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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엄수지는 센스가 있는 사람이었다. 설 연휴 기간에 심부름하려면 더 수고스러우므로 그녀는 현금 100만 원을 봉투에 넣어 고용인에게 건넸다. 그러니 고용인은 원망하는 마음이 전혀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심부름을 했다. 그는 설 연휴 셋째 날 아침 일찍 H시로 날아갔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정 씨 저택으로 달려갔다.

정은호는 중요한 인물이었으므로 설 연휴라고 해도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다니고 설 인사를 건네기 바빴기에 저녁에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9시 반이었다.

정은호가 차에서 내리자 집 안에 있던 고용인이 마중 나오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사모님께서 사람을 보내 직접 초청장을 갖고 오게 했습니다. 점심에 도착했는데 중요한 일인지 9시간 남짓하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은호는 도도하게 걸어가면서 웃음을 띤 얼굴로 몸을 돌리고 말했다.

“그 사람이 어떻게 내 생각이 났대? 그 사람은 이미...”

그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정은호는 엄수지가 싫었기 때문에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

2층에 올라가 서재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사무를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느낌에 정은호는 고개를 곧게 들고 천천히 움직이며 추 비서를 불렀다.

“초청장을 갖고 와. 사람은 만나지 않을 거야.”

추 비서는 바로 초청장을 가지러 갔다. 5분가량 지나 그는 초청장을 들고 와서 정은호에게 건넸다. 정은호는 그를 나가라고 했다.

밤이 깊었을 무렵, 그는 초청장을 펼쳤고 거기에는 전처의 진심 어린 친필이 쓰여 있었다.

「정은호 씨에게: 설 연휴가 끝난 두 번째 날, 우리 집에서 연회를 열려고 합니다. 새해를 축하하려는 의미도 있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우리 사이에서 사랑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는 걸 전하려는 의미도 있어요. 이렇게 하는 게 경솔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요. 저번에 안 좋게 헤어진 일도 있어서 당신이 B시로 오는 게 싫을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해요... 하지만 몇 년간 부부생활을 이어온 정 때문에라도 당신이 우리 모녀와 만나지 않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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