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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강 건너 불구경

나는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

인제야 이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분명히 신연아의 친모일 것이다.

이 여인 역시 만만치 않은 여인임을 짐작게 했다. 입으로는 ‘얼마나 힘들게 찾았는데’라고 하면서도 위화감이 드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찾긴 뭘 찾았단 말인가?

당시 신연아를 낳고 신 씨 가문에 버릴 때는 전혀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 텐데 버린 지 수십 년 동안 한번도 찾지 않더니 이제 와서 힘들게 찾아다녔다는 게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신 씨 가문이 그 옛집에서 나온 지 채 몇 년이 되지도 않았고 동네 떠들썩하게 이사를 갔는데 모를 수가 있을까? 슬쩍 엿듣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일을 힘들게 찾아다녔다니 거짓말도 유분수였다.

이 여인의 옷차림을 보니 밖에서 제대로 살아온 것 같지 못한데 이제서야 돈줄을 찾은듯한 모양이었다. 그녀의 등장은 신 씨 가문, 특히 김향옥에게는 골칫덩어리 그 자체일 것이다.

나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나 치를 떨고 있는 김향옥을 바라봤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 노인네에게 동정심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김향옥은 몇 년간 콩이한테만은 최선을 다해 진심이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도혜선에게 박수를 보냈다. 어디서 이런 늙은 여편네를 찾아내오는 것인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이들 가문에 내린 진정한 벌이었다. 눈앞의 신 씨 가문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릴 벌, 그것도 쉽게 끝낼 수 없는 천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 사건의 초점이었던 나는 어느새 구경꾼이 되어있었다. 나는 흥미진진하게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구경했다.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니 마음 놓고 구경하는 기분이 역시 즐거웠다.

더군다나 쉽게 지나칠 구경이 아니었다. 어쩐지 김향옥이 그토록 치를 떨더라니, 그녀의 남편과 가정을 빼앗아갈 원수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신연아는 더더욱 당황한 얼굴이었다.

갑자기 이 늙은 노인네한테 양팔이 잡혀 아무리 밖으로 끌어내려 몸부림쳐도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신연아는 안 그래도 사람에게 등급을 나누는 버릇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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