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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박연희는 마음이 무거웠다. 설 연휴의 이튿날, 박연희는 직접 엄수지를 찾아갔다. 그 서류들을 엄수지에게 전해주려는 이유도 있고 연경이를 보려는 이유도 있었다.

박연희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30분이 지나도록 엄수지의 저택에 도착하지 못하자 기사에게 물었다.

“왜 길을 돌아서 가는 거예요?”

기사는 백미러를 보고는 담담하게 웃었다.

“앞에 시정 도로에서 길을 수리하고 있어서 한참을 돌아야 합니다. 여기는 서산 아래에 있는 지역인데 초봄이지만 경치가 꽤 좋아요. 사모님께서 밖을 보시면 매화나무 숲을 구경하실 수가 있습니다.”

서산... 박연희가 멈칫했다. 심경서가 출가한 곳이 바로 서산이었다.

박연희는 차창을 내렸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지만, 그녀는 추운 줄을 몰랐고 멀리 보니 정말 붉은 매화나무 숲이 있었다. 코끝에는 맑고 깨끗한 냄새가 풍겨왔다...

박연희는 그 광경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두 눈이 촉촉해졌다. 기사는 박연희의 기분을 눈치채고 일부로 속도를 늦췄다. 번쩍이는 검은색 캠핑카가 서산의 주위를 따라 천천히 가고 있었다...

매화가 가득 핀 곳에서는 마른 몸에 회색 도포를 걸치고 매화꽃에 물을 주고 있는 인영이 보였다. 그의 모든 감각기관은 속세를 벗어난 듯 보이지만 그의 의식 깊은 곳에서는 이 산을 채우고 있는 붉은 매화를 통해 크리스마스이브 날의 붉은 장미를 연상하고 있었다.

이번 생에는 푸른 등불과 오래된 불상만이 그에게 평온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 박연희의 차가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부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게 되며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게 된다.

...

30분이 더 지나 드디어 엄수지의 저택에 도착했다. 차에 내리자마자 엄수지가 허리에 손을 얹고 거실에 서서 고용인들에게 집안일을 지휘하는 게 보였다... 새로 들여온 백금색의 레코드플레이어를 보자마자 박연희는 그게 엄청 비싼 물건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언니 대단하시네요! 집에서 연회를 진행하려는 거예요?”

엄수지는 박연희와 거리낌이 없는 사이였다. 그녀는 박연희를 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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