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앞으로 다가왔다. 권하윤은 긴장된 얼굴로 유이안을 바라보았다. 성현준이 방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을까 봐 겁이 났고 자신이 이혼하지 않은 사실을 유이안이 폭로할까 봐 겁이 났다.그러나 그건 그녀의 쓸데없은 근심이었다. 그까짓 일에 유이안은 전혀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 연우의 주치의가 된 이상 최선을 다해 아이를 치료해 줄 것이다. 그러나 심장이식이라는 게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었다. 담담한 유이안을 보고 권하윤도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유이안을 앞에 두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성현준의 어깨에 기대어 연우의 상황을 얘기하며 눈물을 보였다.성현준은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응급실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불편했던 그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먼저 연우한테 가보라고 했다. 권하윤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복도에는 유이안과 성현준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그는 유이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연우에게 수술해 줄 거라고 했다.“당신한테 방법이 있다는 거 알아. 연구센터에 기부가 필요하잖아. 1000억, 2000억 얼마든지 기부할 수 있으니까 연우한테 건강한 심장만 구해줘.”문득, 그녀는 권하윤이 유부녀라는 사실이 떠올랐다.마스크를 벗은 뒤 성현준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돈 많은 건 알겠는데요. 이러기에 앞서 그 여자가 정말 이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좋은 마음에서 일깨워 주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의 뜻을 오해했다.“권하윤 말하는 거야? 당신이 왜 자꾸만 권하윤을 적대시하는지 모르겠어. 우리 결혼이 파탄 난 건 권하윤 때문이 아니야. 난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 수가 없었어. 당신이 조금만 시간을 내서...”망설이던 그가 차갑게 다시 입을 열었다.“당신 걱정이나 해. 강원영 그 사람한테 당하지나 말고.”“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녀는 피식 웃고 자리를 떴다.성현준 당신, 언젠가는 후회하게 되겠지. ...VIP 병실 안,
그녀는 조금 부끄러웠다.“강원영.”핸드폰 너머로 그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소파에 가서 등을 기대고 앉더니 햇살 아래의 책상을 쳐다보았다. 완강한 생명력을 가진 생강꽃을 보고 있으니 사람도 새로운 피와 살이 생겨나는 것만 같았다.생강꽃, 이게 강원영의 낭만인 건가?...그날 저녁, 그녀는 유씨 가문의 별장으로 향했다. 붉게 지는 해가 별장을 온통 빨갛게 물들여 마치 산림의 불꽃 같았다.그녀의 차가 주차장에 도착하자 하인이 와서 차 문을 열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유이안은 피식 웃었다.“분명 뭐라고 하셨죠?”하인은 유선우가 말하는 모습을 흉내 냈다.“이 자식이 이제는 컸다고 그러는지 이렇게 큰일을 우리한테 참견하지도 말라니... 손해라도 보면 어쩌려고 그러는지.”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아주머니, 진짜 똑같은데요.”“아직도 농담할 여유가 있어요? 단단히 벼르고 계시는 것 같던데...”그 말에 그녀는 황급히 표정 관리를 했다.유선우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몇 마디 하고 나니 무의미한 것 같아서 손을 저었다.“이제부터 성현준 그놈은 없는 셈 치자. 그놈을 죽일 건지 그놈의 회사를 무너뜨릴 건지 말만 해. 나랑 이준이가 도와줄 테니까.”한쪽 소파에서 잡지를 보고 있던 유이준이 입을 열었다.“아버지, 지금은 법치 사회예요.”조은서가 유선우를 향해 눈을 흘겼다.“신경 쓰지 마. 말만 저렇게 하는 거니까. 예전에 성현준을 얼마나 마음에 들어 했니?”한참을 침묵하던 유선우가 말했다.“가난한 집안의 자식이라 안 그럴 줄 알았더니. 이렇게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줄이야. 결혼한 지 몇 년 되었다고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워?”우유 한 잔을 따르던 유이안이 피식 웃었다.“오래된 건 정리해야 새 사람을 만나지.”“새 사람이 강원영이야?”우유를 마시던 그녀는 하마터면 사레가 들 뻔했다.“아빠.”“오전에 강원영이 다녀갔어. 선물 말고도 그 사람 명의의 권성기술의 주식도 가지고 왔더라. 1조 6천억
“이모.”“이모...”아이의 애교에 녹아내리지 않을 수가 있나?“딱 하룻밤만이야.”강윤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내일 아침 아빠가 유치원에 데려다줄 거예요.”하룻밤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를 안은 채 그녀가 강원영을 향해 입을 열었다.“올라가서 커피 한잔하고 가.”어두운 불빛 속에 남자의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그가 다가와 강윤을 안고 유이안과 나란히 현관으로 향했다. 가로등에 비친 그림자를 보면 영락없는 세 식구였다. 강윤은 아주 얌전했다. 집으로 들어서자자마 책상에 앉아 숙제를 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유이안은 마음이 나른해졌다.그에게 커피를 끓여주면서 물었다.“아이가 늘 이렇게 순해?”그가 피식 웃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선배가 좋아서 선배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런 거예요. 평소에는 안 그래요.”그 말을 듣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주방에서 커피머신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자 그 틈을 타서 그녀가 무심하게 물었다.“강윤이를 말하는 거야? 아니면 널 말하는 거야?”그가 못 들을 줄 알았는데 똑똑히 듣게 될 줄이야. 남자는 조용히 그녀의 뒤로 다가왔고 뜨거운 숨결을 그녀의 귓가에 뿜으며 다정하게 물었다.“뭐라고 했어요? 선배가 좋아서 선배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하냐고요?”“강원영.”그녀는 이런 분위기가 어색하기만 했다.남자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그녀의 옆에 기대어 중얼거렸다.“선물은 내가 보낸 거예요. 난 보수적인 남자라고 했죠. 그 주식들은 일단 내가 가지고 있을게요. 한 달 후에 처분하고 원금이랑 수익 선배 통장에 넣어줄게요.”커피머신은 여전히 요란스럽게 작동하고 있었다. 말을 하려고 고개를 돌리는데 그가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입술은 점점 가까워졌고... 곧 닿을 것만 같았다. 목석처럼 무뚝뚝한 남자도 아니고 그가 바로 그녀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으며 그녀에게 키스했다. 조심스럽게 다가오던 입술이 어
사람 마음을 아주 들었다 놨다 그는 그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단도직입적인 그의 대시가 솔직히 무서웠다. 어떤 남자가 1조 6천억이나 되는 주식을 내놓는단 말인가? 유이준의 말에 의하면 이런 공격적인 남자를 바보 같은 누나가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누구를 정복할 마음은 없다. 강원영이라는 남자는 온통 수수께끼뿐이었다. 다른 여자를 꼬실 때도 이러는 건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이 있는 건지 한번 보고 싶었다.솔직히 말해 이 남자한테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 강윤이 이곳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지 않으면 선을 넘을지도 모른다. 욕정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수치심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관계를 가지는 건 너무 성급한 일인 것 같다. 그날 밤, 강윤은 그곳에 남았고 강원영은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갔다.한밤중에 잠에서 깬 그녀는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고 품에 안겨있는 강윤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말랑말랑한 아이가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으니 왠지 모르게 행복했다. 새벽 3시쯤,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심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창문 쪽으로 다가가 한쪽 귀퉁이의 커튼을 젖히고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빗속에서 강원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운전석 창문을 반쯤 내린 채 완벽한 옆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잘생긴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도 지금처럼 충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비 내리는 밤에 그려진 한 폭의 유화처럼 또렷한 이목구비가 그녀의 눈에 오롯이 담겼다. 그는 조용히 앉아서 가끔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담배를 피웠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바람에 더 이상 볼 엄두가 나지 않아 급히 커튼을 닫았다. 다음 날 아침, 아침 먹거리와 함께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강원영이 보낸 것이었다.[꽃미남의 서비스입니다.]문자를 보며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강원영 때문에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전에 수술을 마치고 병원을 돌아다니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원동의
그리 오만한 태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YS 의약의 미움을 살 수 없고 유이준은 더더욱 건드리기 어려운 상대이며 자신이 성현준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유이안이 먼저 손을 놓았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랑 유신 씨도 처음에는 행복했어요.”“부자는 아니지만 나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었어요.”“근데 결혼하고 보니 내가 말하는 행복이 얼마나 보잘것없었는지 알게 되었죠. 유신 씨의 월급은 진짜 부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어느 날, 유신 씨를 데리러 갔는데 업무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술을 마시고 돈다발에 머리를 맞는 그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유신 씨의 아내로서 슬펐어요. 그걸 보면서 부자들의 뒤틀린 쾌락 또한 느끼게 되었죠.”권하윤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 사람은 현지에서 엄청난 재벌 2세였어요. 어마어마한 부자였죠.”“그 사람이 날 눈여겨본 거예요.”“그날 밤, 난 돈 때문에 그 사람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어요. 내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나한테 2천만 원을 주더라고요. 그게 유신 씨의 일 년 치 월급이었어요.”“내가 그 사람과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유신 씨는 아무렇지 않은 척 날 대했어요. 쥐꼬리만 월급 가지고 이제는 나한테 립스틱을 사줄 수 있다고 기뻐하더라고요. 누가 그딴 걸 원한다고... 내 힘으로도 충분히 벌 수 있는데...”말을 하면서 권하윤은 피식 웃었다. “나같이 배경이 없는 여자는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그리고 유신 씨는 내가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이고요.”유이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듣기만 했다. 그녀는 권하윤에게 따지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니까. 다만 유신이 안타깝고 연우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때, 유이안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연우에게 적합한 심장을 찾았다며 한 달 후면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술을 받고 나면 연우는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그 소식에 권하윤은 기쁜
분명 일부러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 남자한테 자신이 그 키스를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얼마나 느끼고 있었는지 알려주기 싫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말했다.“강윤이는 착했어.”남자는 또 피식 웃었다.“선배도 착했어요.”“키스할 때 내 셔츠를 꽉 잡고 있던데요. 내 목을 감싸면서 내 이름 부르는 거 나 다 들었어요.”...그녀가 화를 내려던 찰나, 그가 말길을 돌렸다.“사실은 선배와 함께 파티에 참석하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요? 시에서 주최하는 파티라 꽤 크다고 들었어요.”같이 파티에 참석하자고?망설이고 있는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동문회 사람들도 몇 명 갈 거예요. 아마도 선배가 아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고민 끝에 그녀는 함께 가기고 약속했다. ...같은 시간, 호텔 스위트룸. 절정을 맞은 두 남녀가 침대 위에 흐트러져 있었고 권하윤은 땀범벅이 된 채 성현준의 품에 안겨 그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성현준은 기분이 안 좋았다. 사실 유이안과 이혼한 이후로 그는 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유이준 이 처남 자식은 노골적으로 빈정거리고 뒤에서 그의 일을 자꾸만 훼방 놓고 있었다 .어디 가서 얘기도 못 하고 정말 죽을 맛이다.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그는 늘 권하윤을 찾았고 그녀에게 쏟아부었다. 다행히 그녀는 다 받아주었고 그가 어떻게 괴롭혀도 끝까지 다 받아주었다. 게다가 새로운 모습도 많이 보여주어 솔직히 조금은 놀랐다. 두 사람은 최근 들어 호텔에 들락거리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집에 데리고 가서 이 짓거리를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다 알고 있었다. 성현준이 아직 유이안에 대해 미련이 남았다는 것을. 그러나 상관없었다. 다른 방식으로 그가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라고 압박할 테니까.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하자 그녀가 남자의 허리를 가볍게 눌렀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여자는 간드러진 얼굴로 모든 재주를 부리기 시작했고 남자는 또
주말, 하얏트 호텔 파티장. 성현준은 그곳에서 유이안을 만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와인을 들고 어른들과 한창 얘기 중이었다. 좋은 집안과 뛰어난 실력으로 인해 이런 파티 자리에서 그녀는 늘 주목받는 대상이었다. 다만 사람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얘기를 나누려고 할 때면 그녀는 매번 거절했었다.물론 오늘 밤도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다. 하얀 실크 롱드레스가 굴곡적인 몸매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고 귀에 걸린 4캐럿짜리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화려한 그녀의 이목구비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그녀에게 반한 그가 저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유이안...”한편, 옆에 있던 권하윤은 그 모습을 보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성현준, 내 앞에서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야?그러나 별로 개의치 않았다. 어찌 됐든 성현준과 유이안은 이미 이혼한 사이였고 그가 다시 되돌리고 싶어도 유이안이 절대 받아주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일부러 남자의 팔짱을 낀 채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현준아, 유이안 씨한테 가서 인사할래?”유이안과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권하윤이 있는 자리에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옆에 서 있는 자신의 파트너를 쳐다보았다. 빨간 민소매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늘씬한 몸매를 드러냈고 몇십억짜리 보석이 곁들여져 더 빛나 보였다. 그러나 아름답지만 왠지 뭔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유이안만큼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질 때, 때마침 유이안이 고개를 돌렸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한때 부부 사이였던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아무 말이 없었다. 유이안도 그의 옆에 있는 여자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두 사람은 신혼부부처럼 다정하게 붙어있었다.유이안을 발견한 권하윤은 일부러 남자의 팔짱을 꼭 껴안으며 불안한 마음을 숨겼다. 그녀는 이런 자리가 처음이었다. 머릿속이 멍해진 그가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권하윤의 팔을 뿌리치려고 했고 권하윤은 더 단단히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유이안의 관심 오직 하나, 바로 연우였다. 유신의 행방에 대해 물어보려던 찰나 강원영이 앞으로 다가왔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는 그는 사람들 중에서 빛이 났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서는 그녀의 어깨에 숄을 걸쳐주며 다정하게 물었다. “아저씨랑은 얘기 끝났어요?”유이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가볍게 숄을 움켜쥐는데 마침 손끝이 그의 손바닥에 닿았다. 그 순간, 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차 안에서의 뜨거운 키스가 떠올랐다. 고개를 살짝 젖힌 그녀는 갈피를 잡지 못하던 손끝을 결국 남자의 어깨에 내려놓았다. 이내 그가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빼어난 이목구비가 점점 앞으로 다가오더니 오뚝한 콧날이 그녀의 볼을 살짝 건드렸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를 보고 그가 이마를 맞닿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좋아요?”그 기억이 떠올라 그녀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이런 자리에서 추태를 부릴 수는 없는 일. 그의 손끝을 건드리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스치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이런 연인 사이의 애정행각을 사람들은 이내 눈치챘다. 권하윤은 훤칠한 강원영이 유이안에 대해 한없이 다정한 걸 지켜보며 마음이 불편해졌고 질투심까지 느꼈다. 강원영을 쳐다보며 그녀가 자신을 소개했다.“안녕하세요. 현준의 여자 친구예요.”유이안을 물리치고 성현준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여자로서 그녀의 매력은 유이안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했다. 강원영도 자신에 대해 마음이 흔들릴 거라고 믿었다. 게다가 오늘은 이렇게 드레스까지 갖춰 입은 아름다운 모습이니...그러나 이건 그녀만의 착각이었다.강원영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죄송한데 난 성현준이란 사람 잘 모릅니다.”순식간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강원영으로 인해 곤경에 처했을 때 성현준이 접대를 마치고 돌아왔다. 새로운 사업이 성사되어 그는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유이안 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