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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나를 죽이려던 남자

나는 충동을 이기지 못한 채 남자의 옆으로 성큼 다가가 고개를 돌려 그 남자를 쳐다봤다. 각진 얼굴은 고동색을 띠고 있었고 짙은 눈썹에 큼지막한 눈에 생김새가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눈동자에는 은은한 살기를 담고 있어 눈이 마주치는 사람마다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칠 정도였다.

남자는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놀랐는지 깊고 짙은 눈동자에 경계심을 가득 품은 채 나를 쳐다봤고 나는 눈빛을 숨기고는 태연한 척 물었다.

“수납 끝나셨나요? 제가 급해서요, 죄송해요!”

하지만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내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마침 그의 처방전이 창구를 통해 건네졌고 그는 단숨에 잡아채더니 몸을 돌려 떠났다.

나는 처방전을 건네주는 척하면서도 눈길은 조용히 그 남자를 좇았고 남자가 바쁜 걸음으로 약을 받는 창구로 가는 것이 보였다.

저번에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어도 방금 그의 태도로 봤을 때 그 사람임을 확신했다. 그는 분명히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라면 눈동자가 그렇게 날카로워질 리가 없었다.

처방전을 다시 건네받고는 약 받는 창구를 돌아보자 이미 남자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는 조급한 마음에 약을 받는 것도 제쳐둔 채 대기실을 사방팔방으로 훑어댔지만 남자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난 뒤였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그 남자가 그날 밤 나를 납치했던 사람이며 나를 알아봤다고 확신했다.

아니라면 이렇게 빨리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혹시 어딘가에 숨어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등골이 서늘해나며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관찰당하는 쪽은 그가 아니라 나였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가슴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날 밤 그 남자는 상처를 입었었다. 그가 칼을 들고 나에게 달려들 때 배현우의 사람이 총을 발사해 손목이나 팔목에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하며 그 덕분에 나는 칼날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에 배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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