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17화

작가: 장니움
박연희는 마음이 무거웠다. 설 연휴의 이튿날, 박연희는 직접 엄수지를 찾아갔다. 그 서류들을 엄수지에게 전해주려는 이유도 있고 연경이를 보려는 이유도 있었다.

박연희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30분이 지나도록 엄수지의 저택에 도착하지 못하자 기사에게 물었다.

“왜 길을 돌아서 가는 거예요?”

기사는 백미러를 보고는 담담하게 웃었다.

“앞에 시정 도로에서 길을 수리하고 있어서 한참을 돌아야 합니다. 여기는 서산 아래에 있는 지역인데 초봄이지만 경치가 꽤 좋아요. 사모님께서 밖을 보시면 매화나무 숲을 구경하실 수가 있습니다.”

서산... 박연희가 멈칫했다. 심경서가 출가한 곳이 바로 서산이었다.

박연희는 차창을 내렸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지만, 그녀는 추운 줄을 몰랐고 멀리 보니 정말 붉은 매화나무 숲이 있었다. 코끝에는 맑고 깨끗한 냄새가 풍겨왔다...

박연희는 그 광경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두 눈이 촉촉해졌다. 기사는 박연희의 기분을 눈치채고 일부로 속도를 늦췄다. 번쩍이는 검은색 캠핑카가 서산의 주위를 따라 천천히 가고 있었다...

매화가 가득 핀 곳에서는 마른 몸에 회색 도포를 걸치고 매화꽃에 물을 주고 있는 인영이 보였다. 그의 모든 감각기관은 속세를 벗어난 듯 보이지만 그의 의식 깊은 곳에서는 이 산을 채우고 있는 붉은 매화를 통해 크리스마스이브 날의 붉은 장미를 연상하고 있었다.

이번 생에는 푸른 등불과 오래된 불상만이 그에게 평온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 박연희의 차가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부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게 되며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게 된다.

...

30분이 더 지나 드디어 엄수지의 저택에 도착했다. 차에 내리자마자 엄수지가 허리에 손을 얹고 거실에 서서 고용인들에게 집안일을 지휘하는 게 보였다... 새로 들여온 백금색의 레코드플레이어를 보자마자 박연희는 그게 엄청 비싼 물건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언니 대단하시네요! 집에서 연회를 진행하려는 거예요?”

엄수지는 박연희와 거리낌이 없는 사이였다. 그녀는 박연희를 끌고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018화

    엄수지는 센스가 있는 사람이었다. 설 연휴 기간에 심부름하려면 더 수고스러우므로 그녀는 현금 100만 원을 봉투에 넣어 고용인에게 건넸다. 그러니 고용인은 원망하는 마음이 전혀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심부름을 했다. 그는 설 연휴 셋째 날 아침 일찍 H시로 날아갔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정 씨 저택으로 달려갔다.정은호는 중요한 인물이었으므로 설 연휴라고 해도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다니고 설 인사를 건네기 바빴기에 저녁에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9시 반이었다.정은호가 차에서 내리자 집 안에 있던 고용인이 마중 나오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사모님께서 사람을 보내 직접 초청장을 갖고 오게 했습니다. 점심에 도착했는데 중요한 일인지 9시간 남짓하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정은호는 도도하게 걸어가면서 웃음을 띤 얼굴로 몸을 돌리고 말했다.“그 사람이 어떻게 내 생각이 났대? 그 사람은 이미...”그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정은호는 엄수지가 싫었기 때문에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 2층에 올라가 서재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사무를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느낌에 정은호는 고개를 곧게 들고 천천히 움직이며 추 비서를 불렀다.“초청장을 갖고 와. 사람은 만나지 않을 거야.”추 비서는 바로 초청장을 가지러 갔다. 5분가량 지나 그는 초청장을 들고 와서 정은호에게 건넸다. 정은호는 그를 나가라고 했다.밤이 깊었을 무렵, 그는 초청장을 펼쳤고 거기에는 전처의 진심 어린 친필이 쓰여 있었다.「정은호 씨에게: 설 연휴가 끝난 두 번째 날, 우리 집에서 연회를 열려고 합니다. 새해를 축하하려는 의미도 있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우리 사이에서 사랑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는 걸 전하려는 의미도 있어요. 이렇게 하는 게 경솔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요. 저번에 안 좋게 헤어진 일도 있어서 당신이 B시로 오는 게 싫을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해요... 하지만 몇 년간 부부생활을 이어온 정 때문에라도 당신이 우리 모녀와 만나지 않으려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019화

    엄수지는 여성 공관 출신이므로 수단이 많았다. 그녀는 정은호와 이혼했지만, 연경의 존재에 대해 대외적으로 말할 때는 자신과 정은호의 사랑이 예전에 맺은 결실이라고 얘기하고는 했다...정은호를 아는 사람이면 엄수지가 자신과 아이의 든든한 미래를 위해 새로운 사랑을 찾으려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엄수지는 날짜를 정하고 바삐 돌아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보름가량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여 전에도 날씬한 몸매가 더 예뻐졌다. 그녀는 또 머리도 새로 했는데 웨이브를 넣은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드리워진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었다.그날 연회에서 그녀는 예쁜 옷을 입고 아름다운 춤을 추어 수많은 남자를 다 유혹하여 정신을 못 차리게 했다. 그녀에게 구애하는 남자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연회가 끝나고 엄수지는 오늘 밤에 구애한 남자 중에서 조건이 제일 좋은 두 명을 골라서 데이트를 더 해보면서 상황을 보려고 했다.엄수지는 대비를 하고 있었다. 만약 정은호가 매정한 마음이라면 그녀는 연경에게 든든한 아버지를 다시 찾아줄 것이다. 정은호 한 사람한테만 목을 맬 필요가 없었다...엄수지의 예상은 빗나갔다. 연회가 끝나고 정월 대보름이 될 때까지 정은호는 만나러 오지 않았다. 그는 분명히 B시에서 직무를 맡고 있지만 오지 않았고 그것도 모자라 여자 연예인과 스캔들이 터지기도 했다. 꽃을 선물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등 기사에서는 결혼 임박이라고 쓰기도 했다.엄수지는 이를 기사로 보았다. 조금의 실망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크고 작은 일을 다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렇게 보잘것없는 감정 때문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하여 정은호가 스캔들이 난 뒤, 엄수지는 이태훈의 요청에 과감히 응하고 그와 함께 촛불 만찬을 즐기고 함께 꽃등 놀이를 했다.이태훈은 아주 기뻐했다. 그는 앞서 연회에서 그는 엄수지에게 단단히 빠졌는데 여러 번의 데이트 신청 끝에 결국 엄수지의 승낙을 얻어냈다. 이태훈은 부자였고 사업을 하는데 인맥도 아주 넓었다. 제일 중요한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020화

    정은호도 뒤돌자마자 흠칫 놀랐다. 공교롭게도 이혼한 부부가 각자 새로운 사람과 함께 온 곳에서 서로 마주치게 되었다. 정은호의 시선은 엄수지한테서 머물다가 이태훈에게로 돌아갔다. 그 시선에는 상위에 있는 사람들이 주시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고 물론 불쾌한 시선이었다. 그의 곁에는 핫한 여자 연예인이 있었고 30살이 갓 넘은 나이는 마침 사랑을 갈망할 나이었다. 그녀는 민감한 여자의 촉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는 섬섬옥수를 정은호의 어깨에 올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은호 씨, 아는 사람을 봤어요?”은호 씨? 엄수지는 다정하게 부르는 그 말투에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이태훈에게 팔짱을 끼고 웃음을 머금은 채 정은호가 어떻게 자신의 애인에게 설명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정은호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간단하게 설명했다.“내 전처인 엄수지 씨야.”그는 또 엄수지에게 그 여자를 소개했다.“수지야, 여기는 내 여자친구인 예린 씨야.”예린은 핫한 연예인이었고 오만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정은호를 완전히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여 전처라는 존재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전처도 이미 다른 사람이 곁에 있으니 말이다. 예린은 느릿느릿 손을 뻗었다. “엄수지 씨, 만나서 반가워요.”엄수지도 딱히 친절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무심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친절하게 대하는 호구가 아니었다. 엄수지는 웃음을 지으며 정은호에게만 말했다.“좋은 사람 만난 거 축하해요. 기회가 된다면 두 사람을 위한 연회를 열어서 잘 접대해줄게요.”정은호는 웃음을 머금고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태훈과 인사를 할 생각이 없었다. 이는 남자들의 비겁한 심리였는데 마음속으로부터 그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정은호와 엄수지는 몇 년간의 부부생활을 이어갔다. 물론 이혼했지만, 정은호의 마음속에서 엄수지는 여전히 그의 아내였고 다른 사람이 넘볼 수 없는 존재였다.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021화

    떠나기 전, 정은호는 다시 한번 엄수지를 바라보았지만 엄수지는 단 한 번도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의 초대도 받아들이지도 않고 예쁜 여자 연예인을 선택한 남자에게 뭘 바라겠는가.결국, 가장 좋은 자기애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이다.엄수지의 냉담함에 정은호는 조금 화가 났지만 만약 그녀가 약간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이름을 불러만 준다면 곁에 있는 여자 연예인은 뒷전이고 그들 사이에도 여전히 화해의 여지가 있다.하지만 엄수지는 이를 원하지 않았다.만약 정은호의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없다면 그녀는 이 혼인 관계를 갖고 싶지 않았다. 혼인에 충성하지 않는 남자는 더더욱 원하지 않았다. 아이를 호적에 올린다고 해도 그녀는 이 썩어빠진 결혼을 견디고 싶지 않았다...든든한 남자를 찾을 수 있다면 가장 좋고 찾을 수 없다면 그녀가 연경의 세상이 되어주고 든든한 기둥이 되어줄 것이다.그리고 연경의 성은 그녀의 성을 따를 것이다. 엄경이라고 말이다.엄수지는 섬세한 눈매와 결연함을 가지고 있다.원래도 아름다운 얼굴이었지만 확실히 결연함을 더 하니 훨씬 매력적이었다.정은호는 그녀를 조금 더 쳐다보다가 결국 예린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그런데 식당을 나설 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누군가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것만 같았다.“은호 씨.”순간 멈칫한 정은호는 당장이라도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엄수지는 스테이크를 썰면서 이태훈과 담소를 나누기 바쁜데 그러한 그녀의 눈에 정은호가 들어올 리가 없었다.결국, 정은호는 입꼬리를 조금 움찔거리더니 등을 돌리고 완전히 자리를 떴다.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표정은 다소 화가 난 듯했다.잠시 후, 캠핑카에 올라탄 정은호는 엄수지의 거절에 실망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어 다짜고짜 예린을 품에 껴안고 뜨거운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침대만 있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몸을 굴렸겠지만 침대가 없더라도 여자는 남자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몸을 살랑살랑 흔들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022화

    어두운 차 안, 정은호는 손을 들어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이미 밤 10시 반이 지난 시점이었다.그는 차 안에서 기다리지 않고 마치 이 집의 남자 주인처럼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너무나도 어두운 얼굴에 아무도 감히 그를 말리지 못했다.게다가 이곳의 고용인들은 모두 정은호가 사모님의 전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사모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정은호는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 안방 문을 열었다.방안에는 연경이가 곤히 자고 있었다.그때, 연경이의 곁을 지켜주던 아주머니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대표님.”정은호는 아이를 돌보러 왔으니 그녀더러 먼저 나가라고 손짓을 했고 아주머니는 감히 무어라 대꾸를 할 수 없어 고개를 푹 떨구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정은호는 화가 나 있었다.아이를 돌본다고 하긴 했지만 정은호가 아이를 돌본다는 건 말이 될 리가 없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서 깊게 잠든 아이의 그 예쁜 눈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계속 바라보다 보니 엄수지 그 망할 여편네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가볍게 픽 웃고는 손을 뻗어 머리 뒤에 베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그런데 신기하게도 정은호는 평소에 줄곧 약간의 불면증을 앓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아이의 살 냄새와 쌕쌕거리는 가벼운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스르르 잠이 들것만 같았다.밤이 깊어 오고 바깥에서 들려 오는 승용차 소리가 그를 깨웠다.엄수지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정은호는 그들의 애정이 어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는 아예 침대에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귀를 곤두세우고 아래층의 동정을 살폈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엄수지에게 퍼부을 날카로운 말을 가득 준비해 놓았다.같은 시각, 1층에서 엄수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은호의 차를 보게 되었다.그러나 다행히도 이태훈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엄수지는 이태훈과 평범하게 데이트를 하고 평범하게 작별 인사를 마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정은호의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고 자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023화

    정은호는 그렇게 한참 동안을 멍하니 노려보았다.여러 해 동안 부부로 지냈는데 엄수지는 그냥 이렇게 놔준다고? 심지어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고, 질투도 하지 않고, 이젠 잘 살겠다고, 자유롭게 살겠다고, 정은호보다 훨씬 잘 살겠다고 선언했다.원래라면 그대로 등을 돌려 떠나야 하겠지만 남자의 나쁜 근성 때문인지 정은호는 도무지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더 참을 수 없었다.이성을 잃은 남자가 여자를 번쩍 들어 올렸다.힘을 줘 끌어내리니 얇은 검은색 스타킹이 가느다란 발목까지 벗겨졌고 곧이어 엄수지는 그에게 안긴 채 화장대 위에 앉게 되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여인의 몸은 마치 희미한 빛으로 뒤덮인 듯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정은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절박함이 느껴졌다.뭔가를 증명하는 데 급급했던 그는 다급히 자신의 속박을 풀어 던지고 부드러운 여자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물론 엄수지는 순순히 따르지 않고 필사적으로 정은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저항했다.“정은호,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그러나 남녀의 힘은 분명했고 엄수지는 남자의 공격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오랫동안 몸부림치다가 힘을 잃고 화장대에 기대어 어쩔 수 없이 남자의 강력한 움직임을 온전히 견뎌야 했다.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수치스럽기 그지없었다.화장대 위에 놓인 화장품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결국 모두 엄수지의 어깨 뒤에 모여들어 어두운 밤에 더욱 고혹적으로 보였다...정은호의 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애써 자제력을 보였지만 가끔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이토록 이성을 잃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고 하물며 지금 정은호의 몸 밑에 누워있는 사람은 몇 년 동안 함께 했던 전 와이프이다.30분 내내 몰아붙이고 이제 조금 욕망이 채워지자 정은호는 그제야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한편, 엄수지는 일찍이 기진맥진하여 몸을 완전히 정은호에게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024화

    그러나 엄수지는 화를 내지 않았다.이미 이혼한 사이이고 성인남녀인데 가끔 논다고 책임까지 따질 필요가 있는가?엄수지는 다시 거울을 마주하고 부스스한 긴 머리를 가볍게 걷어 올렸다.“은호 씨, 우리는 결코 감정이 없는 게 아니에요. 하물며 저도 이제 나이가 있는지라 세월과 감정의 풍파를 견딜 수가 없어요. 그러나 당신은 한창 장년이니 여자도 더 찾고 싶고 몇 년 더 놀고 싶겠죠. 저도 이해해요...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전 집 나간 남자가 되돌아서는 걸 마냥 기다려주진 않아요. 그러니 은호 씨, 엉망인 결혼은 한 번이면 충분해요. 전 그걸 다시 겪고 싶지 않거든요.”...뜻밖의 거절에 정은호가 눈살을 찌푸렸다.“내 주변에 여자가 몇 명 있든 내 마음속에서 당신이 가장 중요해. 당신의 지위는 변하지 않을 거야.”그리고 그의 말에 답해주는 엄수지의 목소리는 조금 나른하면서도 허스키했다.“몸에 뭐가 더 나왔다고 정말 황제라도 된 줄 아는 거예요? 다리 세 개 달린 개구리는 찾기가 쉽지 않다지만 다리 두 개 달린 남자는 거리에 널려 있어요. 그리고 저도 당신의 것만 필요한 게 아니고요.”여기까지 말하자 엄수지의 얼굴은 더욱 싸늘하게 굳어졌다.“정은호 씨, 오늘 밤, 일은 그저 남녀 사이의 실수로 넘겨요. 저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저도 필요 없고요... 제 나이가 되면 원래 욕구가 있는 거고 고정된 남자친구도 없으니 비싼 남자 한 명 불렀다고 생각할게요.”곧이어 그녀는 옆에 있던 지갑을 꺼내더니 안에서 돈다발을 꺼냈다.“기술이 좋더군요. 만족해요.”...정은호는 눈앞의 돈다발을 바라보았는데 대략 40만 정도였다.순간,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엄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시작했다.“돈을 받으면 이만 꺼지세요. 다시는 오지 말고요. 이 집은 은호 씨를 환영하지 않습니다.”정은호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눈앞의 전 와이프를 바라보며 무거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025화

    그러나 엄수지의 생각과 수단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하여 엄수지가 몰래 바람을 피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차에 탈 때 추 비서를 시켜 이태훈을 조사하도록 했다. 추 비서는 유능한 사람인지라 곧 이태훈의 모든 과거와 현재를 낱낱이 조사하여 보고했다.“명문 출신이고 전 와이프는 세상을 떴으며 아들은 유학 중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은호는 피식 코웃음을 쳤다.그는 바짓가랑이를 툭툭 치며 추 비서에게 또 말을 건넸다.“엄수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꼴은 보기 싫으니까 이태훈에게 전화를 걸어 엄수지는 내 와이프라고 전해... 이 바닥이라면 이익을 중히 여기니 이태훈도 바로 이해할 거야.”그러나 추 비서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비록 정은호의 비서이지만 요 몇 년 동안 엄수지와 교류해온바 엄수지는 좋은 여자이다. 오히려 엄수지와 결혼한 정은호가 운이 좋은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니 정은호는 이렇게 처자를 박대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추 비서가 되물었다.“대표님께서는 여자 친구가 생기셨잖아요. 대표님은 예린 씨와 함께하기 위해 특별히 며칠 더 B시에 머무를 정도로 예린 씨에게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은데... 왜 갑자기 또 사모님에게 집착하시는 겁니까?”...예린?사실 방금 정은호는 예린이라는 존재를 거의 잊고 있었다.예린은 확실히 아름답고 영롱한 미모를 자랑했지만 그녀는 단지 남자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노리개일 뿐이다. 마음을 준 적은 없지만 동시에 엄수지 때문에 다른 여자들과의 왕래를 끊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엄수지만 이득을 보는 꼴 아니겠는가.“단지 엄수지가 기뻐하는 꼴을 보기 싫은 것뿐이야.”이에 추 비서도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하지만 추 비서는 워낙 일을 시원시원하게 잘 처리하는 스타일이기에 아니나 다를까, 이태훈은 눈앞의 이익을 보고 즉시 엄수지와의 관계를 포기했고 심지어 전화 한 통으로 두 사람 사이의 만남을 끝냈다.엄수지는 이에 이상해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았다.그녀는 일찌감치 예상했다.그

최신 챕터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465화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464화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463화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462화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461화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460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459화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458화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457화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