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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화풀이

그는 눈을 내리깐 채 대답하지 않았다.

“진짜 당신이었어요? 왜 들어오지 않고... 명절은 어떻게 보낸 거예요? 해외에 있었어요? 아니면 서울에 있었나요? 혼자 있었던 거에요?” 속사포로 질문을 쏟아냈다.

“이제서야 생각나서 묻는 거예요? 늦었다고 생각 안 해요?” 화가 난듯한 말투였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먼저 여기저기 스캔들 내고 다닌 건 당신이에요. 오늘은 임윤아였다가 내일은 한소연이였다가, 뭐가 진실인지, 몇 다리를 걸치고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당신 재산 따윈 관심 없는데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남자를 좋아할 수는 없잖아요?”

나는 화풀이를 하듯 억울함을 쏟아냈다.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안중에도 없단 듯이 그를 비난하고 비판했다.

“신호연한테 속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바람둥이를 만나다니.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네요. 내가 뭐가 모자라서 아무나 날 속이고 이용하지 못해 안달이냐고요!” 나는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내가 아무나예요?” 불만이 섞인 질문이었다.

“당신은...” 눈을 꼿꼿이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

“난 당신한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했잖아요! 알면서도 날 흔든 건 당신이니까 끝까지 책임져야죠!”

“재벌이든 뭐든 다 필요 없어요, 돈 같은 건 내가 벌 수 있으니까. 난 그냥 서로 사랑하고 책임을 다하는 관계가 되고 싶을 뿐인데, 그것도 과분한 욕심이었나요?” 현우를 바라보며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욕심 아니에요...” 현우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나를 한 품에 와락 껴안았다. “울지 말아요.”

“당신 눈엔... 내가 임윤아랑 닮았나요?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왜 다른 사람을 흔들어 놓는 건데요? 똑똑히 말할게요. 배현우씨. 나는 신지아예요, 임윤아가 아니라!”

“그 누구도 아니에요!” 뜻 모를 말이었다.

“무슨 뜻이에요? 얘기해봐요! 역시 임윤아죠?”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려왔다.

“저도 바보 아니에요. 죽은 그 사람을 이길 순 없다는 거 알고 있다고요. 나한테서 그 사람 모습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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