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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구사일생

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배현우는 흠칫 몸을 떨더니 횡설수설 해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니 전 지아 씨가 걱정되니까 그러죠. 저랑 콩이 데리러 가는 거 같이 가요. 제가 데려다줄게요. 그리고 먼저 콩이랑 놀고 있어요. 전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올게요. 정말 잠깐이면 돼요!”

순간 숨이 턱 막혀온 난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입술을 꾹 깨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몸을 일으켰지만 가슴은 여전히 미친 듯이 두근거렸고 온몸은 사시나무 떨듯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현우가 이미 현관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몸에 기대 아래층으로 내려와 그의 차를 타고 콩이를 데리러 이미연의 집으로 갔다.

나를 본 미연은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그동안 내가 미연이와 지내온 바로는 나에게 못 박힌 듯이 고정된 저 눈빛은 나를 향해 뭔 일 있었지? 라고 캐묻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미연이는 콩이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인지 입을 열었다가도 다시금 머뭇거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어떻게든 입꼬리를 치켜올리고 콩이의 손을 꼭 잡은 채 미연에게 슬쩍 눈짓하고는 말을 꺼냈다. “시간 날 때 얘기해 줄게.”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화하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나는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콩이의 손을 꼭 쥐고 함께 미연이의 집을 빠져나왔다.

콩이는 미연이의 집에서 대체 얼마나 온갖 난리를 치며 즐겁게 놀았던 것인지 내 품에 안긴 지 얼마 안 되어 금방 단잠에 빠져버렸다. 집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릴 때 배현우는 행여 콩이가 단잠에서 깰까 조심스레 그녀를 내 품에서 데려가 항상 그랬듯이 품에 안고는 집으로 올라가 방의 침대에 살며시 눕혀 놓았다. 그러고는 나를 껴안고 내 이마에 부드럽게 키스를 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다녀올게요.”

말을 끝맺은 배현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급히 집을 떠나 어느새 어둠 속에서 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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