 바라보았다. 방탕하게 몸을 흔들어대는 두 사람을 보다 보니 정말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었다. 논리대로라면 이성준이 그의 아내에게 손을 댔으니 성현준은 당장 문을 따고 들어가 죽을힘을 다해 싸워야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성현준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냉정했다.

오늘은 발작을 일으킬 수 없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연회장에는 수백 명의 손님이 와있었고 모두가 손에 꼽히는 유명 인사들이니 성현준은 오늘 체면을 구기는 일을 만들 수 없었다. 단지 여자 한 명 때문에 그동안 이룬 업적을 망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다.

이성으로는 자신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성과는 달리 답답한 마음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하여 성현준은 복도 끝 창가로 걸어가 담배를 물고 희미한 연기를 뿜어냈다. 이제 권하윤과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밤바람이 쌩쌩 불어 헤치며 한기가 감돌았다.

뒤편의 연회장은 시끌벅적하게 들끓어 올랐고 같은 시각, 대기실에서는 그의 부인과 다른 남자가 뜨겁게 몸을 뒤섞고 있다... 그렇게 성현준은 그곳에서 그들의 전투가 끝나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유리창 너머로 아름답게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지만 반면 유리창에는 성현준의 어두운 얼굴이 비쳐 있었다.

문득 등 뒤에서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아, 천천히 걸어. 넘어지겠다.”

성현준의 몸이 움찔거렸다.

유이안의 목소리였다.

옆으로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유이안이 한 소녀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고 있었다.

그 소녀가 강원영의 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녀는 유이안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