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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정과 사랑

우리는 도혜선이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것을 나무랐다. 도혜선은 덤덤하게 웃고 나서 말했다.

“사실 갑자기 떠나기로 한 거야.”

도혜선은 환하게 웃었다.

“그래서 정말 생각나는 대로 떠난 거야. 지아에게도 알려줬어! 전혀 계획이 없었고 갑자기 밖에 나가서 바깥세상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어. 그래서 모두에게 알리지 않은 거지!”

도혜선은 쉽게 말했지만 사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떠났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나는 그때 도혜선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떠났다는 걸 더 확신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가장 걱정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그녀는 무사히 돌아왔다.

이미연은 6개월 동안 위험한 일이 없었는지 도혜선에게 물었다.

도혜선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여행을 떠난 사람이 어찌 아무 고생도 하지 않았겠어. 많은 모험의 순간들이 있었지. 길도 잃었었고 말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었어. 무인 구역에도 갔었고 전쟁도 만났었어. 하지만 별생각 없이 지내다 보니 두려움도 사라지더라고...”

서강민은 잠자코 듣기만 하며 가끔 그녀에게 반찬을 집어 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좀처럼 입에 넣지 않았다.

도혜선도 매우 협조적으로 매번 사양하지 않고 고맙다고 말하며 다 먹었다.

겉으로는 여전히 호흡이 잘 맞고 화기애애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그들 사이에 함께 있을 때 느꼈던 온정이 없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정과 사랑을 오가는 이런 감정인 것 같았다. 가까이 앉아 있지만, 마음은 멀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혜선의 말 속에는 둘만의 시각이 아니라 그녀 혼자만의 깨달음과 계획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미연은 일부러 서강민에게 맞서는 듯 거침없이 도혜선에게 물었다.

“혜선 언니, 오랫동안 떠나 있다가 돌아왔는데 다른 생각이 없어?”

서강민은 긴장한 듯 고개를 들어 도혜선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도혜선은 빙그레 웃으며 휴지를 한 장 뽑고 입가를 닦은 뒤 나를 바라보았다.

“지아야, 네가 전에 한 말을 지킬 거지?”

나는 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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