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가 김혜은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니죠? 확실해요?”“네, 사모님. 제가 곧 카드 해지해 드릴게요!” 김혜은도 강경하게 안내원을 불러 카드를 해지하게 했다.“잠깐만요!” 전희가 다급히 소리를 쳤다. “김 주임. 이게 뭐 하자는 거죠? 당신 상사 불러서 설명시켜요.”“죄송합니다만 사모님, 사장님께서 본인을 난처하게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김혜은가 딱 잘라 대답했다.“아니, 왜 저 여자가 아니라 우리 카드를 해지하는 겁니까?” 전희가 자신의 이미지도 잊은 채 격노하여 따져 물었다. 그녀와 함께 있던 친구들도 급히 동조했다. “그러니까요. 왜 우리 걸 해지해요?”전희가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김혜은를 잡아먹을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쏘아댔다. “내 말 한마디면 여기 있는 내 친구들 모두가 카드를 환불할 건데.”“사모님, 제발 저를 난처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사모님께서 환불하겠다 하셨으니 전 그대로 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만일 이 두 분이 환불한다면 저흰 장사 접어야 해요. 죄송합니다. 사모님.”김혜은이 나와 도도한 여자를 가리키며 창백해진 얼굴로 횡설수설 설명했다.“장사를 접는다고?” 전희가 새된 소리를 질렀다. “왜?”“이 두 분은 블랙카드 소지자니까요. 우리 가게의 최고급 귀빈 카드이며, 전 서울에 다섯 장뿐인 카드입니다.” “우리 가게는...”“입 닥쳐!”안내원이 빠르게 설명하다 김혜은의 고함에 입을 다물었다.전희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였다. 그녀가 주먹을 쥐고 부들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한지아 씨. 오늘 이후로 당신과 나는 원수지간이 될 겁니다.”나는 담담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 “전부터 저를 원수로 대하지 않았습니까? 뭘 새삼.”안내원의 일 처리는 매우 효율적이었고 카드를 해지한 후 그는 공손하게 말했다. “사모님, 그리고 여사님들. 카드 환불은 이미 끝났습니다. 잔고의 자금을 계좌로 옮겨드렸으니 확인해 주세요.”전희가 다짜고짜 그 안내원을 노려보았다.
나머지 사람들도 곧 모두 방을 안내받게 되었고 나는 민여진과 함께 들어갔다. 김혜은이 직접 찾아와서 이곳에서 가장 좋은 마사지사를 배정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나는 민여진과 마사지하면서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다시 이야기했는데 민여진은 배꼽을 잡고 웃어댔고 우리는 한결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마사지를 마치고 우리는 할머니 집밥 가게에서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마저 나누었다. 이제야 민여진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녀도 나에게 말하길, 사람들의 인생은 모두가 자기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기 마련이라 단일한 측면으로 옳고 그름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그녀의 말로부터 매우 유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조금씩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나는 슬쩍 떠보았다. “만약 민여진 씨가 돌아간다면 사장님께서 난처하게 할 것인데 무슨 대책이라도 있어요?”“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전 이 업계에서 정말 오래 일해왔고 이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계속 이대로 지내기도 힘들 것 같아서. 이젠... 떠나려고요.”“이미 결정한 거예요?” 내가 물었다.“결정하지 못할 것도 없죠. 그 사람이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없는데 한평생 저를 갉아가며 곁에 있을 순 없죠. 저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거든요!”민여진이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으로부터 사장에게 여전히 감정이 남아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저는 그동안 떳떳했어요. 은혜를 갚는다 쳐도 넘치게 갚았거든요. 그가 돈으로 제 아버지를 구한만큼 저도 그를 위해 사업을 시작하고 목숨 바치며 열심히 일했어요. 제 모든 선택은 그를 위한 것이었고요.”그녀가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 사람의 아내가 제 집을 쳐들어왔어도 그는 속이 뚫릴만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죠. 그는 이혼의 대가가 너무 크다고 했는데, 그럼, 저는요?”민여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말에 긍정했다. “저도 제 자존심을 지켜야겠어요. 사실 전부터 이 문제를 생각
나를 발견한 그의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흥분되어 있는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여보, 어쩜 이런 우연이, 당신도 일찍 왔네? 통했다. 나 우리 딸 빨리 보고 싶어!" 그는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쾅 닫고 나를 향해 빠르게 걸어왔다.나는 딸이 그와 외식하는 게 싫었기 때문에 그와 거리를 좁히지 않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마주 보고 밥을 먹는 상황을 상상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한편 씁쓸한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엄마가 일찍 준비하고 나오다가 신호연과 마주칠까 걱정이 되었던 나는 엄마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후 나는 아이를 데리고 나왔고, 콩이는 신호연을 본 순간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으며, 나는 그런 콩이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아이는 눈치 보는 법을 배웠다. 신호연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우리 딸, 아빠 보고 싶었어, 안 보고 싶었어? 이리 온, 아빠가 좀 보자!" 콩이는 움직임 없이 나만 바라보았다. "말해봐, 아빠가 콩이랑 같이 밥 먹고 싶어 하셔. 아빠가 어제는 바쁘셨어서 늦었지만, 오늘 네 생일 축하를 해주고 싶다고 하시는데, 갈래?"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신호연의 뜻을 전달해 주었다. "엄마도 가요?" 콩이는 나를 향해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인내심이 매우 부족하여 신호연만 보면 짜증이 나고 속이 메스꺼우며 화가 치밀어 올라서 조금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엄마는 당연히 가지. 자, 아빠가 안아 줄게!" 신호연은 무릎을 꿇고 앉아 팔을 벌려 콩이를 바라보았지만 아이가 움직이지 않았기에 난 콩이의 등을 떠밀 수밖에 없었다.나의 격려 덕분인지 콩이는 신호연의 품 안에 안겼고, 신호연은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작은 볼에 뽀뽀했다. 콩이는 순간 활짝 웃으며 작은 손으로 신호연의 목을 껴안고 "아빠!" 하고 불렀다.나는 어이가 없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맞다. 누가 뭐래도 그는
예상대로 신연아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미 호랑이처럼 신호연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콩이를 향해 맹렬히 손을 뻗었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 지르며 신호연이 품 안에 안고 있는 콩이에게 돌진했다.신연아는 내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잡아챘다. 내 두피는 마비된 듯했고 머리는 뒤로 힘껏 당겨졌다. 콩이는 겁에 질려 큰소리로 '으앙' 울면서 나를 불러댔다. "엄마... 엄마..." 주위의 모든 사람은 깜짝 놀라 소리쳤고 눈 앞에 펼쳐진 갑작스러운 광경에 식겁했지만, 만삭의 임산부를 아무도 감히 말리지 못했다."신호연, 네가 나를 정말 미치게 만드는구나? 너 내 뒤에서 몰래 곧 죽어도 이 둘을 봐야겠다 이거지? 오늘 내가 저 두 년을 죽여버릴 거야, 너희들이 아직도 사통하는 건지 아닌지 볼 거라고!" 그녀는 욕을 하면서 필사적으로 내 머리를 흔들어 댔고 내 얼굴은 강제로 젖혀졌다. 난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작아 그녀의 배에 부딪히게 될까 봐 걱정됐다. 그녀의 임신 개월 수는 적지 않았고 혹시라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서였다. 아이는 맥이 빠지도록 울고 있었고 나는 신호연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신연아, 너 대체 뭐 하는 거야? 지아 놔줘!""놓으라고? 너 지금 나한테 놓으라고 했어? 죽고 싶어?" 그녀는 발을 들어 내 무릎을 세게 걷어찼다.그녀를 등지고 있어 전혀 상황을 몰랐던 나는 앞으로 무릎을 꿇으며 꼬꾸라지고 말았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고 내 무릎이 접히는 힘에 그녀의 걷어찬 힘이 더해져 관성에 의해 신연아도 뒤이어 내가 넘어지는 쪽으로 내 몸에 걸려 앞으로 튕기며 우리는 모두 내동댕이쳐졌다. 사람들은 소리만 질렀을 뿐, 누구도 그녀를 부축해 주지 않았다. 그녀는 바닥에 심하게 내동댕이쳐져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고 깜짝 놀란 신호연은 눈앞에 일어난 일들을 얼떨떨하게 바라보며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다가 순간 급하게 콩이를 내려놓고 신연아가 넘어져 있는 곳으로 갔다. 신연아는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떨리는 손으로 서강훈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으로 와 신호연의 차를 가지고 빨리 병원으로 가서 도와달라 했다. 나는 서강훈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한 후 콩이를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 그 후 콩이를 어떻게 달래 보아도 그가 준 인형을 원치 않았다. 집에 돌아오자 콩이는 '으앙'하며 외할머니의 품에 와락 안겼고 엄마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내가 좀 전에 일어났던 일을 간단하게 부모님께 설명하자 한숨을 쉬셨다. 밤에 나는 콩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녀는 억울한 듯 다시는 아빠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설령 그런 아버지라 해도 몇 마디 옹호해 주고 싶었지만, 딱히 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어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오늘 일로 인해 신호연의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서글프게 될지를 보았다. 나는 콩이를 위로하며 도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반드시 책임감 있는 좋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 콩이가 내 말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이에게 어두운 기억을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고, 서강훈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한 대표님,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응급처치 잘 끝났습니다. ”"아이는요?" 하고 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마침 7개월 남짓 돼서 제왕절개수술을 해서 남자아이를 낳았어요. 때맞춰 잘 도착해서 살았어요" 서강훈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말투가 좋지 않았다."큰일은 없었다니 다행이에요!" 나는 기뻐하며 말했다."한 대표님, 저는 정말 살아있는 보살 같은 당신의 호의에 존경을 표해요. 그 여자가 대표님께 어떻게 했는데 대표님은 아직도 그 여자를 걱정할 수가 있어요?" 서강훈이 말했다. "신연아 저 사람은 조만간 일을 내고야 말거예요. 신대표가 그녀를 옆에 둬서 좋을 게 없어요. 신연아는 공과 사도 구분 못 하고 수습하지도 못하게 이리저리 일을 벌여놓는 스타일이니까요. “난 그것은 신호연 자신이 지은 죄과고 마땅히 감내해
이 질문에 나는 한대 얻어맞은 듯했고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아이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더욱 난감했다. 콩이는 기대하는 얼굴로 마치 내 대답이 자기의 가장 큰 희망인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모호하게 "엄마가 노력해 볼게." 하고 대답했다. 콩이는 울음을 그치고 웃었다. "콩이도 엄마와 함께 노력할 거예요, 삼촌은 최고의 아빠예요!" 웃음을 되찾은 아이가 웃음 띤 얼굴로 교실에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안도의 숨이 쉬어진 나는 곧장 몸을 돌려 차를 타고 회사로 갔다. 일찍 회사에 온 나는 의자에 앉아 참지 못하고 펜을 꺼내 손에 쥐고 나 자신이 스스로 노력하면 또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를 묵묵히 생각했다. 하지만 배현우도 노력하고 있고 그를 믿어야 한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화요일, 민여진이 전화를 걸어왔고 그녀는 그곳을 떠나기로 이미 결정했다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순간 흥분했다."너무 잘 됐어요, 그럼 언제 올 거예요?" 민여진은 우물쭈물하며 며칠 더 걸릴 거라 했고 나는 조금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추궁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가 오기로 한 건 좋은 일이다. 나는 급히 장영식을 찾아가 이 사실을 말했고 때마침 나를 찾아 장영식의 사무실로 온 이동철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니 그도 무척 기뻐했다. 나는 이동철을 바라보며 "나를 무슨 일로 찾은 거예요?" 하고 물었다. "임윤아에 관해 할 말이 있어서요." 나는 소리를 듣자마자 그에게, "내 사무실로 가요." 하고 말했다. 이동철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임윤아 이 사람은 참 이상해요. 이렇게 오랫동안 조사한 이유는 전체적인 연결고리가 없어서였고, 그녀가 죽은 곳은 숨겨진 보육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세림도 있었는데 이세림으로 불리지는 않았어요." "네?"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그럼 뭐라고 불렸나요?" 이동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오래된 사진 한 장만
나는 이동철을 보며, "확실히 이세림이 문제가 있어 보여요. 배현우의 부모님이 항공 사고로 돌아가신 거 알죠?" 하고 말했다. "알아요!" 이동철은 부인하지 않았다.“그렇다면 이세림의 아버지인 이재승을 조사해 봐야 해요!" 나는 이재승과 이세림 사이에 의문점이 있어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이미 그들에게 이재승을 조사해 보라고 시켜서 조사하고 있어요."배현우가 그의 부모님의 항공 사고는 간단치 않다고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한 건지 전 알고 싶어요." 나는 이동철을 향해 말했다. "이 점을 중심으로 주위를 조사해 보세요. 배현우도 계속 조사하고 있겠지만 여러모로 나쁘진 않을 거예요." "알겠어요!" 이번에 이동철은 대답하기를 조금 주저했다.나는 집중해서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지만 내 생각을 말했다. "이동철 씨, 이전에 당신과 배현우가 어떤 관계였든 지금은 당신이 나를 책임져주길 바라요. 제가... 비록... 배현우와의 사이에 감정은 있지만... 저는 당신이 우리를 한데 엮어 생각하지 않길 바라요. 저 또한 알고 싶은 게 있어요." 이동철은 내 말을 듣고 정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한 대표님!" 나는 조금 전의 진지함을 접어두고 웃었다. "당신도 알다시피 이것은 저의 발전 방향과도 관계가 있고 또... 제 선택에도요!" "네, 알겠어요!" 그는 내 뜻을 아주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이동철이 세심하고 똑똑하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랑 건축도 알다시피 이후 이랑의 한 부분을 동철 씨에게 넘겨주고 싶어요. 특성과 최초 등록 당시의 특수한 시기 때문에 이랑은 아직 대대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고 그 신비성은 유지돼야 해요." 나는 이동철에게 이랑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니 당신이 이랑을 인수한 후 반드시 움직임을 조심해야 해요. 왜냐하면, 이랑의 존재는 반드시 특별한 용도가 있을 것이라고 직감하기 때문이에요.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 회사가 제 것이라는 것도 공개할 수
"허! 그 여자가 아니면 누구겠어?" 이미연은 이를 갈았다. "젠장, 이 사람 조만간 스스로 자기를 곤경에 빠트릴 거야!" "그만하고, 만나서 얘기하자." 가만두면 틀림없이 계속 불평을 쏟아낼 그녀를 나는 급히 멈추게 했다. 얘기 도중 전화가 왔고 재빨리 살펴보니 배현우의 전화여서 나는 이미연에게 말했다. "끊자, 전화가 들어왔어." 그녀는 전화를 끊었고 나는 배현우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랑 통화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가 물었다. “이미연요!” "아... 저녁에 퇴근하고 바로 경원으로 와요." 배현우는 또다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어조로 말했다. "오." 나는 얼굴에 발그레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달콤하게 웃었다. "바쁘지 않아요?" "어떨 거 같은데요?" 그의 말투는 나를 매우 연연하게 했다. "만나면 피로가 다 풀릴 것 같아요.""당신 하고 싶은 대로..." 나는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부끄러워졌다.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뭐 먹고 싶어요? 그들에게 만들어 달라고 할게요." "점심에는 이미연과 도혜선을 만나 춘천 막국수집에 가기로 했어요. 저녁에는 담백한 음식이면 좋겠어요!" 나도 사양하지 않았다. "알겠어요, 끊어요!" 나는 지금 그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책상에 기대어 도취되어 있었다. 이때 도혜선이 노크하며 들어왔다. 그녀가 웃고 있는 나를 보며 다가와 물었다. "너는 또 무슨 헛된 꿈의 상상의 나래를 펴길래 그렇게 꽃처럼 웃고 있는 거야?" 나는 얼른 웃음을 멈췄다. "꿈은 무슨, 좀 전에 전화 받은 계약에 대해 생각했지.""가자! 우리 걸으면서 수다나 떨자. 이미연에게 전화는 했어?" 가방을 들고 있는 도혜선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고 나는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의 모습이 생각났다."말했잖아 어제 따귀 한 대 날렸다고!" 책상을 벗어나 가방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가면서 도혜선에게 말했다. "따귀를 때린 건 알았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의 따귀를 때렸지!" 도혜선이 호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