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예상 못 한 말을 들은 듯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전희가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잠시 노려보다가 이내 아무 말 없이 무관심한 듯 고개를 돌렸다.먼저 온 안내원이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손님, 급해하지 마시고 먼저 계세요. 제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확인하고 올게요.”“안 급해요. 어느 곳이든 그곳의 규칙을 따라야 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모두 기다리고 계시는데 손님들 등급을 나눠서 대접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나의 이 말은 로비에서 기다리던 기타 뭇사람들의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의도적으로 다른 손님들을 이 싸움에 불러들인 것이다.한 사람이 나서니 힘을 얻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동의하며 반발했다.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거들먹거리며 모욕적인 말을 뱉어대는 소위 골드 회원들을 만났고 그들을 따르는 종업원도 다를 것 없었다.한 사람이 나서게 되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 사람을 따라 자신의 욕망을 해결하려는 심리가 있다.도도해 보이는 한 여자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저도 듣고 싶네요. 이 회원과 저희 회원이 무엇이 다른지!”“다른 건 다른 거죠. 아가씨는 단골 회원이잖습니까. 손님을 말한 것도 아닌데요.” 그들을 시중드는 계집애가 웃으며 말했다.“어머. 그럼, 아까 그런 의미로 나한테 말한 거였어요?” 나는 웃음 띤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물론 화는 나지 않았다.이때 전희가 인상을 구기며 불쾌감을 드러냈다.“웨이터 한 명 놀리는 게 재밌어요?”“재미없어요.” 나는 재빨리 대답하고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웃었다.“아까 어느 한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요란하게 종업원분을 나무라시던데. 그 사람은 재밌었나 봅니다?”조금 전의 도도한 여자가 말 한마디를 보탰다. “무슨 상관이에요. 한 사람은 깔보는데 도가 튼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아부하느라 야단이던데. 아주 천생연분 파트너 아닙니까. 관상이 아주 노예상이구먼, 뭐.”계집애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저희 가게는 원래 이래요! 단골손님은 당연히 혜택이 있어야죠.
나는 여유작작하게 차를 마시며 전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조금도 피하지 않은 채 그녀가 어떻게 훼방을 놓든 개의치 않는다는 듯 살짝 웃어 보였다.그녀의 얼굴이 굳어가는 것이 보였다. 전희는 당장 달려와 싸움을 걸 것 같은 자세로 나를 바라보았는데 그 매서운 눈빛이 나를 찢으려는 것 같았다.그러나 나는 쌈닭처럼 투지 드높은 그녀의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이청원이 도대체 왜 이렇게 멍청하고 현명하지 못한 여자에게 반했는지 알 수 없다.그녀에 대해 생각하던 나는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것 같았다. 이청원은 자신의 자산을 숨겨야만 했으니 어쩌면 그는 전부터 전희가 자신이 동고동락하며 살 동반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이미 자신의 이익을 숨기기 시작한 이상, 그것은 지금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내부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은 여자가 걸어 나왔다. 그 여자는 늠름한 자태로 걸어 나왔는데 당당하고 각 잡힌 자세로부터 이 사태를 해결하러 나온 사람이라는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녀는 나오자마자 로비 안의 사람들을 한 바퀴 쓸어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다들 흥분을 가라앉히세요!”소란스럽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그 사람들을 훑고 마지막엔 전희를 향했다. 전희는 태연한 듯 앉아있었고 나는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속으로 대충 둘 사이의 관계를 짐작했다.전희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 말했다. “김 주임님! 잘 오셨어요. 이 사태를 원만히 해결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저 사람들이 카드를 해지하든, 아니면 저와 제 친구들이 모두 해지하든 하게 될 겁니다.”그녀의 말투에 약간의 위협이 담겨있다.“그럼 해지해요! 시끄럽게 굴지 말고, 아까부터 진짜.”“누굴 말하는거예요?”김 주임이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다들 그만하시죠. 방은 언제든 있습니다. 이렇게 화내지 마시고요.”손님들이 너도나도 김 주임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종업원의
나는 망설임 없이 카드를 내밀었고 김혜은은 웃는 얼굴로 카드를 받아쥐었다. 그러나 카드를 받아쥔 찰나, 그녀가 허리를 숙인 채 무언가를 보고 놀란 듯 행동을 멈췄다.나는 의아하게 김혜은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카드를 들고 한참을 그대로 멈춰있었다.김혜은가 몸을 움츠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살펴보았다. “저... 그...”도대체 무슨 연유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민여진도 어리둥절한 채 한마디 했다. “환불한다고요.”그러나 김 주임은 오히려 난감한 얼굴로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띠며 말했다. “손님,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그... 잠시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요!”“또 기다리라고요? 휴식하러 와도 기다려야 하고 지금은 환불하겠다 해도 기다리라는 거예요? 저희가 시간 낭비하려고 온 줄 아세요?” 민여진이 참다못해 따졌다.“그게 아니라... 그, 일단 두 분 기다려 주세요!” 김혜은의 표정으로부터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일이 그녀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음을.전희도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어 두리번거렸지만, 얼굴에 불쾌함이 드러났다. “왜 그러세요, 김 주임. 난처하면 우리가 환불할게요!”말을 마치고 자신의 카드를 꺼내 탁자 위에 ‘탁’ 놨다. 그리곤 뒤 돌아서 친구들에게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얘들아.”눈짓으로 단번에 뜻을 알아챈 친구들이 저마다 자신의 카드를 꺼내어 탁자 위에 놓았다. “우리도 환불할게요.”김혜은은 난감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잠시만요! 제가 금방...”아까 나를 도와줬던 도도한 여자가 상황을 둘러보고 김 주임한테 전희 쪽을 눈짓하며 말했다. “저 사람들이 환불하지 않으면 제가 환불할게요.”그리고 자신의 카드를 들어 김혜은의 손 위에 놓았다. 김 주임의 눈동자가 갈 길을 잃고 허공을 방황했다.그녀는 몸을 돌려 가게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나는 당황스러웠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무엇이 주임마저 할 말을 잃게 만든 것일까.나는 탁자 위의 몇 장의 카드들을 둘러보았다. 금색 카드 몇 장
전희가 김혜은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니죠? 확실해요?”“네, 사모님. 제가 곧 카드 해지해 드릴게요!” 김혜은도 강경하게 안내원을 불러 카드를 해지하게 했다.“잠깐만요!” 전희가 다급히 소리를 쳤다. “김 주임. 이게 뭐 하자는 거죠? 당신 상사 불러서 설명시켜요.”“죄송합니다만 사모님, 사장님께서 본인을 난처하게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김혜은가 딱 잘라 대답했다.“아니, 왜 저 여자가 아니라 우리 카드를 해지하는 겁니까?” 전희가 자신의 이미지도 잊은 채 격노하여 따져 물었다. 그녀와 함께 있던 친구들도 급히 동조했다. “그러니까요. 왜 우리 걸 해지해요?”전희가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김혜은를 잡아먹을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쏘아댔다. “내 말 한마디면 여기 있는 내 친구들 모두가 카드를 환불할 건데.”“사모님, 제발 저를 난처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사모님께서 환불하겠다 하셨으니 전 그대로 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만일 이 두 분이 환불한다면 저흰 장사 접어야 해요. 죄송합니다. 사모님.”김혜은이 나와 도도한 여자를 가리키며 창백해진 얼굴로 횡설수설 설명했다.“장사를 접는다고?” 전희가 새된 소리를 질렀다. “왜?”“이 두 분은 블랙카드 소지자니까요. 우리 가게의 최고급 귀빈 카드이며, 전 서울에 다섯 장뿐인 카드입니다.” “우리 가게는...”“입 닥쳐!”안내원이 빠르게 설명하다 김혜은의 고함에 입을 다물었다.전희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였다. 그녀가 주먹을 쥐고 부들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한지아 씨. 오늘 이후로 당신과 나는 원수지간이 될 겁니다.”나는 담담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 “전부터 저를 원수로 대하지 않았습니까? 뭘 새삼.”안내원의 일 처리는 매우 효율적이었고 카드를 해지한 후 그는 공손하게 말했다. “사모님, 그리고 여사님들. 카드 환불은 이미 끝났습니다. 잔고의 자금을 계좌로 옮겨드렸으니 확인해 주세요.”전희가 다짜고짜 그 안내원을 노려보았다.
나머지 사람들도 곧 모두 방을 안내받게 되었고 나는 민여진과 함께 들어갔다. 김혜은이 직접 찾아와서 이곳에서 가장 좋은 마사지사를 배정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나는 민여진과 마사지하면서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다시 이야기했는데 민여진은 배꼽을 잡고 웃어댔고 우리는 한결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마사지를 마치고 우리는 할머니 집밥 가게에서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마저 나누었다. 이제야 민여진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녀도 나에게 말하길, 사람들의 인생은 모두가 자기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기 마련이라 단일한 측면으로 옳고 그름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그녀의 말로부터 매우 유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조금씩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나는 슬쩍 떠보았다. “만약 민여진 씨가 돌아간다면 사장님께서 난처하게 할 것인데 무슨 대책이라도 있어요?”“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전 이 업계에서 정말 오래 일해왔고 이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계속 이대로 지내기도 힘들 것 같아서. 이젠... 떠나려고요.”“이미 결정한 거예요?” 내가 물었다.“결정하지 못할 것도 없죠. 그 사람이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없는데 한평생 저를 갉아가며 곁에 있을 순 없죠. 저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거든요!”민여진이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으로부터 사장에게 여전히 감정이 남아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저는 그동안 떳떳했어요. 은혜를 갚는다 쳐도 넘치게 갚았거든요. 그가 돈으로 제 아버지를 구한만큼 저도 그를 위해 사업을 시작하고 목숨 바치며 열심히 일했어요. 제 모든 선택은 그를 위한 것이었고요.”그녀가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 사람의 아내가 제 집을 쳐들어왔어도 그는 속이 뚫릴만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죠. 그는 이혼의 대가가 너무 크다고 했는데, 그럼, 저는요?”민여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말에 긍정했다. “저도 제 자존심을 지켜야겠어요. 사실 전부터 이 문제를 생각
나를 발견한 그의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흥분되어 있는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여보, 어쩜 이런 우연이, 당신도 일찍 왔네? 통했다. 나 우리 딸 빨리 보고 싶어!" 그는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쾅 닫고 나를 향해 빠르게 걸어왔다.나는 딸이 그와 외식하는 게 싫었기 때문에 그와 거리를 좁히지 않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마주 보고 밥을 먹는 상황을 상상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한편 씁쓸한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엄마가 일찍 준비하고 나오다가 신호연과 마주칠까 걱정이 되었던 나는 엄마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후 나는 아이를 데리고 나왔고, 콩이는 신호연을 본 순간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으며, 나는 그런 콩이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아이는 눈치 보는 법을 배웠다. 신호연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우리 딸, 아빠 보고 싶었어, 안 보고 싶었어? 이리 온, 아빠가 좀 보자!" 콩이는 움직임 없이 나만 바라보았다. "말해봐, 아빠가 콩이랑 같이 밥 먹고 싶어 하셔. 아빠가 어제는 바쁘셨어서 늦었지만, 오늘 네 생일 축하를 해주고 싶다고 하시는데, 갈래?"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신호연의 뜻을 전달해 주었다. "엄마도 가요?" 콩이는 나를 향해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인내심이 매우 부족하여 신호연만 보면 짜증이 나고 속이 메스꺼우며 화가 치밀어 올라서 조금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엄마는 당연히 가지. 자, 아빠가 안아 줄게!" 신호연은 무릎을 꿇고 앉아 팔을 벌려 콩이를 바라보았지만 아이가 움직이지 않았기에 난 콩이의 등을 떠밀 수밖에 없었다.나의 격려 덕분인지 콩이는 신호연의 품 안에 안겼고, 신호연은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작은 볼에 뽀뽀했다. 콩이는 순간 활짝 웃으며 작은 손으로 신호연의 목을 껴안고 "아빠!" 하고 불렀다.나는 어이가 없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맞다. 누가 뭐래도 그는
예상대로 신연아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미 호랑이처럼 신호연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콩이를 향해 맹렬히 손을 뻗었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 지르며 신호연이 품 안에 안고 있는 콩이에게 돌진했다.신연아는 내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잡아챘다. 내 두피는 마비된 듯했고 머리는 뒤로 힘껏 당겨졌다. 콩이는 겁에 질려 큰소리로 '으앙' 울면서 나를 불러댔다. "엄마... 엄마..." 주위의 모든 사람은 깜짝 놀라 소리쳤고 눈 앞에 펼쳐진 갑작스러운 광경에 식겁했지만, 만삭의 임산부를 아무도 감히 말리지 못했다."신호연, 네가 나를 정말 미치게 만드는구나? 너 내 뒤에서 몰래 곧 죽어도 이 둘을 봐야겠다 이거지? 오늘 내가 저 두 년을 죽여버릴 거야, 너희들이 아직도 사통하는 건지 아닌지 볼 거라고!" 그녀는 욕을 하면서 필사적으로 내 머리를 흔들어 댔고 내 얼굴은 강제로 젖혀졌다. 난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작아 그녀의 배에 부딪히게 될까 봐 걱정됐다. 그녀의 임신 개월 수는 적지 않았고 혹시라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서였다. 아이는 맥이 빠지도록 울고 있었고 나는 신호연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신연아, 너 대체 뭐 하는 거야? 지아 놔줘!""놓으라고? 너 지금 나한테 놓으라고 했어? 죽고 싶어?" 그녀는 발을 들어 내 무릎을 세게 걷어찼다.그녀를 등지고 있어 전혀 상황을 몰랐던 나는 앞으로 무릎을 꿇으며 꼬꾸라지고 말았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고 내 무릎이 접히는 힘에 그녀의 걷어찬 힘이 더해져 관성에 의해 신연아도 뒤이어 내가 넘어지는 쪽으로 내 몸에 걸려 앞으로 튕기며 우리는 모두 내동댕이쳐졌다. 사람들은 소리만 질렀을 뿐, 누구도 그녀를 부축해 주지 않았다. 그녀는 바닥에 심하게 내동댕이쳐져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고 깜짝 놀란 신호연은 눈앞에 일어난 일들을 얼떨떨하게 바라보며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다가 순간 급하게 콩이를 내려놓고 신연아가 넘어져 있는 곳으로 갔다. 신연아는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떨리는 손으로 서강훈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으로 와 신호연의 차를 가지고 빨리 병원으로 가서 도와달라 했다. 나는 서강훈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한 후 콩이를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 그 후 콩이를 어떻게 달래 보아도 그가 준 인형을 원치 않았다. 집에 돌아오자 콩이는 '으앙'하며 외할머니의 품에 와락 안겼고 엄마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내가 좀 전에 일어났던 일을 간단하게 부모님께 설명하자 한숨을 쉬셨다. 밤에 나는 콩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녀는 억울한 듯 다시는 아빠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설령 그런 아버지라 해도 몇 마디 옹호해 주고 싶었지만, 딱히 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어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오늘 일로 인해 신호연의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서글프게 될지를 보았다. 나는 콩이를 위로하며 도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반드시 책임감 있는 좋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 콩이가 내 말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이에게 어두운 기억을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고, 서강훈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한 대표님,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응급처치 잘 끝났습니다. ”"아이는요?" 하고 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마침 7개월 남짓 돼서 제왕절개수술을 해서 남자아이를 낳았어요. 때맞춰 잘 도착해서 살았어요" 서강훈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말투가 좋지 않았다."큰일은 없었다니 다행이에요!" 나는 기뻐하며 말했다."한 대표님, 저는 정말 살아있는 보살 같은 당신의 호의에 존경을 표해요. 그 여자가 대표님께 어떻게 했는데 대표님은 아직도 그 여자를 걱정할 수가 있어요?" 서강훈이 말했다. "신연아 저 사람은 조만간 일을 내고야 말거예요. 신대표가 그녀를 옆에 둬서 좋을 게 없어요. 신연아는 공과 사도 구분 못 하고 수습하지도 못하게 이리저리 일을 벌여놓는 스타일이니까요. “난 그것은 신호연 자신이 지은 죄과고 마땅히 감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