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은 내가 온종일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자 몹시 초조해하며 나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전부 수신 거부했다. 그러던 중 내가 돌아오니 그는 바로 나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왔다."지아야, 어디 갔었어? 괜찮아?"그는 아마도 내 안색이 좋지 않아 쪼르르 뒤쫓아오며 물은 듯싶다.나는 힘없이 의자에 주저앉았다."나 천우 그룹에 가서 조민성 대표를 만났어.""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장영식은 다급히 물었다. 물론 그는 내가 조민성을 만난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그는... 여전히 혼수상태래. 아직 깨어나지 못했대!"나는 장영식을 속이고 싶지 않았고 더 큰 무기력함을 느끼며 말했다."머리를 다쳤다 했고, 정보를 차단해야 한다 했어."장영식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며 침묵한 채 내 사무실 앞에 서 있다가 말했다."어쩐지 그들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소식을 막으려 하더라니. 배현우 씨가 인수한다고 발표하자마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잖아. 이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니야. 배유정의 사람들이 다시 활약하게 될까 봐 무서워.""중요한 건 배현우 씨가 언제 깨어날지 모른다는 거야. 오늘 배유정이 호주로 갔어. 처음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절대 좋은 일이 아니야!" 나는 불안에 떨며 중얼거렸다."그 여자는 또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어. 어떻게 이렇게 좋은 기회를 포기할 수 있겠어? 처음부터 그 여자는 천우 그룹을 돌려줄 생각도 전혀 없었던 거야. 너도 너무 걱정하지마. 어쨌든 우리는 천우 그룹에 대해 잘 알지 못하잖아."장영식은 나를 위로했다."난 배현우 씨가 대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바로 그 잘 알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걱정이라고. 오늘 조 대표도 이번 교통사고로 배현우 씨의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고 말했어." 지금의 나는 이 상황을 함께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장영식밖에 없었다."내가 알기로 배유정은 천우 그룹의 오너가 바뀌는 걸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천우 그룹을 통제하려는 욕망이 그 여자를 미치게 만
나는 갑자기 뭔가 떠올라 얼른 장영식에게 말했다. "참, 그 일이 있고 난 뒤 배현우 씨가 다쳤다는 얘기 외에 나는 아직도 김우연을 본 적도 없고 김연우에 관한 소식을 들은 적도 없어. 설마 김우연도 많이 다쳤을까?"말하고 나서 장영식을 보니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이 보였다.장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말이 맞아. 김우연도 다쳤을 거야!""맞아. 사고가 났을 때 배현우와 같은 차에 있었고 그 차의 상태만 보더라도 김우연은 많이 다쳤을 거야."나는 그날 대형 스크린 화면에서 많이 손상된 그 차를 보았던 것을 기억했다."지아야, 날 믿어. 배현우 씨는 괜찮을 거야. 마음을 좀 느슨히 가져." 어쩌면 내가 다시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 걱정된 건지 장영식은 얼른 위로해 주었다. "생각 좀 해보자."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럴 수밖에 없어. 우연의 상태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데 어쩌겠어.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영식아, 요 며칠 우리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다시 한번 봐. 천우 그룹 쪽 프로젝트는 반드시 신중해야 해. 절대 실수하면 안 돼. 배유정이 약점을 잡아서 우리를 곤란하게 하지 않도록 말이야."그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오세요!"문이 밀리며 이해월이 들어오더니 어두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속삭였다. "한 대표님, 그 경찰들이 또 왔어요."나는 순간 미간을 찡그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나는 그들이 잘 왔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들에게 물어볼 일이 있어서였다.장영식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나 먼저 나갈게. 너무 화내지 말고 침착해.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함께 의논하면서진행하자."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영식은 그제야 몸을 돌려 나갔다.이해월은 두 경찰관을 데리고 들어왔다.이번에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맞이하지 않았다. 나는 의자에 앉아 있다가 들어오는 두 경찰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두 분 앉으세요!"그 두 경찰관은 서로를
나의 태도는 좀 오만했고 말투도 꽤 쌀쌀맞았다.그들이 처음 왔을 때 나는 조금 긴장했다. 그때 나는 긴장했을 뿐만 아니라 원망도 가득했다. 그들의 태도, 눈빛, 그리고 말투는 모두 나를 매우 짜증 나게 했다."두 경찰관님, 도대체 뭘 조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당신들만큼 전문가는 아니지만, 당신들이 아주 중요한 문제를 빠뜨린 것 같아요. 두 분이 일부러 묻지 않는 건지 아니면 물을 필요도 없는 건지 모르겠네요?"나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잠시 멈추었다가 물었다. "유보욱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게 무엇인지 당신들은 왜 물어보지 않죠?"질문한 후 나는 그 경찰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반응을 살폈다.과연, 그는 나의 물음에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또 다른 경찰관은 머쓱하게 당신이 말한 이 문제가 바로 지금 우리가 묻고 싶은 질문이라고 말했다."그럼 두 분에게 묻겠습니다. 지난번에 조사하러 왔을 때 이 문제를 빠뜨린 겁니까 아니면 묻고 싶지 않았던 겁니까? 그것도 아니면 당신들은 그가 나에게 말하려 했던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겁니까?"나는 살기 넘치는 기세로 추궁했다."그리고 두 분, 제가 이 사건의 관련자로서 당신들이 왜 유보욱의 사인을 조사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당신들은 소형트럭 운전자가 술에 취해 운전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럼 음주운전인데 유보욱이 누구와 접촉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나요?"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나의 질문이 효과가 있는 게 분명했다."그건 기밀이니 알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조사에 협조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나이든 경찰관이 좀 짜증스럽게 말했다.그의 대답은 나에게 큰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나는 즉시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당신들의 이런 절차가 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제복을 입고 회사에 와서 저에게 물어보는 게 회사에 미칠 영향은 그렇다 칠게요. 먼저 이 일의 관련자로서 저는 자초지종을 알 권리가 있어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그 두 사람은 다시
나는 잠시 침묵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배현우 씨는 제 친구이자 파트너예요. 그는 교통사고로 다쳤고 난 그가 도대체 어디를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알고 싶은데 왜 아무런 소식도 없는 거죠? 바로 이것이 제가 알고 싶은 문제예요.""천우 그룹의 요청으로 이번 교통사고에서 배현우 씨가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면 차단했어요."나는 두 경찰관을 보다가 그들의 입에서 '중상'이라는 두 글자가 나오자 나도 모르게 흘겨보았다."그래서 우리도 협조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교통사고 사건은 절차대로 처리할 것입니다. 배현우 씨의 부상에 관한 걸 차단했을 뿐 사건 처리 결과는 정상적으로 처리할 거예요. 전 사건 처리가 완료된 후 분명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주리라 믿습니다."경찰관의 대답은 물론 빈틈없었다. 나는 그들의 입에서 내가 원하는 상황을 알아내기란 아예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들의 말에서 이 차단 명령은 분명히 배유정이 내린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배현우는 혼수상태라 그녀의 짓임이 틀림없다.사실 배유정의 이런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그녀가 소식을 차단한 후에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 그녀와 그녀의 끄나풀만이 알 것이다.나는 유감스럽다는 듯 둘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유보욱이 배현우 씨에 관한 문제를 알고 있다고 해서 급하게 그를 만나러 갔는데 그가 도중에 죽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경찰관님, 정말 교통사고예요?""현재로서는 별다른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되지 않아 교통사고로 판단됩니다."경찰관은 여전히 대답을 고집했다. 아직 단서가 없는 것 같지만 난 분명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수사를 이어갈 리가 없었다.나는 힘이 빠져 중얼거렸다. "당황스럽네요. 저는 단지 배현우 씨의 부상 정도와 그의 목숨을 건질 수 있는지를 알고 싶을 뿐인데 왜 안 되는 걸까요? 경찰 선생님들이 조사 결과가 나온 후에 제가 안심할 수 있는 답변을 주시기를 바라요."나
어제 이미연이 나에게 이세림이 한소연을 찾아왔다고 알려줬었는데 오늘은 한소연이 내 사무실에 찾아왔다.이 불청객이 내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나는 정말 의아했다.한껏 꾸민 한소연이 뱀처럼 허리를 비틀어대며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나는 사무용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비웃으며 말했다. "이보세요 한소연 씨, 혹시 잘못 찾아온 거 아니에요? 퇴근 후나 우리가 이웃이지 지금처럼 일하는 시간에 저와 당신은 엮일 일이 없을 텐데요."의외로 한소연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그래요? 제가 여기 온 게 영광스럽지 않아요? 허풍이 아니라 많은 회사가 저를 초대하려고 난린데도 제가 거절했어요!"나는 환하게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책상에서 걸어 나와 소파에 앉으며 그녀 말에 동의하듯 말했다. "당신 말대로 찾아왔으면 손님이죠. 이왕 왔으니 앉으세요."한소연은 내 말을 듣더니 일부러 도도한 모습으로 소파로 가서 우아하게 앉더니 백을 한쪽에 내려놓았다.그녀는 시큰둥하게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회사가 그럴듯하게 운영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제가 당신을 정말 얕잡아 본 거네요."그녀의 이 말에 나는 그녀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 그녀는 참 직설적이었다.'나를 얕잡아 보는 거지?'나는 정말 거들떠보기조차 싫었다."아니에요. 배려 따윈 하지 말고 당신이 보고 싶은 대로 봐요. 당신이 유명한 사람인 건 누구나 다 아는데 저와는 확실히 비교할 수 없죠. 저는 밥벌이나 하는 장사군인걸요. 할 말이 있으면 하고 아니면 마세요." 나의 태도는 꽤 솔직했다. 나는 그녀에 대한 비호감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한소연이 이번에는 어찌 된 영문인지 화도 내지 않았다. "어쩜 사람이 왔는데 커피 한 잔도 없어요? 이건 손님을 대하는 도리가 아닐 텐데요."나는 얼른 눈썹을 치켜올리고 일어나 벨을 누르며 패기 있게 말했다. "있죠. 한 잔은 물론이고 당신이 마시고 싶은 만큼 마셔요. 장사하는 사람이 이것도 없으면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어요? 당신이 마시고 싶은 만큼 내와도
그녀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일부러 애태우듯 말했다. "맞춰봐요!""전 전혀 궁금하지 않은데 뭘 맞춰요?" 난 조금도 협조하지 않았다.내가 이렇게 말하자 한소연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 "설마 배현우 씨의 소식도 알고 싶지 않아요?"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면서 비꼬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뭐 그리 알고 싶겠어요? 배현우 씨는 당신 남자 친구지 내 사람도 아니고 기껏해야 파트너일 뿐인데요. 당신은 또 누구의 속임수에 넘어간 거예요? 또 누군가에게 농간을 당했군요!"그런 후 나는 그녀의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보고 깔깔 웃으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어제의 나였다면 알고 싶어 조바심내며 그녀에게 속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설사 급하다 해도 내색하지 않을 수 있었다.나의 태도는 역시나 한소연을 멍하게 만들었다.그녀는 못 믿겠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알고 싶지 않아요?""제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요?" 나는 일부러 평온한 자세로 나른하게 소파에 기댔다. "아마 당신을 오게 한 사람은 좋은 의도 없이 이간질하려는 것뿐이었을 거예요.""그런데... 한소연 씨, 우리가 이간질당할 필요가 있나요? 우리는 친구도 아닌데 그녀는 뭘 그렇게 이간질을 하겠다고 부추겨요!" 나는 비꼬는 눈초리로 한소연을 주시하며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 태도는 나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가식적인 것 같았다.한소연은 정말 나에게 한 방 먹고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말라붙은 입술로 믿기지 않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얘기해봐요. 배현우 씨가 어떻다고 했는데요? 들을게요. 누군가 당신에게 말을 전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럼 당신이 있는 그대로 나에게 말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계획이 끝나지 않겠어요? 그렇게 하지 못하면 당신 체면이 서지 않을 텐데요!" 나는 한소연을 자극했다."듣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한소연이 얼굴색을 바꾸며 밀당을 했다.나는 마음속으로 셀 수 없이 쌍욕을 했고 화가 나서 이가 근질근질했다."지금 가셔도 돼요
한소연이 갑자기 입을 열어 내게 물었다.“지아 씨, 나한테 솔직히 얘기해 봐요. 지아 씨랑 배현우 씨 대체 무슨 사이예요?”한소연의 말에 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 문제가 아니라면 한소연이 괜히 나와 사사건건 맞설 이유가 없었고 이렇게 아침부터 날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한소연은 나와 배현우가 어떤 사이인지 줄곧 궁금했을 것이다. 한소연의 화는 이세림이 돋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현명하지 못한 행동은 한소연 스스로가 생각해 낸 것이었다. 나는 이세림의 수작질에 익숙했다. 사람의 성질을 긁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 시치미를 떼며 어물쩍 넘기는 것 모두 이세림이 잘하는 짓들이었으니까.한소연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저 총명함과 어리석음 그사이에 있을 뿐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그녀를 바보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곳에 와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건 절대 이세림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그리고 한소연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두려워서였다.너무 급한 나머지 이러는 것이다. 한소연도 이세림의 말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닌 듯했다.나는 ‘풉’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일부러 의미심장하게 굴었다. 나는 한소연을 바라보며 물었다.“한소연 씨는 우리가 어떤 사이 같아 보여요?”난 일부러 그녀의 속을 긁었다. 그래야 그녀가 이세림의 이름을 댈 것이니 말이다. 도혜선에게 재밌는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으니 난 그 약속을 지켜야 했다.“난 배현우 씨가 내 남자친구라고 한 적 없어요. 내게 그런 용기가 있을 것 같아요?”나는 일부러 무서운 척했다.내 말에 한소연은 확신이 든 것 같았다. 내가 배현우와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아서였을까, 한소연의 표정이 순식간에 풀렸다.“나도 다른 뜻은 없었어요. 난 그냥 한지아 씨에게 배현우 씨 상황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뿐이에요.”한소연은 내 강경한 태도에 다급히 우쭐한 표정을 숨겼다. 원래 사람들은 죽어라 달려드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법이다.“전 배현우 씨가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난 한껏 누그러진 어조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가 면박을 줬다고요? 난 안타까워서 그러는 거예요. 소연 씨가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는 걸 보니 어이가 없네요.”내 말을 들은 한소연은 눈알을 도르륵 굴려 나를 바라봤다. 내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꿰뚫어 보겠다는 듯이 말이다.“그럼 하나만 물어볼게요.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했을 때, 한소연 씨는 배현우 씨를 직접 봤나요? 그 사람이 배현우 씨를 보게 해주던가요? 아니죠? 그 사람이 한소연 씨를 배현우 씨 여자친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나의 연이은 질문에 한소연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더니 희고 가는 손가락을 말아 주먹을 꽉 쥐었다.“그 사람이 정말 한소연 씨를 배현우 씨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다면 한소연 씨가 배현우 씨를 만날 수 있게 해줬어야죠. 이렇게 내게 배현우 씨 상황을 알려주라고 할게 아니라요. 생각해 봐요. 그 사람이 진짜 좋은 마음으로 그러는 것 같아요?”하필 이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난 한소연을 힐끔 본 뒤 대답했다.“들어오세요.”이해월이 초대장을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이건 건축사협회에서 보낸 초대장이에요. 내일 밤 상업협회가 주최하는 파티에 대표님을 초대했어요. 그리고 이 서류에 사인 좀 해주세요. 급한 겁니다!”나는 서류를 건네받은 뒤 그것을 보며 이해월에게 물었다.“데이터는 다 확인해 본 거예요?”“네!”펜을 건네받은 나는 사인한 뒤 이해월에게 서류를 건넸다.이해월이 나가기도 전에 민여진이 또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사무실 안에 한소연이 앉아있는 걸 보고 조금 당황해했다.“저는 잠시 뒤에 오겠습니다.”“급한 거예요?”나는 그녀를 직시했다. 민여진은 사무실에 앉아있는 한소연을 힐끗 보았고 난 민여진을 향해 눈을 찡긋했다. 민여진은 곧바로 대답했다.“아주 급한 겁니다.”한소연이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내가 진짜 바쁘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며 말했다.“그러면 난 먼저 가볼게요. 방해하지 않을게요.”난 그녀를 칭찬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