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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너무 큰 실망

손님을 쫓아내 달라고 말한 후 나는 그를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감았다.

나는 그가 낮은 목소리로 한소연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먼저 나가 있어요, 한 대표와 할 말이 있어요.”

“네.”

한소연이 얌전히 대답하고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의 눈빛이 나랑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고 심지어 그 숨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발... 괜찮아요?”

나는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지 않고 다친 발을 보며 담담히 대답했다.

“어떤 게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네요.”

“아직 아파요?”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하고 손을 내 발을 향해 뻗었다.

“날 건드리지 말아요. 당신 더러운 손 치워요.”

나는 급히 몸을 일으켜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의 악마 같은 얼굴을 봤다.

“그녀를 데리고 날 멀리해줘요. 그리고 더 이상 바보같지 않게 좀 가르쳐요. 날 귀찮게 하지도 말고요. 사실 아픈 게 당신들을 보는 것보다 나아요.”

그의 손이 허공에 멈추고 손끝이 움찔하더니 가느다란 눈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시선이 줄곧 나에게 멈춰있어 날 불쾌하게 했다.

“배 대표님, 아직 할 말 남으셨나요?”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자료와 경호원을 내준 건 고마워요. 그런데 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바보 같은 짓은 필요 없고 진상만 알고 싶어요. 만약 제가 그저 당신이 만든 판의 바둑알이라면 이 판의 승패는 이미 결정 났잖아요. 일도 잠잠해졌고 사람도 지켰으니 제발 아량을 베풀어 저를 놓아주세요. 앞으로 그녀 단속 잘해주세요, 다시는 절 해치지 않게. 어때요?”

“그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배현우의 이 말에 나는 순식간에 굳어버렸고 가슴이 숨 쉴 수 없을만큼 아파 손이 나도 모르게 침대커버를 꽉 잡았다.

우리 모두 ‘그녀’가 누구를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는데 곧이어 내 추측이 증명됐다. 그는 이세림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누가 중요한 건가?

설마 내가 시달려 죽어야 중요한 건가?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것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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