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로비를 나가려고 할 때, 마침 아이들 안고 들어오고 있는 신연아를 봤다. 옆에는 진한 메이크업을 한 여자가 있었는데 차림새와 비틀고 있는 굵은 허리를 보고 신연아가 새로 찾은 엄마, 강숙자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 눈길은 그녀의 몸을 훑으며 마음속으로 강숙자가 성공적으로 신연아 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나는 참지 못하고 탄식했다. 그래도 엄마는 친엄마가 좋네, 이제 김향옥이 고생하겠다.원래 그냥 못 본 척하려고 했는데 하필 신연아도 이미 나를 발견했다. “지아 씨.”그녀는 바로 분개하여 부르더니 빠른 걸음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는데 그것은 마치 오랜 고모 삼촌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첫돌 잔치로부터 이미 한 달쯤 지났는데 오늘 그녀를 처음 만났다. 원래 서강훈에게서 강숙자가 신호연의 구타로 인해 입원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나은 모양이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향해 바라봤다. 이미 그녀에게 예의를 차리기도 귀찮아 태연히 물었다. “용건 있어요?”그녀의 작은 눈이 장영식을 한번 흘깃 바라보더니 괴상야릇한 말투로 말했다. “정말 생활이 다채롭네요. 아주 바람 잘 날이 없어요, 남자를 옷 갈아입듯이 바꾸고 또 새로운 사람이 생긴거 예요?”사실 그녀는 장영식을 알고 있는데 이렇게 괴상야릇한 말을 하는 이유는 단지 나를 불쾌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네.”나는 생트집을 잡는 그녀를 상대하기 귀찮아 전혀 회피하지 않고 한마디 대답했다. 내 태도가 평온한 것을 본 그녀는 순식간에 화가 치밀었다. “허... 낯짝이 참 두껍네요, 이렇게 빨리 인정하다니.”원래 병원은 늘 사람이 많은 곳인데 그녀의 높은 목소리에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렇게 싸움닭처럼 달려들지 말고 정력을 좀 남겨 아이를 돌봐요.”나는 담담히 그녀에게 말한 후 그녀 품 안의 아이를 한번 봤다. 이번에 나는 이 아이를 처음 봤는데 나이는 삼 개월 남짓했다. 피부는 신연아를 닮아 하얗지 않았고 외모도 신연아를 많이 닮았다. 모두
강숙자의 행동에 주위에서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어찌 됐든 품에 아이도 안고 있는데 이렇게 물불 안 가리는 행동에 모든 사람이 손에 땀을 쥐었다. 이렇게 귀를 찌르는 외침 속에서도 울지 않고 얌전히 있는 걸 보아하니 이 아이도 나중에 전투력이 장난 아닐 것 같다. 한편 옆에 서 있던 신연아도 전혀 자신의 엄마를 막을 생각 없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었다.이를 본 장영식이 얼른 나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기며 분노에 찬 눈빛으로 소리쳤다. “감히!”그의 한마디 외침이 확실히 두 모녀를 놀라게 했다. 강숙자는 발을 멈췄고 한 손에는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은 여전히 할퀴려고 하고 있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탄식했다. “진짜 제정신 아니네요. 아이를 안고 미친 짓을 하다니.”“지금 첩들은 다들 왜 이렇게 떳떳하죠? 딱 보니 두 사람 다 정상이 아니고 허세가 가득하네요.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못할망정.”이 말을 들은 신연아는 바로 미쳐 날뛰었다. “당신들이 뭘 알아요? 이 여자야말로 첩이에요. 애 딸린 이혼녀가 심지어 어느 대표님을 유혹해 재벌가에 시집가려다 온몸에 썩은 계란 맞았어요. 못 봤어요?”보아하니 내가 제일 초라했던 모습에 신연아는 많이 신이 났었던 것 같다. 신연아는 허리를 짚고 한 무리의 사람을 가리켰는데 계속 의논하는 것을 보고 더욱 화가 났다. “다들 그만 궁시렁거려요. 이 여자는 그저 돈에 눈멀어 인터넷에 소문이 전부 퍼졌는데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또 이 남자를 유혹하고 있어요. 그들이 병원에 왜 왔는지 누가 알겠어요?”주위의 사람들은 바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어안이 벙벙하게 나를 보더니 또 장영식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그녀의 말이 너무 도가 지나쳤다. 선비 같은 장영식이 이렇게 막무가내인 여자를 언제 보았겠는가. 모든 사람이 그를 바라보는 것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 마음속의 분노가 들끓었고 그동안 쌓아두었던 우울감이 폭발해 적합한 출구를 찾고 싶었다. 나를 말하는
강숙자의 손을 막자 세게 힘을 주고 있던 그녀의 몸이 관성을 이기지 못한 채 순식간에 휙 돌아가며 휘청거렸고 그 탓에 한 손으로 받치고 있던 아이가 손을 떠나 날아갔다...주위의 사람들이 놀라서 외쳤다. “어머, 아이!”나는 아이가 손에서 떨어진 것을 눈앞에서 보고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달려가며 손을 뻗었다. 순간 나는 마음이 앞섰다. 나 자신이 서 있을 수 있을지 고려하기보다 마음속으로 단지 아이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다. 내가 아이를 잡은 그 순간, 아이가 내 밑에 깔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는 억지로 몸을 돌려 아이를 보호했다. 나도 힘을 너무 세게 준 탓에 뒤로 바닥에 넘어졌다.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가 바닥에 부딪혔고 눈앞이 해롱해롱하면서 팔에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아이를 가슴에 꼭 껴안았고 온몸이 아픈 것 같았는데 그 순간이 너무 빨리 반응할 시간조차 없었다. 나의 귓가에 뒤늦게 반응한 신연아의 비명이 들렸다.“아들, 내 아들!”“지아야!”장영식이 제일 먼저 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지아야...”품속의 아이가 이제야 울음을 터뜨렸다. 신연아는 바로 달려와 내 품속에서 아이를 가로챘다.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괜찮아요? 너무 위험했어요.”“이렇게 작은 아이가 만약 넘어졌으면 위험했을 거예요, 모두 이분 덕분이에요.”“어서 일어나봐요. 다치지 않았어요?”“아이는 괜찮아요? 너무 놀랐어요.”그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면서 여전히 바닥에 누워있는 나를 목을 빼고 바라보았다. 나는 팔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장영식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날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당황스럽게 날 바라봤다. “지아야, 어디 아파? 얼른 말해봐. 괜찮아?”“다쳤어요? 세게 넘어져서 다친 것 같아요.”옆의 사람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일단 그녀를 건드리지 말고 조금 진정해요.”“의사 불러요. 얼른 의사 불러요.”나도 마음속으로 가늠이 안 돼 심호흡하고 장영식을 보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 모두 온정신을 집중해 나만 보느라 박재언이 조수를 데리고 있었고 또 모든 과정을 녹화했다는 것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박재언이 신연아에게 말했다. “당신 참 공감 능력이 없네요. 잘 들어요, 나 기자예요. 당신들이 방금 한 모든 것이 녹화됐어요. 내가 꼭 당신들 면상을 모든 사람이 보도록 할 거예요.”모든 사람이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저 사람들을 폭로해요. 얼굴이 못생긴 것도 모자라 마음이 더 못생겼어요.”“사람들에게 진상을 알려주고 이런 사람이 반박하지 못하도록 현장 인터뷰 진행할게요.”박재언이 현장 구경꾼들을 불러 모았다. 신연아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강숙자와 함께 재빨리 도망쳤다. 구경꾼들은 모두 같이 호응하며 그녀들을 나무랐다. 장영식이 마음 아파하며 말했다. “의사 만나러 가자. 한번 움직여봐,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나는 확실히 팔 통증이 조금 느껴졌다. 장영식의 부축 아래 발목을 움직여보니 괜찮은 것 같아 팔을 받치고 한 무리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의사에게 갔다.검사 결과가 나오자 나는 우울했다. 재수가 없어 팔뼈가 골절되었는데 아마 아이를 받는 순간,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팔이 바닥에 부딪힐 때 뼈가 부딪쳐 금이 간 것 같았다. 나는 나 자신을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퇴원하기도 전에 또다시 돌아가다니.한편, 모든 과정은 박재언에 의해 기록되었다. 깁스하고 병실로 이송되는 순간, 나 자신이 너무 운이 없어 보였다. 집에 갈 수 있는 순간이 눈앞에 있었는데, 이렇게 실패하다니. 정말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운수였다. 박재언이 나에게 말했다. “왜 그때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았어요?”나는 웃었다. “저는 엄마예요, 그거는 아이였고. 엄마로서 아이가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손 놓고 볼수 있겠어요, 아직 어린아이인데.”“그 아이가 당신과 원한이 있는 사람의 아이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때 당신을 그렇게 험한 말로 욕했는데도요.”“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았어요. 상대방이 누구든지 중요하지
나는 그를 바라봤다. 점잖고 잘생긴 얼굴에는 이미 예전의 유치함과 풋풋함이 없어졌지만 소년의 수줍음은 아직 남아있었다. 나는 그가 이미 너무 오래 기다렸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대답하기 어려웠지만 그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 그때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생각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집에 왔을 때, 그는 나를 많이 챙겨줬고 그의 보살핌에 나도 많이 의지했다. 그 누구보다 세심하게 나를 보살피면서도 늘 선을 넘지 않고 거기를 유지했다. 그래서 그때 그를 그저 옆집 오빠로 생각했다. “아마도. 그때... 내가 환상을 가질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어.”장영식은 주먹을 꼭 쥐었다. 얼굴에 고통, 후회 등 복잡한 표정이 섞여 있었는데 눈빛에는 갈망도 들어있었다. “그럼, 지금은?”이번에는 장영식이 용기를 냈다. “내가 최선을 다해 너와 콩이를 보호할게. 나 잘할 수 있어.”장영식의 말에 나는 진지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비록 그가 엄청나게 긴장하고 정중한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래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영식 오빠, 웃겨 죽겠어. 오빠...”내 두 눈이 그의 초조하고 정중한 눈과 마주쳤을 때 나는 얼른 태도를 고쳤다. 갑자기 내 태도가 너무 진지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얼른 표정 관리를 하고 말했다. “영식 오빠, 진지한 거 알아. 그리고 너무 잘할 것도 알고 있어. 오늘 일은 오빠 탓이 전혀 아니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 오빠가 잘해주고 날 마음 아파하는 것도 아는데 사실... 나도 노력하고 있어. 그러니 조금만 시간 줄래?”“진짜?”장영식의 두 눈이 갑자기 투지로 가득 차고 반짝반짝 빛났으며 잘생긴 얼굴에 봄이 온 듯 따스함이 묻어났다. “지아야, 내가 노력할게. 기회 줘서 고마워.”그는 흥분해서 조금 말에 두서가 없었다. 나는 갑자기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내가 전하려던 의미는 나도 다가가려고 노력하겠다는 뜻이지 관계를 시작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는데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 같았다. 어차피 방금 한 불명확한 대답을
나는 그의 계획을 몰랐고 그 계획 중 나의 위치는 더욱 알 수 없었지만, 그의 계략능력에 의하면 내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아마 나도 현실을 직시하고 내 위치를 다시 정해야 할 것 같다. 서로 속이고 속이는 싸움에 휘말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될 필요가 뭐가 있는가?에너지를 아껴 내가 적당한 지위를 얻고 부모님이 즐겁고 아이가 안전한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진정한 생활이다. 아마 이런 생활에는 장영식이 제일 잘 어울리는 사람일 것 같다. 그는 다정하면서 부드럽고, 진중하면서 기품이 넘쳤으며 사업도 착실하게 하고 조급하지 않고 차분한 성격에 신흥 그룹을 지키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가고 있다. 부귀영화를 쫓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하는 것이 내 목표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나는 장영식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고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호의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항상 그가 베풀기만 하고 얻는 게 없으면 안 되지 않는가. 만약에 그러면 하느님이 나를 벌할 것이다.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힘겹게 전화를 가져와 화면을 확인하니 이미연이었다.내가 얼른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 이미연의 욕설이 들려왔다. “지아야, 그 미친 여자가 또 너를 건드렸어?”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어떻게 알았어?”“어떻게 알기는, 지금 인터넷에 전부 그 소식이야. 신연아 완전 미친X이네. 지아야, 용서하면 안 됐어, 그 여자 아이를 구해주지 말았어야 했어. 이런 엄마가 키우면 나중에 아이가 커봐야 얼마나 바른 사람이 되겠어. 지금 사회에 부담을 주는 거야. 크더라도 사회의 골칫덩어리야.”나는 히죽 웃었다. “됐어. 말 좀 예쁘게 해. 그래도 어린 아이인데 사고 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어? 아직 꼬마인데 어떻게 그래.”“너는 마음이 너무 약해서 문제야. 그 애 엄마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네가 왜 걱정해. 임신했을 때부터 그러더니 이제 태어나니 아이를 데리고 꼴불견 짓을 하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지?”이미연은 화를 참
민여진이 무의식중에 전한 소식에 나는 신호연이 줄곧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고 원가를 낮춰 자신의 이윤을 높이고 싶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게 바로 그를 공략할 최적의 돌파구라는 대담한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내가 그에게 이윤만 추구하다 보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이익만 보면 안 된다고 귀띔한 적 있었다. 그때 신호연은 콧방귀를 귀며 말했다. “역시 여자는 담이 작아, 머리가 길면 지식이 짧다니깐.”그러고는 생생하게 내 머리를 가리키며 머리를 쓰라고 했다. 보아하니 이것은 그가 여기에서 낭패를 보게 될 거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다. 계획이 정해지자, 내 마음이 유쾌해졌고 얼마나 큰 낭패를 볼지는 신호연이 얼마나 큰 덕을 쌓았는지 봐야겠다.이때 엄마가 콩이를 데리고 들어왔고 내 팔을 보고는 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겨우 다 나았는데 왜 또 이렇게 됐어? 신씨 가문의 두 짐승은 좋은 심보가 하나도 없어.”콩이는 내 침대 옆으로 와 손을 뻗어 깁스한 내 팔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엄마, 여기 아파요? 아가가 호 불어주면 안 아플 거예요.”“진짜 신씨 가문 짐승 때문에 화나 죽겠어.”엄마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했다. “엄마, 별로 안 아파요. 큰일은 아니고 그저 뼈에 금이 조금 간 거예요. 의사 말로는 금방 낫는다고 해요. 다행히 골절은 아니어서 괜찮아요.”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때 아빠도 장영식과 함께 들어왔는데 내 팔을 보고 말했다. “얘야, 다음번에 그 여자들 만나면 피해서 가. 마주치지 말고.”난 그저 웃었다. “어디로 피해요, 이번 일은 사고였어요. 그 아이가 다칠까 봐 구하느라 그런 거지 아니면 다치지 않았을 거예요. 그 아이가 너무 어려서 떨어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나를 바라보는 민여진의 눈에는 경외심이 보였다. “지아 씨 너무 착해요. 다른 사람이었으면 다치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을 거예요.”“그러면 안 되죠. 어른들끼리 원한이 있다고 무고한 아이로 화풀이하면 안 되잖아요.”아빠가 얼른 입을
방에 있던 두 사람을 보고 나는 살짝 놀랐다. 혹시 두 사람을 방해한 건 아닌지 난감했다.문을 연 사람이 나임을 확인한 이청원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한 대표님, 얼른 들어오세요, 오래 기다렸다고요!”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빤히 쳐다보던 그 여인은 여전히 깁스한 내 팔을 훑더니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이청원은 여인에게 나를 소개했다.“소개해 드릴게요. 이쪽은 신흥건재 한 대표님, 한지아라고 해요.”이청원은 손으로 나를 가리키며 먼저 그 여인에게 내 소개를 해주고는 나를 보며 말했다.“한 대표님, 이쪽은 경공관의 주인이신 기태희님이에요.”나는 먼저 왼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기 여사님,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태희는 미소를 지으며 왼손을 뻗어 악수에 응했다. 배려심이 행동에서 묻어나왔다.자리에 앉은 후 이청원은 내 팔을 보며 물었다.“아직도 안 나은 거예요?”“네, 곧 풀 수 있을 거예요, 풀면 많이 낫겠죠!”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낡은 상처에 새 상처가 덧나겠네요. 부끄럽습니다. 아, 상처 얘기를 하니 이 대표님께도 감사를 드려야지요, 결정적인 시각에 지원군을 보내주셨으니.”나는 바로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아직 이청원과 기태희 간의 관계를 제대로 알 수가 없어 함부로 말을 꺼내지 못했기에 보호 대신 지원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이청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짓고는 총기로 번뜩이는 두 눈으로 나를 힐끗 바라보더니 말했다.“별말씀을요, 힘든 일도 아닌데요, 뭐, 신경 쓰지 마세요.”기태희는 손을 뻗어 우아한 자태로 뜨거운 물로 다기를 깨끗이 하고는 차 한 잔을 따라줬다. 나는 두 손으로 받아 들고 한 모금 적시고는 감탄했다.“차 맛이 너무 좋네요!”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었지만 차 맛이 좋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눈앞의 여인은 물처럼 맑고, 달빛 아래 연못에 피어나는 연꽃과도 같았다. 고상하고 우아하며 눈에 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