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건은 당혹스럽고 불편한 표정으로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하성과 하경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하민이 먼저 입을 열어 동생들을 제지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이제 집에 돌아가자.” 두 사람은 억지로 입을 다물고 외투를 챙겨 입으며 떠날 준비를 했다. 하민은 떠나기 전, 하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커다란 홀 안에는 이제 네 사람만 남았다. 홀은 휑했고, 사람들의 발길이 떠나자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다.하연은 홀 중앙에 홀로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상혁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한편, 부동건은 계속해서 변명하고 있었다.“난 25살 때 당신을 만났어. 당시 우리 가문에서는 당신이 내 아내로 적합하지 않다고 반대했었지. 어른들을 나에게 내조해줄 수 있는 현모양처를 원했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모든 면에서 뛰어났고, 너무 독립적이라는 이유로 우리 가문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외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신과 결혼했고, 우리는 수십 년을 함께했어. 나는 지금까지도 당신을 지켜왔어. 당신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오늘 일은 정말 몰랐어.”부동건의 눈에는 오직 조진숙만이 보였고, 그는 진심으로 해명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진숙은 그의 말을 듣고 일어서며 차갑게 말했다.“그렇지만 당신은 나를 속였어. 당신이 송혜선과 바람을 피웠을 때, 상혁이는 겨우 세 살이었어! 그 여자가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난 아직도 당신의 추악한 비밀을 몰랐을 거라고!” 조진숙은 거의 이성을 잃은 상태였고, 당시의 고통이 다시 떠올랐다. 그녀는 부동건의 손을 뿌리치고 바로 밖으로 달려 나갔다.“여보!” 부동건은 그녀를 쫓아 나갔다.부동건과 조진숙이 떠난 뒤,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넓은 홀 안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하연은 그 자리에 홀로 남겨진 상혁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그에게 다가갔다. 상혁은 무표정했고, 평소의 차분하고 따뜻한 모습과는 달리 극도로 혼란스러워 보였다. 하연은 그의 곁에
하연은 상혁이 그 상황에서 어떻게 그토록 인내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하연의 목덜미를 스치며 아픈 기억들이 되살아났다.“그 이후로 난 평정과 인내를 배웠어. 어머니는 부남준의 존재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말씀하셨어. 그래서 절대 DL그룹을 놓치면 안 된다고 하셨지.”“어머니는 스스로 능력이 있었고, 내 능력도 믿으셨지만, 부남준에게 DL그룹을 넘겨줄 수 없다고 하셨어. 그래서 난 싸워야 했지.”하연은 조진숙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자존심 강한 여자가 어떻게 송혜선 같은 작은 사람에게 밀릴 수 있겠는가? 더구나 자신보다 우월해지는 걸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하연은 마음이 조여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상혁을 더 꽉 안아주었다.“그동안 오빠도 많이 참았군요.”상혁은 살짝 고개를 들며, 붉게 물든 눈가에 맺힌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이제는 익숙해졌어. 인내하고, 때를 기다리는 게 내 일상이었으니까.”하연은 이런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상처받고, 무너진 모습은 매우 낯설었다.하연은 손을 뻗어 그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기 위해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래서 내가 한서준이랑 결혼할 때, 오빠가 달려와서 결혼식을 망치지 않은 거군요.”상혁은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손길을 피하며 약간 억울한 어조로 말했다.“네가 행복하지 않을까 봐 그런 거야. 난 네가 행복하길 바랐어.”“정말 대단하시네요, 부상혁 씨.”하연은 상혁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자신의 눈을 바라보게 했다.“그럼 오빠는 그 이후로 후회한 적 있어요?”상혁은 그녀의 질문에 맑은 눈으로,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매번 꿈에서 깰 때마다 미친 듯이 후회했지.”하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내 꿈도 꿨어요? 무슨 꿈이었어요?”상혁은 이미 마음이 조금 진정된 상태였고, 이제는 약간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그는 말을 아끼며, 하연의 허리를 가볍게 꼬집었다.두 사람은 이미 서로의
하연은 핸드폰을 품에 안고, 자신이 입고 있는 호텔 가운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조금 실망스러운 듯,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표정을 지었다.[오빠는 지금 샤워 중이야. 근데 내가 상상했던 건 이게 아니었어.]원래는 예쁜 옷을 입고, 달콤한 향수를 뿌리고, 온몸을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나서야 할 일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즉흥적인 느낌이 들었다.[하연아, 그런 일은 시간을 가리지 않아. 분위기만 맞으면 되는 거지.] [부상혁을 확실히 사로잡고, 끝나면 꼭 피드백 줘! 제발!] 하연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는데, 이렇게 긴장한 적은 없었다.욕실 안에서 상혁은 샤워를 마치고 허리에 수건을 둘렀다. 물방울은 그의 단단한 복근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가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어떻게 됐어?”[송혜선이 분명히 왔습니다. 부남준이 소유한 집에 머물고 있고요. 아, 그 남희라는 여자는 B시의 한 클럽 주인이에요. 주로 사업가들과 어울리긴 하지만, 부남준과 어떤 관계인지는 명확하지 않아요. 확실한 건 그 여자가 부남준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겁니다.] 황연지가 꼼꼼하게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한창명이 막 B시에 도착했는데, 바로 병원에 들어갔어. 사람들이 한창명을 만만하게 보는 모양이야. 한창명은 B시에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 하고 있어. 우리도 한창명의 선물에 조금 더 추가해 주자.”상혁은 마치 내일 식사 메뉴를 말하는 듯 태연한 목소리였다.[그럼 미리 한 검사장님께 통보할까요?]“설날 첫날이 좋겠지.”전화가 끊겼을 때, 이미 시간이 늦어서 하연은 설레는 마음이 점차 가라앉아 이미 베개를 끌어안고 졸고 있었다.상혁은 그녀 곁으로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하연은 금방 눈을 떴다.“오빠, 샤워 다 했어요?”“응.”“근데 나 너무 졸려요.”하연은 귀엽게 투덜댔다.“바보야, 자자.” 상혁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두 사람은 함께 누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연은 이 상황이 조금 이상
다음 날 아침, 하연은 온몸의 통증에 깨어났다.그제야 그녀는 로맨스 소설에서 묘사된 남녀가 관계를 가진 후, 여주인공이 ‘차에 치인 것 같은 고통’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눈을 살짝 뜨니, 그녀는 상혁의 품에 안겨 있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상혁이 평온하게 자고 있었다. 그의 얼굴엔 평소의 차가운 표정이 사라지고, 온화함만이 남아 있었다.하연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만족스럽고 안락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마치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것 같았다.그녀는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상혁의 오뚝한 콧대를 톡톡 건드렸다. 그러나 그 순간, 상혁의 손이 빠르게 하연의 손을 잡아챘고, 눈을 뜨며 말했다.“몰래 날 훔쳐보고 있었어?”하연은 놀라며 물었다.“오빠, 벌써 깨어 있었군요.”상혁은 그녀를 더 꽉 끌어안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가 조금만 움직여도 난 바로 깨어나.”“설날인데, 우리 할아버지께 일찍 세배하러 가야죠.”하연은 일깨워줬다. 상혁은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꼬집으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넌 일어날 수 있겠어?”하연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제의 상황은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상혁이 한없이 강렬했고, 그와의 밤은 새벽 네다섯 시까지 이어졌으며, 날이 밝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지금 하연은 몸이 쑤시지 않은 곳이 없었다.“오빠 진짜 너무해요!”상혁은 웃으며 대답했다.“두 시간 더 자고 나서 일어나.”그는 하연의 볼에 입을 맞췄다.“왜요?”상혁은 대답 대신 행동으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부상혁 씨! 지금 아침이라고요!”이불 속에서 서로에게 푹 빠진 연인은 쉽게 헤어날 수 없었다....한편, B시 시내의 100여 개의 클럽이 갑작스러운 단속을 맞이했다.단속 대상은 주류, 위생, 보안, 그리고 불법 거래 여부였다.하연과 상혁이 집으로 가는 길에 그들의 차가 ‘NIGHT’라는 B시 최대 클럽 앞을 지나쳤다. 그곳에는 네댓 대의 경찰차가 주차되어 있었다.나
하연이 집에 도착했을 때, 하경과 하성은 이미 집에 없었다. 최동신은 두 사람이 일찍 나갔다고 설명했다. 하성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두가 짐작하고 있었지만, 하경처럼 집에만 있는 사람이 밖으로 나간 것은 의외였다.하연이 웃으며 말했다.“뭔가 이야깃거리가 생길 것 같네요.”하민은 상석에 앉아 직접 차를 우려냈다. 그의 긴 손가락은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였다.“앞으로 자주 볼 것 같군.”상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마셨다.“형님이 우려내는 차는 정말 특별하네요. 자주 와서 얻어 마셔야겠어요.”두 사람의 대화는 겉으로 보면 평범한 것이었지만, 서로 무언가를 이미 말하고 있었다.그때, 가정부가 문을 두드렸다.“밖에 한 대의 차가 들어오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연 아가씨의 친구라고 합니다.”“제 친구요?” 하연은 별생각 없이 나가며 말했다.“들여보내 주세요.”하연은 친구들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원으로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니 낯선 번호판이었다.차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나운석이었다.며칠 사이 그는 한층 성숙해진 듯 보였고, 하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하연 씨.”“여긴 웬일이에요? 선유의 일은 다 해결됐어요?”“저는 방금 F국에서 돌아왔어요. 일도 잘 풀리고 있고요. 그런데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부상혁 대표님께서 여기 계신다고 해서 온 거예요.”운석의 말투는 가벼웠고,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그늘이 없었다.그는 아크로리버파크에 먼저 들렀다가, 상혁과 하연이 함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이곳에 온 것이다.“상혁 오빠는 왜 찾는 거예요?” 하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모르고 계셨어요? HL산업은행의 위기가 해결됐어요. 다 부상혁 대표님 덕분이에요.”하연이 놀라며 기뻐했다.“정말이에요? 그럼 이제 하 은행장님도 이씨 가문의 사람들 앞에서 더 이상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되겠네요. 이병규와 확실히 대적할 수 있겠어요.”운석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들어가도 될까요?” “물론이죠.”하연은 상
나운석이 떠난 후, 상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자신 뒤에 하연이 다가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하연이 조용히 말했다. “오빠가 나운석을 도왔다는 걸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상혁은 창문에 비친 다소 어색한 그녀의 표정을 보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별거 아니야. 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하연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는 상혁이 한서준과의 관계에서 질투심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나운석은 한서준의 친구였다. 상혁이 나운석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예상 밖이었다.“고마워요, 부상혁 씨.” 하연은 상혁이 자신을 위해 그런 선택을 했음을 깨달았다.상혁의 입에서 가벼운 한숨이 나왔고, 하연을 살짝 안으며 말했다. “너와 나 사이에 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어. 우리의 인연은 그 이상이니까.”하연은 그의 목에 팔을 걸며 웃음을 지었다. “너무 좋아요. 그럼 부상혁 씨가 나한테 시집에 오는 게 어때요?”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그건 최 사장님이 얼마나 능력이 있느냐에 달렸겠지.”하연은 그의 품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온몸을 떨었다. 바로 그때, 문가에서 가벼운 기침 소리가 들렸고, 이 소리의 주인은 최하민이었다.하연은 깜짝 놀라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약간 어색하게 뒤로 물러섰다. “하민 오빠.”하민은 별다른 반응 없이 미소를 띠며 문가에 기대섰다. 그는 상혁을 향해 말했다. “방금 들은 소식인데, B시의 100여 개 클럽이 기습 단속을 받았고, 그중 35개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됐대. 그중 가장 큰 클럽은 ‘NIGHT’이라고 하는데, 어제 그 남희 씨가 운영하는 곳이라더라.”상혁은 양손을 뒤로 모으고 여유롭게 대답했다. “형님의 소식은 참 빠르군요. 반나절도 안 됐는데 벌써 다 아셨네요.”하민은 그 모든 것이 상혁의 계획임을 깨달았고, 특별히 반대하지는 않았다. 대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나서면, 반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상
하연의 탐색하는 듯한 질문에, 하민은 펜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왜, 네 남자 친구를 믿지 못하겠다는 건가?”하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도 확실히 상혁 오빠가 걱정되긴 해요. 부남준은 막 B시에 왔고, 또 WA 그룹의 사업을 손에 넣었어요. 게다가 지금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제일 큰 클럽의 사장과 거래했잖아요. 사실은 부남준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걸 생각하지 못했잖아요. 부남준의 진짜 실력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클지도 몰라요.” 하민은 이 질문에 쉽게 확답을 내리지 않았다.“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 하지만 상혁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게 좋을 것 같아.”하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오빠, 사실 부남준이 절 찾아왔어요.”하민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그 사람이 왜 널 찾아왔지?”“부남준은 제가 WA 그룹 사업의 총책임자인 서태진 대표의 비리 증거를 찾아내길 원했어요.”“넌 뭐라고 대답했지?”“겉으로는 승낙했어요.”“상혁에게 말했니?”하연은 고개를 저으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아직은 말하지 않았어요. 부남준이 경계심을 갖게 될까 봐요. 당분간은 비밀로 하고 싶어요.”그 말을 듣자마자, 하민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네가 부남준과 협력하려고 하는구나.”하연이 급하게 대답했다.“상혁 오빠를 도와서 부남준을 무너뜨릴 기회를 잡으려고 해요.”하연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상혁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그가 겪은 많은 고통과 어려움에 마음이 아팠기 때문에 정말로 상혁을 돕고 싶었다.하민은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조용히 대답했다.“난 네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에 반대야. 부씨 가문에 아직 시집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너무 일찍 부씨 가문의 내분에 휘말리는 건 좋지 않은 일이야. 게다가 부남준이 직접 그런 요구를 했다는 건, 그가 확실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야. 만약 일이
태훈은 이미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실패했기 때문에 잠시 주저했다. “제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 사장님. 부 대표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하연은 태훈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수애가 돌아왔으니, 분명히 증거를 없애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야. 사람을 붙여서 한서준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한서준의 이름이 언급되자, 정태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지금 한서준은 스스로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무슨 일이야?” 하연이 물었다.“어제 ‘NIGHT’에서 불법 거래가 적발됐는데, HT그룹도 한몫했답니다.”하연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한서준이 비록 방탕한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HT그룹까지 그런 일에 연루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그가 적어도 가문의 기업을 걸고 도박할 사람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태훈은 덧붙였다. “막 부임한 검찰청 검사장님이 강력하게 수사하고 있으니, 금방 증거를 잡아낼 겁니다. 지금 한서준은 상당히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을 겁니다.”...같은 시각, 시립병원.간호사가 병실을 정리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재킷을 입은 채 병실로 들어와 바닥에 있던 짐을 들었다. “차는 준비됐습니다, 한 검사장님.”40대 중반의 남자는 아직도 숱이 많은 머리를 하고 있었고, 웃지 않을 때는 매우 엄숙한 표정이었다. 이 남자는 지팡이에 의지하며 일어섰고, 그의 옆에 있던 사람이 그를 부축했다. “B시에는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병원에서 나가면, 한 검사장님도 몸을 잘 챙기셔야 합니다.”이 말에는 묘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한창명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자기 옆에 있는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부 대표님이 준 정보가 아주 정확했군요. 아무래도 스승님께서 제대로 본 모양이에요. 결국, 나도 부 대표님의 손에 놀아난 셈이니까요.” 상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한 검사장님은 이번 사건을 통해 B시에서 이름을 떨치셨