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아무렇지 않은 척 뒤쪽의 차량을 관찰했다. 약 2킬로 이동 후 뒤쪽의 SUV 차량이 계속 날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차 안의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길가의 작은 슈퍼 앞에 멈췄다. 슈퍼에 들어가 물 한 병 사 마시며 뒤쪽의 차량이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창문이 코팅되어 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일부러 차가 멀어진 뒤 다시 운전석에 올랐다.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내가 조금 예민했던 것 같다.돌아가는 길에 해안도로가 있는데 그곳만 지나면 순환 고속도로를 따라 시내로 금방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산으로 통하는 교차로를 지날 때 그 차가 갑자기 튀어나와 앞을 막았다. 나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은 후 재빨리 차 문을 잠갔다.후진을 하려고 보니 뒤쪽에는 어느새 낯선 검은색 승용차가 나타나 막고 있었다.당황한 나는 얼른 가방에서 전화기를 꺼내 손에 잡히는 대로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이때, 헬멧을 쓰고 손에는 소망 망치를 든 건장한 남성 두 명이 만반의 준비를 한 채 차에서 내려 단숨에 창문을 깨고 차 문을 열었다. 그 속도는 내가 정신 못 차릴 만큼 빨랐고 심지어 전화도 아직 연결되지 않았다.나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차를 부순 그 남자는 차에 올라타 손에 든 무언가로 나의 코와 입을 막았다. 그러자 갑자기 세상이 빙빙 돌고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나는 의식을 잃었다.정신이 들었을 때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입이 바싹 말랐다. 몸은 묶여있어 움직일 수 없었고 눌린 두 팔은 감각이 없었다.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입에 테이프가 붙여져 있어 아무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끝없는 공포가 나를 덮쳐왔다. 나는 몇 번 허우적거리다 몸을 옆으로 돌려 눌린 팔을 꺼냈다. 주위를 둘러보니 버려진 작은 공장 창고인 것 같았는데 여러 가지 도구들도 지저분하게 널려있었다.그런데 이상한 것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시간을 알 수 없었고 내
날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무도 오지 않았다. 혹시 내가 자생 자멸하기를 원하는 걸까? 그렇다면 아마 내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배씨 부인이 한 짓일 것이다.하지만 나처럼 연약하고 어린 여자에게 이런 수단을 쓰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기에 그녀는 아닐 것이다. 신호연도 아닌 것 같다. 만약 신호연이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돈, 회사, 혹은 그가 필요한 자원이다.나는 계속 허튼 생각을 했고, 생각할수록 짜증이 나고 머릿속이 복잡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절망 속에서 희망의 불씨가 조금씩 살아났다. 만약 내가 한 전화를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면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은것 때문에 유치원 선생님이 연락했을 것이다. 내가 연락이 안 되면 어떤 방법을 쓰든지 가족을 찾아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므로 적어도 배현우를 찾았을 가능성이 있다. 영재 유치원에 가게 된 것도 배현우 덕분이고 그 배후에는 두터운 내막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마음이 놓이고 또 희망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실망한 콩이의 모습을 떠올리면 나는 가슴이 미어졌다. 나 때문에 내 딸이 고생하는 날이 올 줄 생각도 못 했다. 그래도 부모님이 안 계셨을 때 발생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 그랬으면 아버지가 나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어둠의 장막이 서서히 드리워졌다. 콩이를 누가 데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쯤 내가 실종된 것을 누군가 발견했고, 곧 찾으러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사방이 고요해지자 쥐가 찍찍거리고 움직이는 소리만 끊임없이 들려왔다. 놀란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손과 발이 뒤로 함께 묶여 있어 몸을 펼 수조차 없었다.같은 자세로 계속 있다 보니 어깨가 너무 아파 나는 애써 몸을 돌려 자세를 바꾸었다. 나는 누군가 빨리 이곳을 찾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누군가가 나를 구하러 올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한지아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그 사람들이 걸어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 선두로 걸어오는 사람 손에는 손전등이 들려있었다.그 사람의 손에 들려있던 손전등은 금세 한지아를 향해 비췄다, 강렬하고 눈 부신 빛에 한지아는 눈을 감았다. 그 사람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들려오는 그들의 목소리는 낯설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진짜 예쁘게 생겼네, 아쉽다!”그들 중 한 명이 작은 소리로 한마디 하였다.“헛소리하지 말고 입 다물어!”그들 중 한 명이 엄숙하게 말했고 모두 입을 다물었다.“데리고 가자!”깜짝 놀란 한지아는 눈을 번쩍 떴다, 한지아는 빛을 거스르고 한 명이 귀신처럼 괴상하게 달려는 것을 보았다. 한지아는 엉엉 울부짖으며 말을 하려고 했다.그 남자는 한 손으로 한지아를 번쩍 들어 올렸다, 한지아는 있는 힘껏 몸부림치며 온몸을 비틀어댔고 그는 한지아를 발로 걷어찼다.“얌전히 있어, 발버둥 치지 말고, 체력 아껴야지? 발버둥 쳐도 소용없어!”한지아는 저 멀리 서 있는 몇몇을 바라보았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은 키가 매우 컸고 몸집도 건장했다. 모두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두 눈만 보일 뿐 다른 특징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한지아는 여전히 몸부림치고 있었다, 한지아를 들고 있던 그 남자가 손을 떼자 한지아는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한지아는 아픈지도 모르고 말을 하려고 애썼다. 한지아의 애원하는 두 눈이 얼굴을 가린 채 눈만 내놓은 그들의 두 눈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그 남자는 한지아를 바라보다가 멈칫하더니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어 한지아의 볼을 만졌다.“형님, 정말 이 여자를 죽이려고요? 아쉬운데, 우리 형제 몇 명… 아, 아닙니다. 형님, 형님이 먼저 재미 보세요, 그리고 우리도…” “닥쳐!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가자!”얼굴을 가렸지만, 말을 꺼낸 그놈을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는 한지아를 확 잡아당겼고 그 순간, 한지아는 불빛을 빌어 그의 손목에 뱀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는
‘탕’또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한지아의 얼굴에 뜨거운 무언가가 가득 뿌려졌고 짙은 피비린내가 콧구멍을 가득 채웠다. 한지아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한지아가 눈을 떴을 때 짙은 피비린내 대신 코를 찌르는 소독수 냄새가 났다.눈앞에는 이미연의 초조한 눈빛이 보였다.“한지아, 드디어 깨어났구나!”한지아는 눈을 깜빡거렸다. 온몸이 몹시 아팠다, 특히 얼굴이 너무 아팠다.한지아는 갑자기 기뻐졌다.‘죽은 줄 알았었는데 살아있었구나, 그럼 그때 총을 맞은 건 그 칼을 든 남자인가?’생각할수록 아찔해졌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한지아는 내일에 뜨는 태양을 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번쩍이던 칼날이 자신을 찌르던 느낌을 한지아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했다.“하느님 부처님 진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너 진짜 깨어났구나!”이미연은 병실 밖으로 달려나갔다. 뒤이어 이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깨어났어요, 지아가 깨어났어요!”뛰어 들어오는 배현우의 얼굴을 보자 한지아는 눈물이 밀려 나왔다, 그는 허리를 굽혀 그녀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괜찮아요, 울지 말아요!”한지아는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 물었다.“도대체 누구예요?”배현우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그 우두머리는 도망쳤고, 똘마니를 잡았는데 그놈은 몰라요, 누가 그들을 사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아직도 추적 중이에요.”그가 말한 이유는 매우 충분했다.“내가 없어진 건 누가 알았어요?”한지아는 정말 알고 싶었다.“유치원이야, 너랑도 연락이 안 되고, 아무도 콩이를 데리러 가지 않아서 콩이가 선생님에게 내 번호를 알려줬어, 내가 서둘러 콩이를 데리러 갔고, 너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연락이 안 되더라, 그래서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배 선생에게 전화했어, 배 선생이 위치추적으로 네 차를 찾았고, 차가 해안도로 옆길에 있더라, 휴대전화며 가방이며 다 차 안에 있었고 차창유리도 깨져있었어.”이미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날 일들을 거의 모두 말해주었다. 배현우의 눈은 계속 나를 쳐다보고
다음날.내가 일어났을 때 콩이는 이미 유치원에 간 후였다. 배현우는 없었고 이미연이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얼굴엔 여전히 통증이 남아있었다. 어젯밤 샤워할 때 거울을 보니 긁힌 상처가 많았고 그중에 깊은 상처도 있었는데 흉터가 남을지도 모르겠다.“장영식이 널 만나러 왔어, 나랑 같이 가. 회사엔 가지 말고!” 이미연이 나에게 말했다. “지아야….”이미연은 말하기를 주저했지만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난 괜찮아.” 나는 담담하게 그녀를 위로했다. “내 차는?”“수리하라고 보냈으니 오늘은 나가지 마!” 이미연은 조금 불안해 보였다. “얼굴이 좀 나아진 후에 다시 얘기하자!”“그래!” 나는 대답은 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어제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배현우는 배윤정이 나를 만났다고 생각했고 이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배현우가 그 사진들을 보면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이 생각나자마자 난 이미연에게 물었다. “내 가방은?”“아, 난 모르는데?” 이미연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가 살펴볼게.”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연은 손에 내 가방을 들고 올라왔고 나는 몸을 급히 일으켜 가방을 열고 사진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사진 속 각도가 너무 가까워 보여 매우 불안했고, 나는 매일 우리 곁에 이렇게 많은 불안요소가 있는지도 몰랐다.이미연의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고 그녀는 전화를 받기 위해 나갔다. 다시 방에 들어온 이미연에게 물었다. “일이 있는 거지? 바쁘면 나가서 일 봐도 돼. 난 괜찮아. 안 나갈 거야. 좀 더 자고 싶어.”“그럼 뭐 좀 먹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이미연은 나를 보며 말했다. “내가 가서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 오래는 안 걸릴 거야.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어쨌든 배현우 씨는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니 결코 포기할 것 같지는 않더라.”“그래!” 난 이미연에게 너무 많은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가볍게 대답했다.” 열쇠 가지고 가. 문 열어주기 귀찮으니까
나는 서둘러 일어나 침대에서 빠르게 내려왔고 동작이 컸던 탓인지 온몸이 조금 아파졌다. 먼저 커튼을 젖혀 아래를 내려다보니 뜻밖에도 대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은 이세림 이었다.이세림이 어떻게 내가 사는 곳을 알았을까? 나는 그녀에게 골드 빌리지에 산다고 말한 기억이 없다.나는 슬리퍼를 신고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이세림은 그 사이 초인종을 두 번 더 울렸다.나는 거실에 있는 스위치를 누른 후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이세림은 손에 과일 바구니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그 표정은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악의 없이 순수함을 표현한듯했다.“이세림 씨!”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여긴 어떻게 찾은 거예요?”“하하, 지아 씨. 우여곡절이 많았다면서요!” 이세림은 들어와서 사방을 둘러보았고 이곳이 아주 익숙해 보였다. “집 좋은데요, 아주 클래식해요!”“앉으세요, 뭐 마실래요? 커피와 차가 있어요.” 난 주방의 티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아무거나요, 서두르지 마세요!” 이세림은 매우 다정하게 나를 따라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죠? 정말 무섭네요. 누굴 기분 상하게 한 적 있어요? 왜 납치된 거예요?보아하니 이세림은 내게 일어난 일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수상쩍었다.“이세림 씨는 소식이 정말 빠르네요!” 나는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매우 의심스러웠다.“그런가요? 어제 현우오빠와 저녁 식사 중이었어요. 현우오빠는 전화 한 통을 받자마자 바로 떠났고 난 분명히 들었어요, 당신이 사라졌다고!” 이세림의 말은 합리적이었다. “줄곧 이 일을 걱정했어요. 나중에 현우오빠에게 전화해서 물었더니 지아 씨를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놀라 죽는 줄 알았어요!”그 둘이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씁쓸해졌다.이세림이 내 얼굴을 주시하며 말했다. “지아 씨, 얼굴이 왜 이렇게 다친 거예요?”이세림은 마치 방금 들어왔을 때 전혀 보지 못한 것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은 얼굴 위에 과장
나는 온통 멍해졌다. CCTV 영상을 여러 번 봤는데, 틀리지 않았다. 이세림은 고소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이 영상은 나를 소름 끼치게 했다. 이세림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런 표정…. 정말 끔찍하다. 애초에 이세림은 진심으로 나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나의 참상을 보러 온 건가?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이세림이 원한 대로 되었다고 이해해도 되는 걸까?나는 다쳤는데, 이세림은 만족스럽게 웃는다고?나는 이세림이 이런 짓을 꾸민 건 아닐까 혹은 그녀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고 대담한 추측을 했다. 배유정이 나와 만나고자 한 것을 가장 알 가능성이 큰 사람은 이세림이다.아아, 안돼! 이세림은 결국 내 목숨을 원하는 건가?나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 머리를 감싸 안고 모든 가능성에 대해 끝없는 추측을 했다.어느새 돌아온 배현우는 침대 위에 있는 내 표정을 보고 얼른 다가와 큰 손을 내밀어 내 어깨 위에 올렸고, 그가 나에게 다가오는 어떤 소리조차 못들은 나는 놀라 소리 지르며 마구잡이로 두 손을 휘저었다.“지아 씨, 나예요!” 배현우가 재빨리 나를 껴안았다. 익숙한 그의 숨결이 나를 에워쌌고 그가 돌아온 것을 알게 된 나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나는 멍한 눈으로 배현우를 바라보았고, 마음속 두려움이 조금씩 걷히자 그는 나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 응?”나는 숨을 내쉬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 사실을 배현우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생각나서 배현우를 보며 물었다. “당신 임윤아를 많이 사랑하나요?”이 말을 들은 배현우는 갑자기 멈춰 서서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누가 당신에게 말했죠? 배유정인가요 아니면 이세림인가요?”“중요하진 않아요, 그저 알고 싶은 거예요. 정말 그녀가 나와 그렇게나 많이 닮았나요?” 나는 무뚝뚝하게 쳐다보며 배현우의 대답을 기다렸다.배현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닮지 않았어요!”분명 배현우의 대답은 좀 무성의했고 나는 고개를 떨궜다. 다시 그녀를 보러
3일째 되던 날 아침, 장영식이 전화를 걸어와 내 부상은 어떤지 물었다. 난 사실 회사에 가려던 참이었다.장영식은 내가 회사에 온 것을 보더니 급히 나를 잡고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또 다른 일이 있진 않았지? 흉터 남지 않겠어? 아직도 아파?”“다 봤잖아, 무슨 일이 또 있을 수 있겠어.” 요 며칠, 사실 내 얼굴은 조금 깊게 그어진 상처 몇 개 말고는 많이 좋아졌다. 작았던 상처들이 이제는 보이지 않았기에 처음처럼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았다.그런 다음 장영식은 나를 소파에 앉히고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회사 일에 관해 이야기했다. 배유정에게 토지를 포기하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결국 형원 그룹이 최종 승리했다는 것을 장영식이 알아내었다.“배유정이 포기했다고?” 나는 의심스러운 듯 중얼거렸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마도 배유정이 배현우의 발전 속도를 통제하고 있는 것 같아.”“네 생각은, 배유정이 배현우를 꺾어 그의 힘을 약화하려 한다는 거니?"나는 조금 놀랐다.“그래서 우리와 천우 그룹과의 프로젝트는 낙관적이지 않아.”“당분간 우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지성항업이 받쳐줄 수 있다는 거야!” 나는 묵묵히 수중의 계약서를 생각했다.“큰 문제는 아냐. 다만 현재 관점에서 볼 때 천우 그룹과의 프로젝트 변수가 너무 크다는 거지. 이미 공사 중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후속 조치가 염려돼. 반드시 우리 지아 대표가 그들과 3년 계약을 체결할 거라 믿어. 이 3년 계약이 무산된다면 반드시 우리의 발전에 지장이 생길 거야.장영식은 조금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준비를 해야 해.”이유는 모르겠지만, 장영식이 이 말을 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이청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은연중에, 나는 왜 항상 이청원이 나를 도와줄 것이라고 느끼는 걸까?하지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형원 그룹에 너무 가까이 가고 싶지는 않다.생각해 보라, 천우 그룹도 완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